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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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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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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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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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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로래스(3)

DUMMY

실종자들은-


그런 거 생각할 필요가 없다.

싫어도 인정하게 되는 게 '저 녀석'의 능력이다.


화르륵-!


순식간에 후드 주변으로 방사되는 불길이 유리 탄환들을 감싼다.

고열, 고화력. 닿기도 전에 녹아버린다.

그걸 알고 미리 유리들을 소멸시킨다. 녹은 건 어떻게 제어 하에 둘 수 없기 때문에.

상성이 안 좋다. 특히나 이 상황이 나에게 너무 안 좋다.


실종자들 때문이다.


"안에 살아는 있나."

"······."


우리를 개무시하고 걸어간다.

저런 새끼라 말도 못 붙여봤다. 하물며 목소리라도 알았으면 하는데, 그러질 않는다.

뻔뻔하게 안에 범인만 처리하고 지나가는 길이겠지.

자경단은 기관의 적이긴 하다. 주적은 역시 질서에 혼란은 야기하는 범법자들인데, 물론 저 새끼들도 범법자의 부류에 속한다.

그렇다고 내 기준에서의 범죄자와는 거리가 멀다. 전력을 다해서 붙고 싶어도 내가 걱정이 되어서가 아니라 '동료'가 한마디로 걸리적 거리니까.

은둔자라 서열도 모르겠다. 등록된 데이터가 없는 이레귤러이니 규격을 잘못 상상하면 붙다가 큰 산불로 번질 수 있으니까 가만히 둔다.

불을 뿜는 능력, 이름만 들어도 살벌하지.


그래도 언젠가는 조져주겠다.

다음에는 기회가 제대로 있기를.


"실종자들은 일단 숨을 쉬고 있어."

"여섯 명?"

"···네 명."

"그래도 건졌네."


아쉽게도 죽은 두 명은 '그 녀석' 때문이 아니라 사후 경직도 끝난 상태로 방치된 것이었다.

범인은 완전히 소각되었고, 사실상 잡은 게 아니다. 범행 동기나 이런 건 자경단에게는 필요 없는 요소 중 하나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와 결이 같을 수도 있고,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죽이는 일보다 죽이지 않고 운송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


- - - - - - - - - -


실종자 인수인계만 5시간, 직장까지 귀환하는 시간 1시간 반, 가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동안 기다리기까지 1시간,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 돌아가도 됩니까."

"찝찝해도 보고서를 이렇게 쓰면 일이 늘어나지는 않겠지."


웬만하면 '그 녀석'의 내용을 보고서에 넣고 싶지 않다.

'로래스'도, '동료'도, '상사'도 피곤해지는 일이다.

그래서 조금 왜곡시킨다.

우리가 범인과 대치 중일 때 '그 녀석'이 와서 범인을 소각시킨 걸로, '그 녀석'의 존재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의 진술로 밝혀질 수 있어도 자세한 정황은 모를 수도 있다.

괜히 '그 녀석'이 일을 다 처리했다고 하면 우리의 가치가 하락할 테니.


"어떻게 할래?"

"잘 겁니다."

"그래, 가라."

"가겠습니다."


죽어도 '수고하셨습니다' 같은 말은 못한다.

우리야 밤새서 드라이브를 하다 왔는데 멀쩡히 집에 돌아가서 자고 일어난 후에 이렇게 우리의 보고를 받는 것이라 생각하면 열 받는다.

나도 그 자리에 앉으라는 거냐. 아득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퇴근해도 된다고 하는데,


"넌 도대체 뭐하냐?"


'동료'는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PC 앞에서 씨름 중이다.

대단하다.


"자경단의 정체를 특정할 수 없는지."

"그걸 검색한다고 알 수 있냐. 집이나 가."


이 정도 시간대면 정시 퇴근인데, 눈치 볼 일도 없다.

게다가 현장직에 더 가까운 주제에 사무직을 흉내낸다는 게 아니꼽다.


"택시는?"


참 골 때린다.


"화제 파악을 잘 못하냐. 설마 택시비 아까워서 이러는 줄 아냐?"


이 이상은 말 안 해도 눈치가 있을 테니 알아들었을 테다.

제발 좀 쉬라고. 나야 속취만 된다면 팔팔하고, 아니면 힘들 뿐이지.

그냥 오지랖이려나. 나라도 살아야겠다.


- - - - - - - - - -


으음, 몇 시지?

휴대폰, 새벽 2시, 25분, 음.

잠인 안 와.

술은 아니야. 잠이 안 올 때는 술은 아니지.

아 씨, 그래도 한 잔만. 정말 한 잔만. 한 잔이 아니라도 두 잔까지만, 맥주잔에.


'그 녀석'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서열 74위, 왜 하필 74위지? 숫자가 야하잖아.

근데 내가 74위? '그 녀석'은?

일도 잘해, 딱 보면.

능력은 상성이라 어쩔 수 없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데, 피도 튀기질 않아.


TV를 켜도 TV를 보진 않는다. 왜 켰을까.

무슨 보고 싶은 채널, 이딴 것도 없다.

솔직히 내가 산 TV도 아닌데 그게 뭔 상관이 있겠나. 요금제도 뉴스만 나오는 걸로 계약했다.

차라리 해지할까?

인생의 목표는 뭐냐. TV는 아닌데.


'그 녀석'.


그건··· 맞나?

'그 녀석'이 목표라,

하지만, 하는 게 없다.

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는··· 이 무슨···


언젠가는.


운명론, 그래 언젠가는 만날지도 모르겠다.

허구한 날에 어떤 인연인지 계속 만나게 되는, 자경단은 한 명인가? 싶을 정도.

검색해도 안 나온다.

운명론, 참 편리해.


그뿐.


정말 그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가 결여되어 있다.

육하원칙,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로래스'가

언젠가

어딘가에서

'그 녀석'을

···

···

···

언제 삼하원칙이 되었지.


만난다면 만나는 거지.

정체를 아는 게 중요하다.

정체만 안다면.


···마시고 보니 비싼 거였네.


- - - - - - - - - - -


출근하고 보면 시간이 안 흐른 줄 알았다.

여전히 '동료'의 코에 피 묻은 휴지가 박혀 있는데.


"샜냐?"

"이건 오늘 거지."

"과로 전조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다.

아닌 척을 하는 것도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괴로운지 겉모습으로 설파하려는 모양인데, 효과가 진짜 끝내준다.

구닥다리 PC는 켜봤자 할 게 없다. 쓰레기장에서 구르고 있던 걸 주워서 온 건지 SSD가 SSD도 아니다. 검색과 메신저만 켜놓으라고 만들었으면, 차라리 휴대폰만 소지하고 오라고 하지, 책상 위만 본체와 모니터로 인해 시끄러울 뿐이다.

쿨러 소리가 작작 시끄러워야지. 부품도 코피가 나나? 가끔 걸걸 거리는 게 언제 폭발할지 몰라.

현정직은 양날의 검이다.

일이 안 터지면 지루하다.

터지면 귀찮다.

사실 직장이라는 게 적성에 안 맞는다.

두 눈과 두 손만 있으면 가상화폐든 주식이든 돈을 벌 궁리는 다양하겠지.

그게 끝이다. 두 눈과 두 손만 있지 않고 능력도 있는 몸인데 고작 그런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기에는 몸이 근질거린다 말이지.

아, 범죄자 잡고 싶다.

잡을 새도 없이 소각되진 말고.

적당히 쎈 놈.


'그 녀석'은 적당히가 아니지.

어쩌면 전력을 다해도 못 이길 가능성이 크고.

차라리 찾는다고 하면 토벌이나 생포보다는 관찰이라면.


제발 그랬으면 하는데,

자경단 척살 위원회에 그래서 안 들어간 거였으니까.

만나는 것까지는 괜찮다.

기관 사람이니까 죽여야 한다?

그렇다는 마음가짐은 없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않았다.

난 기관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승격의 일말의 가능성이 없으니 더 나빠봤자.

최소한 자경단의 앞잡이로 낙인 찍히는 일보다야 낫다.


아, 범죄자 잡고 싶다.

'동료'의 화면을 봐도 그다지 볼품 없는 내용이다.

자경단은 비밀스러운 조직,

기관은··· 내 기준에서도 비밀스러운 조직이다.

공공기관이라고 모든 정보가 열려있을 리는 없다. 공공기관일수록 가리는 것도 많다.

공공이란 이름 하에서 모든 정보의 접근이 자유롭다면 그만큼이나 호구 같은 기관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기관 산하의 우리가 더욱 호구스럽다.

내 생각을 읽을 수 없다는 것만 빼면 모든 정보가 노출되어 있으니까, 이만큼 좋은 노예도 없겠지.

서열 74위, 받을 때만 해도 기분이 좋았었으나 기분은 한순간이다.

조금 능력이 파괴적인 걸 빼면 이곳의 누구와 다를 바가 없는 현장직.


하지만, 그리 강한지 확인도 못했다.

'범죄자' 씨는 비능력자.

'그 녀석'은 상성이 안 맞아서 보내주었고.

이른바 겁쟁이다.


주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거나 주제를 알아서 놈팡이를 쳐도 현장직이라는 방패 아래에 아무짓도 안 하고 있는 중이다.


- - - - - - - - - -


모든 블럭의 질량과 부리를 똑같게 한다.

그 말은 모든 블럭이 받는 중력도 똑같아진다.

그런데, 젠가라는 게임은 뭔가,

시중의 나무 토막들은 기계 썰었다고 해서 다 똑같지는 않은 거야 상식이지.

능력으로 만든 유리들로도 잘 뽑히는 부분과 안 뽑히는 부분이 있는 건 말도 안 된다.

이상하다. 분명 이상하다.


사실 그리 이상하지 않다.

능력으로 만든 블럭이 완벽하다고 할지언정,

젠가를 놓는 책상,

책상을 놓는 바닥,

바닥이 이루는 건물,

건물을 지탱하는 땅,

그래 중력을 만들어내는 땅조차 불규칙적이다.

안정적인 것과 불규칙적인 것은 다르다.

피보나치 수열도 불안정하니까.


그래, 이상하지 않아졌다.

미심쩍어도 모든 게 설명이 된다.

젠가를 한다고 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 것조차 설명이 된다.

이건 신중해서다.

쓰러질 것 같으면 소멸시켜서 소음은 없애면 된다.

다시 쌓는 것도 곧바로 젠가 모형을 발현하면 그만이다.

사소해 보이고 노는 것처럼 보여도, 엄연히 변명은 된다.

능력 제어를 위한 행동이라고 우기면 된다.

각자 이런 식으로 단련하거나 녹슬지 않게 한다. 현장직들의 숙명이다.


예를 들어, '동료'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손으로 쓰지 않는다거나.

오로지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타자를 치거나 드래그를 하는 식으로.


그러고 보면 12시.

점심 시간.


"점심."

"어떤 거."

"니가 정해 봐라."

"아무 고기."

"코피가 터지니까 그거냐."


피를 많이 흘리면 단백지이지, 암.


- - - - - - - - - -


주제에 비싼 곳은 못 가고, 무한리필이다.

아무 고기라고 하니 이게 제격이다. 소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으면 소고기 덮밥이나 찾았을 것이고, 아무튼 싸게 만들었을 테다.

굽는 건 내가 한다.


미디엄?


바싹 익히는 건 싫다. 기생충이니 뭐니 해도 안 먹고 안 죽으면 그만이다. 이렇게 먹어서 배탈에 걸린 적이 없다.


술도 그렇다. 먹고 뒤지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는 게 아니라,

먹어 보니 뒤지지 않는 그런 마인드.

어차피 '로래스'는 튼튼하다.

그나저나 철판 밑에서 올라오는 불길을 보니,


"그 능력이면 고기 잘 굽지 않겠냐."


직화는 잘 할 것 같다.

화력도 조절이 가능하다면, 가능하지 않은 게 이상한 실력이긴 하고,

고기는 잘 굽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같이 고기를 먹게 된다면?

'그 녀석'은 웰던인가 미디엄인가.


웰던이면 더 먹고 안 뒤지겠다.

한 번 같이 고기를 먹는 것만 해도 좋은 세상 아니겠나.

그러나 그럴 생각은 아닌 것 같고.


사람은 잡식 동물이다.

꼭 고기를 안 먹는다고는 할 수 없고.

이런 데에서 먹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병신 같은 생각이나 한다.

그만큼 고기를 굽는 작업은 지루하다.


"자경단하고 친구 먹으려고?"

"그럴 리가."


젠장, 미디엄이 좋은데, 미디엄의 시기를 놓쳐버렸다.

이래서는 웰던이잖아. 한 쪽만 검으면 어쩌자는 거냐.

불이 양쪽으로 구워주진 않으니까.

남은 한 쪽은 우리의 몫이다.

'그 녀석'은 미디엄이고,

자경단은 고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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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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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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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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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용병(7) 21.06.24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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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병(3) 21.06.20 30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8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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