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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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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0
추천수 :
45
글자수 :
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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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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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로래스(6)

DUMMY

실험체를 마련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걱정이 되는 건 이렇게 실험체가 많은 세상에서 한 명씩 사라져가면 남는 인류가 있겠냐는 말이다.

사실 예전부터 이런 생각이었다.

인구수만 적어지면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세상이 올 거라고.


그러나 반론은 충분히 있다.

아무리 인구수가 적어진다고 해도 극단적으로 적어지는 게 아니면 다시 악이 채워질 우려가 있다.

악을 먼 게 아니라 단순한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생격나는 것이다.


아무렴 나 같은 인간이 기관 사람이 아니면 공포스럽겠다.

따라서 합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조금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마중을 나갔다.

몸싸움 중에 밀어서 물에 빠뜨리고는 신고도 안 하고 도주, 익사 시킨 죄.

마침 그만한 죄목이라면 합당한 함무라비 법전이 놓여 있다.


"어떻게 죽이고 싶냐?"

"어떻게, 라니."

"밀페된 유리 감옥을 만들었으니 도주는 못하겠고, 그동안 생각해 봐."


'로래스'의 처리방식이라면 진즉 팔 한 쪽이 없어진 채로 시작했겠거니와 '동료'를 위한 시간이다.

당장에 '로래스'가 떠올릴 수 있는 바람을 일으키는 힘을 이용한 살상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시키지 않는 게 포인트다.


사실 기관에 속한 사람이니까, 여기서 멋대로 요구를 하면 요구대로 할 게 뻔하다.

총을 보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감히 안 쏠 총이 어디 있을까. 멀쩡한 총이고, 불발탄의 여지도 없다.

오로지 자의에 의해서

자의를 위함이기도 하고,

자의의 시련이 필요하다.


"안에 공기가 없지는 않을 텐데."

"그래서?"

"네가 알아서 해야지."


지저분한 폐건물의 아무 곳에나 앉기는 싫기 때문에 유리 의자나 거뜬히 만든다.

물론 2인분.

어차피 바로 집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암만 봐도 그렇게 보이니까.


"······."


뭘 망설이냐고 독촉하는 일 따위 삼간다.

마음이 안정되거나

마음이 준비되거나

어쨌든 무언가 일어나는 과정이란 게 상상의 눈으로는 보인다.


"···구멍을 뚫어줄 수 있지?'

"그게 아니면 안 되나?"

"진공은 무리지."

"오케이."


그래서 작은 숨구멍을 뚫어놓는다.

어차피 부피 계산은 끝내서 숨구멍이 없어도 30분은 산소 부족일 리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만든 건 숨구멍 같아도,

숨구멍의 역할은 아니다.


시이이이이이


스멀스멀 바람 새는 소리가 들려온다.


퉁, 퉁, 퉁, 퉁


숨구멍이 생기니 들리지 않았던 소리도 들려온다.

워낙 두꺼워서 아무리 머리를 박거나 발로 내려찍거나 해도 안 들렸던 소리가 들려온다.


"ㅏㅕㅓ! ㅏㅕㅓ!"


대충 모음만 들린다.

상황과 표정으로 유추하면,


살려줘.


아마 그럴 내용일 것이다.

솔직히, 생각도 못했다.


쉬이이이이이


한참 공기를 빼고 나서 드디어 변화가 생긴다.

실험체가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애써 목 주변을 잡으려는 시늉을 하더라도 본인도 안다.

무의미하다.

목이 괴로운 건 목에 무슨 일이 생겨서가 아닌 것을,

없어져야 의식하는 입 속에 일상적으로 들어가야 할 무언가가 결여되는 괴로움.

소리도 없다.

거의 진공 상태가 된 유리 감옥 속에서 폐가 제기능을-


"잠깐."


자의라고 해도 케어해 줄 부분은 케어한다.


"눈 감지 마."


어떻게든 내 조언을 실천하려고 간신히 뜨는 모습이 보이는데,

참으로 딱하다.

내가 딱해서 말이다.


"똑바로 떠."


손수 뒤에 서서 양손 검지와 중지로 눈을 활짝 뜨게 만든다.

내가 건드리니까 어느 정도 저항이 없어진다.

아쉬운 결과지만, 이 정도는 세이브.


"끝까지. 홧김에 죽여버렸다는 결과로 이어지면 안 되거든."


몸이 떨리는 건 안다.

알지만 봐야 한다.


"청렴한 척 하지 마라. 굳이 말해서 니가 니 능력으로 죽인 경험이 없다는 거지 살인을 안 했다고 우길 수는 없거든. 조금이라도 이 새끼 말고 다른 새끼들 죽을 때 일조를 안 했다고 할 수 있냐? 나를 태워가거나 범인을 찾는 데에 도움은 준 것은 뭔데? 공작이지, 가책에서 발뺌할 생각 마라."


어떻게든 숨을 쉬려고 숨구멍에 입을 들이밀얻 소용없다.

공기는 들어가지 않는다.

능력을 취소한다면 모를까,

그럴 기미도 없다.

능력이 셀 것 같냐, 흡입력이 셀 것 같냐.

산소 부족으로 이젠 몸에 힘이 빠질 때다.

보통 유리 감옥으로 질식사를 시킨다면 아무리 좁게 만들어도 7분은 걸린다.

2분? 숨구멍을 그렇게 크게 만들지 않았어도 감옥의 크기를 보면 바람을 일으키는 능력도 대단하다.

무기력하게 사지를 바닥에 붙이고,

애써 있는 힘껏 입을 벌린 채로,

눈깔이 뒤집히고 죽음을 맞이한다.


"아직 풀지 말고. 괜히 산소를 불어넣었다간 다시 살아날 수도 있거든. 심폐소생술을 안 하면 힘들겠지만."


30초를 더 지낸다.

이미 그렇지만,

미동도 없다.

저항이 거세지 않아 감옥을 때리면서 생긴 피도 없었고 깨끗하다.

그래도 복어처럼 입을 벌리고 있어 침이 고여 있다. 그것만은 더럽다.

그래도 피만큼 더럽지는 않으니 역시 질식사는 처리가 싶다.


"···죽인 거지?"

"확실히 죽였지."


감옥은 유지한다.

능력이 풀려 숨구멍으로 공기가 들어갈지라도 적은 양이라면,

역시 시체일 것이다.


"어떠냐, 간접적으로 죽이는 일과는 다르냐."

"늘 이미 싸늘하게 된 것들만 봤으니까···."

"모든 사람이 살인을 저질러서는 참 폭력적인 세상이 될 거니까 교육으로는 사람을 죽여서 안 된다! 라고 다들 지껄이지만, 따지고 보면 군인들이 현존하는 이상 살인이란 게 없는 세상이 어디 있겠냐. 폭력을 일으키지 않고 지킬 수 있는 건 고작 신념 하나일 텐데 신념이 밥 먹여 주진 않고, 그렇다 보니 우리가 저지르는 살인이란 행위는 정답이라고는 말은 못해도, 나름 합당한 거지. 내가 뭔 개소리를 하고 있는지 의미가 뭐냐고 물으면 답해 줄 순 없다. 아무튼 그런 생각이라고. 그래도 이딴 생각을 주입시킨다 해서 니가 바로 적응할 순 있진 않아. 순종적인 모범생이잖아? 난 땡땡이나 치는 불한당이었고, 그래서 인륜이든 뭐든 내 좆대로 해석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알아라."


아니, 정말 개소리인데,

바라보고 있는 게 인생 강의를 듣는 것처럼 하고 있냐.

병신 같은 인생에서 뭘 보고 배우겠냐.

살인을 좀 더 양심의 가책 없이 저지르는 법?

하는 일이 그렇다만,

말했다시피 그런 놈들만 오는 곳이 아니니까.


"망나니 기질은 아니지···."

"한마디로 그렇게 되냐."


그러면 기관은 망나니를 필요로 하는 건가.

맞는 말인 거 같다.

강단 있게 바로 범죄자를 즉석 처형시킬 수 있는 인재,

그게 망나니가 아니면 딱히 표현할 것도 없다.

보기엔 이 특별수업을 실패다.

이유는 단 하나,

태생이 다르다.


그래도 말이다,

처음 왔을 때부터 시체를 보고도 냉정을 유지한다면,


확실히 말하지만,

잔인하지 않다는 건 아니니까.

이 표현이 맞겠다.

덜 망나니다.


- - - - - - - - - -


현장직이라고 해서 특수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능력자라서 불려가는 게 하나 있다.

뭔가 발판이 필요한 일,

예를 들어서 천장의 형광등을 간다거나

높은 곳에서의 작업이 요구될 때,

능력자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

귀찮긴 한데, 쉬운 일이라서 딱히 반항도 않는다.

그런 마인드는 없지만,

이런 걸로 사회에 능력을 환원하는 역할이 될까,

라는 생각도 든다.


능력자들에게 솔선수범을 요구하는 사회는 맞다.

하필 지도자가 능력자가 된 사회에서

그게 쿠데타거니 혁명이거니 하는 건 관심 없지만,

하필 그런 사회라서 솔선수범보다도, 뭐랄까,

능력 의존증?

그딴 걸로 물들어진 모양이긴 하다.

웬만한 범죄자 중에는 능력자인 비율보다 일반인인 비율이 더 많으니 그게 증거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난 기관 로비의 형광등을 가는 중이다.

높다.

일반적으로 이걸 갈기 위해서는 천장 위를 지나다니는 통로를 이용하는 게 맞겠지만, 이렇게 능력자가 있으면 천장에서 뚜껑을 열어 교체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1, 2층이 통으로 되어 있는 로비라서 떨어지면 9m에서 추락하는 일이라,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물론 그럴 리는 없다.

떨어질 수 없도록 유리 구조물을 만들고 있는데 감히 그러겠나.

어차피 갈아야 할 형광등도 하나고, 절대 무서울 일은 없다.


그 가는 일조차 귀찮아서 언제는-


그 언제는 형광등은 아니었는데,

박살 난 유리를 교체하는 작업에서

유리를 끼우고 글루건으로 마무리만 하면 될 것을,

괜히 끼우기 귀찮아서 능력으로 만든 걸로 대체했다가

임무를 수행하고 오니 유리는 없어져 있고 실리콘만 남아있더라, 하는 괴담을 만든 장본인이라 그러지는 않는다.


그걸 미루어 볼 때,

능력으로 창조한 사물은

실제 사물처럼 보존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질량 보존 법칙에 위배되니까.


그렇다면 물 능력자는 오아시스가 되지 않겠고,

반대로 불 능력자는 고기를 구을 수 있는데,

취소하면 구워진 고기가 돌아간다?


그건 모르겠다.

이 이론으로는 물 능력자가 만든 물을 섭취하였을 때,

소변으로 나간다고 해도 회수하면 소변에서 분리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러면 불 능력자가 불로 만든 화학 작용의 결과물은

결과가 있기 전으로 돌아가야 하나.


잘난 질량, 그리고 에너지 보존 법칙이 맞다면.

그럼 가장 쓸모 없는 능력은 맛있는 고기를 만드는 능력인가?


그런 능력은 없지.


없긴 하지. 그런 능력은 없지.

하지만, 난 답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에너지는 보존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정이다.

가령 내가 날카로운 유리로 다리를 절단한다고 해서

유리를 되돌려 놓으면 멀쩡히 잘려 있던 다리가 붙지는 않으니까.

그러면 구은 고기도 그대로일 테고,

물질 자체는 되돌아 갈지언정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문답무용 아니겠나?

그걸 가능케 한다면, 그건 아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정도다.


있진 않겠지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있지 않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 능력들이 공평해지니까.

있으면 너무 사기다.

어떤 능력으로 벌인 짓들이 다시 일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다른 능력자들의 능력은 무용지물이 되고

결과가 삭제가 되면 원인이 서 있을 곳은 없다.

적어도 지금은 어떻게 능력을 활용해서 벌인 짓들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으니까,

그래서 능력자든 아니든 간에 공평한 세상이 될 수 있다.

내가 조물주라면 그렇게 만들었을 테다.


'로래스'는 조물주를 믿지 않는다.

순전히 편할 대로 인용하는 것에 그친다.

그렇지만 조물주가 아니라도 창조론에 관해서는 나름 찬성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진화론을 믿지 않는 건 아니다.

어차피 둘 다 보지 못했으니까.

보지 못한 걸 믿는다는 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긴 해도,

신빙성만 있으면 믿음만은 줄 수 있다.

여기에는 어느 것이 진리라는 광신이 있지 않다.

믿는 것은-


나와 너다.

둘 다 다른 게 없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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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용병(23) 21.07.15 30 0 15쪽
58 용병(22) 21.07.15 35 0 12쪽
57 용병(21) 21.07.13 35 0 12쪽
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1 0 12쪽
53 용병(17) 21.07.06 35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8 0 12쪽
50 용병(14) 21.07.03 35 0 12쪽
49 용병(13) 21.07.01 28 0 12쪽
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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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45 용병(9) 21.06.27 36 0 12쪽
44 용병(8) 21.06.26 35 0 12쪽
43 용병(7) 21.06.24 38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1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2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5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2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0 0 12쪽
27 멘데이트(7) 21.06.07 38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2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3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6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39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19 ???(4) 21.05.28 38 0 13쪽
18 ???(3) 21.05.27 37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39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7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4 0 14쪽
13 로래스(11) 21.05.23 35 0 12쪽
12 로래스(10) 21.05.22 58 1 11쪽
11 로래스(9) 21.05.22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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