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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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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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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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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용병(7)

DUMMY

"조건은?"

"능력을 사용해서 전력으로 던질 거예요. 그대로 잡으시면 돼요."

"나는?"

"선생님도 사용하시면 돼요."


불합리한 조건이지 않나?


"하지만, 능력을 사용해서 잡거나 놓치시면 패배로 간주할 거예요?"


아니, 이러면 내가 불합리한 조건이 된다.

맨눈으로 능력을 써서 날린 공을 잡으라는 조건은 국가대표가 오는 것 아니면 어렵다.


"위력이 약하지는 않을 거잖니?"


어떤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사람을 죽일 만한 위력이 나오지 않을 걸 어느 정도 예상이 되고, 피구공이 단단하지도 않다. 말랑말랑한 고무 소재의 공으로 사람을 관통시키는 정도라면 애가 아니겠다.

여차하면 피해도 되는 거 아닌가.


"마음껏 던져보렴."


그나마 확률이라도 있으니 믿고 가본다. 뜻하지 않은 운동신경으로 잡는다면 별 말은 안 하겠지.

운의 영역.

거리 제한은 없으니 한없이 영거리에서 던져도 될 텐데 용케 10m 거리에서 던지려고 물러나니 안심해야지.

적어도 능력으로 발사하는 거면 쟤의 제어력으로는 궤도가 이상한 곳은 아닐-


"어디로 쏘려고?"


그러나 쟤가 바라보는 방향이 한없이 천장 쪽이라 이상하다.


"놓치시면 패배니까요."




천장도 천장이나 방향도 정반대다.

야구로 따지면 파울인 상황이나, 일단 무조건 놓치면 패배인 시점에서 잡아야 한다는 건 무리인데 말이지.

노린 게 100%.

조건을 내걸 때부터 이럴 걸 가정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슈우욱


그렇다고 멀리 내던져진 공을 무시할 수는 없고 염력으로 간단히 빨아들인다. 교실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것도 간단한 일인데 이걸 못해서 되겠나.

어떻게든 지는 조건 앞에서는 체념할 수밖에 없다.


"그럼 결판을 내야죠?"

"졌다."

"똑똑하다~!"


이런 걸 영재라고 해야 하나.

한편으로는 싹수가 너무 노래서 걱정이 되기도 하고.

적어도 저런 협박성 조건은 가히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이 통하는 건 애라는 치트키가 있어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으면 무용지물이었다.

나도 치트키만 있으면 '제우스'와 외나무다리에서 승부를 낼 수 있을 텐데 말이지.


- - - - - - - - -


피구가 끝나고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기회를 잡는다.

나머지는 전부 지루한 수업 시간이라서 딱히 말할 기회가 없다.

평소에는 밖에서 밥을 먹으며 쉬는 것도 휴계실에서 쉬는 편이나 오늘은 특별히 애와 얘기를 하기 위해서 교실로 돌입한다.

환경도 좋게 형성되어 있다. 태도와 일관성 있게 누구와 밥을 먹는다는 일은 드물어 보이는 아이이기에 편안히 혼자 있는 때에 접근하다.


"무슨 일이세요?"

"밥은 먹었니?"

"먹고 바로 왔어요."

"그렇구나."


얼마 안 되는 사이에도 쇠구슬을 만지작거리며 단련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원심 분리기처럼 돌아가는 쇠구슬의 행렬은 그렇게 빠르지 않다. 얘 입장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뭐, 잘난 체 하려고 온 것은 아니라서 신경 끈다.


"장래희망이 뭐였지?"

"적당히 돈을 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적었는데요."

"3월에 적은 걸 선생님을 알지 못하니까 그래."

"사실 장래희망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

"선생님은 능력이 마음에 드세요?"

"나?"

"네. 같은 거잖아요."


겉은 거긴 해도 방향성이 다른 이상 같은 거라고 할까.

그렇게 보인다면야.


"마음에 들지. 마음에 안 들어도 옷처럼 바꿔 입을 수도 없잖니?"

"마음에 든다고 위로하는 거예요?"


자위하는 건 아니다.


"으으응, 쓰다 보면 마음에 들어하는 게 능력이란다. 기본적으로 남들이 웬만해서 가지지 못한 게 능력이니까 마음에 들 수밖에 없지."

"우월감이요?"

"그렇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지."


이것으로 알아들었으면 좋겠는데,


"선생님."


다음 질문.


"···도 옛날에 능력이 유일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실망한 적 있나요?"


어차피 이어질 말이라면 이어서 말하지.

아니면 우회한 건지.


"아니?"

"제가 3살 때부터 능력을 다를 수 있다고 들었거든요."

"부모님한테?"

"네. 영재라고 말 불렀다고 하는데, 인터넷에만 찾아봐도 최연소는 생후 37일이라고 하고, 심지어 그게 똑같은 염동력이라서 두 가지나 실망을 했죠."

"아직도 실망하고 있는 거니?"

"아직도 하고 있으면 이러진 않아요."


지당하신 말씀이시다.


"하지만, 새로이 실망하는 건 있어요."

"어떤 부분에서?"

"다,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잖아요, 그렇지만 다 똑같은 능력에 다 똑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진 않잖아요. 서열도 나뉘어 있고, 실제로 제가 자란다고 해서 선생님 같은 능력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괜히 미안해지네."


당장 좁은 세상이라도 똑같은 능력자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꽤나 다양할 것 같은 능력의 세계라도 종류는 한정되어 있다.

다 거기서 거기인 능력뿐인데, 메뉴얼이나 성장 방법도 정형화된 상태에서 남은 것은 개개인의 특성뿐이지.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눈 가리고 넘어갈 수 있을 텐데, 기꺼이 받아들이는 결심은 칭찬할 만하다.


"그래서?"

"미리 알 방법은 없을까요? 나중의 제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그런 장치는 없나요?"

"그건 마치 미래의 나에게 복권 번호를 가르쳐달라는 말이네."

"없군요."


그래서 한 가지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것인데 마음에 들어 할지.


"좋은 소식을 들고왔는데, 들어볼래?"

"어떤 소식인가요?"

"곧 방학인데, 계획이라도 있니?"

"2주잖아요?"

"맞아."

"할 건 못 찾았어요."

"그래?"

"능력도 여기서는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집에 가면 잘 못 쓸 텐데··· 아무것도 안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보통은 그렇겠지?"

"보통이요?"

"그렇게까지 단련하고픈 마음이 있다면-"


위이잉-


이런 때에 맥을 끊는 진동 소리가 들려온다.

문자 소리인데, 하필 애 앞이라서 뻘줌한다.

기본적으로 수업 시간 중에 만큼은 전원을 끄라고 지시해서 괜히 시기심을 받을까봐 조심스레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단련하고픈 마음이 있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단다?"

"선생님이요?!"


드디어 다른 아이들처럼 과장된 리액션이 나온다. 이걸 보고 싶었던 마음은 없었는데, 흥미진진한 건 못 참나보다.


"하지만, 꽤 시골인데요?"

"시골이든 괜찮아. 2주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단다? 지금은 모두의 선생님이지만, 방학만큼은 과외 선생이 되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실내에서도 할 수 있는 건가요?"

"밖에서도 할 거지만, 그건 선생님이 알아서 해결할 거야."


뭔가 신난 것과 달리 조금은 불편해 하는 게 표정에 보인다.


"···제게 그렇게 편애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진지하게 능력에 대해 고민을 해서?"

"그런 이유 때문인가요?"

"능력자라고 해서 능력을 키우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지. 각자 하고 싶은 일이 다르거든. 이미 이렇게 태어났으니 이걸로 먹고 살겠다는 사람도 결국 적성을 찾으면 의지가 안 들게 되어 있어. 무엇보다, 이미 깨달은 것처럼 능력이 발전하고 있는지 결국 자신이 알 수 있는 길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제대로 못 느끼는 거지. 같은 염동 능력자를 만난다고 해서 많지도 않은 인원 수를 가지고 비교하기는 힘들단다. 가령 만난다고 해서 오직 선생님만 만난다면 주눅이 드는 건 당연한 거야. 그래서 국방연을 봐도 같은 능력자인데 서열이 따로 있지 않니?"

"···저, 결론이 뭐예요?"

"장래보다는 당장 능력을 키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서, 라는 게 결론이란다."

"이제 알겠어요."

"그러면 어떻게 할 거니?"


조금 고민을 하는 척 하지만, 포커페이스는 자연스럽지 못하다.

어떻게 봐도 긍정의 의지만 돋보인다.


"돈은···."

"필요없어."

"그럼, 받을게요."


잘 생각했어, 라고 말하려니 음모를 꾸미는 흑막 같은 포스가 될까봐 말을 삼간다.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일단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떠난다.

하지만, 잊고 있었던 건 아닌 거슬리는 문자의 내용을 보고서는 잠시 기겁을 해서 기분은 0으로 수렴된다.

좋은 일만 있으면 덧 나나.


- - - - - - - - - -


문자의 단어를 보면 어떤 의뢰인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의뢰인지 내용을 설명하면 추적 당하기 쉬우므로 자세한 내용은 만나면서 흘러나오기 마련.

하필 이번 문자에 써진 '변변찮다'는 단어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인데, 하필 그거라니.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는 걸 미리 알려줘서 고맙긴 한데, 그렇게 말하면 의욕이 전혀 나질 않는다.

항상 만나는 장소가 특이해도 오늘은 코인 노래방인 게 매우 섭섭하다.

시끄러우니까. 노래방이라 방음이 되어있다고 해서 남들의 부끄러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건 조금 귀찮으니까. 노래를 부르러 가는 것도 아닌 이야기를 하러 가는 장소 치고 어울리지 않는 건 맞다.

격례로 마이크 커버하고 5천원으로 1시간 요금을 질러서 의심을 안 받겠다고 작정한 모양새다.


"변변찮은 일은?"

"인질극."

"진짜 변변찮네. 누구의 자식? 아니, 누구를 잡는 건가?"

"용병한테 잡아오라는 병신은 없다. 있으면 내가 의뢰을 받지도 않았겠지. 간단한 호위 미션."

"그래서 누구를 잡는 건지는 알려주지도 않나?"

"흔해 빠진 제약회사장의 아들을 납치하는 일이라서 고유명사로 지칭할 필요가 있을까."

"어디에서 납치한다는데?"

"독일."

"스케일도 크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데? 아니면, 독일에서 납치해서 한국으로 데려온다고?"

"그럴 리가. 어떻게 처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호위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상식적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유학생을 굳이 바다 건너 데려올 필요는 없지. 독일 호위는 됐고, 한국 호위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이렇게 전달하는 거지. 그래서 할 거냐?"

"제일 중요한 기간은 언제인지 아냐?"

"다음 주."

"······."

"버겁나?"


당연히 버겁지.


"그 때는 안 되겠는데?"

"백수가 아니던가?"

"놀랍게도 일이 있지."

"사실 난이도가 어려워 보이지도 않아서 똥값 의뢰라 받아줄지도 의문이었거든."

"안 받을 확률이 높은 건을 들고 오면 어쩌자는 거냐."

"인맥 중에 손이 남아도는 사람이 그나마 여기뿐이라서 말이지. 그래도 고급 인력을 함부로 소비할 수는 없지."

"그러다가 신용이 까이는 거 아니고?'

"그들에게는 신용이 까이겠지. 해봤자 금융 신용도 아닌 주제에 치명적이겠나. 인력의 질이 곧 신용이지. 손님은 왕이 아니야. 일이 있다면 그쪽이 더 중요하지."


그와중에 노래방 번호를 예약하는데, 진심으로 연기를 한다. CCTV를 의식해서 그런가.


"그래서 웬만하면 2주간은 연락을 없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러면 좆같은 건만 아니면 연락을 끊지."

"함부로 부르면 밥상을 엎는 수가 있다?"

"그럴 것 같으니까 안 불러."


얘기가 끝난 이상 나 혼자만 나간다.

왠지 끊은 김에 1시간은 채울 것 같은 예감이라서 자리를 배울 심산이다.


"갑자기 선생이 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조용히 지나가려고 하는 나를 억지로 막는 듯한 말투다. 실제로 가던 길을 멈췄으니 성공한 셈이긴 하다.

그러나 멈춘 것도 1초뿐.


"재미없어서 안 해."


이미 음지에 몸을 담근 이상 그럴 일은 없지.

저건 의심도 아니다.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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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용병(23) 21.07.15 31 0 15쪽
58 용병(22) 21.07.15 35 0 12쪽
57 용병(21) 21.07.13 36 0 12쪽
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53 용병(17) 21.07.06 36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9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9 0 12쪽
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47 용병(11) 21.06.29 39 0 12쪽
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45 용병(9) 21.06.27 37 0 12쪽
44 용병(8) 21.06.26 36 0 12쪽
» 용병(7) 21.06.24 39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2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30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8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1 0 12쪽
27 멘데이트(7) 21.06.07 38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3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4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7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40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8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19 ???(4) 21.05.28 39 0 13쪽
18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40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8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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