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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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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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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320,977

작성
21.05.2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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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로래스(8)

DUMMY

오랜만에 술에 절여서 자지 않았다고 생각한 건, 잠시 어제 있었던 기억이 없어져서 그렇다.


정확히 기억하기로는,

당장 일이 끝나고 병원에 가서 응급 치료를 받고,

상처 자체도 큰 것은 아니고,

의식도 멀쩡하니까,

입원 수속을 밟지 않고 진통제하고, 그··· 뭐냐,

하여튼 상처가 나아지는 약을 주었을 테니 받고 돌아왔다.


야간 작업이었으니 출근을 안 해도 되는 건 그렇다만,

아놔

조금만 움직여도 아프다.

붕대를 잘 감아서 문제인가.

유리 감옥의 설계 자체는 괜찮았다.

안에 뾰족한 부분이라도 있었으면 즉사였지 않았을까.

골 때린다.

아, 때렸지, 실제로.

나름의 방어 체계였는데,

그래도 오랜 시간 농성할 걸 예상하고 숨 쉴 공간을 만들었더니 이렇게 돌아온다.


여차하면 손아귀에서 벗어날 때 유리 감옥을 핏에 맞게 제작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은 건 '동료'가 있어서였고,


그렇게 남의 탓으로 넘어가는 건 좋지 않다.

지켰으면 됐지, 뒷끝 없게 간다.

손해는 아니다. 수당과 비교해 보면 훨씬 이득이다.

아무리 기관이 구르게 한다고 해도 다친 사람까지 그러지는 않는다.

명실상부한 유상 휴가다.

이러면 휴가를 언제까지 할지가 의문이다.


'상사'와 협상을 해야 하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협상이 필수불가결인 것도 아니다.

살포시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알아서 아직도 아프겠거니 하고 있을 테니까.

그러나 안정적인 선택지는 아니다.

입원했다는 진단서도 없기 때문에

자택 치료라고 하면 눈치가 보일 수도 있다.


그럼 눈치를 보지 않으면 된다.

알아서 일들 하라지. 솔직히 그 부서에 우리만 있나.

그냥 이렇게 쉬련다.


···


···


잊은 게 있다면 '동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다.


그건 그렇다.

융통성 있게 다른 팀에 임시로 편입되어 활동하면 되긴 하다.

적응에 대해서는 그렇게 문제를 삼지 않아도 된다.

적응력이라도 없었으면 이 자리에 오래 못 있었겠지.

그러나 적응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팀워크를 어떻게든 맞춰 보려고 노력은 하겠다마는,

능력 자체를 활용하기에 까다롭다.

탐지 능력 자첸 어느 팀에서도 활용되기 좋겠지.

정작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아서 문제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는 분명히 효과 만점인 능력이다.

그런데, 어제와 같은 상황이라면,

내가 없었으면 확실히 죽었다.


약한 편도 아니다.

95위라는 턱걸이긴 해도,

어느 정도 위력은 있다.

바람을 일으키는 능력과 염동력,

둘이 비슷해 보여도 염동력이 조금 더 상위호환이다.

공기도 사물이라서 염동력으로 조종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 이유는 공기이기 때문이다.

단단한 물체를 쥐고 흔드는 게 백 배는 안정성과 위력이 높다.

쥐고 흔든 게 스티로폼 정도면 몰라도 철근을 튕겨낼 수는 없다.

똑같은 계열의 능력자가 기관에서 48위엔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리 잘나도 능력 종 자체에 한계가 있다.

죽고 죽이는 싸움에서 기능이 많다는 것은 부가적인 것이고,

방어력이 좋나,

공격력이 좋나,

이것들이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우리 팀이 최약이다.

단 2명!

공방은 거의 내가!

차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크지만,

1명은 편의성 담당!

1명이라도 필요하다.

알아서 공방이 가능한 인원이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는 임무들이 대 능력자가 아닌 것도 있지만,

아니, 그게 나을지도?

위험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약하다는 것을 수뇌부에서도 인지하고 있을 테니까 그렇겠지.

지금이 낫다.

그냥 이대로 갔으면 좋겠다.


띵-동-


유쾌한 벨소리.

불쾌한 일어나기.

내가 아프다고 한들 세상이 알아 줄 리는 없다.

그러나 택배도 안 시켰는데?

과연 이 오피스텔에 누가 찾아왔을까.


어렴풋이 그 정체를 알 것 같긴 하다.

친족이라고 하면 서울에 있진 않아서 올라온다면 연락이라도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 연락 없이 올 사람이라면,


"너냐."


'동료' 정도 밖에 없다.

그조차도 확신은 아니었다.

현재 멀쩡히 출근해 있어야 할 사람이 이곳에 온다는 건 보통 떠올릴 수 없다.


"병문안?"

"그렇지."

"출근은?"

"마침 팀의 과반의 전력이 망가졌으니까 휴가나 냈지."

"전력이 나인 것 맞지. 그래도 임시 편입으로 할 수 있는 거 아니었냐?"

"내 뜻은 아니야."

"아, 그러냐."


그 말이면 이해는 된다.

내 기준에서는 다른 팀에 팔려가도 괜찮을 것 같단 말이지.

그러나 환자가 되어서 집에 박힌 사람의 의견이 귀에 들어가진 않겠지. 지금 전화해서 따지려고 해봐도 여기에 온 이상 늦은 셈이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낸 사람이라기에는

태연하게 내 집으로 들어오고 있어서 그냥 놔둔다.

쉬고 싶었나 보다.

아니, 그보다도,


"그건 그렇고, 도대체 뭘 들고 온 거야?"

"멀티 그릴과 돼지고기 세트."

"병문안이 거창하네."

"대신 술은 빌려마셔도 괜찮은 거지?"

"그 정도 사왔으면 술을 털러 왔냐고 말하기도, 뭐, 그래라."


하지만, 당부한다.


"본래는 저녁이지만, 일도 없으니 낮술해도 되겠지."

"그게 걱정이라니."


더욱 궁금한 것은 '동료'가 술을 마실 수 있냐는 것이다.

주량은 얼마나 되나,

괜히 먼저 나가떨어지면 나만 곤란하다.

아니면, 주사를 부린다던가.

주량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혼자 마시는 것이다.

정상인 사람에게 뒷정리를 보통 맡기는 게 술자리다.


"의외로 깨끗하네."

"뭘 바랬던 거냐. 청소라도 할 요양이었냐."

"자취니까 더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

"청소기도 있다고."


대신 화장실은 두려워 하는 편이다.

그 쪽은 딱히 문명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제 아무리 좋은 세정제를 뿌려도 닦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손걸레는 능력으로 커버하기에는 차라리 맨손이 낫다.

괜히 그런 분야에 재능을 갈고 닦기에는 귀찮다.


"바로 먹을 건 아니지?"

"방금 일어났다."

"배고프다고?"

"병원에서 돌아와 내가 술 말고 뭘 먹었겠냐. 술도 먹지 않았지만."

"그럼 바로 먹지."


그렇게 말하고는 세팅에 들어간다.

정말 고기뿐이다. 다른 밑반찬이란 게 없다.

밑반찬을 즉석에서 마련할 수 있지도 않다.

그나마 있다면 고향에서 날아온 김치 한 박스가 냉장고 안에 있다.

그것 말고는 쌈장이나 마늘도 없다.

영양적으로 불균형이 심하다.


내가 굽는 게 보통이긴 하다.

이번에는 양도한다.

본래 진통제가 졸리게 만드는 데 일조하니까.

차마 고기 하나하나를 눈여겨 볼 상황이 아니다.

정말 당분간은 출근을 안 하는 게 맞는 도리겠다.


"왜 바짝 익히는 거지."

"너처럼 해줄까?"

"니 취향대로. 그냥 취향이 왜 그런 건지 묻는 거지."

"이유는 없지."

"기생충이나 이런 것 때문이 아니라?"

"가족들이 그랬으니까, 나도 이러는 거지."

"더할 나위 없이 모범적인 답변이네."

"너는?"

"기생충 걱정을 한다면 하지. 그래도 생고기는 싫으니 어느 정도 익혔으면 먹어도 되는 게 아닌가? 역시 귀찮아서지."


그러더니 자연스레 냉장고에 눈을 돌린다.

굽는 거는 굽는 것이고,

술을 꺼내려는 찰나다.


"이건 뭐야."

"놀랐냐?"

"안 놀랄 리가."


그럴 법도 하다.

최소한의 반찬은 제외하고 술이란 술로 가득 찬 냉장고 안은 신기하겠지.


"어떤 걸 꺼내야 하지?"

"손에 집히는 걸 꺼내오면 되지."

"비싼 것들 아니야?"

"싸구려인 것도 있지."

"어떻게 쇼핑을 하는 건지."

"닥치는 대로 사 오면 쇼핑이지."


합리적인 충동 구매.

그렇다고 버리진 않고 끝에는 다 마셔서 처리한다.

끝내 들고 온 것은 반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한 맥주 회사 걸 고르는데, 무척 가성비가 좋은 선택이다.

그대로 들고 와서 맥주잔에 따르고,

고기는 식어가는 맥주에 반비례해서 익어가고 있다.


"역시 유리라서 안전하지 않았던 거지."

"방탄복을 만들어도 방탄복에 철과상을 입는 느낌이지."

"전혀 생각도 못했지."

"어쩔 수 없었던 거다."

"어쩔 수 없진 않았지."

"어떻게?"

"내가 에어백을 만들면 되었으니까."


그런 방법이 가능하긴 했다.

'로래스'도 떠올리지 못했던 방법이다.

유리로는 적의 공격을 방어하고,

에어 쿠션으로 유리의 공격을 방어한다.


"그딴 후회를 지금 한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지. 다음에 써먹을 수 있는 병법이 많아졌다는 게 중요하지, 안 그러냐?"

"안심했었지."

"뭐?"


전혀 듣고 있다는 반응이 아니다.

그냥 제멋대로 말하고 있다.


"나는 괜찮았지. 그래서 안심했지."

"그랬냐?"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요?"

"날 안아서 그 사단이 난 건데, 기억에 없는 건가?"

"그랬다고?"

"그랬어."


단순한 병문안인 줄 알았더니,

답례라고 해야 하나.

그게 그렇게나 죄책감에 시달리게 한 것인가?

지난 밤 동안?

그것 참,


"우습네."

"뭘?"

"그게 그렇게나 마음에 들었던 일이라서 그러냐? 내가 무슨 까치 다리를 치료한 것 같이 여기네."

"그러지는 않았겠지."

"그러면 아무렇지 않았던 것처럼 넘어가면 되지. 너무 정이 많아. 그게 인간성이냐 사회성이냐 그런 변명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래서는 짐만 늘어날 뿐이지. 목숨을 구해준 은인, 그런 은인에게 도대체 얼마나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니 목숨값은? 하물며 내 목숨값은? 목숨값을 서열로 나누겠냐, 지금까지 죽인 범죄자 수로 헤아리겠냐. 헤아릴 수 없지. 돈으로 갚을 수 있냐는 문제가 아니지. 그렇다고 목숨을 살려줬으니 나중에 내 목숨을 살려달라? 결초보은이라고 하던가? 그딴 연명 따위 바래서 그런 건 아니니까."

"어차피 지킬 거니까."

"같이 싸운다고 해서 지키지 않아야 할 의사라는 게 있던가?"

"없지."

"목숨을 버리고 살려야 하는 때가 온다면, 그건 고민해야겠지."

"방금 말은 뭔데?"

"적어도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지킨다는 마음가짐은 없다. 지키면 지키는 거지, 수 틀려서 내 목숨을 마음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듯 하지는 않을 거라고."

"그러니까 지키는 건 지키더라도 목숨을 부지하겠다고?"

"아마, 그럴 거다. 만약 지키다가 이번처럼 치사율이 어느 정도 있었으면 부주의해서 생긴 일이었으니 즉사 했어도 지옥에서 할 말은 없을 거다."


사람의 가치는 안타깝게도 매길 수는 있다.

재능, 재산, 인맥, 유산, 기여도 등등.

여러 수치화된 자료들로 가치 자체를 매길 수는 있겠다.

목숨값에 경중이 있단 것은,

목숨값을 돈으로 매길 수 없다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렇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로래스'라서 그런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딴 걸 알아봤자 의미는 없지. 대가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아마 뭐든지 구하려 할 거다. 그리고 뭐든지 범죄자면 죽이는 것도 똑같은 이치지."


바로 맥주잔을 비운다.

원샷, 그리고 다시 채운다.

역시 2명이니까 한 병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겠다.

특히나 안주가 있는 상황에서의 음주란,

안주가 바닥나기 전까지는 이 원샷이 계속되겠다.


주량은 거뜬하다.

배도 거뜬하다.

그러나 생각이 없기에

'동료'의 사정을 신경 안 써주는 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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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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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용병(7) 21.06.24 38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1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5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2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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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2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3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6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39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19 ???(4) 21.05.28 38 0 13쪽
18 ???(3) 21.05.27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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