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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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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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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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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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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멘데이트(3)

DUMMY

만약 이단으로 처리하고 혼자 처리하려고 했다면,


죽었다.


만약 기습으로 '아프로디테'도 불러서 야간에 기습한다고 했다면,


성공했을 수도.


만약, 만약이 아니라 이제는 사실 관계뿐이다.

'데몬'을 이단으로 의식했는지 안 했는지, 그리고 '데몬'을 죽이는 게 순리라고 판단했는지 안 했는지.


웃기다.


말이 웃기다. 순리라고 판단할 건 없다. 순리라는 건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따르는 각오, 그것만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각오가 없다는 뜻이다. 그토록 중요시하고 배신할 일이 없었던 순리를 의심하게 된 이상 나도 이단처럼 느껴진다. 길이 잘못된 게 아니라 내가 잘못되었다고 믿는다.

아니면,


아니다.


각오가 서지 않는 건 나의 두려움과 공포 때문인가.


맞을지도.


그럴 리가 없다. 단순히 위축되었다고 하면 사경을 넘나들었던 지난 시절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건가? 자경단이기 이전의 일이 아니다. 한참 똑같은 얼음 능력자를 사냥할 때는 간발의 차로 목을 보존하기도 했다. 에너지 계열 대 물량 계열의 승부에서 먼저 상대를 얼려 죽이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 터다.

하필 그 때는 혼자 다닐 때였고, 여러모로 과감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다른가? 만약 정말로 겁쟁이였다면 '데몬'의 집에 2명 정도는 뒤에 호위로 두고 있어야 하지 않았나? 자기 자신이 걱정되는 일보다 남의 목숨이 더 중요한 거 아닌가? 그런 신조도 우러나오는 담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건-


언급하지 마. 무슨 의미인지 아니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 딴 짓을 할 것도 아니지.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건 생각밖에 없다. 하지만, 외부자가 더 잘 이해하는 건 이상하다고 보지 않나? 도대체 흔들리는 신조를 믿지 않으면 그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조금 더 마주하면 되는데도.


순리는.


그 순리가 흔들리고 있다. 정해진 답 따위는 없다. 제한된 사고방식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그렇지 않고서 돌아가서 무얼 얘기할 수 있을까. 죽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나? 이단으로 처리하고 당장 싸울 수도 있었다. 어쩌면 기회를 틈 타서 기습을 볼 수도 있었지. 물론 싸우다 보면 집들이 불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 그러면 '데몬'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소재지만 '부단장'이 준 것이지 그 밖의 정보는 알아서 알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


순리는.


놀랍게도 그 잘난 순리에는 저런 경우는 없다. 굳이 말해서, 그 순리는 모든 인간상을 반영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으니까. 모든 것은 '멘데이트'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게 한계이며, 동시에 '멘데이트'인 셈이다.


넌.


이상한 질문이다. 여전히 서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나라고 해서 '멘데이트'가 아닌 게 아니라고 첫 날에 말했건만-


둘 다 흔들리고 있지.


흔들리는 건 없다. 오로지 흔들리는 건 순리뿐이지, 그건 '멘데이트'이 것이며-


그렇지.


···어떻게든 주장하려고 해도 근거가 부족하다. 오늘까지 '멘데이트' 아닌 상태로 활동한 적은 없었다. 정녕 이런 것에 반론을 제기한다면 또한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 잠을 자는 것 같은 본능적인 욕구는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몸의 주인은 '멘데이트'다. 온전한 나의 것은 없다. 공생도 기생도 아니다. 사고는 하되 모든 관념들이 '멘데이트'라는 틀 안에 갇혀 있다. 나는 구성 요소를 위협하지 않는다.


대신 평가를 하지.


이제 말문이 트이는 것 같다.


순리도 내 잣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발생한 현상이다. 그러니까 '잣대'라는 게 있어야 한다는 거지. 환언해서 '가준'이라 말하자. 그렇다면 '기준'이란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지. '기준'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진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지. 너가 '멘데이트'라는 가정 하에서 둘 다 '멘데이트'라고 한다면 '기준'이 다를 수 있진 않아. 무엇인가 계기가 있거나 지식 수준이 보완되어야 하지. 또한, 경험이란 것도 관여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지식 수준과 정보 자체는 공유하고 있지만, 단 그 '경험'이란 게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지 않나? 전혀 고민을 안 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 몸을 옮겨다니면서 전혀 위화감을 못 느꼈던 것은 아니다. 어렴풋이 이전 몸에 대한 기억, 자세히는 말할 수 없어도 그런 기억이 있었다는 감각만은 몸을 옭긴 후에도 남겨져 있다. 어쩌면 내가 옛날에는 개미였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그걸 탐구하는 건 의미 없다. 어렴풋이, 정말 어렴풋이 남아있는 거라면 이후에 이를 논하는 일은 결국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고, 솔직히 말해서 제대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멘데이트' 속에는 남아 있지 않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사실은 죽인 사람의 몸에 넘겨진다는 것 정도인가.


능력 자체는 알고 있다.


역시나.


무얼 확신하는 건지 알고 있지만, 그건··· 부정할 수 없다. 확실히 '나'는 '멘데이트'라는 존재가 어떤 인물인지 파악할 수 있어도 반대로 '멘데이트' 쪽에서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은 이렇게 내가 사유하는 일로 전달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라서, 한편으로는 '너'의 말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어렴풋이 기억 난다던 옛날의 기억도 공유받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곧이 곧대로 그 '평가'를 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의심을 하면, 옛날의 기억이 없다는 것도 참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순리와 비슷한 현상이다. '멘데이트'가 처한 상황이라 똑같다. 내키지 않지만 '나'는 '나'를 확실히 믿을 수 없다. 이건 '나'가 '멘데이트'의 사고를 차지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가 '멘데이트'에 거짓말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건 '멘데이트' 본인도 알고 있다.


일방적으로 독심술을 당하고 있는 중이니까. 그래서 '멘데이트'는 위협을 받고 있다. '멘데이트'의 모든 걸 알고 있는 '너'의 앞에서 비교적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너'가 가진 '잣대'는 '멘데이트'의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하나의 단편으로 생각하는 '초월적'인 기준을 들이미는 것이 아닌가.


신의 몸을 들여다 본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멘데이트'를 뛰어넘은 무언가인 게 '너'다.


···그토록 바라던 순리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나 몰라라 하며 '멘데이트'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배짱은 의존과는 거리 멀다. 그러니까, '초월적'인 무언가에게 기대지 않고 가는 길이 순리라는 건가. 애초에 '초월적'이라고 했지 '신'이라고 하진 않았으니 여전히 불신이 가득하긴 하다.


'데몬'에 대해서.


아직 두고보기로 결정한다.


- - - - - - - - - -


선전포고 관계로 당분간 할당되는 임무의 수는 현저히 적어진다. 일종의 전략이다. 단원들의 목숨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자경단의 활동이 적어지는 만큼 검거율도 동시에 떨어진다. 검거율과 동시에 수사일도 늘어나는 가운데에 기관의 존엄이 위협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마냥 단원들이 놀고 먹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결에 관여하지는 않되, 곁에서 지켜보기로 한다. 이제는 기관과의 직접적인 싸움을 위해서 범죄자보다도 기관의 인재들을 조사하는 게 급선무다. '진'의 위험성은 이미 파악된 바고, 그렇다고 기관에 '진'만 있지는 않으니까 이를 조사하기 위해서 범죄자를 이용하는 수법이다.

다시 말해서 범죄자를 검거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기관의 손아귀에 들어가도록 방치하는 전략이다. 길게 말하면 그렇고, 줄이면 그냥 미끼다. 그렇다고 종합적인 정보를 얻기에는 부족하다. 범죄자 중 대부분은 비능력자라서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이다.

능력자들의 비중은 많지 않다. 약한 건 아니지만 이런 걸 소수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통계상 비능력자가 비능력자를 죽이는 범죄가 대부분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므로 범죄의 강도도 막상 보면 힘든 수준도 아니다. 해봤자 1명을 살인하는 정도지만, 그럼에도 사형이라는 무자비한 발상은 기관이나 자경단이나 동의하는 바다. 총이나 이런 것보다는 능력자가 비능력자를 사살하는 방향성이 편하긴 하다.


"어이쿠, 기관께서 납시었네."

"어디로?"

"지하 주차장으로."


능력자라고 해도 이동 수단은 차량이 없으면 힘든 건 매한가지다. 능력까지는 잘 모르더라도 일부 팀이나 개인의 차량 정보는 이미 습득한 지 오래다. 가입 전까지만 해도 문외한이었던 차에 대한 지식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들어간다?"


따라서 미행하는 걸 들킨다면 우리 쪽일 불리해질 우려도 있다. 실외에서 일어나면 상관 없지만, 하필 대상이 아파트 내부에 있다면 관찰이 어렵다.


"팀업이라도 확인해야지."

"항상 보던 얼굴일 것 같은데."


그리고 이런 정보들을 수집해도 한계는 명확하다. 출동대들을 다 조사한다고 해서 그게 기관의 전력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비능력자만을 잡으려고 동원을 한다면 잔챙이들을 보내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영역이니까.

총 세 명의 팀업, 열과 완력과 탄소제, 그렇게 궁합이 좋은 편은 아니다. 열 능력도 시원찮아 보여서 '아프로디테'와 함께 일망타진이 가능할 것 같아도, 지시를 받은 바가 없으니 구경하기로 한다. 아직까지 때도 아니다. 순리는 나에게 웃어주고 있지 않다.


"보나마나네. 싱거워라."


예상했던 그 팀업이다. 얼굴도 기억해서 이제 할 건 출구를 통해서 지나가는 일뿐이다. 성격은 아니더라도 이런 점에서 '아프로디테'는 말하지 않아도 내가 바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입단했을 때부터 함께였던 동료다. 한 가지 기술만을 놓고 보면 빛과 얼음은 궁합이 좋기도 하다.


"'악마놈'은 어떻게 됐지?"


이런 점은 마음에 안 든다. 말할 시점은 만났을 때부터 해도 되었는데, 느닷없이 이런 상황에서 묻는 것은 '멘데이트'도 할 말을 까먹어서 바로 반응할 수 없었다.


"내가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바뀌었지."

"언제?!"

"어제."

"늦잠을 잤을 때인가. 그래서?"

"보류야."

"배신자까지는 아니라는 건가?"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 배신자'까지'는 아니다. 순수한 의도를 해치고 싶지는 않다.


배신자에 대해서.


사고로는 이미 얘기한 것들이 끝일 텐데, 아직 입으로 내뱉지 않아서 강조하는 건가? 그렇지 않아도 할 것이다.


"여기든 거기든 일을 잘할 것 같은 인상이더라."

"무슨 기계라는 비유인 건가?"

"비슷해."


이젠 쓰레기라고는 못하겠다.


"도대체 무슨 바람이 물어서?"

"무슨 이야긴데?"

"아까 하던 이야긴데?"

"상세히 얘기하라고."

"그 말은 배신의 여지가 있다는 말이 아닌가? 미약하게나마 넘어갈 여지가 있다면 배신자로 취급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일은 잘해서 이해타산을 적용시켰다면, 네가? 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특이한 일이지."

"용서한다고는 안 했지."

"보류라고 했지, 참. 그러면 '기준'이 애매한데. 무엇을 '기준'으로 배신자인 걸 가르지?"

"···쓰레기가 아니면?"

"적어도 성실하면 면죄부는 되는 건가. 배신자가 되고 싶지 않으면 개처럼 일해라, 이런 거면··· 나냐?"

"제외해야지."


어쩌면.


가정도 아니고 가능성도 아니다. 일관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어서 몰랐겠지만, '멘데이트' 본연의 경험이 반영되는 거라면 '아프로디테'의 영향도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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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용병(15) 21.07.03 38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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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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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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