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2,905
추천수 :
45
글자수 :
320,977

작성
21.05.27 20:29
조회
37
추천
0
글자
12쪽

???(3)

DUMMY

무한 리필 집이라도 평소에 엄두를 못 낸다. 소식이라고 했으니까. 치킨은 끼니를 여러 개 나눠서 먹을 수 있어서 이득이라고 해도 무한 리필은 1회 비용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공짜라는 것에 대단히 감사히 여긴다. 평소에는 못 먹는 고기니까 이렇게나마 받아먹는다.


"일일 노동직은 구하기 힘들지 않나?"

"어디든 자리는 비어있죠."

"자리 문제가 아니라 찾는다고 광고는 널리고 널려 있지. 하지만, 이런 데는 찾기 힘들단 말이지."


그렇긴 하다. 아무거나 구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고도의 분별력을 통한 구직이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나야 괜찮은데, 웬만한 공사판들은 압도적으로 효율을 중시해서 안전벨트도 안 챙기는 추세다. 여기는 그런 일도 없다. 다 모범적으로 안전모를 착용하고 매뉴얼을 중시한다. 딱히 내가 없었어도 진도만 느렸을 뿐이지 무사히 완공시켰을 곳이다.

그리고 이런 정직한 곳이라서 봉급도 안 빼먹고 잘 준다고 리뷰도 적혀 있어 속과 겉이 일치하는 진귀한 광경이다.


"뭐, 일자리가 없는 시대보다는 낫지. 진짜 그런 암흑 시대를 지나서 이런 세상이 생전에 올 줄이야 몰랐지."

"제가 갓 태어났을 때 그랬었죠."

"정말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거다. 그 시기에 너를 낳은 일도 쉽지 않았을 텐데, 잘 자라서 이렇게 피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니."

"별 말씀을요."


옛날에 궁금했던 게 어떤 목적으로 나를 낳았는가, 였는데, 그냥 낳고 싶었다는 이유가 컸을 것이라 예상만 하고 묻지는 않았다. 나쁜 질문이다. 어떻게 들어도 사람이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그냥 낳고 싶었는데 낳았으면 다행인 거지. 하필 낳은 게 능력자라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나.


"정직원이 될 생각은 없나?"

"감독 일은 잘 못해서요."

"나 같은 직책 말고도, 다른 노동자처럼 하루하루 고용된 것 같은데 회사 전속으로 소속된 인원들이 있거든. 그, 완장을 차고 있던 사람들이 그런 부류거든."

"아아."


그럴 것 같긴 했다. 완장을 차고 있는 사람들이 전문성이 짙게 느껴졌으니 이름값은 하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격증이 많지 않나요."

"뭐, 그렇지만, 자네도 자각하고 있지 않나, 자격증 몇 개보다 능력 하나 있는 편이 하늘이 주신 선물이지."


연금술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연금술사와는 다르다. 그들은 변환하는 일에 치중했다면, 나는 창조였다. 온전한 창조도 아니다. 있었다가 없어지는 거, 그건 창조가 아니라 대여다. 이 능력들은 잠시 필요할 때 생겼다가 의식을 못하거나 제어의 영역에서 벗어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

처음 능력에 대해서 자각한 꼬맹이 시절에는 신이라도 된 줄 알았는데, 이젠 그런 꿈도 없다. 하늘이 주신 선물보다는 하늘이 준 장난감이다. 그런 장난감을 뗴어놓을 수 없는 채 평생을 살고 있지. 대단한 선물이다. 산타클로스가 선물 보따리를 들고 다니면서 아무렇게나 선물을 주는 것하고 똑같다. 가만 보면 산타클로스를 믿은 적도 있었다.


"우리 회사에 오면 복지는 엄청날 거야? 무능력자라도 충분히 정직원이면 할 만 하거든. 능력자인 자네가 들어가면, 아 그래, 실제로 능력자가 한 명이 있거든. 연봉 5천만? 퇴직금도 빵빵하게 치고 보너스도 이~따만해?"


주먹을 쥐고서 크다고 비유한 것 같은데, 내 주먹이 더 커보이는데 비유가 잘못된 게 아닌가. 무엇보다 짜증나는 건 내 의지가 관여되기 이전에 쓸데없이 권유를 한다는 점이다. 고기를 얻어먹는 것까진 좋아도 금전 문제 이상으로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아직은 마음이 없어요."

"하기야 능력자면 이런 데는 낮아 보이려나."

"하고 싶은 걸 못 찾아서 그래요."

"그런 사람도 있더라고. 능력자인데 예술을 하고 싶어서 능력을 일부러 봉인하는 사람 말이지."


한참 많이 들어봤다.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거. 그건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다. 할 일이랑 능력이 안 맞아서도 아니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차라리 완전 백수로 있었다면 가능성이 있었을까. 모 아니면 도인 단체에 들어가지 않고 자유로운 때였다면 괜찮았을까. 이미 강을 건넌 이상 어쩔 수는 없다.

그러나 공손한 세상을 이들이 바꾸더라도 역시 똑같이 공손해질 것 같아서 모가 터져도 반가울 것 같진 않다.


"술은 안 마시나?"

"전 괜찮습니다."

"그럼 사이다라도 마셔야지."


딩동, 하며 벨을 울려 직원을 부른다. 어떻게든 비용을 늘리고 싶나 보다. 안 그래도 공기밥도 이미 한 그릇 받아서 비용이 늘어난 상태다. 가정사는 훈훈하니까 이러는 거겠지? 잘 받아먹는 게 최선이라 해도 소식인 건 어떡하나.

가게 안을 둘러보다가 특이점을 발견한다. 면식이 있는 얼굴이 보인다. 그것도 1명인데, 일단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인연이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버스를 탔던 놈인데.

게다가 그것 말고도 장례식장에 간 걸 우연히 봤으니까. 이보다 더한 악착 같은 인연도 없겠다. 그러니 오늘이 우연히 보는 것은 끝이면 좋겠다. 어차피 이렇게 우연히 보더라도 서로 이야기는 안 나누니까 관계가 발전할 여지도 없겠다. 안 그래도 장애인이라 말도 잘 안 통할 거 아닌가.

그런가 하면 동행하고 있는 사람이 대단하다. 딱히 얘기를 나누는 것 같진 않다. 아니, 주고받고 하는 걸 보면 그게 대화겠다. 해봤자 소통 수단이 불 문자를 쓰거나 수화를 하는 등 자기가 불편하니까 남들도 불편해야 하는 구조로 가야 하는데, 그래서 얘기하기가 싫다. 따라서 평생 얘기를 나눈 적도 없었기에 무슨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소문으로 명성만 알 뿐이다. 하필 불 능력자, 다용도 면에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능력이다. 그런 이점 때문에 하늘이 리스크로 청각 장애라는 걸 주었을지도. 그러나 눈만 멀쩡하다고 하면 능력을 쓰는 데는 아무 지장이야 없다. 시작 장애인이었다면 절체절명이었겠다.

전투 인원으로는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그렇다는 말을 들으니 별로 뜨고 싶지도 않다. 싸울 구실도 없다. 선배이기도 하면서 장애인을 공격하고 싶지 않다는 상식. 아군이면 낫지 적대하고 싶지 않다. 합금도 아니라 순수한 철만을 조작하는 내 능력이 녹는 점이 높은 것도 아니고 닿기도 전에 녹아 없어질 화력을 생각하면 금방 통구이가 될 것이다.

동행자는, 여친인가? 청각 장애인을 떠나서 얼굴에 있는 화상은 감수하고 만나는 것인가? 아주 어렸을 때 받은 상처인지 얼굴 자체를 뭉개지 않아 생김새는 적당히 생겼다마는 아무래도 거슬릴 건데? 일단 부럽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 수가 있구나.

하지만, 저 여친분도 의외로 낯설지가 않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많이 없는데 낯설지 않다고 할 정도면 어딘가에 인연이 있었다. 낯설지 않다는 건 오래된 기억도 아니란 소리다. 간단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사람을 본 순간이 얼마 있지 않으니.

···

···

···

···그, '길로틴 글래스' 옆에 있던 사람 아닌가? 그 분이겠지? 복장은 다르더라도 내 감각이 거짓을 고하는 게 아니면 그게 정답이다. 부단장이 설명했는데, '진'이었나? '가짜 제우스'를 죽였던? 바람을 일으키는 능력? 똑같이 4원소 게열? 불과 바람의 만남?

전혀 다른 적대 세력인데? 서로 모르고 만나는 건가? 저 장애인은 모르고 만나는 건가? 아니지. 꼭 그런 해석일 필요는 없다. 보이는 것만 그렇지 같이 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연인이라고 단정 짓는 건 무리수다.

그럼 어떤 관계라서? 이젠 고기를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공기밥도 비웠고 소식이라 벌써 배는 부른 채 밥을 사준 아저씨의 이야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중요한 건 저들이다.


- - - - - - - - - -


회식이 끝나고 아저씨는 아저씨대로 돌아간다. 맨정신이 살아있어도 비틀거리는 게 운전은 무리라서 대리를 부르러 간다. 나는 술을 안 마셨으니 멀쩡히 타고 왔던 차량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바로 기어를 바꾸고 출발하지는 않는다.

주차장 2층에서 가만히 기다린다. 가게에서 둘이 나오기 전까지. 나오더라도 그들이 차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알아야 출발하지 않겠나.

마침내 나온다. 역시 차를 가지고 있는지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급하게 행동은 안 한다. 지나가는 행인처럼 주차장 계단을 지켜보며 올라오는지만 본다. 2층으로 올라오는 걸 봤고, 그들은 나를 눈치 못 채고 걸어간다. '진'이 먼저 앞서서 걷는다.

그러고서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차량에 탑승한다. 오픈카? 드라이버는 '진'이라고? 세상은 참 넓다. 어떻게 특이한 것들만 골라서 저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나오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야 나도 차로 향한다. 번호판을 외울 필요도 없이 오픈카라고 하면 그냥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거리 때문에 놓칠 수도 있는 노릇이라 뒤로 바짝 붙어서 출구에서 요금을 게산한다.

그 뒤로는 무난한 주행이다. 오픈카라서 거친 운전 타입인 줄 알았더니 얌전하다. 역시 공손하다. 기관의 자손이라서 그런가. 물론 노란불은 못 참는 게 맞다. 횡단보도를 지날 때쯤 파란불에서 노란불로 바뀌니 직진을 강행해서 나도 그렇게 된다.

어느 한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오르막길을 계속 오른다. 이런 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곳이다. 평소라면 접하지도 못할 곳이다. 의심할 여지는 없다. 단독 주택이나 원룸들이 늘어선 곳이란 게 딱 내가 사는 곳과 비슷해서 이곳에 살겠거니 한다. 그러나 '진'의 거주지는 아닐 것이다. 장애인의 거처인가? 운전자는 '진'이니 '진'의 집일 가능성이라면 정말 사귀는 사이가 아니고서는 모르겠다.

그런데, 갓길에 주차를 한다. 내려주는 게 아니라 주차를 한다면, '진'의 집이 맞나?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둘 다 내리고 있는 중이다. 나도 빨리 갓길에 주차하는 방향으로 잡는다. 대신 바로 근처에서 주차하면 의심할 여지가 있어 두 모퉁이를 지나 있는 갓길에 주차한다.

가만 보면 의미 없다. 미행해서 얻을 게 도청기나 CCTV를 설치하는 게 아니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고작 철만 만들 줄 아는 능력으로 전자 회로나 이런 걸 손으로 만들 수 있지는 않-


똑똑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치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다. 지난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무나 건드려도 줘팰 수 있단 마음가짐으로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 그 모양이니 두려웠다.


"-쓰읍."


알고 있으면서도 놀란다. 명성 높은 선배에게, 제대로 싸운다고 하면 절대적으로 처발릴 미래가 훤히 보인다. 단순히 싸움에서 지는 것이면 좋겠고, 죽지 않는 최선으로 생각한다.

그것만이어도 오줌이 질릴 정도인데, '진'도 옆에 같이 있다.


"왜 미행한 거지?"


먼저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찾아본다. 결코 내가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죽기 싫어서다. 제일 골치 아픈 시나리오는 장애인이 우리를 배신했다는 시나리오. 그렇다면 일단 나부터 정화되는 것인지 거의 반쯤 포기한 상태로 말한다.


"같이 있는 게 이상하니까요? 그래서 쫓아··· 온··· 겁니다."


말하다가도 이상했다. 너무 태도가 비굴하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어서 말하는 게 이상해 보여서 즉시 무릎을 꿇는다.


똑똑


그러더니 장애인이 다시 한 번 어깨를 두드린다.


"자경단인 걸 아는 상태로 안 죽인 건데."


'진'이 휴전 선언을 한다. 그것만으로도 숨 쉬는 게 편해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용병 파트만 끝내고 원 컬러 매지션 연재를 재개하려고 합니다. 21.06.22 40 0 -
공지 연재주기는 제 맘대로입니다. 21.05.13 48 0 -
59 용병(23) 21.07.15 30 0 15쪽
58 용병(22) 21.07.15 35 0 12쪽
57 용병(21) 21.07.13 35 0 12쪽
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1 0 12쪽
53 용병(17) 21.07.06 35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8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8 0 12쪽
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47 용병(11) 21.06.29 39 0 12쪽
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45 용병(9) 21.06.27 36 0 12쪽
44 용병(8) 21.06.26 35 0 12쪽
43 용병(7) 21.06.24 38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1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2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5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2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0 0 12쪽
27 멘데이트(7) 21.06.07 38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2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3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6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39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19 ???(4) 21.05.28 38 0 13쪽
»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39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8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5 0 14쪽
13 로래스(11) 21.05.23 35 0 12쪽
12 로래스(10) 21.05.22 58 1 11쪽
11 로래스(9) 21.05.22 37 0 12쪽
10 로래스(8) 21.05.21 43 1 12쪽
9 로래스(7) 21.05.19 42 1 12쪽
8 로래스(6) 21.05.19 40 1 11쪽
7 로래스(5) 21.05.18 49 1 13쪽
6 로래스(4) 21.05.17 62 3 12쪽
5 로래스(3) 21.05.16 80 1 12쪽
4 로래스(2) 21.05.15 82 3 12쪽
3 로래스(1) 21.05.14 111 2 12쪽
2 자기소개 21.05.13 229 9 12쪽
1 프롤로그. 희생자 1 21.05.13 406 19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