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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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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6
추천수 :
45
글자수 :
320,977

작성
21.05.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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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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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로래스(1)

DUMMY

차라리 속도가 일정하면 속이 울렁걸릴 일도 없다.

망할 놈의 속도 제한, 그걸 지키는 게 엿 같아도 기관이 좆으로 보이는 게 아닌 이상 속도 위반을 감히 저지르진 않겠다.

기껏 스포츠카를 장만한 속도광이라도 고속도로가 아니면 영 쓸모가 없다. 하지만, 한국의 고속도로도 땅 덩어리가 넓은 나라의 뻥 뚫린 도로를 보면 위축될 게 뻔하다.

그만큼이나 좁은 나라에서 조마조마하게 이런 차를 모는 것보다 적당한 차량을 모는 게 낫지 않겠나, 라며 면허 없는 '로래스'가 생각한다.

이는 속도 쾌감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끝까지 지조 있게 눈을 딱 감고 의자를 한도까지 뒤로 젖히며 최대한 속도감을 배제한다. 멀미를 한 적이 없어도 멀미가 올 것 같은 느낌조차 싫은 '로래스'라서 이런 짓을 벌인다.

그러면서 쉬고 싶기에, 자기 기준으로는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한 병 원샷 음주법 때문에 아까 마신 헛개수 차로는 숙취 해소가 안 된다. 의식 중에 건강 검진을 받을 의향 있다고 말하나 정작 받아본 적은 없는 몸이다.

슬그머니 차량의 속도가 느려진 걸 체감하고 일어나 보면 이미 영덕에 다다른 상태였다. 드디어 난폭한 주행 방식에 제동이 걸리겠거니 하고 의자를 원상복귀 시킨다.


"모텔에서 한숨이나 자자."

"일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것과 똑같잖아. 하루 아침에 찾을 수 있겠어?"

"옛날에는 군이었지."

"군이든 시든, 군이면 다 작은 줄 아나. 니 차가 날쌔도 찾는 게 금방 되지는 않아."


말을 이렇게 해도 '로래스'에게는 의욕이 나지 않게 하는 과거가 있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을 도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 사건을 결국 해결한 것은 '로래스'가 아니었다.

'바운티 헌터', 번역하면 현상금 사냥꾼이나, 실은 현상금과 관계 없이 진행 중인 사건을 비공식적으로 해결하는 단체다.

그 때문에 이미 범인이 자수하거나 척결된 상태로 진상에 도달해서 커리어를 쌓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비공식적으로 누가 처리했겠거니 속 편하게 여유를 갖는 중이다.

그 이전에,


"실종자가 죽기 전에 내가 과로로 죽겠다."

"과음으로 죽겠지."

"안 세우면 나 혼자라도 간다."


협박이 통했다고 해서 차를 세우지는 않는다. '로래스'의 생각으로는 이 이상 억지로 끌고 가도 짐만 될 뿐이라며 마지못해 응수해주는 느낌이라 본다.


"그래."


아무 곳에나 있는 모텔에 들어선다.

어떤 곳인지는 눈이 침침해서 제대로 모른다.

단지 상식적으로 기억 나는 것들이란 한 방만 체크인 하고 그대로 씻지 않은 채 침대에 바로 누워 곯아떨어졌다는 정도.


- - - - - - - - - -


일어나자마자 냉장고에 들어 있는 생수를 벌컥 마신다.

아직까지 머리가 지끈해서, 또 한 모금, 도합 두 모금으로 250mL 한 병이 사라진다.

어제 '범죄자' 씨를 처리하고 난 이후에 씻은 것도 아니라서 은근 슬쩍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이건 야성에서 나오는 향이라 피 향을 많이 맡아 본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향이다.

피는 옷에라도 튀기지 않았다. 이런 데에는 전문가인 '로래스'라 어떻게 절단하면 피를 안 묻히고 능력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렴 2의 40승 이상에 달하는 단위로 토막을 내어 유기했더라도 능력으로 발현해 낸 유리들이 튀기는 피를 막아줘서 절대 묻힐 일은 없다.

그래도 역시 씻지 않은 건 더럽다. 얼른 욕실로 들어가서 세팅되어 있는 1회용 양치 도구와 샴푸로 대충 씻고 나온다.

옷은 상관 안 한다. 어제 꺼낸 한 벌이라 이틀 정도는 커피에 얼룩지는 일이 아니라면 빨지 않아도 괜찮다.

걱정되는 건 오늘 안에 일이 안 끝나면 내일 입을 옷이 없다는 것.

죽어도 오늘 끝내야 한다.

하지만, 이건 '로래스'의 의지에서 일어날 수 있지 않다.

믿을 뿐이다.


띠리리리링-


안 봐도 '동료'의 전화라는 걸 안다.


"-려 와."


비몽상몽해서 바로 귀에 대기도 전에 저쪽에서 말한다.


"뭐라고?"

"내려 와."


동시에 체크아웃도 하라는 소리다. 여유라도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냐'고 말했을 텐데, 관둔다.

주머니를 뒤져서 지갑만 있는지 확인한다. 들고 온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것만 확인하면 놓고 오는 물건은 없다.

카운터에 열쇠를 주고 서성이고 있는 스포츠카에 당장 탄다.


"어떻게 되었는데."


전화에서 못했던 질문을 던지고,


"범위만 줄어들었지."

"새벽에 프로파일링을 받아주냐."

"다 자고 있지."

"뭐, 새벽에 촌동네를 등신 같이 튜닝을 한 차가 돌아다니는데 개 짖는 소리에 누가 안 깨겠냐."

"어쩔 수 없지."

"민폐를 끼치지 않게 같이 잤으면 됐을 것을."


이 정도 꼽사리를 주고 간을 본다.

화날 거라는 에상은 하지도 않는다. 조금이라도 신경이 거슬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저 찾자."

"···싱겁네."


동요하지 않는다. 잠자기 전 좋은 구경거리를 하나 했는데, 대실패다.

여전히 졸립다.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또 다시 의자를 뒤로 젖힌다.


- - - - - - - - - -


날파리들.

산이다.

그래도 아침에 씻고 왔다지만, 이 녀석들은 내 몸보다는 옷을 좋아하나 보다.

용케 잘 찾아왔다. 아침운동으로 딱이다.

손을 미동만 시키며 날파리 여섯 마리의 날개를 묵사발을 낸다. 육안으로 봤을 때 4분의 1만 남은 날개 부위를 어떻게든 퍼덕거리며 다시 비상하려고 하는 게 가소롭다.

다리는 장식인가? 날개가 없다면 없는 채로 해결책을 구상해야지, 1초 전의 자신을 떠올리고 있나?

기꺼이 차량 밖으로 던져내며 여섯 마리를 한꺼번에 뾰족한 유리 못으로 저격한다. 시트를 더럽히면 '동료'보다는 '로래스'가 곤란해지니 깔끔한 조치다.

오프로드에서는 상식적으로 지붕을 덮는 편이다, '동료'는.

오픈카 그대로 산에 끌고 가면 벌레가 꼬이고, 잘못 꼬이면 냄새로 개박살이 날 거니까.

지루하다. 내 몫은 없다.

할 수가 없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동료'를 따라잡을 수 없다.


"언제 끝나냐."


애먼 물음에 대답할 사람은 없다. '로래스' 혼자다.

'동료'의 능력은 바람을 일으키는 힘이다. 바람을 일으킨다, 그러니까 웬만한 기체라면 뭐든지 산하에 둘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반대로 응용하면 어디의 기체가 움직이는지 간파가 가능하다. 제어 능력이 통찰 능력 역할도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가정 집을 근거지로 삼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라 이름 없는 산에서도 이 지랄을 떠는 것이다.

너무 속 편한 발상이다. '로래스'는 이 방식의 문제점을 파악한다.

등산객이면 어쩌려고. 무작정 감지된다고 공격할 사람은 아니라지만 오해를 한다면 그것대로 일이 꼬일 수가 있다.

두 번쨰, 실종자의 신호가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솔직히 '로래스'는 실종자의 생존 여부를 따지지 않기로 한 상태다. 범인을 봐야 알겠지만 실종자의 생환율은 보통 0%에 육박한다.


"찾았어."


굳게 닫힌 창문 너머에서 들려온다.

'로래스'는 말하기 전에 창문을 내린다.


"아니면?"

"하필 차로 갈 수 없는 지형이거든."


그 말을 이렇다.


"내가 가리?"

"그러는 편이 낫겠지."

"난 조심성이란 게 없을 건데?"


범인이라 의심이 된다면 즉시 척결하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다.

해봤자 범인에게는 인질조차 없을 것이다. 이미 이 세상이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로래스'에게 우세한 상황이겠다.


"신호는 늘 하던 대로."


만약 '동료' 측에서 아니라고 판단 된다면 머리카락을 원격으로 잡아당길 것이다. 혹은 길을 안내한다면 어깨를 칠 것이다. 항상 신호는 이래왔으며, 그 신호라는 게 나름 아프다는 것도 알고 있다.

파괴적인 능력이 있어도 이런 곳의 뱀은 무섭다.

신체 능력이 좋지는 않다. 애초에 평균적으로 뱀 같은 야생동물이 사람보다는 반사 신경이 빠르다. 종아리 보호대 없어서 잘 안 보이는 나뭇가지에 찔리는 일도 다반사다.

마음 같아서는 올라가는 길에 거슬리는 나무들을 모조리 파괴하고 싶다. 사실 그러지 않아도 조금씩은 잘라 가며 진행 중이다. 적어도 내 땅은 아닌지라 피해는 최소화시킨다.


"아앗!"


오른쪽 어깨에 격한 통증이 올라온다. 알게 모르게 '로래스'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여기에 푸는 모양이다.

이 신호는 불공평하다. 아무리 일찍 방향을 튼다고 해도 실시간으로 내가 방향을 틀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3번 맞는 것은 언제나 기정사실.

그리고 이름 없는 산이라도 가파른 경사가 없다고는 말 못하는 걸, 몸을 돌린 방향이 하필 그쪽이다.

해결책은 있다. 날카로운 유리만 만들 수 있는 '로래스'가 아니라 공중에 발판 정도는 거뜬히 만든다. 유리 계단을 만들어 사뿐히 내려간다.

그 사이 또, 어깨가 타격 받는다.


"앗, 어엉?"


이상하다. 이상한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알려주는 간격이 빨라졌다는 것, 이건 주로 타겟의 이동을 말할 테고,

하나는 수정한 방향이 뒤쪽이라는 것.

이게 무엇을 의미하지? 범인이 텔레포터라는 의미?

당장 뒤를 돌아봐도 사람의 형체는 없다.


"아놔!"


그럼에도 어깨를 떠밀듯이 치니까 어쩔 수 없이 바라보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다.

범인이 두더지라도 되는 건가? 땅을 파는 능력? 아니, 그건 이미 우리 기관에 있는데 말이지?

두더지와 사람의 호흡이 같을 리는 없고, 신용을 한 채로 지켜보-


타앙!


···총이란 발명품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에 빠르다.

방아쇠를 당겨 공이를 전진시켜 탄알의 뇌관을 치는 작업을 행한 후에 날아가는 총알의 속도도 만만치 않다. K-2가 초당 약 900m였나. 유효사거리만 없었다면 날아오는 UFO를 K-2로 조져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눈 뜨고 코 베일 새끼로 보였냐?"




날아오는 총알은 능력으로 가볍게 막는다.

하도 많이 싸워서 긴장 상태만 되면 피부 주변을 강화 유리로 덮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유리를 뚫을 수 있는 위력이 아니라면 상처를 입을 일이 없다.

옳은 헤드샷, 그러나 상대가 '나', '로래스'다.

서둘러 총구의 불빛의 보였던 구역을 유리 감옥으로 덮는다. 귀찮으니 땅까지 파고들어가 아예 뒤주를 만든다.


퉁, 퉁


"보호색이 능력이구나?"


여러 능력자를 만나봐도 처음 보는 능력자면 신기해 할 수밖에.

갈색과 풀색으로 무장된 범인은 유리 감옥 안에 갇히니 저절로 유리의 색을 본 떠서 스스로 투명해진다.

그러면서 영거리 사격으로 '로래스'의 유리를 뚫으려고 하나, 가능할 리가!

명색이 74위라고?

전투에서는 하등한 능력일 보호색 주제에 너무 건방지다.

얼른 총을 유리 손으로 빼앗는다. 대화에 총은 필요 없으니 마구잡이로 아무대나 던진다.

즉시 심문에 들어간다.


"야, 실종자 어딨어?"


부질없는 질문이긴 하다. 형식상 하는 것이다.

어차피 죽였겠거나 죽고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묻는다.


"실종자? 범인이 아니야?"

"뭐?!"


이런 씨, 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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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용병(22) 21.07.15 36 0 12쪽
57 용병(21) 21.07.13 36 0 12쪽
56 용병(20) 21.07.12 39 0 12쪽
55 용병(19) 21.07.09 35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53 용병(17) 21.07.06 36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9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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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용병(12) 21.06.30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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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용병(7) 21.06.24 39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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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병(3) 21.06.20 30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8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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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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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멘데이트(4) 21.06.03 34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7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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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희생자 3 21.05.29 44 0 12쪽
19 ???(4) 21.05.28 39 0 13쪽
18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40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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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로래스(11) 21.05.2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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