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2,932
추천수 :
45
글자수 :
320,977

작성
21.07.13 19:04
조회
35
추천
0
글자
12쪽

용병(21)

DUMMY

우선 '진'과 연락은 되는지부터 확인한다.

국방연 쪽 사람에게 묻는 게 편하다는 이유도 있고.


[픽업할 수 있나요?]


진짜 픽업해달라는 건 아니고,

현장에 도착했다는 의사 표시를 알릴 겸이다.

1분을 한 자리에서 기다려도 무응이다.

가뜩이나 더워 죽겠거니와 냄새는 갈수록 쓰레기장으로 변해 간다.

기능도 잃어버린 건물만 늘어져 있는 허허벌판에서 도대체 뭘 기다려야 하나.

일단 내가 내 차를 부수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도심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기척이 느껴지는데,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안 하는 걸 보니 외국놈들은 아니다.


"손 들어!"


손 들게 하면 어쩔 건데?

라는 생각이지만,

그냥 손을 드는 게 상책이다.

능력자면 손을 들든 말든 실효성은 없더라도

손을 든다는 건 말을 듣고 있다는 암시를 주기 위해서다.


"민간인인가?"

"네, 지나가던 길입니다."


자연스레 접선을 시도한다.

어쨌거나 국방연 일원일 텐데 반갑게 맞이한다.


"저 차 주인 아닙니까?"


망가진 배경 속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차를 가리킨다.

갑자기 존댓말로 바뀌는 건 아군이라 의식해서인가.


"네."

"빨리 멀리 달아나주세요."


그렇게 간곡히 부탁한다고 해도

맞받아칠 의사는 충분하다.


"민간인이지만, 불의를 보고 모른 체할 수 없는 성격이라서 말이죠, 같이 동행하시겠습니까?"

"뭐라고요?"

"같이 이 상태를 해결하자는 말입니다."


못 알아들은 척하는 건 뻔한 레퍼토리 아닌가.


"아니, 예?"


이것 참.


"실력은 자신 있으니 믿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 만큼인가요?"

"네."


영 못 미덥다는 표정인데,

나라도 그럴 만하겠다.

그러나 얌전히 물러나기에는 외로우니 억지로 동행이라도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이렇게 얼굴을 비추는 게 썩 나쁘지 않지도 않으니.

국방연에게 얼굴을 각인시키는 것도 하나의 목적이라 할 만하다.

정당하지 못하게 난봉꾼으로 가면 동족상잔을 하는 적이라고 인식될 수 있어서 보험이 필요하다.

안 그래도 변장을 하고 온 모습이 아닌지라.


물컹


갑자기 물 능력을 발현하더니 주변을 두꺼운 물 장벽으로 에워싼다.


"적습이거든요?"


솨아아아아아악-


불과 물이 만나 용솟음치는 연기를 그려낸다.

물 능력이란 걸 알았으면 쏘지도 않았을 텐데, 어지간한 호구다.


"잡으면 인정해드리죠."


방어를 전담할 테니까 하라는 건가?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닌가.

초면이니 그럴 수는 있겠는데

실력을 볼 거면 공격과 방어를 둘 다 보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이지.

하지만, 국방연이니까.

괜히 민간 피해가 일어나서는 안 되니 메리트를 주는 거겠지.


"됐습니다."

"염동력?"

"예."


이번에도 불길이 한 방향에서 왔는데 위치를 특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까 이러지.

뭐랄까, 딱 그 정도다.

민간인들을 학살하기에 아주 적절한 재능이지만, 상위의 능력자들과 맞붙을 준비는 없는 그런 어중이떠중이.

재빨리 증거를 눈앞에 대령한다.


"데려오진 말고. 확인은 이미 됐으니까."


아.

물 능력자니까 혈액 감응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건가.

염동 능력자는 호흡을 하고 있는지 툭툭 쳐봐서 기초적인 반응을 하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피룡한데 비해 너무 간편하다.

그건 조금 부럽네.


"동행이라고 인식만 할 테니 내가 필사로 살려줄 의향은 없다는 걸 알아두면 좋겠네."

"그러시죠."


그것만이면 충분하다.

국방연의 정보력이 필요한 참이었으니 동행만 한다면 방황하지 않을 수 있다.

말하기도 무섭게 손을 귀로 갖다대는 게 수신기가 부착되어 있는 듯하다.

과연 어떤 지시가 내려올까.


"따라와라. 그 정도면 나는 건 그냥 할 수 있나?"

"당연하죠."


아마도, 이 물 능력자는 '트리톤'이려나.

'포세이돈'은 만난 적이 없지만 이 정도는 아니겠지.

그보다 더 높은 경지라고 생각되면 '트리톤'이겠지.

그 중간도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걔들은 스타일이 다르다고 익히 들었고,

게다가 구면인 녀석들이라 이딴 얼굴이 아니었다는 건 알고 있다.

한쪽은 파도 타기,

나는 공중부양으로 꽁무니를 쫓아간다.


- - - - - - - - - -


전혀 목적성을 모르겠는 공습이다.

전에 은행을 털 때 펼쳤던 위장 작전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그건 능력자만 구성된 인원들이 아니었기에 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긴 했다.

총으로 제압할 수 있는 인원과 거리는 현저히 좁다.

나름 전투력 면에서 단련된 능력자들일 텐데, 죽어나가는 인원을 보면 그 자경단 녀석들이 말한 능력자의 멸종이 일어날 수도 있어 보인다.

진짜 그게 목적은 아닐 거 아닌가.

그런데도 서울 한복판뿐만 아니라 일대를 폭격기가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마수가 뻗어나가고 있다.

단순한 학살이 목적이면 그냥 전쟁이지 않나.

하물며,


"인천까지 가는 건 너무한데."

"그러게요."


우린 한강을 넘어가고 있다.

끊어진 마표대교는 언제 복구되려나.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대물피해에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현대판 양요인가.

그러지 않고서 이러는 명분이 있을까.


"혹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시나요?"

"몰라. 아무도 몰라."

"그렇군요."


호국의 의무는 수행해야 하지만, 이 일의 동기를 모른다면 그것대로 무가치한 일이다.

기계적으로 해결하기만을 바란다면 그게 기계의 삶이지.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생활하고 있으니 우습게만 바라볼 일은 아니긴 하다.

하물며 습격해서 개죽음을 당한 그 새끼들은 또 어떠하고.


"주민들의 대피는 어떠하죠."

"그걸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을까."

"무리죠."

"무리인 건 묻지 말고, 혹시나 기습이 있을지도 모르니 유의하기나 해라."


펑!!!


말하기 무섭게,

라고 말하려고 해도 당장 주변은 아니다. 적어도 마포대교는 아니라는 사실.


"서강 쪽인가?"

"그러네요."


대교가 폭발한 게 아니라 대교 주변부가 폭발로 휘말리는 중이다.

도로는 박살이 나고, 강변 인도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어지고 지반이 강으로 흘러가서 물에 잠기게 된다.


"지원을 가야겠네."

"예."


그러더니 여태까지 도로 위를 타고 가던 사람이 물 능력자라고 시원하게 한강에 파도를 일으키며 달려간다.

어차피 도로를 타고 가도

둘 다 날아가고 있던 거라 나도 상관은 없다.

그래도 물 위를 날아가는 건 별로 싫다.

이유는 없어도 그냥 싫다.

그냥 싫은 거다.

못하겠다는 건 아니고.


펑!!!!!


거리가 가까워져서 소리가 클 뿐, 하는 짓은 똑같다.

외관으로는 불 능력자 중에서도 폭파 계열인가.

참 파괴적인 방향성으로 잘도 성장했네.

단순 분출 계열도 불 능력자라서 위험할 노릇인데, 폭파 계열이라?

웬만해서는 독학이겠거니와, 아니면 정신나간 스승 밑에서 키워졌을 수도 있다.

그의 대항마는 누구냐.


"'진'인가."


여깄었네.

왜 연락이 없는지 알 것 같다.

나름 여기도 바빴던 모양이네.


펑, 퍼퍼퍼퍼퍼퍼펑


하지만, 공방을 보면 만난 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그 전에는 누구와 싸웠던 것인지 모르겠다.

이미 해치운 후인 건가?

'진'은 회피하기 바쁘고, 노리는 쪽은 연쇄 폭발로 잡으려고 한 것 같으나 실패한다.

'진'의 속도를 보건대 이쪽도 썩 괜찮은 인재다.

20위 권이면 그래야지.

한 번 적의 뒷덜미를 노린다.


-!


"대책이 있네요."

"비교적 실력자인 거지."


슬쩍 만지려니 급발화하는 화염의 갑옷에 시도를 중단한다.

능력으로 몸을 두르고 있으면 낮은 실력대가 아닐 경우 건드릴 수는 없으니.

미동은 해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펑!


순식간에 우리의 상공에서 터뜨린다.

그러나 우리라고 대비가 안 된 건 아니지.

'트리톤'의 물 방어막에 내가 염동력으로 쳐냈으니 남은 건 뜨끈한 바람이다.

어쩌면 폭발만 시켜도 기온이 올라가니 우리를 쪄 죽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 기회 따위 주지 않겠다.


"잡아라."

"이미 잡았습니다."

"빠르네."


비교적 강적인 것이 절대적 강적은 아니다.

불꽃으로 막으면 될 줄 알았겠지만,

막아야 되는 건 몸만이 아니다.

아니면, 막지 못하더라도 다시 뚫으면 되는 것인데,

그럴 힘은 없겠지.

반경 3m를 염력으로 옥을 치고 있으니 포획된 거나 다름 없다.

그런데,

불은 왜 꺼지고 있지?


"지원이 와서 생포로 변경해야겠네."


'진'이 마침 우리 쪽으로 합류한다.


"대교 위에서 지랄하고 있으면 빠뜨려도 되지 않았나."

"혼자 생포할까 고민했거든."

"그리고, 이쪽은 민간인인데 자원을 했고 쓸모 있어서 동행 중이니까 트집 잡진 말고."


'진'과 마주친다.


"그러신가요?"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연기는 잘 해냈다.

심적으로는 어색하다.


"마침 우리가 필요했는데, 진공 상태로 만들기 편하네요."


네 짓이었나.

어쩐지 불도 붙지 않더라.

그런데,


"진공이면 죽지 않나요?"

"그래서 호흡은 시켜주고 있죠."


제어력을 가지고 트집을 잡을 구석은 없겠다.

긴가민가했지만 서열표는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자료인 것 같다.

이러니 국방연이 마음에 들 수밖에.

이미 안전해진 적을 향해 지상으로 내려간다.

방어막들은 유지한 채 1m 내외로 접근한다.

일단 거의 진공 상태일 테니 서로 합의를 한다.


"영어 잘하는 사람 있나요?"

"전 아닌데요."


사실대로 고한다.


"나도 못하는데."


'트리톤'도 고한다.


"어쩔 수 없죠. 한국어 할 줄 아시나요?"


언어 능력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 없어 아쉽다.

해봤자 할 줄 아는 게 욕밖에 없는지라 나서지도 않는다.

기초 영어와 회화 영어는 엄연히 다를 테고,

어색한 발음 따위 여기서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한국어를 할 줄 알기를 빈다.


"Can you speak Korean?"

"한국어를 알면 알아들었을 텐데."


내 말이.

'트리톤'과 의견이 통한다.

한국어를 안다면 영어로 말하기 전에 통했을 텐데,

지금 이 상황은 모르거나 묵비권을 행사한다거나 그러겠다.


"영어가 아닐 수도 있나."


그런가.

하기야 Motherfucker라는 단어가 영어권인 척 속이려는 공작일 수도 있었으니.

그리고 만국 공통 욕이기도 해서 전혀 다른 언어권일 수도 있겠다.


"곤란하네요."

"누구 외국어 잘하는 인원을 지원할 수 없나?"


그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생포해서 본 기지에 데려가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며 위험한 행위다.

이 사태가 발발한 발원지로 유추하건대 국방연 본부 자체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냥 죽일까?"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데,




풍선같이 터지는 소리가 난다.


"뭐야?"


당황하는 '트리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옥에 갇혀 있던 적이 힘없이 자세를 잃는다.


"자살했네."

"진짜냐? ···진짜네."


직후, 입으로 피가 새어나오는 걸 보니 내장을 폭파시킨 건가.

호흡은 시켜준다고 '진'이 말했으니 확실히 페를 통해서는 능력을 발동시킬 수는 있겠다.

이래서 능력자를 심문하는 건 웬만해서 불가하지.


"인천이나 가자."

"너희들도 인천인가."

"그러게."


우리만 집결 명령을 받은 게 아니라면,

나름 큰 적이 있다는 건가.

꽤 기대가 된다.

그러려고 왔으니 본전은 뽑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용병 파트만 끝내고 원 컬러 매지션 연재를 재개하려고 합니다. 21.06.22 40 0 -
공지 연재주기는 제 맘대로입니다. 21.05.13 49 0 -
59 용병(23) 21.07.15 31 0 15쪽
58 용병(22) 21.07.15 35 0 12쪽
» 용병(21) 21.07.13 36 0 12쪽
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53 용병(17) 21.07.06 35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9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9 0 12쪽
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47 용병(11) 21.06.29 39 0 12쪽
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45 용병(9) 21.06.27 37 0 12쪽
44 용병(8) 21.06.26 36 0 12쪽
43 용병(7) 21.06.24 38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2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1 0 12쪽
27 멘데이트(7) 21.06.07 38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3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4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7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40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8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19 ???(4) 21.05.28 39 0 13쪽
18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40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8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5 0 14쪽
13 로래스(11) 21.05.23 36 0 12쪽
12 로래스(10) 21.05.22 58 1 11쪽
11 로래스(9) 21.05.22 38 0 12쪽
10 로래스(8) 21.05.21 44 1 12쪽
9 로래스(7) 21.05.19 42 1 12쪽
8 로래스(6) 21.05.19 40 1 11쪽
7 로래스(5) 21.05.18 50 1 13쪽
6 로래스(4) 21.05.17 62 3 12쪽
5 로래스(3) 21.05.16 80 1 12쪽
4 로래스(2) 21.05.15 83 3 12쪽
3 로래스(1) 21.05.14 111 2 12쪽
2 자기소개 21.05.13 229 9 12쪽
1 프롤로그. 희생자 1 21.05.13 408 19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