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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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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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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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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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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용병(10)

DUMMY

아쉽기는 하다.

단지 아쉬움에서 그친 건 맞다.

'제우스'가 떠나면 뭐, 다른 전력이 없는 것도 아닌 게 국방연이다.

'제우스'만 떠나는 것도 아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국방연에서 그렇게 인재들을 줄줄이 파견을 보내지는 않을 테다.


"이대로 연습하면 될까요?"

"그러렴."


한 가지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아무래도 그 때문은 아니겠다.

상대가 문제가 아니라 내 몸에 금단현상이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선생님."

"왜?"

"물을 뒤집어 써도 될까요?"

"자신이 있니?"

"해볼려고요."


차아악


미리 준비한 물양동이가 '얘'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그러나 수업의 효과는 굉장하다.

염동력의 장막을 물 한 줄기라도 통과하지 못한다. 그대로 타고 흘러가 땅을 흠뻑 젖게 한다. 하물며 땅에서 튀기는 물길도 신발에 침투하지 못해서 부자연스럽게 원형의 땅만 젖지 않은 장면이 연출된다.


"저, 성공했어요!"

"그렇게 되어야지."


이제 1주의 주말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돌이키면···

단련시키겠다고 다짐을 했을 때,

방학에 가르치겠다고 말을 전달했을 때,

수업을 제대로 시키겠다고 부모님을 설득시켰을 때,

그만한 영광스러운 기쁨도 없었는데,

이제 무덤덤하다.

보람차지 않은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얘'는 성장을 하고 있다.

성장의 올바른 방향성,

염동 능력자로 태어나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쥐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 가르침은 헛된 게 아니다.

단지 즐겁지 않아서.


"그대로 연습하면 되긴 하거든? 하지만, 조금 속도를 낼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 있긴 한데 해보지 않을래?"

"어떤 방법인가요?"

"선생님과 힘 겨루기를 하는 방안이지."

"선생님과··· 지잖아요."

"줄다리기를 하겠다는 뜻은 아니란다."

"어떻게 하는 거죠?"

"창고의 정중앙이라 생각되는 자리에 서 있어볼래?"


순순히 뛰어가서 그 자리에 선다.

사실 정중앙이든 아니든 상관 없긴 하다.

중앙에 얼마나 가까운지, 그것만 중요하다.


"이제 선생님이 뭘 할 거냐면, 안 보이는 하나의 미로를 만들 거야."

"네?"

"말 그대로의 미로란다. 다만, 벽으로 둘러싸인 미로가 아니라 장애물을 겸하는 미로라서 힘들 수도 있단다?"

"어떻게 말이에요?"

"곧 있으면 말소리도 잘 안들릴 거란다."


전개는 시작된다.

다양한 놀이기구 같은 걸 만든다.

원의 형태로 왕복 회전 운동을 하는 구체들이나

직선 형태로 왕복하는 판자들이나

진자 운동을 하는 평행봉을 겹치지 않게 배치한다.

이러면 이동 경로에 끼여서 다치는 일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

구조만 보면 만만한 난이도다.


"으앗!"


갑자기 안 보이는 공간에서 자신을 건드리는 신기한 경험에 비명이 나온다.

이프지는 않을 거다.

그냥 쿠션의 탄성력처럼 밀쳐내는 강도다.


"안 보이는데요!"

"안 보이지. 장막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출구를 찾아봐."


출구는 어차피 내 쪽이라서 찾기도 쉽다. 알 리는 없겠지만.

말은 안 해도 실제 의도는 장막뿐만 아니라 염력을 흘려보내서 사물이 전방에 있는지 파악하는 기술을 익히는 용도다.

나름 심화 학습이다.

원래는 2주차 3일 째에 시도하기로 했던 내용이다.

지금 꺼낸 건 내 몸이 못 버텨서다.

너무 근질근질거린다.

의뢰를 못 맡는 게 너무 크다.

평소의 내 자신이 썩어가는 듯하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 나를 썩게 만드는 것 같다.

남을 키우는 작업도 성취감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퇴화를 한다면 매우 불쾌하겠다.

7살을 나와 똑같은 수준일 리는 없다.

그러니까.

대량의 염력을 요구하는 작업은 적어도 이 퇴화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믿을 뿐.

실제로는 모른다.

이게 퇴화를 막을 열쇠인지.

또, 내가 퇴화를 하는 게 맞는지.


"우왓!"


평행봉에 놀란 모습이다. 장막과 함께 밀려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출구도 어딘지 모른 채 방황하는 상황에서 용케 출구를 향해 걸어온다.

아예 배제를 한 것인가.

심술궂어서 창고의 출구가 아닌 쪽을 출구로 만들었을지도 모르는데.

이제는 피하기보다 몸을 맡긴 듯하다.

장애물을 이용한다. 애써서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피하기보다 아프지도 않은 장애물을 받아들여서 이동하는 지혜는 탁월하다.

특히 직선 운동을 하는 판자가 저절로 출구 쪽으로 밀어준다. 완전히 밀어주지는 않아 반 정도는 걸어오는 게 강제된다.

출구에 가까워지기 이전에 변덕이 생기려고 한다.

이대로 완주를 하기 이전에 좀 더 장애물을 밀도 있게 만들면.

끼이는 일이 없게 만드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밀도가 마음에 안 든다.

좀 더 즐기고 싶기도 하다.

능력끼리 부딪치는 일을 겪어보고 싶다.

그러기에는 '얘'는 너무 약하다.

조금만 전력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만 들어도

푹직

몸이 접히고 뼈가 으스러지겠다.

그러니까 하지 않아야 하는데,

어떡하지.


"선생님?"

"어, 나왔구나."


언제?

하지만, 반 정도 나왔으면 그러긴 해야지.


"깨달은 게 있어요."

"뭔데?"

"염동 능력자는 따로 '감응'을 할 수 없다고 했잖아요, 그래도 염력을 물질처럼 이어버리면 느낄 수 있네요?"


그러라고 만든 스테이지였으니 깨달아야지.


"그래서 염력을 잘만 이용하면 바람 능력자들이 공기와 '감응'하는 것처럼 비슷하게 할 수 있지."

"선생님은 항상 그러나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안 한단다."


지금이면 말이 다를지 모르겠다.

정말 쓸모없어서 안 쓰기는커녕 썩어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아, 선생님."

"왜?"

"오늘은 저희 집에서 먹고 가시라고 했어요."

"저녁을?"

"네."


타이밍이 적절하지는 않다.

점심도 안 지난 시점에서 말하는 건 이르지 않나.

하지만, 미리 알려준다는 의의로 받아들인다.

이곳을 임시 거처로 한 이상 집밥을 먹는 걸 염두하지는 않았는데, 마침 잘 됐다.


- - - - - - - - - -


"매일 말로 듣고 있습니다만, 선생님이 같은 염동력자라 다행이고,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 인사가 과하신 것 같은데요?"


그냥 집밥을 같이 먹겠거니와 싶었는데, 그런 단순한 생각이 오산이다.

얼마나 감사하면 상을 차례상 차리듯이 반찬을 몇 개나 올린 건지.

일단 다 못 먹는 것은 물론이고,

뭘 좋아할지 모르니까 실컷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기성 식품 정도는 있지 않을까?

수제로 만들었다고 치기에는 8첩은 많다.

일일이 용기에 담겨 있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노골적으로 그 8첩을 나한테만 주는 게 뇌물 대신인 기분이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드시지요. 더 드시고 싶으시면 준비되어 있으니 원할대로 드시면 됩니다. 이럴 거면 방을 빌려드렸어야 했는데···."

"괜찮습니다. 제가 어떻게 면식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불쑥 찾아와서 하숙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기야 초면에 부탁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하하."


부탁할 때만 해도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이 태도가 변했다.

사실 징조가 없었던 것도 아니긴 하지.

매일 데려올 때마다 조금씩 안색들이 변해 가기 시작하는데, 이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가끔씩 이상한 질문을 던질 때만 제외하면.

미신 같은 질문인데,

그 능력을 조기 교육시키면 부작용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럴 만도 하다.

은근히 능력에 대한 정보는 적으니까.

본래 흔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는 미신으로 일파만파 퍼지기 마련이니.

동성 섹스를 하면 무조건 에이즈에 걸린다는 미신도 유행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상하지도 않다.


"혹시 선생님 댁에는 능력자가 여러 명 있습니까?"

"친척 중에는 있어도 가족 중에서 저뿐입니다."

"그 쪽도 마찬가지입니까."

"그렇습니다."


'얘'보다 어린 동생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지부터 의심스러워서 확정은 아니다만, 일단 부모님인 두 분은 능력자가 아니다.

신기하다.

진화론이든 유전론이든 무엇이든 정해진 법칙이 있다면 믿겠거니와

능력은 어떤 법칙으로도 발생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

능력자의 비율은 인구수의 10분의 1인 것은 통계적으로 밝혀진 사실.

그 이상은 없다.

정말 태아 중에서 능력자가 10분의 1로 태어나는지도 모른다.

단지 태어난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궁리하는 게 흔한 세상의 사고방식이다.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부모 양쪽 모두 능력자가 아닌데 아이가 능력자로 태어날 리가 없다고.

신빙성 있는 이론으로는 환경호르몬이 초래했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될까.


"2년 전이었습니다. '윤후'가 능력자인 걸 알게 된 사실을."

"영아들은 무의식적으로라도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드물긴 합니다."

"5년 동안은 아무 일도 없어서 평범하게 키우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알고 나니, 막막해졌었습니다. 올해 시설에 보내야 한다는 사실만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뒤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어도 저나 아내가 키워졌던 방식으로 키우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고백하기를,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했었지, 아마.

DNA도 맞고 혈액형도 맞는데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도 했었다나.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다른 존재 같은 무언가

능력자에 대한 인상은 그럴 수밖에 없다.

솔직히 내가 외계인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UFO에 납치되어 실험을 당했다는 기억이 소거되었다거나 하는 그런 망상을 근거로 해서.


"학교는, 어땠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 걱정은 당연하다.


"딱히 능력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말해서 써야겠다는 발상을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뉴스에서 테러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제 주변에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무난하게 시간이 지났습니다. 능력에 관해서는 거의 독학이었고, 능력자를 발견하는 운도 없었던지라, 지금 '윤후'한테 가르치고 있는 내용들은 제가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깨우친 내용들입니다."


반만 거짓말이라 이 정도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내용이라 생각되는데,


"그, 따돌림 같은 거 말입니다."


핵심을 잘못 짚었다.


"부모님께서 느끼시는 것처럼 능력을 밝힌다면 적응력이나 친화력과 상관 없이 어떤 인식을 받을지 아무도 모르죠. 운이 좋아서 능력의 유용성을 알고 접근한다고 해도, 그게 이용하기 위해서인지 친해지고 싶어서인지 알 방도는 없습니다. 능력자가 아니더라도 따돌림이 근절되지 않는 시점에서 능력을 밝힌다고 좋을 일은 없겠습니다."

"선생님."


생각해 보면 이렇게 밥상 위에서 나와 아버님뿐만이 아니라 '얘' 본인도 있는데 이런 말을 하는 건 이상했던 건가.

이상한 질문만 아니면 좋겠다.


"그래도 능력자끼리 뭉치면 천하무적이 아닐까요?"


나는 기특하다고 보는 생각이나,


"폭력은 안 돼."

"따돌리는 애들을 눕히겠다는 게 아니야."


그런 말로 들릴 수밖에 없어서 해명이 필요하긴 하다.


"그래도 나만 능력자이지는 않을 거니까."


그게 정답이긴 하다.

비록 내가 겪었던 정답은 아니라서 무작정 찬성은 못하겠고.

문제는 같은 능력자라고 해도 같은 생각일 리는 없단 말이지.

따돌림 문제는 정치와 같다.

학생이든 선생이든 학교든 사회든 아이든 어른이든

완벽이란 없다.


"그리고 선생님."


또 다른 질문이다.


"오늘은 저희 집에서 자고 가면 안 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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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용병(23) 21.07.15 3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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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용병(20) 21.07.12 37 0 12쪽
55 용병(19) 21.07.09 33 0 12쪽
54 용병(18) 21.07.07 31 0 12쪽
53 용병(17) 21.07.06 34 0 12쪽
52 용병(16) 21.07.05 34 0 12쪽
51 용병(15) 21.07.03 38 0 12쪽
50 용병(14) 21.07.03 34 0 12쪽
49 용병(13) 21.07.01 27 0 12쪽
48 용병(12) 21.06.30 37 0 12쪽
47 용병(11) 21.06.29 39 0 12쪽
» 용병(10) 21.06.28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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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용병(7) 21.06.24 37 0 12쪽
42 용병(6) 21.06.23 43 0 12쪽
41 용병(5) 21.06.22 40 0 12쪽
40 용병(4) 21.06.20 31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6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2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5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1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5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1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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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멘데이트(4) 21.06.03 32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5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39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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