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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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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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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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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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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멘데이트(7)

DUMMY

자경단의 설립 설화라고도 할 수 있다. 직후는 아니고, 3년 전의 이야기다.

한 청년이 있었다. 아마 여성이었을 것이다. 독재자가 생기고, 능력자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던 시기, 그러나 그 청년에게는 불우한 시대가 아니었다. 그녀도 역시 능력자였으며, 이 특별한 대우에 동참할 따름이었다, 분명히.

그러지 않았으니까 선택을 했던 모양이지만, 객관적으로는 그랬다. 부정부패가 없는 세상에서 순전히 능력주의를 실천하던 시기에 그녀는 유서를 남기기로 했다. 적당히 자신의 책상 아래에 모셔두는 유서 따위가 아니었다. 대단히 계획적이고 파급력이 있던 유서는 종이를 비롯해서 전자 형태로도 떠돌아다녔으며, 이는 이 소녀의 대담하고 단결력 있는 계획의 산물이며, 심지어 한 번뿐인 기획임에도 성공시켰다. 무려 목숨을 최소 조건으로 하는 계획을 성공시켰다.

능력자들 중에서도 똑같은 내용에 반응한 사람들이 많았다. 딱히 언론 통제는 없었지만, 그래도 안다. 이미 정권은 자비롭지 않다는 것에 짓눌려서 하고 싶은 말은 있되 아무도 밖에 내놓지 않았다. 삶은 윤택해졌어도 독재는 불안감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결국 그녀의 목숨이 불사라지면서 하나의 목소리가 되었다.

그게 이 당의 정체성이다.


"묵념."


추석이나 설날에 해야 할 풍습을 계절도 알맞지 않은 한여름, 7월 13일에 하는 중이다. 식순은 조상들에게 지내는 차례와 똑같다. 한편으로는 우리들의 정신적인 조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순리에 대해서.


물론 안다. 아무리 똑같은 행위를 한다고 해도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제 안다. 아무래도 몰랐던 거다, '멘데이트'는. '데몬', '진', '그 양철', 심지어는 '노블리스'까지 최근에 알게 된 사건으로 융통성을 배웠다. 전혀 사건을 보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러나 같은 사건을 봐도 느끼는 것은 다르겠다. 당장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자경단에 들어오려던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개인적인 이유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개인적인 이유가 더 진정성이 있긴 하다. 그건 경험이니까.


"'멘데이트'."


그녀는 술을 마셨을까. 차례라는 풍습이 술을 바치는 것이긴 하나, 이런 전형성이 의문이 든다. 이제는 꼭 성인이 된다고 해서 술을 입에 갖다 대는 시대가 아니기에 굳이 술을 받들라고 잔에 따라주는 건 어지간히 강요가 아닌가 싶다. '멘데이트'는 옛날에나 마셨지 요즘 마시라고 하면 그것대로 받기 싫어하는 편이다.

차례상에 올리는 것들은 전부 단에서 지불한 것들이다. 단 활동까지 블랙 기업으로 거금을 받았으면 아무도 이 자리에 없었겠다. 무상으로 차례를 지내라고 하니 의미심장한 것이다. 자금의 행방은 간부급이라도 모른다. '부단장'이라면 알 테다. 알려고 들지는 않는다. 우린 정신을 이어받으면 될 뿐이다.


- - - - - - - - - -


"'노블리스'."


차례도 목적이지만, 그것 말고도 '데몬'과의 담판을 짓는 게 우선이다. 그러고 보면 대학가를 지나갔을 때 7월이면 그들에게는 방학이다. 학기 중도 아니고 특히 방학 때에 지나갔는 데도 의심을 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계절 학기라는 변수가 남아 있는데, 아무래도 '노블리스'는 그런 시기겠다. 그래도 차례에 나온 걸 보면 그렇게까지 바쁘지 않은 듯하다.

지난번에는 목소리도 못 들었으나 어차피 단원만 있는 상황에서 불러본다.


"저번 일 때문인가요?"


반항은 아니고 침착하게 대답한다.


"사과보다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어서."

"경과, 를 설명하시란 얘기시죠?"

"거의 그렇지."

"후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대본도 안 짰는데, 일단 설명은 해볼게요."

"그렇게 복잡하나?"

"심정 자체는 복잡하죠."


'멘데이트'와 비슷한 기류가 흐른다. 기류 자체는 그렇다. 그러나 내용은 다를지도 모른다.


"그 사람, 바보 같아서요."

"바보 같긴 하지."

"선행을 부리는 것까지는 좋죠. 부리는 건 좋은데, 그렇게까지 눈에 띄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죠. 망토를 안 두른 그 사람 너무 특징이 훤하잖아요? 그런데도 국방연 건물 앞에서 시위하는 능력주의 반대 세력들을 제압을 했죠."

"제압?"

"어떻게 보면 제압이죠. 그렇다고 가만히 국방연이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불 능력자인 걸 들키면 어떡하려고요? 싸움을 말리려고 불 벽을 사이에 순간 세웠는데, 갑자기 그 지랄이 난 걸 보고 식겁했죠. 누가 눈치를 챘으면 이제 본모습으로도 다니기 힘들 텐데 전후 상황을 일체 고려도 안 한 거죠. 곤란해요, 그 사람."

"넌 왜 거기 있었지?"

"졸업해야 해서요."

"하필 주제가 그거라니."

"단과 어울리지 않나요?"

"어떤 주제?"

"새로운 것 없다시피하고, 현대까지 이어져 내려온 철학들을 집대성하는 작업에 불과한데요. 마침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현상들이 딱 알맞아서 쓰는 거죠. 가만 보면 인류의 이런 양상은 옛날부터 반복되는 게 보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습격했는데?"

"아, 습격이긴 한데요,정정당당하긴 했어요. 왜 그랬는지 추궁하려니 경각심이 부족해 보여서 살짝 찌르려고 시늉을 했죠. 금방 불타버려 찌를 수도 없었겠죠."

"골목에 데려가서?"

"대낮 거리에서 할 만한 일이 아니죠. 제 능력이면 몰라도 불은 밝으니까 한밤이어도 문제였겠죠. 그러나 그 사람이 없어진다고 하면 손해가 더 막심할 테니까요. 필요한 건 조직력이죠. 그렇지 않나요?"

"소속감이 중요하지."

"이건 딜레마죠. 필요하긴 하나 조직력이 부족한 걸 눈 감아 줄 수 있는지 말이죠. 제가 선택할 부분을 아니겠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도 아마 '멘데이트' 씨에게만 말했을 것이고, 말 없이 넘어가도 되는 건가요?"

"말하는 걸 원치 않을 거 아니냐."

"그렇죠."

"어떻게 하고 싶은지만 말해."

"비밀로 넘겨주면 좋겠네요."

"달라진 게 없잖아."

"저번 얘기를 좀 더 풀어서 설명한 것에 불과하죠."

"알아."


용서를 해도 되는가는 '데몬'의 손에게 달려 있지만, 이미 그건 허락을 받은 바다. 알고 싶었던 것은 '노블리스'의 태도다. 어떤 태도인지 이번 대화로 알게 되었으니 용무는 끝난 셈이다. 근본적으로 이 사건이 해결된 것은 아니라도 추후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는 없다고 본다. 여기에서 근본을 뒤틀리려면 '데몬'이나 '노블리스' 둘 중 한 명이 바뀌는 수밖에 없다. 바뀌어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어나기를 기도하거나 충돌이 우연히도 없기를 기도해야 한다.

응원한다면 '노블리스' 쪽이다.


- - - - - - - - - -


너무 한 몸에 오래 있다 보니 딱히 생각할 것도 없다. '멘데이트'라는 몸을 공유하는 입장에서 이제 건들일 부분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없다. 일상은 일상이다. '멘데이트'의 청결함은 '데몬'의 집과 자신의 집을 가릴 것 없이 청소를 해대고, '아프로디테'는 여전히 부재 중이다. '노블리스'는 그 날 이후에 만난지도 않고 있다. 설령 '데몬'이라고 해서 만난다고 '멘데이트'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다.

다시금 예전처럼, 평온해진다. 이따금 순리가 성립이 된다. 전화점이 있었으나 전환은 되지 않는다. 전환이 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은 역시 단을 탈퇴하는 것이겠지만, 전혀 그럴 기미는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멘데이트'는 충실한 간부로 남을 것이다.


기관에 대해서.


무엇보다 '멘데이트'는 기관과는 거리가 먼 습성을 지니고 있다. '데몬'과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단에 들어온 것은 정신 때문이지 활동이 문제는 아니다. 물론 단의 일원으로서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건 그것과는 별개다. 단의 존재 자체가 정신의 보존이며, 이를 위해서는 임무 수행이 필수불가결이다. 마음에 들어서 이러고 있지는 않는다.


'데몬'에 대해서.


'데몬'은 기관과 가까운 인물이다. 이 대치 상황이 자경단의 승리로 마무리 되면 뒤늦게 '데몬'은 기관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배신의 가능성이라, 역시 자경단이 기관보다는 아직 '데몬'에게 어울리는 집단은 자경단이다. 독재를 강제로 찬성해야 한다는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진'에 대해서.


'진'이 가장 껄끄럽다. 지금까지의 대화로는 그녀도 면접에서 애먹었을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는 겉모습이 드러나 있지 않다. 철판을 깔고 면접을 본 것이라면 치밀했다고 본다. 공무원이라는 직함이 탐났을 테니 그랬겠다.

그런 '데몬'은 우리 편이라 의심할 여지는 없고, '진'이 어쩌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띠리리리링-


만일을 대비해서 욕조 곁에 폰을 두고 있는데, 마침 이 습관이 빛을 발하게 된다. 연락이 오더라도 욕조에서 정해진 시간을 보내고 싶은 '멘데이트'는 팔만 뻗어 전화를 받는다.


"누구시죠."

"난데, 그 쪽으로 가도 되나?"


'아프로디테'다.


"용무는?"

"오늘 거지 같아서."

"사적인 용무라면-"

"확신은 아닌데, 국방연에서 찾는 것 같아서 말이지."


웬만해서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이었는데, 일어나면 어쩔 수 없다. 차분히 상황을 더 살핀다.


"차는 괜찮고? 도청기는 의심스러운 거 없나?"

"젠장, 그걸 생각 못했네."

"이미 있다면 한 배를 탄 거고, 뒤에 쫓아오고 있는 건 없나?"

"감지는 안 되는데 말이지."


어느 정도 빛을 감지하는 센서가 능력 속에 있는 '아프로디테'이니 자동차 빛이나 사람의 각막으로 반사되는 빛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 게 없다면 미행 자체는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예상처럼 도청이 이미 되고 있다면 사실 재앙은 피할 수 없긴 하다.


"통화는 끝내지 말고, 얼마 걸리는데?"

"2분?"

"빨리 오면 좋겠네."


2분이면 충분하다. 욕조에 있은 지 7분이 되었고, 곧 나가야 할 참에 이렇게 나온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건 없다. 헤어 드라이어를 사용할 시간을 뺏기겠다마는 목욕 시간이 중요한 것이지 나머지는 어느 정도 봐줄 수 있는 영역이다. 전화는 '아프로디테'의 운전 소음만 흘러나온다. 숨소리도 섞여서 들려오기에 2분 내내 생존 신고를 하면서 오게 된다.


"문 좀 열어줘라."


현관 문이 아니라 일단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달라는 주문이다. 인터폰의 화면에서 '아프로디테' 말고 다른 인물이 포착되지는 않는다. 따라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벽을 기어서 올라온다면 그것대로 의심할 수 있겠으나, 그러면 기본적으로 은폐성을 포기하는 일일 테니 조금은 배제한다.

인터폰은 집 현관 문 앞을 비춰준다.


"왔다."


배제하는 게 맞았던 선택이다. '아프로디테'만 보이고 다른 건 포착되지 않는다. '멘데이트'는 사뿐히 문을 열어준다. 이제 '아프로디테'와 마주하게 되니까 퉁화는 불필요하다. 곧바로 질문 하나늘 늘어놓는다.


"어떻게 쫓긴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거리를 많이 띄워 놓고 있는데?"

"······."

"그만큼 의심하는 거겠지. 안전하다고는 못하지만, 나 자체는 '아프로디테'니까 걱정 마."


저러니 미안해진다. 손으로 문을 연 게 아니라 능력으로 원거리에서 문을 열어준 거라 실제 '아프로디테'와의 거리는 5m다. 조심하는 건 본능이다.


"우선 내 얘기를 듣는 게···."




얘기를 듣기도 전에 독특한 효과음이 현관 앞에서 들려온다. '아프로디테'는 식겁해서 '멘데이트'에게로 다가가고, 불길함은 조성된다. 아직까지 집 안이나 신체에 일어난 영향은 아무것도 없다. 일단 관칠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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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용병(23) 21.07.15 31 0 15쪽
58 용병(22) 21.07.15 36 0 12쪽
57 용병(21) 21.07.13 36 0 12쪽
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53 용병(17) 21.07.06 36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9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9 0 12쪽
48 용병(12) 21.06.30 39 0 12쪽
47 용병(11) 21.06.29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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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용병(8) 21.06.26 36 0 12쪽
43 용병(7) 21.06.24 39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2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30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8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1 0 12쪽
» 멘데이트(7) 21.06.07 39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3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4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7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40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8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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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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