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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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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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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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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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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멘데이트(5)

DUMMY

"누구냐?"


서둘러 '데몬'이 부탁한 설득이란 걸 '아프로디테'에게 시전한다. 아무래도 '진'이 문제는 될 것 같지 않고 '아프로디테'가 난리를 피울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침착하지 못한 쪽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기관의 '진'이라고 전에 '제우스'를 죽였던 녀석이니까 안심해라."

"······안심할 거냐, 그게."

"'데몬'과 항상 접선을 가지니 성향은 비슷할, 거라고 믿어야지."


4대 원소 중 하나인 바람 능력자란 특징은 실제 전투력을 측정하기도 전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론상으로는 최강의 능력이란 게 옛날부터 학습되어 왔다. '부단장'의 당부가 기억이 난다. 이제 살인에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는 살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일말의 자비라도 없겠다.

당장 원격으로 죽일 수도 있었을 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내서 이야기를 시도하는 건 휴전으로 받아들인다. '데몬'이 '진'과 '멘데이트'의 사이에 서서 화이트보드로 중재를 하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을 적는지는 '멘데이트'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다 자경단이라고?"

"말한 대로."

"···붙을 의사가 없으면 이쪽도 없지."

"너도 그런 부류인가."

"어떤 부류?"

"이 집주인하고."

"아마 닮지는 않았지. 굳이 말하자면 이건 물려받은 거지."


'데몬'이 화이트보드로 '멘데이트'에게 말한다.


'차분히 얘기하죠'


"들어와야 하지 않나."

"같이 이야기하자는 말이지?"

"우리도 방금 와서 돌아가긴 그렇지."


세 명까지가 만원이었다고 본다. 네 명이 오니 이미 자리잡고 있던 쓰레기들과 어질러진 생활 환경 속에서 발을 디딜 곳을 찾는 게 급선무다. 선처를 구해서 널브러진 잠옷 같은 옷을 치워버리고 남은 바닥에 다리를 오므리며 앉는다.

상세히 들어가면, '아프로디테'는 양반다리, '진'은 '멘데이트'처럼 오므리고 있고, '데몬'은 집주인의 특권으로 의자에 앉아 화이트보드를 잡고 있다.


'무슨 얘기를 할 건지'


'멘데이트'의 사념처럼 '데몬'이 우리의 사고를 지정해준다.


비슷하지.


"무슨 얘기가 필요할까?"

"······."

"내가 손님 행세니까 왜 왔는지 설명부터 할까."

"그래도 되지."

"점심 시간인 참에 경고나 해주려고 왔거든. 수사에 관여할 생각을 말라고."


'진'의 혜안에 한 번 놀란다. 상부의 지시를 온 것과 달리 순수한 선의에 근거해서 위험성을 알리려고 온 것이면 여간 아는 사이라고만 받아들일 수 없다. 꽤나 교감이 깊었던 모양이다.


"똑같은 목적이라니."

"거기도?"

"우리도 걱정을 하거든."


단순 걱정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요소가 뒤에 숨겨져 있는 걸 차마 말할 수 없다. 유추도 못하게끔 단서조차 내밀지 않는다.


"그러면 더욱 신경 써주면 좋겠는데."

"명령존데?"

"명령조지. 안 그래도 이 집주인이 우리한테는 얼굴 마담이라서 혈안을 키고 후드의 정체를 알고 싶어한다니까. 우리와 마찰을 일으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트리톤'과 마찰을 빚은 것부터가 오버야. 그 이상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지."


굳이 '트리톤' 이야기까지 언급하는 건 무슨 배짱인 건지 의심스럽다. 솔직히 모르는 얘기였다. 우리가 이 사실까지 알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 게 '진'의 약점이라 말할 수 있다. 그건 그렇고, 어차피 당장에 유효한 선공을 적중시키지 않는 한 우리의 모가지가 달려있다는 건 벗어날 수 없다.

각자 방아쇠만 당기지 않을 뿐이다. 특히나 침묵을 하고 '진'을 노려보는 '아프로디테'의 방아쇠가 제일 걱정이다. 눈빛만 봐도 경계 태세라는 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포커페이스 따위 없는 정직한 패턴이다.


"민감한 부분일 수도 있겠는데, '우리'에서 '나'로 주어가 바뀐 건 '길로틴 글래스' 때문인가."


가정이 아니라 민감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부터가 자폭 스위치다.


"그걸 왜······!"


말 한마디도 없던 '아프로디테'가 책망하려 든다.


"그런가. 나도 의식을 못했는데."

"······."


생각보다 잠잠한 반응에 '아프로디테'는 다시 조용해진다.


"'로래스'가 죽을 때만 해도 자경단을 모조리 죽이고 싶단 생각이었거든?"

"그랬겠지."

"이 집주인이 아니었으면 그 마음가짐 그대로였겠지."


'로래스'가 '길로틴 글래스'의 애칭인 듯하다. 슬쩍 퍼즐을 맞춰본다.


"장례식?"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구나."

"어쩌다가 그랬지."


아무래도 우리의 소행인 걸로 알아두면 정보력을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간섭을 안 하는 것이지 굉장히 치열한 판이다.

하지만, 감수성 탓인지 달래주고 싶어진다.


"'길로틴 글래스'를 죽인 놈은 이미 죽였다."

"죽은 것도 아니고 죽였다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


그렇게 많은 이유도 아니다. 서술할 내용은 많을지언정 핵심적인 부분은 단에 유의미한 전력이 아니라서 그렇다는 이유 말고는. '멘데이트'는 그 일에 대해 후회를 일절 하고 있지 않다.


"후련하네."

"개 같은 놈이긴 했지. 복수심에 죽이려고 해도 숨어서 안 나오려는 놈이었으니까."

"플래시 몹처럼 뿔뿔이 흩어졌다가 모이는 집단이라 그런 경향도 있는 건가."

"너희들처럼 출근을 하지 않거든."


이것도 속이는 일이다. 실제로 간부급들은 한자리에 모이긴 해도 하위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걸,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출근을 한다고 하면 어딘가 기지가 있다는 걸 발설하는 꼴이라 이 역시 숨겨야 한다. 선전포고를 한 이상 어떻게든 뿌리부터 죽이려고 들 것이다.


'단장'은.


이쯤에서 '단장'이 만든 시스템은 대단한 것 같다. 이제 실재하는지도 의심스러운 존재라지만, 있다고 하면 일망타진이 되어도 단의 뿌리는 남아있는 셈이다. 만약 우리가 없어지는 날이 온다면 제 2의 자경단이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인가.


"근데, 우리가 언제 친해졌지?"

"이게 친해진 건가?"

"그래, 친해진 건 아니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즉, 신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지."


싸늘해진다. 능력도 아닌 분위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오싹함은 능력으로도 재현할 수 없다. 교묘하게 신경과 신경이 신속히 정보를 전달하는 그 현상을 내가 함부로 재현할 길은 없다.

조작하려는 것이 들통난 거라면 선전포고가 될 수 있는 발언이다.


"없었는데."

"그 말도 신용할 수 없지."

"아니면, '길로틴 글래스'를 죽인 범인을 처리했다는 걸 못 믿는 건가?"


특정 부분으로 돌려서 위기 모면을 시도한다. 그것만은 확실하게 진실이라, 그것도 직접 처리한 일이라서 어떻게든 설명할 자신이 있다.


증거도 있지.


증거, 라고 하기에는 의식이 두 가지 있다는 걸 설파할 자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이기적으로 한 쪽만이 원하는 건 아니고, 이건 양측 협의한 내용이다.


"그건 집주인이 가르쳐줘서 알고 있어."


'제가 알려줬습니다.'


모르고 있었는데, '데몬'이 화이트보드로 소통을 하는 중이었나 보다. '진'에게 몰두해서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어디까지 우리들에 대해서 아는지는 모르지. 그러니까 믿지도 않아. 가뜩이나 말단이라고 알려주지 않는 게 속이 터진다 말이지."


비슷한 처지에 공감대가 형성되나 싶으나, 아직까지 적대 관계라는 걸 잊지 않고 있다. 잊을 수는 없다. 사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만, 공적으로, 집단을 기준으로는 밟고 넘어가야 하는 상대다. 그건 '진'에게도 마찬가지다. 자경단과의 싸움을 공표한 이상 자칫 무시하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신변을 위협하는 일이다. 우리는 검을 뽑든 말든 상관 없어도, '진'이 선택할 문제다.


"슬슬 가야겠는데?"


뜬금없다.


"10분도 안 지났는데?"

"원래 집주인한테 말하는 게 용무의 전부였거든."

"약속은 언제 잡은 건데."

"2시간 전에."

"전화로 알려줄 수는 없나?"

"간이 얼마나 커야 직장에서 그럴 수 있을까. 어떤 귀가 대화를 들을지 모르니까."


'진'이 우리를 신용할 수 없는 것처럼 이쪽도 마찬가지다. 과연 그게 진실일지 의심스럽다. 너무 어색해서 거짓이 아니라면-


'10시 35분이었죠'


'데몬이' 그렇다고 하는데 넘어가준다.


"이만 간다."

"그래라."


'데몬'은 머리를 숙여 인사한다. 그러자 '진'도 가볍게 머리를 숙인다. 지인과 친구 사이의 무언가일 관계라서 이걸로 트집을 잡진 않는다. 어쩌다가 원수지간과 삐걱거리지 않고 원만한 교류를 갖게 되었는지 당장은 이것으로 만족한다. '진'이 현관을 나서서 사라질 때까지 침묵한다.

사라진 후에 바로 입을 연 건 '아프로디테'다.


"이래도, 되는 거냐?"

"이러면 안 되긴 하지."

"아니다. 자숙하라고 지시했으니 이게 옳은 건가?"

"그리고 붙었으면 이 집만 날아가지는 않겠지."


특히나 '데몬'이 중간에 끼어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변수다. 1차로는 우리의 아군이라고 여길 수 있으나 태도로 봐서는 어떻게든 싸움을 말리려고 들 것이다. 아까 중재하려던 것도 그렇고, 능력 면에서 '진'과 '데몬'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불리한 건 우리다.


"'악마놈', 붙었으면 어디 편에 섰을 거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걸 역시나 '아프로디테'라서 물어본다. 대신 말해주려다가도 '데몬'이 손수 화이트보드에 적어서 의사를 표한다.


'싸우지 않았으면 하죠'


"아, 진짜 미워할 수 없네."

"그래도 우리가 밀릴 테니까 우리 쪽에 붙었겠지."

"그게 말이냐?! 그리고 네가 미친 줄 알았다고. 선전포고를 한 곳의 인물이 적을 만나는데 가만히 있을 거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냐?!"

"'데몬'을 적대시 하지 않으니까, 라는 건 우스갯소리겠지. 서로 말하는 걸 불신하는 사이에서 그게 통할 리는 없지. 뭔가 텔레파시라도 통한 걸까."

"그런 게 아니면 나도 못 믿는다. 능력이 두 가지인 거였냐."

"텔레파시가 아니라는 맥락인데 말이지? 그리고 능력이 두 개인 경우는 세계를 뒤져도 없잖아."

"누가 아냐, 극비에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지. 병신 같은 사건도 있었잖아. 비능력자를 능력자로 만드는 실험 같은 거."

"어쩌면, 적어도 이 좁은 땅덩어리에는 없겠지."

"낸들 아나. 일단은 국방연을 조져버린 후에 의심이나 해야지."


그건 그렇고, 일단 '아프로디테'에게 다가간다.


"왜?"

"일단 몸수색이나 해야지?"

"왜?!"

"기관이잖아. 바람 능력자고, 혹시나 위치추적기 같은 게 없는지 확인하는 거지."

"그렇게 따지면 이 집도 위험한 거 아니냐?"

"그렇겠지."


의심은 하지만 처음부터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다. 만에 하나다. 내 몸도 수색하고, '데몬'의 몸도 수색해서 각자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다는 걸 확인한다. 적대 관계에서 갖추는 예의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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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0 0 12쪽
27 멘데이트(7) 21.06.07 38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 멘데이트(5) 21.06.04 33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3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7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40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19 ???(4) 21.05.28 39 0 13쪽
18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39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8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5 0 14쪽
13 로래스(11) 21.05.2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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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로래스(9) 21.05.22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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