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2,927
추천수 :
45
글자수 :
320,977

작성
21.06.03 21:52
조회
33
추천
0
글자
12쪽

멘데이트(4)

DUMMY

때가 너무 좋았던 게 탓이다. 마침 때가 이러니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가까운 곳이 정답일 거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이 답도 올바르진 않다. 역시 다른 한 쪽을 오답으로 내놓았으니까 다른 한 쪽을 정답으로 찍는 것은 거의 일반적인 이야기다.

그럼 그게 정답인지는 그것조차 명확하지 않으면 '멘데이트'로서는 알 방도가 없다.

더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변화에 확실한 원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탐구를 한다고 해도 사료를 뒤지는 행위와도 같다. 이런저런 근거를 끼워서 이랬을 것이라는 답에 도달하는 게 최선이다.


'아프로디테'에 대해서.


당연히 '아프로디테'에 관한 이야기도 '멘데이트'가 본 시선에서 그친다. 그중에 이런 웃긴 이야기도 있다.

한편으로는 '아프로디테'를 이단이라 여기기도 했다는 사실을. 다름이 아니라 천진난만하게 초면에 대놓고 혁명은 상관이 없다고 얘기했던 전례가 있다. '데몬'과는 결이 다르다. 재밌어서 쫓아온 사람이란 인식, 그런 인식이라서 '아프로디테'도 순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런데도 파트너로 인정하고 다니는 것은 어쩌면, 그게 변화의 계기가 아니었는지, 라고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많음에도 '멘데이트'는 딱히 의식을 하지 않았다. 그런 나머지 사유에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미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의의도 있긴 하다. 들어간 몸의 주인 자체가 생각하기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면, 오히려 '나'가 있는 편이 이를 자극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 같다.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는 못하지.


···그렇게 된다. '멘데이트' 그대로를 유지한 채로 살게 하는 것 같은 존재 가치였지만, 단지 이러한 행위를 한다는 것으로 '멘데이트'라는 정체성을 박살내는 데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게 된다.

정당화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이건 반대로 '멘데이트'의 신조가 아니라 '나'의 신조가 박살이 난 상황이다. 쌍방과실이 아니라 단순 사고사다. 게다가 책임을 물으려고 해도 '멘데이트'와 '멘데이트'가 서로를 책망하는 상황은-


마음대로.


그건 의외다.


'아프로디테'에 대해서.


"그런데, 사람 죽이는 일을 영 적게 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그래서?"

"전에 그 '양철놈'을 죽일 때는··· 아마 동정심이겠지만, ···괜히 나태하다고 해서 죽인 것 같아서 미안하더라."

"동류니까?"

"그런 것도 있지. 동족상잔에 가깝지. 뭐, 진짜 전략적으로 필요 없긴 했어도··· 같은 편을 죽이는 건 조심해야겠지?"

"그러고 있으니까."

"상대하기 어려우니까 걍 아니라고 해줘라."

"두고 봐야지."


그럭저럭 트러블 없이 시간을 보낸다.


- - - - - - - - -


"안타깝게도 어제 '러브크래프트'가 전사했다."


사무실에서 '부단장'이 우리에게 말해준다. 있는 인원은 '부단장'을 포함해서 총 8명, 아침에 8며이 모이자마자 하는 이야기가 이것이다. 단원 전체에게 알려야 하는 문제이니 이렇게 간부급 8명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거사라도 있었으면 뽑기방 비밀 집회구역에서 했겠지만, 자숙 기간이라 이렇게나마 알려주고 있다.


"누구한테요?"


이중에서 가장 호전적이라 할 수 있는 '로데오'가 질문을 던진다. 웬만해서 그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 대상은 죽든 말든 일단 '로데오'와 겨뤄지는 게 확정이라고 볼 수 있다. 광적으로 전투에 집착해서 '부단장'이 되려 꺼려하는 편이다.


"말해도 아직은 붙을 생각은 말고."

"본부대로 해야죠."

"'트리톤'."

"···그 녀석이요?"

"거짓말을 할 순 없지. 악연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참아라."


악연에 대해서는 몰라도 눈빛으로 보이는 집착은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멘데이트'는 들은 바가 없으니 아는 일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멘데이트'가 동료에게 죽임을 당하지는 않겠다. '로데오'의 과거를 알 일은 업다.


"뒤를 밟혔나요?"


누구라는 질문에 이어서 어떻게 죽었는지 '스텔라'가 묻는다. 사실 사인부터는 누가 묻든 상관이 없다. '멘데이트'도 물을려고 한 걸 뺏긴 것뿐이다.


"조사 중이다. 어디에서 죽었는지는 말해줄 수 있다. 올림픽대교 강변에서다."

"'트리톤'에 걸맞는 장소에서 죽였군요."

"그렇다는 걸 알아둬라. 뉴스에서는 아직 다루지 않지만, 곧 있으면 입질이 있을 테지."


이 집단은 대단하다. 여기에 있는 모두도 대단하지만, 아무래도 본 적이 없는 '단장'이란 사람이 대단하다고 본다. 한 가지 의문도 든다. '부단장'이라는 직책 위에 바로 '단장'이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간부급이라고 해도 이 배후에 무언가 더 있을 거란 예상이다. 조금 더 비밀주의에 한참 어두울 수밖에 없는 면모가 있을 거란 예상이다. 그래도 괜찮다. 타고 가는 배가 방주라는 것은 다르지 않다.


'단장'에 대해서.


참 특이하다. 수장이 누군지 몰라도 이 연결고리가 유지된다는 것도 대단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특이하지도 않다. '단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이 집단의 정체성은 끝까지 유지되고 있다.

'멘데이트'가 우려했던 배신자들이란 것도 집단의 정체성을 흐리게 할 수 있는 요소라고 판단한 것이었지만, 몇십 명 중에서 1명이 사라지기만 해도 무탈하다.

'단장'을 몰라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 몰라도 된다는 의지가 통용된다. 비밀주의를 인정 못하는 건 아니다. 정보란 입소문을 타는 순간 비밀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당부할 상황이 있다."


바로 본론을 말해도 되지만 뜸들인다. 누가 반응을 보여야 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입을 다물고 '부단장'을 쳐다본다.


"'데몬' 때문이다."

"왜죠?"


웬만하면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 이름이 불려진다는 건 피하고 싶었다. '부단장'이 '멘데이트'에게 전면 맡겼지만, 스스로 판단해서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악재가 일어났다고 받아들인다. 적어도 보통 일은 아니라고 의심한다.


"너무 성실해서."

"···이해가 안 됩니다."

"자숙하라고 했지만, 계속 해결하고 다닌다."


오히려 그게 배신자의 면모일 수도 있지만, 직접 대화를 해봤으니 그렇다는 말이 나올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입장에서 눈엣가시인 건 똑같다. 능력 자체는 간부급이라도 성향 자체가 순수해서 탈이다.


"지난번에 부탁한 대로 '멘데이트'가 담당해주면 좋겠다."

"'데몬'의 보호자가 되라는 말씀입니까?"

"조금 비약되었어도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지."


마땅히 할 일도 없는 마당에 괜히 꼬리표를 잘못 받아서 귀찮게 되었다. 그렇다고 마냥 비관적이지는 않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 '멘데이트' 본인이 전담을 받는 게 마음에 편하다.

이번을 계기로 선교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엿본다.


- - - - - - - - - -


"이제 보니 참 이상한 놈이네. 전화기도 안 가지고 다니면 평소에 연락은 어떻게 받는 거야?"

"PC가 있긴 하더라."

"그래? 아니, 그건 어떻게 아는 건데?"

"집에 가본 적이 있거든."

"그래서 잘 아는 거였나?!"

"소린 지르지 말고."


한 소리도 못하고 쫓겨난 것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묻지 않으니 제외하고, 그런 상황이 중요한 것 같진 않다. 중요한 건 '아프로디테'에게 있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태워다녀야 할 거라는 양상이 귀찮겠다. 하필 본인이 나태한데 나머지 두 명이 성실하다고 하면 그것대로 피곤할 것이다.


"별 일 없었고?"

"없어."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거 맞냐?"

"두려운 건지."

"죽고 싶진 않거든."

"얘길 안 해봤으니까 그렇겠지."

"어쩜 그리 태평해질 수가 있는 건지. 무슨 얘길 한 거야?"

"사상 검증."

"진짜 직설적이다."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자 지난번과 똑같은 고민을 한다. 또, 집에 부재중이면 어쩔까. 보아 하니 집 전화는 있던 걸로 보이는데 그 번호라도 알고 방문 전에 전화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에는 전화 번호는 꼭 물어보고자 한다. 똑같이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달라고 호출을 보낸다.

문이 열리고, 그 뒤로는 무난하게 집 현관 앞에 도착한다. 초인종을 누르고 '데몬'은 맞이한다. 문 앞에서 인사해봤자 '데몬'은 답할 수 없으니 '아프로디테'와 같이 곧바로 안에 들어간다. 화이트보드와 유성 사인펜이 보이고서야 소통이 이루어진다.


"다름이 아니라 주의를 주러 온 것이기도 하고, 명령을 하러 왔지."


'멘데이트'가 아니라 '아프로디테'가 무작정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면식이 있는 쪽은 '멘데이트'인데 대담하게 어떻게 들릴지 고려를 안 하고 들이댄다.


"너무 해결하려고 드는 것도 우리에게는 민폐이니까. 어차피 니가 해결한 것들은 그쪽도 해결해 줄 거라서 건드리지 않아도 괜찮잖아?"


'사실 그만두려고 합니다'


순종적인 반응이다. 오히려 너무 순종적이라서 역효과가 일어난다. 잘못을 하고 나서 이제 와서 피드백을 바로 반영하겠다는 건 일반적으로 의심이 될 수밖에 없다. '아프로디테'도 미덥지 않은 게 당연하다.


"그걸 어떻게 믿냐?!"

"안 좋은 일이라도 일어났다거나?"

"그럴 수도 있겠는데?"


'데몬'은 이렇게 적는다.


'안 좋은 일은 아니죠'

'저 멘데이트씨'


불과 3초만에 고쳐 써서 주도권을 잡고 굳이 한 명을 지정해서 부른다.


"왜?"


'아프로디테씨를 설득해줄 수 있을까요'


"뭘 설득해?"

"뭘?"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적는 '데몬'은 그게 최선이었는지 더 이상 적지 않는다. 설득하라고 해도 '아프로디테'를 어떤 식으로 설득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목을 '데몬'에게 집중해야 겨우 단서 하나를 건질 수 있을까, 하는데 은근슬쩍 시선이 시계를 향하는 걸 보고 의심을 한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시간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까지는 해낸다.


약속.


그렇게 따지면 매우 상징적이고 전형적이긴 하다.


"누가 오는 거냐?"


'아프로디테'가 말한다. 벌써 '멘데이트'의 입에 오르기 전까지 먼저 판단한 것이라 기대를 했었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좀 더 직관적으로 구두 소리가 복도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야, 잠깐."


행동력이 넘치는 건 '데몬' 쪽이다. 달려나가는 순간 선점을 당한 셈이다. 누가 이 시간에 올 손님인지 알아내는 싸움에서는 지게 된다. 그래도 '데몬'이 곤란해 보이는 건 기정사실이다.


"누군지 알아야 될 거 아니냐?"

"기다려."

"그래, 기다려야지?"

"너."

"어··· 나?!"


'아프로디테'를 제동시키고 대신 '멘데이트'가 확인하러 간다.


최선.


관계상 어떤 곤란한 상대가 와도 그나마 화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꼬이더라도 솟아날 구멍이 있게끔 하는 게 중재자의 의무다. 초행인 '아프로디테'를 전선에 놔두는 건 역시 불안하다.

'데몬'이 문을 열자 밖에 있던 손님이 묻는다.


"안에 누가 있는 거지?"


이미 파악된 상황에서 몸을 숨길 필요는 없다. 확실하게 전투 태세를 무마시키기 위해서 최소한 낮춘 자세로 상대를 임한다.


"그냥 동료죠. 집주인과 마찬가지로 적대시하진 않을 거니까요."


목소리가 굉장히 익숙해서 그렇게 이상하다 못 느낀다. 이상한 건 이런 구도다. 목소리를 먼저 알고 그 뒤에 얼굴이나 분위기를 안다는 것은 도청기의 한계다. 그동안 잠잠했다고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데몬'이 벙어리니 그럴 만도 했다. 연락이 아예 없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진'이 분명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용병 파트만 끝내고 원 컬러 매지션 연재를 재개하려고 합니다. 21.06.22 40 0 -
공지 연재주기는 제 맘대로입니다. 21.05.13 49 0 -
59 용병(23) 21.07.15 31 0 15쪽
58 용병(22) 21.07.15 35 0 12쪽
57 용병(21) 21.07.13 35 0 12쪽
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53 용병(17) 21.07.06 35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8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9 0 12쪽
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47 용병(11) 21.06.29 39 0 12쪽
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45 용병(9) 21.06.27 37 0 12쪽
44 용병(8) 21.06.26 36 0 12쪽
43 용병(7) 21.06.24 38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2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0 0 12쪽
27 멘데이트(7) 21.06.07 38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3 0 11쪽
» 멘데이트(4) 21.06.03 34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7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40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19 ???(4) 21.05.28 39 0 13쪽
18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39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8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5 0 14쪽
13 로래스(11) 21.05.23 36 0 12쪽
12 로래스(10) 21.05.22 58 1 11쪽
11 로래스(9) 21.05.22 38 0 12쪽
10 로래스(8) 21.05.21 44 1 12쪽
9 로래스(7) 21.05.19 42 1 12쪽
8 로래스(6) 21.05.19 40 1 11쪽
7 로래스(5) 21.05.18 50 1 13쪽
6 로래스(4) 21.05.17 62 3 12쪽
5 로래스(3) 21.05.16 80 1 12쪽
4 로래스(2) 21.05.15 83 3 12쪽
3 로래스(1) 21.05.14 111 2 12쪽
2 자기소개 21.05.13 229 9 12쪽
1 프롤로그. 희생자 1 21.05.13 408 19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