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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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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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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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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용병(12)

DUMMY

'얘'는 그냥 성실했다.

하늘로 날려보냈던 게 발판이 되어서 작용한 것보다는 그런 감상이다.

교육 시설에서야 남들도 같이 하는 행동을 거부할 수 없어서 마지못해 하는 것이지 원해서 한다는 외관은 아니었지.

즐겁게 했다.

수준으로는 그보다 훨씬 힘들었어도 물만 찾지 집을 찾은 적은 없었다.

의지.

선택적 의지.

모든 일을 다 잘하라고 말을 못해도 분명 취향이란 건 존재하기에.


"이제 1시간 남았네."


오늘은 토요일.

내일은 일요일이며, 다시 시설에 돌아가야 할 준비를 해야 하므로, 또한 나도 철수할 준비를 해야 하므로 2주라고 해도 실제로는 13일 간의 여정이다.

그러면서 오후 5시.


"마지막은 아무것도 없나요?"

"없을까?"

"있는 거죠?"


수업 과정은 다 완료되었다.

최소한 달성해야 했던 목표를 넘기고 조금 수준이 예상을 넘겼으나, 넘기면 좋은 거니까.

조기 졸업을 해도 모자르진 않았지만 내 욕심이 좀 더 성장을 시킨 것일 뿐이다.

그래서 마지막이라고 해서 수료증 수여 같은 이런 게 있었던 건 아니었다.

2주 전의 계획으로는.


"네 쇠구슬이 어디있는지 아니?"

"선생님이 가지고 있지 않나요?"

"기억하고 있네."


뺏은 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지만, 어차피 동행할 거라서 내가 가지고 있든 상관 없는 물건이긴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관이 있다.


"자, 여기."


쇠구슬 무더기를 봉지 째로 던진다.

염력이 아니라도 제구력은 있어서 '얘'가 손만 뻗어도 잡을 수 있을 궤도다.

아무런 개입도 없이 궤도를 그대로 간다면.


"어엇!"


손만 뻗으면 될 줄 알았던 게 다시 내 쪽으로 휘어지니 당황스러울 거다.


"놀랐잖아요!"


불평을 늘어놓는 일이 이번뿐이면 좋겠다.


"졸업을 하고 이제 다시 독학으로 돌아갈 테니까 이 쇠구슬은 필수겠지?"

"일단은요?"

"가지고 싶다면 염력을 사용해서 뺏으면 된단다."

"하지만, 선생님도 놔주지 않을 거죠?"

"물론이지."


이게 마지막 시험이다.

제대로 붙을 생각은 없다.

힘과 힘으로 붙는다면 어떤 재롱을 부리든 내가 방심을 하더라도 뺏길 일은 없다.

아예 뺏기지 않을 생각은 없으며 선생으로서 관찰한 '얘'의 위력보다 살짝 높게 응해 줄 심산이다.


"물론 무더기로 있으면 뺏기가 쉽겠지?"


20개의 구슬을 창고 이곳저곳에 배치한다. 보물 찾기는 아니고, 흩뿌린 상태를 유지시켜 이리저리 움직이게 할 심산이다.

이렇게 되면 정직하게 한 개씩 가져갈 계획을 가지고 있겠다.


쉬익


의식하는 사이에 벌써 하나를 앗아간다.

아무렴 봐주고 있는 중이라서 그럴 법도 하다.

20개를 조종하는 중에 한 곳의 빈틈을 내가 봐줄 수 없다. 나도 인간인 걸.

그러나 허술하다.


"뺏었다고 해서 안 가져가는 건 아니란다."

"난이도가 높아요!"


그렇게 울부짖어도 낮추지는 않을 거다.

이 시험은 굳이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통과하지 않으면 자존심이 감당을 안 하겠지만, 아무튼 통과를 안 해도 되는 보너스다.

보너스 답게 통과를 무조건 하라는 난이도는 아니다.

일일이 뺏을 때마다 뺏기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다른 쇠구슬을 모아야 하는 임무는 가히 어렵겠다.

그렇다고 해서 능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되는 요소는 아니다.

사실 사적인 교육이기도 하다.

이게 정작 도움이 되는 부문은 아무래도 전투 쪽인 게 확실하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이 적재적소로 도움이 된다고 하면 그렇지만,

주로 요구하는 쪽은 전투 시인 것은 확실하다.

'얘'가 전투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가르치는 건 아니고,

정말 사적인 욕심.

굳이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는 않더라도 나중엔 쓸모가 있을 것이니까.


"끄응~!"


수업 중에 듣도 못한 성을 내면서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막막하기도 한 것 같다.

그래야 한다.

보통 이런 막막함이 생사가 걸린 문턱 앞에서 나온다면 그것대로 가장 처절한 일도 없을 테다.

누가 가르치는 선에서 한다면 모를 테지만, 나는 그래왔다.

7살에게 가혹한가.

하지만, 지금 가혹하지 않으면 시간은 따라주지 않는다.


"이래도 되죠?!"


어떻게 하나 싶더니, 참 곤란한 자세를 가져온다.

거북이가 알을 품는 자세를 취하고는 구슬을 하나씩 가져와 배면으로 집어넣는다.

하나씩, 하나씩.

배의 밑으로 흡수되는 쇠구슬들을 강제로 뺏으려고 하려니 배든 팔이든 손이든 걸리적거린다.

물리적으로 빼내기에는 자세 자체가 주는 압박감이 너무 심하다.

허점을 잘 노린 것이다.

아무렴 내가 해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조건이 있어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


"그래라."


저 정도면 봐줄 수 있다. 대신 다른 시련을 주는 수밖에.

누워있다는 건 시선을 변경하는 데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니 일부러 사각에 쇠구슬을 배치한다. 17개의 쇠구슬이 한꺼번에 시야 밖으로 이동하니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거북이 자세를 유지하고는 엉금엉금 방향만 전환한다.

술래잡기다. 시선이 움직임에 따라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변수에는 변수로 대항한다, 이는 비겁한 게 아니다.

그걸 이해하고 있는지 불평을 늘어놓지는 않는다.

정직하게 순간 포착한 쇠구슬을 노려서 한 개씩 뺏어넣는다.


"이건 통과해도 아무것도 없단다?"

"없어도 괜찮아요. 선생님과 승부를 벌이는 거 아닌가요?"


얼마 전의 피구가 생각나는 말이긴 하다.

그건 시작부터 사기가 있었던 일의 결말이라서 정당한 승부라고 볼 수 없었으니.

제대로 승부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래도 그걸 승리로 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직까지 0:0의 스코어에서 1점을 먼저 쟁취한다면 기분이 좋겠다.

뭐, 어차피 어린 아이라 진심으로 임할 생각도 없다.

게다가 인지하고 있겠지. 이 정도가 내 힘이 아니란 걸.


쉬이익, 쉬이익


한꺼번에 2개를 가져가네.

벌써 반을 넘어섰는데 대단하다.

조금씩 개수가 줄을 때마다 위력을 높이고 있는 중이라서 간단히 뚫리지는 않을 테다. 그러니 2개를 가져간 건 장족의 발전이다.

거기까지가 한계다. 딱히 뺏는 시늉조차도 하지 않는 가운데에 슬슬 버거운 듯하다. 한 개라도 가볍게 뺏지 못하고 어느 정도 힘겨루기를 하다가 뜯어내는 형식으로 들고 간다.


"하아, 하아."


숨을 길게 몰아쉰다.

2개를 가져간 게 큰 원인이겠다.

안 그래도 어려운 걸 억지로 2개씩이나 들고 간 게 부하를 일으킨 모양이다.

그렇다면 배에 모여있는 구슬을 다시 뺏는 일도 쉽겠지만, 그러는 건 너무 절망감을 안겨주는 일이니까.


"봐주는 거죠? 하아."


그렇게 묻는다면야.


"봐주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하아, 선생님은 훨씬 위대하시니까요."

"위인은 아니란다?"

"염동, 하아, 같은 능력자로서, 후우, 동경해도 되잖아요."


동경의 대상이라.

지금까지 죽여왔던 놈들에게도 그랬을까.

따지고 보면 나나 그쪽이나 질이 나쁜 건 마찬가지였으니 실력면에서 뛰어난 게 동경이라면 동경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

살아있으니까 동경이란 말도 있는 법이니 그 세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건가.

차라리 동경보다 저주가 많겠네.


"흐읍-"


그 사이에 다시 재개한다.

남은 구슬은 7개.

어디까지 젖 먹던 힘을 짜내는지.

아까보다 뺏는 간격이 짧아지며,

따라서 아까보다 약해지는 세기도 크다.

체력 소모도 있고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슬슬 몽롱해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게 아닐까 싶다.


"괜찮니?"

"하아, 졌어요."

"더 이상은 무리지?"

"네."


최종 기록은 13개인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면 또래 중에서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해서는,

나를 이기는 게 목표라고 했으니.


"하아, 목표를 정했어요."

"어떻게?"

"나중에 선생님을 전력으로 이기겠다고요."


약간 우스운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니까 국방연에서 톱을 먹겠다는 소리와도 같은 일인데.

과연 '얘'가 내 전력을 알고 있기는 할까.

그 말 속에 얼마나 처절한 각오와 인생 전반을 바칠 각오가 있는지는 심리학자가 아니라서 말이지.


"만날 수는 있을까?"

"계속 연락하면 되지 않을까요?"

"선생님의 연락처는 가볍지가 않단다."


조금 희망적인 말만 늘어놓아야겠다.


"만날 수 있다면 만나지 않을까. 언젠가 길을 가다가 만날 수도 있는 노릇이지. 선생님은 그럴 거라고 믿어. 연락을 하든 안 하든 만나게 될 거야. 그보다 선생님을 목표로 하는 건 너무 목표가 낮은 거 아니니? 저기 이미 드높은 세계가 있단다."


확실한 건 드높은 곳이 있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얘'가 바라는 건 그거겠다.

당장 높은 목표가 눈앞에 있으니 이것만이라도 넘겠다는 것.

내가 '제우스'를 이기고 싶다는 것.

그 목표만큼은 선도 악도 아닌 순수함 그 자체다.


"그 전에 선생님을 넘을 거니까요. 이제 선생님의 가르침이 없다고 해도요."

"다른 하고 싶은 말은?"


지쳤다면 엎드린 상태로 있어도 되는 것을 일부러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난다.


"저, 감사합니다."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차 안에서도 별 말을 하긴 했다. 그래도 창고에서의 말보다는 덜 간절했다.

이제 미련이 없다는 듯이 자기도 모르게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헤어졌으니 덩달아 나도 미련이 없어진다.

욕심으로는 좀 더 키우고 싶었는데.


- - - - - - - - - -


집은 집이다.

가져갔던 짐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빨랫감들을 세탁기에 넣으니 비로소 원래 있던 집이다.

오랜 여행을 갔다 온 느낌이다. 무언가를 하러 간 느낌도 아니고.

임무였으면 지랄 맞게 진지하기라도 했지, 매우 편했으며 웃으며 지냈던 적은 몇 년만이지?


집에 와서 생각이 드는데, 과연 '쟤'가 얼마나 성장해야 나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지 막막하다.

아마 못 기다릴 것 같다.

대놓고 나를 뛰어넘으라고 광고한 것 같은데도 그 때까지 못 기다릴 것 같다.

기다린다면 내가 정상에 군림했을 떄가 아닌가.

'쟤'한테는 나를 뛰어넘는 게 목표라고 해도,

내 목표는 오랜 기다림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얼마나 기다린 건데."

"2주를 기다렸지."

"그딴 질문을 한 게 아닌데 말이지."


하지만, 환영이다.

안 그래도 간질간질 했던 몸을 활성화시킬 찬스를 얻게 된 것은 좋다.

2주를 기다린 것은 '이 녀석'만이 아니고 나도 마찬가지다.


"어떤 의뢰지?"

"마구 상대를 밟을 수 있는 의뢰거든?"

"맛 없게 비능력자를 밟으란 소리는 아니지?"

"그런 내용이라면 의뢰를 안 맡기지."


군침이 돈다.


"어딘데?"

"영명도."

"거기가 뭐하는 곳이었지?"

"상식으로 알 수 있는 곳은 아니지. 정식 명칭 따위 집어치우고, 능력자 격리시설이라고 하면 알 테지."

"알다마다."


아직 날짜를 말해주진 않았는데, 만약 개학일이 임무 개시라고 하더라도 난 꼭 갈 수밖에 없겠다.

이런 기회는 절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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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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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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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용병(1) 21.06.18 38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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