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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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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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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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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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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로래스(10)

DUMMY

난 그 때 보았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내가 본 게 진실이 아닐 경우를 떠나서,

진짜 '그 녀석'이 히잡 안의 모습을 봤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까?


두 번째,

'그 녀석'이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


섣불리 부르는 건 좋은 수는 아니다.

가만히 지켜본다.


고민하던 3팩을 바구니에 담는 모습,

먹으니까 괜찮다고 여긴 건가.

아까 마다하려고 했던 시늉은 겉치레에 불과한 것 같다.

나도 빨리 3팩을 바구니에 담고,

슬쩍 미행해 본다.


- - - - - - - - - - -


미행이랍시고,

실상은 동행인 마냥 쇼핑 루트가 똑같다.

계산대에서만큼은 다른 번호에서 받는다.

3층이 아니라 1층 계산대를 이용하는 걸 보면, 똑같이 탈 것은 없는 듯하다.

그렇게 되면 이상하다.

영덕에서는 어떻게 다닌 건데?

능력으로 날아갈 수 있는 비거리가 길다고 해도,

체력 떄문에 이 작은 영토를 전국 순회하는 건 한계가 있을 텐데?

탈 것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번만 그렇다고 봐야겠지.

아니면 협력자가 있거나?


그다지 수상한 낌새는 없다.

자경단이라고 해서 항상 일을 벌이지는 않겠지.

적어도 똑같은 목표물을 노릴 것이 분명한데,

기관이 조용하면 얘들도 조용한 게 맞는 도리다.

정말 평범하게 쇼핑을 하러 나온 것이라 본다.

무엇보다 '로래스'와 목적이 같다.

거쳐간 게 식료품 코너뿐이라서 배고픈 모양이다.

하지만, 인스턴트 식품들을 주로 사갔으니

거주지가 이 주변에 있는 듯하다.


그 전에,

내 얼굴을 모르는 건가?

하기야 저번에 얼굴을 봤을 때는 이쪽은 망원경,

저쪽은 맨눈에 능력으로 얼굴을 가렸고,

아닐 때에도 녀석은 히잡으로 늘 가린 채였으니.

그렇다고 미행을 당한다는 경각심조차도 없는 건가?


그건 '로래스'도 마찬가지지만.


기관 사람이라는 표식밖에 없는데 미행을 두려워 할 리가.

보복이란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서.

보복할 수도 있는 대상을 죽여버리니.


자경단이라면, 경각심은 없나?

아니면, 똑같은 생김새의 다른 사람?


모르겠다.

한 번 저질러 본다.


"야."


입구로 나와서 길이 갈라지기 전에 부른다.

보청기가 장식은 아닐 테니까 반응이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는데, 정말로 돌아본다.


"······."


반응은 한다.

그러나 간과한 게,

보청기를 끼고 있다는 건 청각 장애인이란 소리다.

그렇다면 평범하게 말을 하는 걸 바라는 건,


"컨셉이 아니라면 어떻게 말을 들어야 하나."


당장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애석하게도 수화다.

내가 수화를 알 리가.

평생 배운 적도 없는 영역이라 알아들을 수가.

일단 나를 알고 있는 건지 알고 싶다.


"내가 누군지 알아차린 거라고 고개만 끄덕이면 안 되냐."


끄덕


그 정도는 한다.

그렇다면 마음이 편해진다.


바로 소통할 수단을 찾는다.

다름이 아니라 불 문자를 사용한다.

허공에 이런 글귀를 적는다.


'따라 와'


"함부로 따라가면 안 되니까, 어디로?"


'카페'


"얌전한 곳이네."


'안 싸워'


"나도 싸우려고 부른 건 아니다."


지금부터는 CCTV에 유의해야 하는 건 내 쪽이다.

유의는 해야 하는데, 솔직히 귀찮다.

도대체 이 길거리부터 시작해서 어디에 CCTV가 없다고 믿을까.

최소한 이딴 모습이 자경단이라는 인식 기관에 박히기 전까지는 유예일 것이라 본다.

나름 각오를 하고 만나는 것이다.


- - - - - - - - - -


몰라, 일단 카푸치노다.

메뉴는 의미가 없다.

신경 쓰이는 건 인스턴트를 빨리 냉장고에 넣고 싶다는 점.

그러니까 주문은 일사천리로 한다.

그건 '이 녀석'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도 불로 소통할 건 아니잖아?"


바로 휴대폰을 건네 준다.


"메모장을 켜서 적어. 아니, 그보다 니도 있을 거 아니냐?"


곧잘 적는다.


'끊었지'


"그 사정 때문에?"


자경단이라는 말은 자제한다.

들켜봤자 좋을 게 없다.


'ㅇ'


문자로 하라고 했지만,

괜히 약식으로 답변을 받으니 기분이 시원치 않다.

입만 아픈 느낌이다.


"뭐부터 물어보지? 일단 확인 차, 니와 내가 몇 번이나 만났는지 기억 하냐?"


'3번'


"용케 기억하고 있네. 그리고-"


물어보려는데, 바로 뭔가를 말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어 입을 급히 다문다.


'나를 쫓은 건가?'


"쫓았다고 하면 쫓은 거긴 하지. 그러나 오늘 만난 건 우연이고, 정보를 알고서 쫓은 건 아니다."


'신기하네'


"그러게."


'부른 이유는?'


"말하려는데 니가 뭘 적으니까 말을 못했지. 니 집단이 어떤지는 안 물어볼 거다. 굳이 말해서 난 승진할 의욕이 없거든."


'신기하네'


"단지 물을 건, 니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는가?"


'왜?'


"그냥 듣고 싶었는데?"


'신기하네'


"뭔 같은 말을 3번이나 치냐."


저러면 자동 완성에 '신기하네'가 있을 것 같아 껄끄러워진다.


'마음에 들어서 하지'


"우리랑 비슷한 구석 아니냐?"


'맞긴 하지'


보여주고는 바로 화면을 뒤집어서 다른 말을 입력한다.


'나를 영입하려고?'


"될 것 같냐?"


'그 쪽에서는 이미 사냥감이겠지'


"잘 알고 있네."


'이미 길을 건넜지'


"설마 들어올 의향은 있었냐."


'아니'


"이유가 뭔데?"


'독재는 싫으니까'


"역시 보통은 그건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당장은 나라가 잘 돌아가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만인에게 필요했던 이상향이라는 게 지금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독재 체제라는 게 얼마나 끔찍할 수도 있는지,

역사는 그래왔다.


"도대체 목적이 뭐지? 단순 민심 벌이?"


조금은 주춤거린다.

그런데,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 건,

거기까지가 하한선인가?

마침내 몇 자 안 되게 친다.


'모르지'


"니도 시키면 하는 말단인 거냐."


'맞아'


"하도 이용당하기만 하는 건가."


'맞아'


똑같은 내용이라 화면을 돌리자마자 나한테 내민다.

그러다가 또 다시 재빨리 다른 내용을 입력한다.


'다쳤나'


"보는 대로."


'누가'


"알까 보냐. 니가 속한 곳에 염동술사가 있냐."


'알겠네'


거기에서 그친다.

정체는 듣지 않는다.

이건 불문율이다.

적의 위치지만 딱히 간섭하지 않도록

'녀석'도 질문을 가리면서 하고 있다.

쓴맛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그런데, 폰을 개인 정보 때문에 그렇다 치고, 카드는?"


'내 카드가 아니야'


"아, 그러냐. 그대로 카드를 훔쳐서 누구 신원인지 조회하면 되겠지만, 무력으로 싸우면 어차피 질 거고, 환자라서 그러지도 못하겠네."


'내가 더 불리하지'


"시민 때문에?"


'불 능력은 제어하기 힘들지'

'알고 있지?'

'만든 불은 소멸시킬 수 있어도'

'만든 불로 발생한 화재는 소멸이 안 되는 거'


"그렇지. 왠지 그 화상도 어떻게 생겼는지 감이 오더라."


'박식하네'


박식하긴 하지.

지혜롭지 않아서 그렇지.

적어도 성인이 될 몸은 아니라서 이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능력으로 강탈하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능력을 써야하겠지만 그래도 도덕은 살아있다는 건가?"


'그 말대로'


"그렇게 하면 확실하게 희생이 있어도 궁지에 몰아넣는 건 기정사실이겠지."


굳은 표정으로 물어본다.


'그럴 거냐'


그럴 리가.


"그래도 내 목숨과 내 휴대폰이 더 소중하지. 남의 카드면 이런 엄한 데 쓰라고 준 것은 아니었을 텐데, 내가 쏠 걸 그랬나?"


'왜지?'


수정해서 다시 전달한다.


'왜 이렇게 굴지?'


"각자 잘 살아보자고?"


'알 수가 없네'


그러나 다음 말이 참 웃기다.


'처음 말을 놓고 믿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일단 그러자고 생각한다'


조우는 했어도 만나는 건 처음인데,

믿으라는 당부도 웃기고,

믿는 것도 웃기다.

나의 의식은 전혀 의심을 안 하더라도,

내가 '녀석'을 믿어야 하는 증명도 없다.

적의 입장인데 이래야 하나?

하지만, 적인 것은 기관과 자경단이지

이렇게나마 평화협정을 맺는다.


"얘기라도 해서 천만다행이네."


믿지 않은 건 아니다.

제일 처음으로 만났을 때, '이 녀석'이 한 짓을 생각하면 신뢰가 안 가지는 않는다.

불 능력자다.

가장 제어하기 어렵다는 능력.

한 번 '녀석'을 잡긴 했었다.

가장 두껍게 만든 유리 감옥 안에 가두었다.

그래도 불안했다.

능력이 화력이 장난 아닌 걸 알고 있었기에,

그냥 아무나 자경단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생포 이전에 내 몸을 발화시키지 않을까 목숨 걱정도 했다.


게다가 하필 주변에 민간인이 있어 방화로 녹이다 보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경단이 등장했다는 말은 범죄자도 있다는 것,

사실상 임무가 두 개라서 혼동하는 중이었다.

'동료' 보고 쫓으라고 하기는 했는데,

그냥 내가 가고 싶기도 했다.

둘 다 상성이 안 좋다.

바람을 일으키거나 유리를 만들거나

불과는 상성이 안 맞는다.

섣불리 공격하다가는 아까 협박했던 수단처럼 될 수도 있었다.

잡아야 한다는 의무보다는

무고한 시민을 죽이면 안 된다는 신념이 더 컸다.


"다음에 보자고 했었나?"


'ㅇ'


어차피 자극을 해봤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유리 감옥 안에 글씨로 말했었다.

'다음에 붙자'

그래서 녹여서 구멍을 뚫는 작업을 허용해주었다.

겉으로는 자력으로 탈출한 것처럼 보여도,

놔준 것이었다.

뭐, 전력으로 붙어도 내가 이겼을 리는 없다.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었다.


"이젠 보지 말자고. 그 편이 서로 편하겠지. 아닌가? 이렇게 되면 나만 불편한가?"


정작 자경단을 몰살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쪽은 우리니까,

어쩌면 '저 녀석'에게는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도 불편하지'

'대치가 일어날 거니까'


"···경고냐."


'조심하라고'


"그 쪽은?"


타자를 치려다가 만다.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그걸 끝으로 나한테 휴대폰을 돌려준다.

그러더니 곧바로 입에 대지 않던 커피를 빨대로 빨아들인다.

쭈욱,

거의 원샷처럼.

아예 바로 마시고 퇴장할 입장인가 보다.


"천천히 마셔라."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하다.

병 째로 원샷하는 사람인데.

하지만, 이러면 카페를 왜 고른 건가.

'이 녀석', 사실 카페 초심자가 아닌가?

메뉴는 거창하게 골라놓고 하는 짓은 이 모양이라니.

뭐, 상황에 맞는 판단이다.

급한 건 환자인 내가 아니라 '이 녀석'이다.

어느새 바닥까지 정복한다.


"잘 가라. 컵은 내가 치운다."


자연스레 컵을 들고 일어서는 걸 내가 막는다.

쟁반이 있는데 따로따로 가져다 주는 건 직원에게 예의가 아니다.


"충고도 고맙고."


끄덕


사뿐히 고개를 끄덕이고 '녀석'은 사라진다.

손에 쥔 장바구니는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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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용병(20) 21.07.12 37 0 12쪽
55 용병(19) 21.07.09 33 0 12쪽
54 용병(18) 21.07.07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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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용병(16) 21.07.05 35 0 12쪽
51 용병(15) 21.07.03 38 0 12쪽
50 용병(14) 21.07.03 34 0 12쪽
49 용병(13) 21.07.01 27 0 12쪽
48 용병(12) 21.06.30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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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용병(7) 21.06.24 37 0 12쪽
42 용병(6) 21.06.23 43 0 12쪽
41 용병(5) 21.06.22 40 0 12쪽
40 용병(4) 21.06.20 32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6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2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5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1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5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1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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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멘데이트(5) 21.06.04 31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2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5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39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2 0 12쪽
19 ???(4) 21.05.28 37 0 13쪽
18 ???(3) 21.05.27 37 0 12쪽
17 ???(2) 21.05.26 34 0 12쪽
16 ???(1) 21.05.26 39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7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3 0 14쪽
13 로래스(11) 21.05.23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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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로래스(9) 21.05.22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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