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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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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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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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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DUMMY

진짜 목적지는 광화문 광장이라지만, 버스 주차는 멀리 떨어진 곳에 한다. 버스 자체는 의미가 없다. 단순히 인원을 운송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차량이라서 한 번만 쓰이고 돌려줘야 하는 거, 웃긴 게 산 것도 아니고 대여이기 때문에 괜히 망가뜨리면 안 되므로 현장과는 먼 곳에 주차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캠핑카다. 광화문 광장에 세팅된 무대에 오르기 전에 캠핑카는 무대 뒤에 바로 주차해서 안의 짐들을 나르기 좋게 한다. 깔맞춘 후드를 두른 우리들은 안의 짐들을 모두 무대 위에 오르는 데에 힘을 쓰고 퇴장한다. 퇴장은 캠핑카를 타고 버스가 주차된 곳으로 향하는 방식이다. 그 뒤로 깔맞춤 했던 복장은 다 벗어던지고 각자 골목이나 아울렛으로 사방 팔방 흩어지며 다시 광화문 광장 주변으로 가는 게 수순이다. 치밀함을 위해서 한참 돌고도는 방식이다.

식에 관여할 건 없다. 단 2명, 무대에 오른 두 명이 막을 젖히고 모든 식순을 다 처리할 것이다. 해봤자 12분 남짓할 식이기 때문에 우리는 멀리서 지켜본다. 8층 레스토랑의 비상구 계단에서 망원경으로 이를 지켜본다.

막을 열어젖히고, 그 안에 커다란 보자기 10뭉치를 광화문에 있는 시민들에게 보여준다. 뭐겠냐. 시민들은 사전에 몰랐겠지만, 그 안에 있는 게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보자기를 찢으며 공개하는 그 순간 그렇게 전율이 느껴지지 않는다.


------!!


너무 멀리서라서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안 들린다.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도 없어서 육성으로 말하는데, 그것만으로 모두를 동요시킬 수 있는 건가. 부단장의 목청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만, 역시 그래도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게 좋을 때가 대부분이다. 한 10명인가? 막이 열리자마자 눈여겨 보는 모양이다. 이외에도 지나가는 차들 중 일부 멈추는 차가 있는데, 아무래도 신기해서 영상을 찍으려는 의도가 다분하지 않나 싶다. 운 좋게 우리에게 이미 동화되어 있던 일반인이 지나가다가 이를 목격하고 광신도처럼 발광하는 장면은 기대도 안 한다.

콘서트를 바라고 하는 짓거리가 아니니까. 사전에 알리지도 않은 행사를 찾아와서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다름이 아니라 일파만파 소문이 퍼지는 걸 유도하는 것이다. 정치권이랑 다른 게 없다. 행위 자체가 합법적이고 정당해서 사람들이 선동을 당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신조와 동일한 면모가 있으니까 동조하는 것.

그게 나쁜 일은 아니다. 정치라는 게 그렇다면 일상도 똑같다. 언제나 정의는 뒷전이다. 공통점이 우선이지. 단편만 보고 동조하여 참여했다가 심화될수록 여기가 내가 바라던 이상향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이 가장 큰 위기다.

이 집단은 자주성이란 게 없다. 무슨 정당한 시민 단체도 아닌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주제에 합법을 따지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물론 저 시위라고 할까, 모임이나 행사는 불법이다. 공식적으로 공공 기관에 신고를 안 하고 저지르는 자유를 표방한 행사다.

내용은 공개처형, 기관이 잡는데 애를 먹었던 수배범 10명을 무대 위에 올리고 하나둘씩 죄명을 읊으면서 죽이는 내용이다. 유쾌하다. 사회의 쓰레기를 처단하는 일이 다 그렇긴 한데, 무엇보다 자극적인 쇼까지는 아니다. 피가 튀기는 극심한 유혈사태는 아니라 가볍게 심장만 파열시켜 입에서 흐르는 피로 죽은지 판별하는 수준이다. 유혈이 낭자하지는 않는다. 한 명씩 픽픽 무대 위에 누우면서 형은 집행된다.

그리고 시체를 그냥 바닥에 버리는 쓰레기처럼 무대 위에 방치할 수는 없다. 사실 방치를 하는 게 꺼려서 그러는 게 아니고 다 쇼를 위한 식순도 있는 법이다. 공개처형 자체는 부단장이 아닌, 사실 부단장이 직접 한 것처럼 머리채를 붙잡고 있었지만 정작 죽인 것은 옆에 망토를 두르고 있는 열렬한 부단장의 오른팔이 한 일이라 사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공범이 아니란 소리는 아니다. 둘 다 사형을 면하긴 힘들어 보인다.

따지고 보면 사형이란 제도는 처절하게 재밌기도 하다. 반면에 당하는 건 매우 거추장스럽다. 그들만이 좋으라고 만든 제도가 아닌가, 사형이란 건. 있지도 않았던 나라였는데, 덕분에 건전해진 건 그렇다 쳐도 우리들에게는 그러한 심판의 여지가 없으니까. 내가 여기에 스스로 몸을 이끌고 온 경위는 그렇다.

그래서 세상이 공손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폭발적인 행위 자체가 없다. 급변이란 없다. 이게 혁명 단체인가, 정치 단체인가.


"지겨움의 연속이네."


-----!!

와아아아!!!


단순 보여주기식이라도 환호성을 지르는 병신들이 있다. 저딴 것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도 참 대단하다. 알고서 찾아온 게 아닌데 저 정도로 몰려든다고? 생각이란 게 없는 모양이다. 저런 것에 동조하는 걸 겉으로 드러내면 쪽도 못 쓸 텐데. 잘못 눈에 찍히면 작당들이 아니라도 동일 취급해서 나락가는 건 한순간이다.


"이제 끝나나?"


환호성은 계속된다. 시체를 능력으로 한줌의 재로 만드는 작업이 끝날 때까지. 단순히 불로 지지는 게 아니라 즉석에서 굴뚝과 화덕을 만들어서 그 안에 불태우고 있다. 불 태우는 것까지는 부단장의 능력이고, 굴뚝과 화덕이 오른팔의 능력이다.

역시 공손하다. 함부로 이를 보는 이들에게 악취를 맡게 할 수 없으니까 저런 형식을 취하는 것이지. 시체를 화장시킬 때 악취가 안 난다고 하면 저럴 일도 없겠다. 그만큼이나 세상도 잘못 만들어진 것 같다. 왜 쓸모없어진 것들이 더욱 세상을 악하게 만들도록 설계되어 있는 건가. 이건 이상하다. 마치 생명과도 같이 일부러 세상이 멸망하게끔 설계되어 있게. 세상이 소모품처럼 하나만 있지는 않아 보이게. 세상이 소모품이라면 그 안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소모품인 것도 지당한 논리다.


"끝났네."


폰을 보면서 생각한다. 아직 방송 시간은 아니라서 들어간다고 해도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 나를 괴롭힌다. 어차피 이 기획은 우리더러 반은 호위하라고 보낸 것이 맞지만, 반은 잡히지 말라고 부단장과 오른팔 오직 둘만이 일을 처리하도록 되어 있는 터라 집에 돌아가도 되었다. 그냥 할 일이 없어서 지켜봤던 거지, 그 이상은 아니다.

이것으로 무언가 변동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차근차근 인터넷이 알려줄 거라 큰 기대는 안 한 채 건물을 내려간다.


- - - - - - - - -


평소처럼 방송을 보는 도중에 채팅창에 이상한 글귀가 보인다.


[공개처형 영상 보신 분?]


뜬금없다. 방송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애초에 게임 방송이라는 현실에서의 일탈에서 갑자기 현실 기사를 언급하는 것은 어그로가 아니면 뭘까.


[봄 ㅇㅇ]


빠르게 방송 내용에 관해서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의 대화가 오고 가는 도중에 그런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나와 멀지 않은 얘기라서 그런가, 유독 신경 쓰인다. 올라오는 글 자체는 매우 적은지라 스트리머나 시청자나 반발을 일절 안 하는 중이다.

따지고 보면 반응하는 게 이상할지도 모른다. 그런 것에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들여다 보지 않는 편이 편하게 살 길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미 정돈된 질서에 따라서 생활하면 되는 게 삶이 아닌가. 한참 사회적 동물을 이룬 지가 언젠데, 그게 짐승과 다른 우리의 특권이다.


[광신도 집단 아님?]

[멋있긴 해도 좀;;]

[할 짓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죠 뭐]


내가 할 짓 없는 사람이라 할 말은 없다. 확실히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은 아니고 죄다 백수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백수이니까 우리들도 급여를 달라는 날로 먹으려고 모인 사람들이 아니란 것도 확실하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것도 모르고 들어간 쪽이 멍청하다. 나처럼. 비밀 결사인 만큼 룰도 비장할 텐데 그것도 모르고 나갈 수 없는 조직이란 걸 알았으면 가입하지도 않았다. 기관과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온다. 들어가지는 못해봤는데 그래도 급여는 제대로 나오는 곳인 게 기관인데, 여긴 급여도 주지 않으면서 중간에 신념이 바뀌었다고 이를 인정해주지도 않고 탈퇴는 곧 죽음이란 식으로 협박을 한다면 어디가 낫냐. 그딴 말은 안 한다지만 어떻게 순화시켜도 그렇게 들릴 수밖에 없다.

사람이 기계인가. 사상 하나를 폐기될 때까지 담아 두고 가게? 어찌저찌 계기를 통해서 신념이란 변할 수도 있는 걸 인정을 안 해주는 게 이상하다. 가령 회사에서 면접을 시킨다고 해도 그 새끼가 봉급에 상관 없이 회사를 부흥시키기 위해 혼신을 쏟아붓는다고 확신해서 뽑지도 않잖아?

중소기업에라도 취업을 못하는 건 그것 때문이긴 한데, 사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좆같아 보인다. 내가 왜 그것들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지 당위성이 없다. 돈을 많이 주니까 대기업, 이딴 논리밖에 없다.

근데 돈이 없긴 하다.


- - - - - - - - - -


자주 써먹는 방법은 공사장 막노동이다. 능력을 곁들이면 막노동도 아니다. 능력만 이용을 하면 철근 2개까지는 혼자서 나를 수 있고, 위험한 작업도 철을 만드는 능력이라서 발판이나 안전장치를 내가 만들어서 이용하는 편이다. 그래도 방탄모는 쓰기는 하나, 솔직히 덥다. 안전모라니, 머리를 지킬 수단이 없는 사람들에게나 안전모지. 막는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10층에서 떨어지는 망치를 온전히 막을 수준은 되나?

그런 나머지 이런 곳에서는 능력자란 누추한 곳에 온 귀빈 취급이다.


"나 좀 도와줄 수 없을까?"


아니, 귀빈이긴 한데 존나 할 일이 많은 귀빈이다. 능력자라서 부려먹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그만큼 급여를 더 주니 좋긴 한데, 따지고 보면 일반 노동자의 2배인데 체감으로는 3배의 일을 하는 중이다.

하나만 꼽자면 지게차가 할 일은 내가 한다. 자재가 쌓인 팔레트를 옮기는 일인데, 손으로 옮기지 않고 유동적인 금속 구조물을 만들면 원하는 방향으로 옮길 수 있긴 하다. 괜히 그렇게 시키면서 옆에서 운전하는 것처럼 어디로 옮겨야 한다는 방향 지시를 하는 게 짜증난다. 하는 건 나인데 잘도 참견한다. 두 번째로 짜증나는 건 그렇게 움직이고 잇는데 무슨 능력 구사가 쉬운 줄 알고 근처를 지나치다가 짜증을 내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럴 때마다 죽이고 싶은 살인충동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여태까지 무사고로 지내고 있다.

능력자는 무능력자에게 배려해야 한다는 교육을 아직도 나는 따르고 있는 건가 싶다. 그건 거의 저주가 아닌가. 능력자는 저주받은 자라고 생각했다. 지금에서 보면 능력 자체는 저주가 아니다. 저주란 건 사람이 사람을 향해서 안 좋은 일이 벌어지도록 소망하는 것이지? 그러면 그 교육이 능력자들을 저주하는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 소년원 같은 곳에 1년 있던 게 인생관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덕분인지 때문인지 마음대로 사람을 죽이고 싶지가 않다. 죽이는 일은 쉬운 데도 그렇다.


"고마워라. 일 끝나고 같이 회식하지 않겠나? 미안해서 그러니. 당연히 쏘는 거네."

"안 그러셔도 되는데··· 고맙습니다."


가끔 이렇게 인간성을 느낀다. 진짜 기계처럼 일해야 하는 곳에서 반갑게 내 식비를 아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생기니 저절로 미소가 생긴다. 오늘은 편의점에서 그 지랄을 안 해도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분 좋은 날이다. 맨날 이렇게 인간성이 좋은 사람들만 만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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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용병(21) 21.07.13 34 0 12쪽
56 용병(20) 21.07.12 37 0 12쪽
55 용병(19) 21.07.09 33 0 12쪽
54 용병(18) 21.07.07 31 0 12쪽
53 용병(17) 21.07.06 34 0 12쪽
52 용병(16) 21.07.05 35 0 12쪽
51 용병(15) 21.07.03 38 0 12쪽
50 용병(14) 21.07.03 34 0 12쪽
49 용병(13) 21.07.01 27 0 12쪽
48 용병(12) 21.06.30 37 0 12쪽
47 용병(11) 21.06.29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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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용병(8) 21.06.26 34 0 12쪽
43 용병(7) 21.06.24 37 0 12쪽
42 용병(6) 21.06.23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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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6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2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5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1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5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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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멘데이트(7) 21.06.07 38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1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2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5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39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2 0 12쪽
19 ???(4) 21.05.28 37 0 13쪽
18 ???(3) 21.05.27 37 0 12쪽
» ???(2) 21.05.26 35 0 12쪽
16 ???(1) 21.05.26 39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7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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