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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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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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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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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데이트(1)

DUMMY

아침 8시에 기상. 일어나자마자 부엌에 가서 쌀을 씻는다. 쌀 보관기에서 단 2컵만을 받아서 오직 1인분만을 취사로 돌린다. 파, 당근, 가지, 감자를 볶기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썰어 약불에서 간단히 볶은 후에 된장을 푼 끓는 물에 투하한다. 그 다음에 썬 고추를 망 안에 집어넣고 조리가 될 때까지만 넣은 뒤 망째로 다시 건져내어 안에 든 고추는 음식물 쓰레기에 도로 넣는다. 된장만은 하루 분량이다.


뉴스에 대해서


나도 안다.

9시가 되어 뉴스가 방송할 거라는 걸 알고서 4인용 식탁 앞에 앉는다. 4인용 식탁, 원래 가족이 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이사를 올 때부터 있었던 기본적인 가구였기에 그대로 쓰고 있는 중이다. 딱히 사고 싶은 가구는 토스트기 말고 없었으니 예전 모습 그대로를 보존한 채로 사는 중이다.

따라서 뉴스는 TV를 살 리는 없고 완충된 태블릿 PC로 대체한다.

별 건 없다.

단 하나를 제외하고.


[국방연, 자경단과의 전쟁을 곧 치를 것···]


음소거를 풀어서 제대로 듣는다. 시작 화면은 '희생양 작전'을 찍은 관객의 영상이다. 저번 뉴스에서도 본 것이다. 그밖에는 자료가 없어서 돌려쓰는 것이겠다. 우리들의 활동이 유효하다는 증거다.


"-개처형, 서둘러 국방연 인원들이 사태를 수습하기 달려갔지만 실적은 없는 상태입니다. 이후, 국방연 일원 한 명이 임무를 수행하던 중 자경단의 일원에게 순직한 사건도 벌어지는둥 국방연에게는 최악의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지난 날, 국방연은 자경단에 대해서 회유적으로 접근했다고 밝힌 바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들을 연달아 겪으면서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니다. 26일 오후 11시, 국방연은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과 같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름만 다를 뿐 목표가 같은 동지라고 여겼던 날이 있었습니다. 단, 우리의 가족같은 젊은 청년이 그 손에 죽기 전까지 말입니다. 단순 사고가 아니었기 때문에 주장을 확실히 하는 바입니다. 이 시간부로, 저희 국방연은 자경단은 위해분자로 간주하고 척결에 나서겠습니다."


의아한 감이 있다. 그들의 말은 마치 이전까지는 기관이 자경단을 건드리지도 않았다는 말과 같다. 적대시한 시점은 꽤 흘렀다. 그 사이에 피해자가 속출하지 않아서 저런 말을 내뱉을 있는 것이다. 당연히 기분이 나쁘다. 그렇다고 뉴스를 본 게 잘못은 아니다. 보지 않았으면 저런 태도를 몰랐을 터다. 더러운 진실과 마주하는 것도 하나의 순리다.

남은 찌개는 저녁에 먹도록 냉장고에 보관하고 나머지 반찬들 역시 보관하고, 빈 그릇들은 즉시 설거지를 한다. 고무장갑을 낀 채로 손에 잔여물과 냄새가 묻지 않게 한다. 그릇은 전부 식기대에 걸어서 알아서 마르도록 방치한다.

본격적으로 나갈 채비를 하기 전에 잠시 '아프로디테'에게 전화를 건다. 받으면 좋겠는데, '아프로디테'가 너무나도 불규칙적이라서 시도할 때마다 초조해진다. 심할 때는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나는 경우도 있어서 꼭 확인한다. 확인한다고 해서 확실하게 잔다고 확신할 수 있지는 않다. 어쩔 때는 나가려고 할 때쯤에 정신을 차려서 답장 전화를 거는 경우도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그 때면 계획은 변경되지 않는다.

받지 않는다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웬만해서는 이용하지 않을 거라는 정신으로 살았지만, 그래서 면허도 없고 남의 차량을 빌려타는 게 필수가 되었다. 자경단에 가입한 이전과 이후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점은 적응해야만 했다. 만약 오지에서 '아프로디테' 같은 면허 있는 쪽이 부상을 당하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지만, 고작 면허를 따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라면 이미 했겠다. 청결은 있어도 무결점은 아직 무리다.

어쨌든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한다. 세면과 화장을 할 때까지 답장이 없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어차피 '아프로디테'가 나간다고 하면 준비 시간은 '멘데이트'보다 짧아서 화장 단계가 경계선이다.


- - - - - - - - - -


겉모습은 다단계 회사 사무실이다. 아무 값싼 물건을 임대해서 그 안에 값싼 리모데링에 값싼 간판에 값싼 기물드롤 구성해서 정작 메인인 것은 덕지덕지 장치가 연결된 전화기를 필두로 오만 곳에 전화를 거는 그런 곳 같이 입구만은 두꺼운 철문에 보안 센서들이 달려 있다.

그 안은 실제 다단계 회사보다 훨씬 간결하게 되어 있다. 전화기는 어차피 전화할 일도 없어서 사장 자리에 하나 놓여 있고 나머지 자리에는 전화기 따위 없다. 대신 PC 3대와 나름 쉬는 공간이라고 소파 2대가 설치되어 있고, 한구석에는 큰 테이블에 전국지도가 펼처져 있다.


"뉴스는 보고 왔겠지."

"선전포고를 날린 건 의외였습니다."

"이럴 거라 예상은 했지 않니?"

"이른 게 아닙니까?"

"별로 이르지도 않지. 차라리 작전 날에 걸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지. 그들도 나름 눈치를 보면서 한 일일 테니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게 많긴 하다네."


'부단장', 호칭이 '부단장'이다. 이명이나 본명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모두가 '부단장'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측근이라고 불릴 수 있는 '멘데이트'도 정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른다. 사는 곳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아무래도 지위에 맞게 미행도 조심히 여길 터라서 미행해서까지 알고 싶지도 않다. 시도를 해도 못 알아차릴 게 뻔하겠다.

신빙성이 있는 발언은 이곳에 눌러붙어서 산다는 의견이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누구와 토의를 열어서 도출한 의견도 아니라서 신용은 안 간다. 그렇게 정보 자체가 개방적이지 않아서 '부단장'이라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조금은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았나?"

"일원으로서 안 날 수는 없습니다."

"어느 부분이?"

"선전포고 이전에도 이미 냉전 상태가 아니었습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뉴스만 봐서 딱히 의문이 안 드는 모양인 것 같네. 이걸 보게나."


인터넷 기사다. 기사 하나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통합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를 통해서 다양한 일보의 기사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보여준 폰의 화면에는 가장 접근성이 좋은 1페이지의 기사 제목들이 널려 있다.


"정당방위, 이게 가장 분개할 단어겠지."


뉴스 채널에서는 그렇게 보도가 안 되었지만, 인터넷 기사들을 심각하게 편파적이라 할 정도로 기관을 밀어주고 있다. 고려는 하고 있었지만 공공기관을 상대한다는 일은 역시나 까다롭다.


"우리가 죽였기 때문이라는 걸로 밀고 나가는 겁니까?"

"언론이니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넘어가도 괜찮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정당방위라고 보는가?"


어차피 할 말은 정해져 있다.


"한들 구도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차분해서 좋아. 조금은 흔들릴 수도 있는데, '멘데이트' 덕분에 나도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다고 할 수 있네. 시간 엄수는 필수고."

"다들 피곤할 수도 있는 겁니다."

"어제도 힘들었을 테니까, 어차피 봐줄 거였네."


'부단장'은 일회용 커피를 잔에 넣고 사무실 내에 배치된 커피 포트에서 물을 따른다. 그 후 자연스레 일회용 커피 용지로 저으려고 한다.

그러나 뜨끔, 하면서 용지를 버리고 컵에 담겨 있는 커피 스푼을 이용해서 잔 안을 휘젓는다. 전에 지적한 내용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보면서 흡족한다.


"한 명을 떠나 보내게 되었지만, 그게 발판이 되어서 우리도 힘이 늘어날 거네. 그리고 국방연도 어쩌면 늘어나겠지. 어느 쪽이 더 많이 늘어날 것 같나? 난 우리 쪽이 더욱 늘어날 것 같단 말이네."

"저도 그렇습니다. 반기를 드는 쪽이 의지를 널리 보여준다면 현 체제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야지. 그러라고 만든 계획이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면 큰 실책이겠지."


입이 근질근질하다. 이와 같은 얘기들은 이 구도에서 날씨가 좋다는 이야기와 뻔한 레퍼토리다. 평소에 나누던 기관과 자경단에 대한 사념들은 이미 충분히 공유한 상태다. 근본적으로 양식이 비슷한 사고방식이기 때문에 마찰이 빚을 이유는 전혀 없다. 새로운 내용은 오늘의 뉴스 내용뿐이다. 이런 무난한 주제보다는 가장 급한 문제를 다루고 싶다.


'데몬'에 대해서


"본래는 '아프로디테'가 왔을 때 언급하려고 했습니다만, '데몬'을 어떻게 할지 묻고 싶습니다."


이해 관계 때문에 두 명의 배신자가 있다는 말에 의심을 전혀 할 수가 없다. 제일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부단장'이다. 사실 한 명은 배신자라기보다는 본연의 나태함 때문에 배신의 여지보다는 자체적으로 쓸모 없던 게 맞았다. 의지박약은 어떻게 보면 잠재적 배신자라는 특징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모든 의지박약을 배신자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니었다. 확신이 들었을 때 처리하라는 지시는 그렇게 이해했다

그러나 도청기의 효과는 굉장했다. 의지박약에 빈틈이 많았던 것도 문제였는데, 거기에 '진'과 접촉하면서 털어놓은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한순간, 모든 의지박약을 혐오할 수도 있을 만큼 감정적이었다. 멱살을 잡고 들어올리면서 일부러 고통을 느껴보라고 급소를 최우선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약자라서 가능했다. '데몬'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도청기는 의미가 없다. 사실 그래서 설치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설치했다고 해도 해봤자 '진'의 대화, 남의 대화를 듣고서 판별할 수는 없다. 남이 말하는 걸로 '데몬'의 의향을 판별하는 건 언론이랑 다름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근면하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자경단 내부에서 '데몬'의 입지는 좋은 편이다. 근면이란 점도 있지만, 역시나 믿는 것은 든든한 전투력이다. 능력 자체도 유망주다. 이미 유망주이기도 하나 최선이 어디까지인지 전혀 모른다. 생사의 경계에도 미치지 못했던 '데몬'의 능력을 의심할 수 없으며, 그래서 상대하는 게 시련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배신자라고 칭했지만, 우리는 인도적이어야만 한 게 우리와 사회의 정서에 올바르지 않겠나?"

"그렇습니다."

"당장은 처리하라고 할 뚜렷한 근거가 없으니, 주의하라고만 말했지만, '초퍼' 건은 불필요한 작업이 아니었지."


'부단장'은 서랍에서 두 장의 사진을 꺼낸다. 흐릿한 화질이 카메라 등으로 찍은 게 아니라 CCTV를 이용한 캡쳐라는 게 확 느껴진다. 이런 구석에서는 사회적 능력자인 사람이라 종종 이런 사진들을 많이 보게 되어 익숙해졌다.


"무슨 사진입니까."

"개요만 설명하면 '데몬'이 장례식장에 간 사진이지."


당장 떠오르는 건 '제우스'였는데, 그 쪽은 장례를 치루지도 않아서 장례식의 여지는 없었다. 친척 중에 상을 입은 것인가, 생각하기에는 그러면 '부단장'이 사진을 입수할 이유가 마땅히 없다.


"누굽니까?"

"'길로틴 글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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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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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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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45 용병(9) 21.06.27 37 0 12쪽
44 용병(8) 21.06.26 36 0 12쪽
43 용병(7) 21.06.24 38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2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1 0 12쪽
27 멘데이트(7) 21.06.07 38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3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4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7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40 0 12쪽
» 멘데이트(1) 21.05.30 38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19 ???(4) 21.05.28 39 0 13쪽
18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39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8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5 0 14쪽
13 로래스(11) 21.05.23 36 0 12쪽
12 로래스(10) 21.05.22 58 1 11쪽
11 로래스(9) 21.05.22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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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로래스(7) 21.05.19 42 1 12쪽
8 로래스(6) 21.05.19 40 1 11쪽
7 로래스(5) 21.05.18 50 1 13쪽
6 로래스(4) 21.05.17 62 3 12쪽
5 로래스(3) 21.05.16 80 1 12쪽
4 로래스(2) 21.05.15 8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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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기소개 21.05.13 22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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