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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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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8
추천수 :
45
글자수 :
320,977

작성
21.05.1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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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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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로래스(2)

DUMMY

꼬맹이.

꼬맹이, 치고는 들고 있는 엽총은 사납다만.

그래봤자 군대도 안 가 본 젖비린내 나는 수준에 맞게 견착도 제대로 못하는 게 의지만 앞선 초짜다.

총기 사용 허가는 당연히 없을 테고,

그나저나 이 새끼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넌 뭔데?"

"아저씬 뭐야?"


그럴 줄 알고 이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옛다, 명함.


"이런 사람이다."

"이런 게 기관 사람이라고?"




꿀밤 한 대.


"살인미수자가 건방지네."


동기야 안다.

얘도 범인을 찾는 걸 보면 실종자 중에 가족이 있겠거니.

아무리 그래도 엽총은 아니잖아. 세상이 흉흉해도 저런 게 한국 꼬맹이에게 들려있다고?

기관의 입지도 있고 하니 압수.


"야, 그건 돌려줘."

"불법 소지한 무기는 가져가도 되거든."

"경찰이 아니잖아?"

"일반 시민이면 경찰의 윤리를 안 따라도 된다는 말이냐?"


아, 이건 좀 그렇네.

그렇다고 범죄자를 무참히 살해해도 된다는 조항은 경찰에게 없으니까, 내가 할 말은 아닌가.

어쨌든 납득하고 이에 대해서 반항을 하지 않는다. 말을 잘 들어서 좋다.


"이름 없는 산이고 경시줄도 없어서 네 집 앞마당처럼 돌아다닐 수 있을지 몰라도, 총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경찰이나 군인 행세를 하는 거 아니다. 살인미수도 아니고 상해미수! 내 몸에 생채기라도 냈냐?! 그리고 씨발 냅다 범인인지 아닌지 분간도 못하면서! 혹시 실수로 누굴 죽여버렸거나 한 건 아니고?!"


결국 화가 난다.

자칫해서 이 산 어딘가에 있는 범인을 자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능이 너무 앞선다.

이 녀석이 눈물을 뚝뚝 흘리든 알게 뭐냐. 인생의 교훈이다.

그렇다고 탈수 증세가 보일 때까지 갈굴 생각은 아니니까 말을 만다.


"뭐지?"

"들었지?"

"범인도 듣겠지."


휴, 나쁜 놈이 될 뻔한 걸 만회한다.


"이득도 없고, 애새끼한테 총을 맞을 뻔하지 않나, 얘나 데려가-"

"잡으라고!"


쓸데없이 목청은 크다.


"빨리 잡으란 말이야! 2일 지났다고! 기관은 왜 그렇게 굼뜨는 거야?!"


이런 억지 주장은 감내하면 스트레스다.


"오늘 왔다, 이 꼬맹이야! 능력이 있으면 뭐가 다 되는 줄 아나 본데, 잘도 세상이 그리 돌아갔으면 좋았겠네?! 적어도 네 새끼보다는 잘 해결할 테니까 짜져있으라고."

"상대는 애야."

"그러니까!"


이러니까 애가 싫다.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논리적이지 않은 성인도 싫다. 하지만, 모든 성인이 논리적이지 않은 건 아니니까, 그래서 애가 웬만해서 싫다.


"네가 데려가."

"총은?"

"그냥 압수해."

"권한이 없다는 걸 알잖아."


거 참, 눈치껏 그럴 수 있다는 척을 해줬으면.

이러면 나도 떼쓰는 것처럼 보이잖아?

그런 게 맞긴 해도, 점잖은 어른의 모습은 글렀다.


- - - - - - - - - -


그래서 그냥 줬다. 엽총은 판단이 어렵다. 엽총이라 등록된 것 자체가 까다롭다. 일반 총기류는 분명 일반인이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도 엽총은 허가만 받으면 소지할 수 있다.

특히나 이 소지라는 게 한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원칙이라도, 누가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만졌는지 알겠냐.

결국 책임을 물을 때는 그걸 만졌을 때가 아니라 일이 일어났을 때, 총을 발포해도 사상자가 1도 없는데 그걸로 어떻게 안 된다.

기분이 나쁜 채로 끝난다. 그게 전부다.


"열받네."


다음 장소에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빈다.

근데, 가만 보니 잊고 있었던 게······


"그 새끼, 능력자 아니었나?"

"맞아."

"너도 봤지?"

"봤지."

"등록된 새낀가?"

"안 됐으면 신고하게?"

"그건 찌질하지."

"이미."


보통 능력자라면 필수적으로 받아야 되는 교육이 있다.

정신적으로 사회에 귀화시키는 교육이다. 능력에 대한 경각심이 없으면 이미 이곳은 능력지상주의의 무법지대였을 것이다.

모범시민(?)으로서 녀석을 교육소에 보내야 하는 게 타당하겠지만, 그냥 변덕이다.

가지 마라. 그런 귀찮은 곳에 가든 안 가든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차라리 1년 썪는 것보다 자유롭게 있는 편이 훨씬 낫다.


"남은 곳은, 몇 군데?"

"둘."

"안 나오면 어떡하냐."

"원점으로 돌아가야지."

"하, 나 참."


확률상 내일도 확정이다.

옷은 어쩔 수 없다. 그냥 입은 채로 돌아다디는 게 최선이다.

이런 사람을 보고 옷에서 냄새난다고 하면 어찌할 수 없겠다. 간단하게 탈취제나 사서 뿌리는 걸로.


끼익


한적한 도로라 해도 급정거는 시원찮다. 안 그래도 1자 도로에서 뻔뻔하게 달리고 있는 마당에 급정거라, 타이어는 괜찮나?


"뭘 놀라서 그런 거야?"


그랬더니 옆에서 '동료'가 코피를 흘리고 있다.

목을 뒤로 젖히고 있고. 자칫하면 위험한 행동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별 일 없는 걸 보니 괜찮은 듯하다.

코피를 흘리는 건 피곤하단 치더라도, 운전자가 그러는 건 반갑지 않다.


"밤을 새더니."

"못 찾으면 쉬지."

"찾으면?"

"해결하고 쉬지."

"해결을 어떻게 할 줄 알고?"


시간으로 따지면 가장 최악의 경우는 실종자가 다 살아있을 경우다. 경찰에게 맡겨도 되지만 인질들을 인수인계하는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현재 오전 11시, 아마도 일은 4시에 종결되겠다.

솔직히 편한 건 생존하지 않았을 때다. 그건 정말 경찰에게만 맡기면 되는 일이라서다.

음, 그리고 살아 있으면 또 인질 가지고 농성전을 할 수 있으니 진짜 죽어있는 게 편하긴 하다.


꼬르륵


"배고프다."

"아침을 안 먹었지."

"가기 전에 아무거나 먹자고."

"가서 확인만-"

"확인해서 있으면, 괜히 밥 먹기 어려울 텐데?"


있다 하더라도 모르는 편이 낫다. 실종자가 무슨 짓을 당하고 있을지 모를 텐데 편안히 밥을 목구멍에 넘길 인성파탄자는 아니다.

공감을 못하는 건 아니다. 공감을 할 대상을 가릴 뿐.

적어도 범죄자는 대상 외다.


- - - - - - - - - -


식당이라는 간판에 주차를 한다. 메뉴는 아무거나. 간판의 메뉴를 보고 선 것은 아니다. 그만큼 허기가 극에 달한 상태.

자연스레 폰을 꺼내는데, 이런.


"보조 배터리."

"없지."

"넌?"

"이제 72퍼."


일부러 부럽게 만들려고 화면을 켜서 배터리 잔량을 보여준다.

꺼진 휴대폰, 기관에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동료'뿐.

그리 큰 걱정은 안 든다. 여차 하면 다시 모텔에 들어가면 그만이다. 거기에 충전기가 있으면 좋겠는데, 없으면 근처에 가서 사야 하나.

칼국수 한 그릇을 해치운다. 이제 먹는 것에 낙이란 없다. 칼국수가 칼국수다. 맛을 본다기보다는 배고파서 뭐든지 입에 들이키고 보는 것이다. 똥만 아니면 다 빨아들일 기세다.


"이런 데에 무슨 일로 오셨소?"


가장 듣기 싫은 소리다.

눈 감아주라.


"산소 보러 왔습니다."

"이번 사건 때문에 온 거요?"


쥐뿔또 안 먹힌다. 용케 알아차린 주인장이다.


"왜요?"

"어제 찾아온 쪽과는 모르는 사이인가?"

"예?"

"모른가 보네."


짐작 가는 바가 있다.

자경단.


"어제 지나갔다고요?"

"터가 그렇게 좋은가. 이런 귀빈들을 손님으로 이틀 연속으로 받다니."


'귀빈', 자경단이나 기관이나 일반인들에게는 좋은 사람들이라 여겨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는 일로 보면 그렇게 다르진 않지. 그게 형식적으로 공식적이냐 비공식적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 차이가 시끄럽다. 아무리 좋게 일을 해도 자경단이 하는 짓거리는 똥을 싸지르는 일이란 말이다.

그보다 좆됐네? 또 내가 해결한 게 아니면 배상 처리는 어떻게 되는데?

먹던 것도 뿌리치고 달려나가고 싶어도,

선불이고, 배고프고, 어차피 해결되었으면···

······


"···맛있네요."


빈말이나 늘어놓는다.


- - - - - - - - - -


먼저 찾았더라도 어제 온 녀석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어차피 쳐 자고 있었다. 녀석들은 깨어나서 사냥 중이었다.

녀석들이 근거도 없이 돌아다니지도 않을 테니, 솔직히 그 녀석들에게 어떤 능력자가 있는지 몰라도 서울에서 김 서방을 찾으라고 하면 정말 찾아올 것 같다.

기관보다 신뢰가 간다. 실제로 그렇다.

의욕이 안 선다. 설 리가 없다.

해봤자 내가 해결할 것도 없으면 필요없는 거 아니겠나.


모처럼 강변을 지나가는 도로라니, 물수제비나 던진다.

던지는 건 능력이고. 질량과 분자 구조만 신경 쓰면 돌맹이를 던지는 것과 같다.

환경 오염도 안 된다. 생성시켰다가 소멸시키면 바닥에 가라앉는 유리 따위 없을 걸.


달리는 차에서 그러기란 쉽지 않다. 관성이란 걸 모르진 않을 텐데, 참 기묘하다.


폭력적인 본능을 대체하는 그런 용도.


그렇게 요약할 수 있다.


"마지막인 곳이 가장 있어 보이는 곳이잖아."


강변을 지나 철조망이 있는 곳에 다다른다. 외관으로는 있을 법하다.

그런데, 철조망의 정체를 보면,


딱 봐도 송전탑.


송전탑이 그 위에 있어서,


단서도 되지 않아 여전히 모르겠다.


"있어야지."

"있기라도 해라."


역시 '동료'가 나서서 난 가만히 있는다.

아니, 가만히 있진 못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법하다.


아니, 모르겠다.


아니, 있을 것 같다.


"뭐 있냐?"

"있어."


나름 믿음직한 직감이다.


"어디에?"

"······진행 중인···."

"진행 중이라고?"


어떻게 알까. 그만큼 격하게 요동친다는 소리가 아니겠나.

액션이 과한 상황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어디?!"

"12시."


드디어 나설 차례가 되었다. 아까는 피도 안 마른 꼬맹이한테 총을 맞을 뻔했겠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겠지.

격한 액션이라, 보통 자경단과 맞붙는다고 해도 그런 액션이라면 범인은 만만치 않다는 소리다. 꼬맹이가 운 좋게 조우라도 했으면 그건 운이 안 좋은 것이다. 실종자가 7명으로 늘어날 뻔한 게 천만다행이다.


천만다행?


난 범죄자에게만 독하다.


"야, 태워 줘."


마음만은 이미 앞서갔다. 벌써 현장에 도착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이동수단이 '동료'의 공중부양을 빼면 전무해서.

유리 공작 능력으로 뭐가 될 것 같냐.

따라간 곳은 흰 페인트로 뒤덮인 창고 같은 건물이다. 이게 왜 산 속의 구조물로 있는 건지는 동사무소가 가르쳐줘야 하겠고, 어쨌든 있다.

그리고 입구는 열려 있다.

빙고.

그러나 막상 빙고는 아니다.


"기다려."

"기다리고 있잖아."


어차피 들어갈 생각도 없다.

조용하다.

날아가는 중의 바람 소리가 시끄러웠지, 지금 유일하게 나는 소리는 내 위를 날아다니는 참새 소리뿐.

건물 안이나 밖이나 밑이나 사람이 낼 만한 소리는 없다.

자세히 보면 창고 안에 그을린 흔적들이 보인다.

이 파괴적인 능력일 것 같은 흔적, 오랜만이다.


"나와!!"


일단 선전포고를 갈겨 본다. 선전포고라고 해도 나만 전투 의사가 있을 뿐이다.


터벅터벅


"간지 나는 구두는 여전히 신고 있냐."

"······."


여전히 말은 않는 '귀찮은 녀석', 눈만 드러나는 검은 히잡을 뒤집어 쓴 아주 그냥 닌자 코스프레에 '환장한 녀석',


"네가 더 범인 같은데."

"······."


자경단 새끼들이 다 입에 지퍼를 단 건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만큼은 그렇다. 보는 족족 '이 녀석'이며, 이제 그만 이런 인연 따위 쌓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인사치레-


쨍그랑-


다짜고짜 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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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용병(23) 21.07.15 30 0 15쪽
58 용병(22) 21.07.15 35 0 12쪽
57 용병(21) 21.07.13 35 0 12쪽
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53 용병(17) 21.07.06 35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8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9 0 12쪽
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47 용병(11) 21.06.29 39 0 12쪽
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45 용병(9) 21.06.27 37 0 12쪽
44 용병(8) 21.06.26 36 0 12쪽
43 용병(7) 21.06.24 38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2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5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0 0 12쪽
27 멘데이트(7) 21.06.07 38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2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3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6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39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19 ???(4) 21.05.28 38 0 13쪽
18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39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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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로래스(10) 21.05.22 58 1 11쪽
11 로래스(9) 21.05.22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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