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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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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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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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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용병(11)

DUMMY

빈 방이 따로 있긴 해도 같이 잔다는 전제 하에서 나는 받아들인다.

교육 시설에서야 가끔 담당 선생님이 머무는 때도 있고 해서 잔 경험을 있을 테지만, 난 역시나 보조일 뿐이다.

선뜻 하라고 해도 애들이 좋아서 선생님을 하는 건 아니라서 왠지 그 공기 안에 있으면 잠을 못 잘 기분이다.

어떤 짓을 당할지도 모르고.

애들이니까 안 재울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한 명이라면 충분하다.

특히나 그 애들 중에서도 가장 철이 빨리 올 것 같은 애라면 충분하다.

호텔에서 입을 거리만 챙겨와서 잠자리에 든다.


"불 끌까?'

"네."


그다지 얘기를 하진 않은 상태.

바로 오자마자 오후 9시인데 벌써 잠에 들려는 게 너무 바람직한 거 아닌가.

내가 7살 때면 컴퓨터를 붙잡는다고 9시는 이른 시점이었는데.

어떻게 자라도 나와 다른 세계일 '아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같이 잔다는 목적으로 부탁하지는 않았겠지.


"선생님."

"뭘 물을 거니?"


수업에서는 당연히 수업 내용이나 염력에 관해서 얘기만 했으니 그런 화제는 아닐 테고.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늘 말하던 대답은 알잖니."


항상 백수라고 말을 하건만.


"못 믿겠어요."

"그래?"

"선생님 정도면 뭘하든 이상하지 않은 인재 아니에요?"


말장난으로 그 인재가 그 인재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으나 말해서는 안 되고 말해도 못 알아들을 테니 말을 안 한다.


"평범하게 알바나 뛰면서 전전긍긍하는 편이지."


이런 대답도 아이라서 가능한 거지.

조금만 견문을 넓히면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건지 알 수 있다.

능력자면 일용직이라도 높게 쳐주는 편인데,

과연 정규직을 못 구하는 게 말이 안 되겠다.

특히나 노동직에서는 신의 인력이지.


"그럴 리가 없잖아요."

"들켰나?"

"부모님이 항상 경쟁력이란 말을 하시니까요."

"그런 말을 가르치시니?"

"들은 거예요."


어쩔 수 없다.


"알려 하지 않는 게 좋아."


호소하는 게 최선이다.


"나쁜 일이에요?"

"나쁜 일일까?"

"궁금하게 하지 마세요."


당돌하네.


"어떤 일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니?"

"나쁜 일의 기준이요?"

"그런 질문이란다."

"절도나 살인이 나쁜 일이 아닐까요?"

"그러면 국방연이 저지르는 일도 나쁜 일이니?"

"범죄자를 죽이는 거니까요?"

"전혀 일관성이 없잖니."

"그러면 다 나쁜 사람들인가요?"

"아니. 그러니까 나쁜 사람의 기준을 잘못 잡은 게 문제란다."

"선생님의 기준은 뭐예요?"


그거야 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던 개념이다.


"법을 어기는 거."

"저희는요?"

"그래서 사실 우리 둘 다 나쁜 사람인 거지."

"되기는 싫었는데요."

"그런다고 처형은 당하지 않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다 질이 똑같은 나쁜 사람은 아니란다."

"죽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것처럼요?"

"맞아. 태생부터 정해져 있는 나쁜 사람은 없어. 모두 사람끼리 정한 약속이거든. 약속을 얼마나 지키느냐, 그걸 따져서 나쁜 사람을 가려내는 거란다. 착한 사람은, 가릴 필요가 없지. 나쁜 사람만 아니면 되는 거니까."


이렇게 대충 넘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한다.


"그래서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세요?"


기대를 말자.

화제를 기억하고 있다니.


"나쁜 일이어도 좋아요. 어차피 공범이잖아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쉽게 발설할 수는 없지.

무슨 일을 상상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얘'의 상상력이라고 해서 다를까.

7살의 통찰에서 비롯될 수 있는 나쁜 일의 범위는 그리 넓지 않을 텐데.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가장 가까운 사례로 서울 한복판을 테러한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하면 과연 믿을지도 의심스럽고, 믿는다면 내 신변이 안 위험할 수는 없겠지.


"흥신소에서 일을 하고 있지."

"흥신소가 뭐예요?"

"심부름하는 곳이야. 돈을 받으면 고객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곳."

"살인, 도요?"

"받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그런 건 살인청부업자한테 가야지, 흥신소에 맡기지는 않아."


거짓말을 아니긴 하지.

살인을 전제로 한 임무를 할 뿐이고.

의뢰 자체는 살인이 아닌 다른 무언가니까.


"선생님이면, 홧김에 능력으로 죽일 수도 있겠죠···?"


순간 이런 속내에 근접한 듯 싶었으나.


"모기같은 것들요."


여름이니 그렇겠다.

당장은 위잉거리는 소리가 안 들리는데 어딘가 날아다니고 있겠지.

에어컨도 있고, 모기 퇴치기도 돌아가고 있는 마당이라 능력 없이도 편하게 잘 수가 있는 노릇이다.

그래서 일부러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맛보기로 재미난 걸 보여주도록 한다.

전혀 화제와 상관 없는 뜬금 없는 공연이긴 해도.


"에어컨이나 이런 거 없이 자기 전에 편하게 하는 법이 있는데."

"어떤 거예요?"

"그야 능력을 이용하는 거지."


맨 공기여도 좋은 걸 에어컨으로 시원하게 만든 공기를 이용하는 작업이라 여름에 최적이 아닐 수가 없다.

바람 능력자와 똑같게 바람을 일으킨다. 난이도로는 바람 능력자가 훨씬 쉽다. 걔들은 기본적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데에 특화가 되어 있으니 당연한 소리다.

편히 잠을 자기 이전에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얘'한테는 무리가 있는 주문이겠다. 그냥 할 수 있지는 않다. 시원해질 수는 있어도 잠을 못 자면 의미 없는 일이다.

숙련도가 문제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다.


"선풍기보다 시원한 것 같아요."

"사실 선풍기와 비슷하단다."

"이러면서 모기도 잡히는 거 아닐까요?"

"이런 식으로 잡기도 하지."

"모기가 보이면 모기를 후려쳐도 되잖아요?"

"해본 적 있니?"

"아직은요."

"살생이 두려워서?"

"모기 정도면 두렵진 않아요."


모기 정도면?


"선생님, 에전에 저희 반 아이들에게 그네를 태워주셨죠?"

"그랬지."

"두려웠어요."

"다칠까봐."

"네. 사람에게 능력을 쓰는 게 무서워요. 남들이 쓰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전에 빵으로 실험했던 적이 있어요. 다른 방향으로 힘을 작용시키면 찢기는지 시험한 거였는데, 힘없이 찢기더라고요. 힘만 있다면 누구라도 빵처럼 될 수 있는 것 같다고요."


모기는 그런 질문이었나.

확실히 나 정도 되는 수준이라면 다른 일을 하다가 사람을 죽이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따지자면 사람이 휘말려도 좋다는 태도로 임하는 게 크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뭔데?


"힘을 키우는 게 두려운 거니?"

"선생님은 그네를 태워줄 때 두렵지 않았나요?"

"안 그랬지?"

"자신감인가요?"

"재능을 믿는다면 자신감도 따라오는 거지."

"저와 같은 시절이 있었죠?"

"있었지."

"그 때는요?"


그 때는, 사람에 대해 딱히 감정이 없어서 그랬다.

직접 살인을 해버린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나.

살인을 저지르기 전과 후가 인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하던데, 사실 그렇게 범접할 수 없는 경계는 아니었던 모양이긴 하다.

내가 사람이라고 해서 사람이 생물이자 동물이 아닌 건 아니라는 식으로 옛날부터 생각을 했던 것일까.

지금에서 과거의 내가 어땠는지 알 길을 없다.


"그래서 더욱 강해지려고 했지."

"강해지면 사고는 없겠죠."


이래서는 조언을 해줄 수밖에 없다.


"사고가 없을 거란 건 오만이란다."

"···아무리 강해져도요?"

"너는 무적을 믿니?"

"아니요."

"무적이 없는 것처럼 무사고가 있을 리가 없지. 아무리 강해져도 안 되는 벽이 있을 수밖에 없지. 물론 그 벽을 깨고자 노력하는 건 있을 수 있지. 그렇다고 각오가 두려움을 아예 없애주지는 않아. 두려울 건 두렵게 해주지. 비능력자든 능력자든 두려움은 언제나 잠재되어 있단다."

"선생님도 두려운가요?"

"여전히 두려운 건 많아."


당장 이 나라에서도 뛰어넘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방안은 간단하다.


"할 수 있는 걸 늘리면 되지."


다행히 이 화제를 마지막으로 잠에 들어간다.

덕분에 숨겨야 했던 내 직업을 지킬 수 있게 되어서 목표는 달성한다.

그러나 어린 아이에게 이런 얘기는 곤란하긴 하다.

아직 살아야 할 세월이 한가득인데 벌써부터 두려움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하면 과연 엄두가 나겠나.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내일은 하나 성대한 걸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잠에 든다.


- - - - - - - - - -


준비 운동부터 기초 단련을 하고 난 후에,


"혹시 고소 공포증이 있니?"

"없을걸요."

"없으면 없는 거지."

"고소 공포증이 높은 데에서 공포를 느끼는 거죠?"

"대체적으로 그렇지?"

"높은 데가, 정확히 어느 높이에요?"


그런 심리적인 증세에 정확한 기준은 없다.

그래서 대답하기가 어렵다.


"높다고 느끼면?"

"그게 뭐예요."

"고소 공포증은 단순히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고 공포를 느끼는 말하진 않아. 정확히는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른단다."

"···네?"

"아래를 내려다 보자마자 오줌이 나온다거나 땀을 심각하게 많이 흐른다거나, 그런 증세가 고소 공포증이란다."

"···그런 거면 저는 없어요."

"그럼 괜찮겠지?"

"어떤 거요?"

"창고 안에서 나와보렴."


수직으로 그었을 때 머리 위에 지붕이 있지 않도록 위치가 조정되는 걸 보고 곧장 실행에 옮긴다.


"뭐예요?!!"


발밑이 훤한 느낌을 받고 당황하지만 아랑곳 않고 실행에 옮긴다.

나도 같이 가는 거라 서운해 할 건 없다.

개인적으로 종종 하는 일이라 두렵지도 않다.

고소 공포증은 덤으로 없고.


쉬이이익-


어느 정도 고속으로 날다 보니 이런 효과음도 있는 듯하다.

남의 눈치를 받지 않도록 조신해야 한다는 모토는 잠시 잊어버리고.


"아무리 발을 휘저어도 닿는 건 없단다."


그네를 태워줄 때 '얘'는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신기한 감각이겠다.


"사물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면 자기 자신을 조종하는 건 당연힉 가능하겠지?"

"알고는 있어요."

"알고는 있었겠지. 시도를 못했겠지. 날다가 추락하거나, 아니면 조금만 방향을 뒤틀게만 해도 최소한 넘어지는 일을 겪게 될 테니. 넘어져 본 기억은 있니?"

"아니요."

"경험이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경험하지 않아도 지식으로 두렵다고 인식하지. 자, 이대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볼까?"

"전, 고소 공포증이 아닌가 봐요."

"건강에 지장은 없지."

"귀가 먹먹해요."

"아, 맞네."


잠시 '얘'의 고막을 온전하게 해주고.

나만 신경을 쓴 게 요인이다.


"이제 괜찮지?"

"네."

"가자."


실컷 날려서 경험하게 한다고 해도 이 두려움은 쉽게 없어질 수 없다.

적어도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스스로 나는 방법을 터득하고 하늘의 공기를 마시는 순간이 공포가 없어지는 때다.

무작정 2주만에 하늘로 날리는 건 불가능하다. 시키다가 다치면, 이라는 책임의식도 있어서 괜히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꿈을 보여주는 건 가능하다.

멀쩡한 산을 반토막 내는 파괴적인 행보로 염력의 발전이 무엇을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보다 이렇게 날려주는 게 평화로운 방안이다.


"더 빠르게 날아볼까?"

"상관 없어요."

"그럴게."


'너도 나중에 날고 싶니?'라는 상투적인 질문을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보여주기만 해도 마음에 둘 것이다.

언젠가 이렇게 되겠다는 마음가짐.

장래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도 꿈만은 보여준다.

그러나 정해져 있지 않는 장래에게 확신하기를,

'얘'는 나처럼 되지는 않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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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용병(21) 21.07.13 36 0 12쪽
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53 용병(17) 21.07.06 36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9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9 0 12쪽
48 용병(12) 21.06.30 39 0 12쪽
» 용병(11) 21.06.29 40 0 12쪽
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45 용병(9) 21.06.27 37 0 12쪽
44 용병(8) 21.06.26 36 0 12쪽
43 용병(7) 21.06.24 39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2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30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8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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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멘데이트(5) 21.06.04 33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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