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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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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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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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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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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멘데이트(12)

DUMMY

그러고 나서 '멘데이트'와 '아프로디테'는 욕조에 같이 들어가 있는다. 입욕제는 충분히 투여돼 있다. 거품을 둘을 감싸고, 둘은 구도상으로는 마주 봐야 하지만, 애써 시선을 회피하며 어색함을 모면하려고 한다. 그 행위 자체가 어색하지만, 아마 '멘데이트'는 물론이고 '아프로디테'도 욕조에 같이 들어오는 일은 처음이겠다.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난···."


침묵을 '아프로디테'가 손수 깨버린다.


"죽겠다고 하면 막을 건데, 너는 뿌리칠 건데."

"어떻게?"

"시비냐?"

"물리적으로?"

"물리적으로, 막아야지. 당연코 그래야지. 말로 설득 당하지 않을 건데, 무슨 수로 언변으로 막을까. 그래도 물리적으로 막는 건 역부족이겠지. 아무리 눈을 가린다고 해도 니가 날 죽여버리면 그것대로 곤란해지잖아? 소방관 같은 성격들은 아니라서, 치안을 지키고 싶어도 목숨을 걸 정도로 각오가 되어 있지는 않아. 맨날 그래서 니가 부럽다, 부럽다, 하면서 지켜봤는데, 이게 뭔 일이지? 죽을 각오가 아니고 죽으려고 각오하는 병신이었다니."

"막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죽여서라도 갈 거야?"

"못 죽인다고 하면 막을 거고?"

"아, 진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멘데이트'는 쓴 소리를 전달한다.


"그냥 지켜 봐."

"가도록?"

"그것도 그렇고, 이 비밀을 알려준 건 너뿐이야. 그러니까, 유심히 잘 관찰하라는 거지. 아니면, 비밀을 아니까 건드릴 수도 있지."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나?"

"마음에 안 들면 죽여서 뺏어갈 수도 있지."

"기생충을 받아가려고 하진 않을 텐데."

"그러니까 보기만 해달라는 거야."

"한참 들었을 때부터 그게 망상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렇게까지 진심이면 맞는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지."

"잘 아네. 전혀 모르겠다고? 납득하라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앞으로 이틀이다. 습격 일정이 맞다면. 정확한 공습 시간은 아직 모르지만, '멘데이트'가 죽지 않는 경우는 습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기관 건물이 습격을 안 받고 평화로이 끝난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건 '멘데이트'나 '아프로디테'나, 자경단이 벌일 수 있는 짓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일을 비밀로 숨겨야 하는 건가?"


그렇다고 당부해도 '아프로디테'가 입이 무겁다고 '멘데이트'는 믿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자폭 행위를 납득해줬으면 해서 떠벌린 비밀이라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어차피 증명이 안 되는 일이다.


물론 '멘데이트'의 생각과 동일해서 나머지 벌인 짓이다. '아프로디테'에게 설명한 것도 일종의 실험이다. 실증주의가 아니라도 웬만해서는 믿기 힘든 개념이기에 '아프로디테'가 얼마나 신용을 할지 의문이 들었다. 결론은 일반인이라면 믿을 수 없다는 것,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이상 '두 번째 의식'이란 이론은 존재하되 성립되지 않는 개념이 될 것이다.


"그래봤자 남들이 믿을까."

"도리어 미친놈 취급을 받을 거야. 괜히 말하지도 않겠네. 그래서 말한 건가?"

"당연하지."

"이길 수 있는 구석이 없네. 이게 같은 간부급이야? 자괴감 엄청 드네."


'멘데이트'는 디지털 시계를 본다. 아직까지 3분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아프로디테'를 다시 본다.


"그러면,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들어볼까? 그렇게 해서 원하는 결과는 뭔데?"


아직 인정한 게 아니란 것 정도는 눈치 채고 있다. 생각을 그대로 전달한다.


"능력주의 세게에서 죽음을 타고 올라가면 진정한 약육강식이겠지."

"꼭 그렇지는 않지만, 뭐, 강한 놈이 보통 죽이지?"

"먹이사슬의 끝자락에 도달시키고 싶단 거지."

"그래서?"

"'두 번째 의식'에게는 배움이란 게 실재해. 신체적인 제약도 없어, 그저 죽기만 하면 다음 생이 존재하지. 그 무한한 삶에서 많은 가르침을 밟고 나아가다 보면 그 다음 시대로 이끌어 나가는 중추가 될 수 있다고 믿지."

"이런 말 하긴 좀 그런데, 그거 사이비 같은 발상 같다?"

"변수는 많지. 어디까지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다음 세대뿐이고, 그 뒤로는 방생일 뿐이니까."

"그걸 나에게 감시를 맡겠다?"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 들어."

"죽지 말고 몸 속에 두고 가면 안 되는 거야?"

"이건 연가시가 아니긴 하지."

"연가시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거야."

"곤충의 몸에 기생해서 그 동물의 습성대로 먹이를 섭취하고 어느 정도 번식을 할 몸으로 성장될 때쯤에 숙주를 익사시키지. 수중으로 빠져나와 유유히 알을 퍼뜨리는 게 연가시지. 이 중에서 죽음과 번식이 결여된 게 '두 번째 의식'인 게 맞아. 굳이 죽을 필요는 없지."

"그런데도, 왜?"

"그렇다고 죽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 같거든."

"니가 죽는 거라고?"

"'멘데이트'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

"···뭔데?"

"책무, 국민의 의무이런 게 아니라 권한을 받음으로써 생겨나는 책무를 '멘데이트'라고 부르지. 자경단이 생기고 제일 처음으로 간부급으로 발탁된 게 하필 나였지. 그러면서 '멘데이트'라는 명의가 붙여졌는데, 능력과는 무관한 별명이지."

"그러네. 웬만해서는 각자 능력과 관련되어 별명을 얻지?"


'아프로디테'도 마찬가지다. 미모 때문에 그런 별명으로 불린다기보다는 빛 능력자라서 발광, 후광을 내린다는 의미에서 '아프로디테'가 되어버린 것이다. 죽었던 '제우스'도 번개 능력자라서 '아프로디테'와 똑같이 신화에서 따왔지만, 이 호칭에 있어서 경중을 따질 필요는 없다. '제우스'는 결국 말단이었다.


"한편으로는 '멘데이트'에게 또 다른 의미도 있는 것 같아. '데몬'을 심문하면서 자경단에서 유달리 정치색이 강한 것 같다는 자각이 들었지."

"아, 그건 그래."

"정치권에서 주로 쓰는 '멘데이트'라고 이름 붙인 건 그런 경향도 있단 생각이야. '부단장'의 선견지명이 너무 강했던 것 같네."

"확대 해석 아니냐?"

"아마도."

"그래서?"

"어떻게든 개혁을 중시하는 '멘데이트'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란 말이지."

"하여간, 보통 고집불통이 아니잖아?"


'아프로디테'가 욕조를 나선다. 한순간 수위가 낮아져 거품의 높이도 같이 낮아진다. 이제 할 말은 없다는 표시인 듯하다.


"이판사판이다. 멋대로 할 거면, 나도 멋대로 해야지. 책무라면서 포장하지 말고, 죽고 싶어하는 쪽과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쪽의 승부라고. 능력이 별 게 아니라도 최선을 다해 봐야지."


아예 욕실에서 나가기 전에 '멘데이트'는 한마디를 들려준다.


"넌 안 죽어도 돼."

"······이기적이야, 지금까지 중에서."


그렇게 '아프로디테'는 저녁도 안 먹고 나가버린다. 지킨다고 해서 결전의 날까지 '멘데이트'의 집에서 지켜 볼 줄 알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어떻게 지킨다는 건지는 날이 되어야 알 것 같다.


- - - - - - - - - -


그나마 믿었던 '아프로디테'가 보인 반응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재산을 양도하는 일이 껄끄러워진다. 어느덧 가장 가까워서 잃을 수 없다는 상실감이 더 큰 것이라 생각하면 '아프로디테'에게 1순위로 발설한 게 크게 악조건이 된 셈이다.

차마 '데몬'에게 와도 직설적으로 말해 줄 수가 없다. 비교적 '아프로디테'보다는 친밀도 덜한 것은 맞으나 갑자기 죽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멘데이트' 쪽이 마음이 편치 않아진다. 따라서 '데몬'에게는 말 없이 가기로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해주는 건 그것대로 재산 처리가 곤란해지므로 다른 구실로 원하던 걸 사주기로 한다.


'원하는 거라니요?'


"근 3년 동안 살았을 것 같은데, 수명이 다한 제품은 없는지 묻는 거지."


'괜히 빚지는 거 아닌가요?'


"공짜란다."


'믿어도 되나요?'


"억지로 강매시키고 갚으라고 하진 않아."


'멘데이트씨는 그런 사람이죠'


"믿어줘서 다행이네."


여기까지는 일관된 이야기지만, 잠시 궁금해지는 사안이 있다.


"'길로틴 글래스' 장례식에 상의금을 얼마나 넣었었지?"


'3만 넣었을걸요'


마음씨만큼 넣는 것이라고는 하나, 그 정도면 재산 상황이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데몬'이 넣을 수 있다면 최소 10만원이라도 넣었을 텐데, 3만원이면 곤란해 보이긴 하다. 소형 냉장고도 그렇고, 그나마 있는 컴퓨터도 성능이 3년 전 기준으로는 가성비였겠지만, 오래된 시리즈로 보이고,(본체를 뜯어보진 않았다) 이것저것 '멘데이트'에 비해서 허름하다.


"그래서 급한 건 없나?"


이리저리 '데몬'은 둘러보다가 부엌에 시선을 꽂힌다.


'밥솥일까요'


주방만 해도 수많은 예시가 있지만 하나만 고른다. 인테리어는 어차피 상관이 없을 테고, 냉장고도 있겠지만 굳이 고른 것은 밥솥이다. 어떤 게 문제인지는 묻지 않는다. 알아봐야 별 소용이 없다. 밥솥을 골랐다면 그에 타당한 이유가 있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갸우뚱하는 표정으로 '데몬'은 '멘데이트'를 바라본다. 막상 물을 것은 그만한 사연이 아닌데 말이다.


"'진'에게 말하지는 않았겠지?"


'네'


"그러면 됐어."


'몰라야 하는 건가요?''


"각자 알아야지. 상황만으로는 아군 진형이긴 해도 우리가 간섭을 하면 안 되는 일이지. 자경단의 전체 의지가 알려야 한다는 것이면 몰라도. 단원 한 명이 기관과 내통한다는 사실이 있으면 안 되는 거지."


'역시 눈치를 봐야 하는 거군요'


"스스로 책임 질 자신이 있다면."


'멘데이트씨가 절 처리하려고 했던 것처럼이죠'


뒤에 물음표가 안 붙는 걸 보고 나른 안심한다.


"그래."


가만 보면 한 가지 아쉬운 사실이 있다. '멘데이트' 자체는 없어지는 것이니 남는 것은 '나'일 뿐이다. 적절한 둘도 없는 기회라고 해도 '나'가 남는 것이고 '멘데이트'는 없어진다. '아프로디테'의 생각도 이해가 된다. 아무렴 '멘데이트'라는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고는 못한다.


그러나 하고 싶지.


"밥솥 브랜드는 알고 있고?"


'잘 모르겠네요'


성능으로는 '멘데이트'의 집에 있는 것도 좋으나 그것도 4년이 된 상품이다. 중고를 줄 수는 없다. 새로 사주는 게 마음이 편할 뿐이다.


마음이.


'아프로디테'의 말대로 현저히 이기적인 상황이다. 두 말 할 것도 없다. 더할 나위 없이 이기적인 상황이다. 자각을 해도 변함 없이 행동한다. 이기주의의 끝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지금 마음이 편한 것도 '데몬'이 '멘데이트'가 죽는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이러고 있는 것이니 알고 있다고 하면 편하게 대화하고 있지는 않겠다.


이런 점도 있지.

'아프로디테'는 너무 만만하니까.


능력 면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데몬'이 맞긴 하다. 한편으로는 '데몬'도 만만하긴 하다. 유일하게 통할 협박은 하나이긴 하다. 원하는 상대에게 죽게 하지 않기 위해 불의 장벽으로 가로막는 일, 죽는다고 하면 '데몬'에게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경우 의지를 박탈 당해야 한다. 자의적인 죽음이 아닌 타의적인 죽음, 누구에게나 죽겠다는 걸 자의적으로 선택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걸 받아칠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하는 '멘데이트'도 악랄하다.


악랄한 걸 자각하고 있으니.


악랄하다는 건 '멘데이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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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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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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