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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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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0,977

작성
21.05.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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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로래스(4)

DUMMY

"술은 저녁이라고 했나."

"잘 알고 있네."


무턱대고 술은 마시지는 않고, 저녁이 적정선이다.

현장직이라서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가 있어야 되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저녁에 먹는 게 훨씬 낫다.

낮에 술은 마신다, 이건 통요되지 않는 상식이다.

저녁에 마신다면 불렀을 때 꽐라가 되어 설치더라도 이해해줄 테니.

또한, 주사도 심하지 않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필름이 끊기기 전까지 마시지 않는다.

알코올 중독자라 불릴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않는다.


"정말 술은 마시는 건지."

"그럼 마약이겠냐."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여럿 있는 데에서 마시는 적은, 기관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없는 듯하다.

항상 시간이 어긋나 있으니까.

애초에 여긴 회식도 없다. 혼자 마실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그 환경에 따라 나도 적응해 버린 결과다.


"니 차 시트에 냄새는 없더냐."

"술 자체에 의문을 가지진 않아. 술을 마신 걸 본 적이 없어서 그러지."

"백문에 불여일견?"

"그렇지."


그러면, 이 말의 목적은 뭐냐?


"그래서?"

"술 친구도 없는 건지."

"동정이냐."

"동정일 수도 있지."


내가 불쌍한가. 전혀 그런 기미란 없다.

사람은 자업자득이어야 한다. 그러나 마땅히 자신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격에 맞는 결말을 받은 사람이 없어서 문제다.

누가 심판자가 되는 것도 별로 반갑지 않다. 자기 업보에 자기가 걸려 넘어져야 한다.

나만큼 전형적인 인물도 없다.


하지만, 불쌍해 보이기도 하다.

자기 소신대로, 라는 말은 남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남에게 있어서 '로래스'는 그저 나쁜 놈이라는 인식이다.

등가교환이 될 수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건 알 바가 아니다.

나쁜 놈이 나쁜 결과를 받는다는 것,

그것 자체로 일관성 있는 행보다.

정당한 대가에 대한 이야기,

어지럽지.

정당의 정도는 자기 뜻이 있을 것을.

조율이란 것도 이상적인 이야기지.


그런가 하면 '로래스'는 기관의 사람이란 인식 따위 없다.

그럼에도 기관의 의지를 이용하는 처지라면,

이건 위장이다.


위장은 무슨.

겉과 속이 같은 위장은 없다.


"PTSD는 없나?"

"동정할 거릴 찾으려고?"

"내장은 잘 먹지?"

"시킬려고?"

"술 안주는?"

"없어."

"맨 술?"

"술만."


따지고 싶긴 하다.

그게 업무에 필요한 요소인가.

임무에 필요한 것이라면,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전투력은 어느 정도인지, 전투력과 무관하게 어떤 걸 구사할 수 있는지, 그 밖에 거슬리는 버릇이나 특징에 대해서만 알면 된다.

그나마 술에 관한 내용은 내가 저녁에 주로 마신다는 것과 한 번 마시면 통째로 마신다는 것 정도만 알려주면 '저녁이 취약하구나'하는 식으로 이해만 하면 되는 것이지.

술 안주가 뭐 필요 있나.


이쪽으로, 그러니까 '동료'로 들어온 지 1달이 겨우 지나간다.

그 밖의 정보는 많지 않다. 사는 곳이나 고향도 모른다.

정말 하찮은 정보라서.


"이제 끝."


그리고 하찮은 정보 더 하나, 은근히 소식가다.

다이어트인지는 알 바는 아니고, 적게 먹는다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

그래서 밥도 안 먹고 고기만 먹은 모양인데, 치말하다.


- - - - - - - - - -


오후에도 불려지지만 않으면 할 일이 없다.

젠가 타임이다.

이번에는 터득한 꼼수가 있다.

웬만해서는 9시 방향이 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

쉽게 말해서 9시만 아니면 잘 빠진다는 점이다.

그걸로 빼내는 것까지는 자신이 있어지나 쌓는 건 여전히 난제다.

해봤자 10개가 최대.

거기서부터 마가 낀다.

도저히 기록을 갱신할 수가 없다.

설령 될 것 같다는 경우에도,


끼이익


누군가 의자를 끄는 소리를 내어 엎지르고 만다.

어차피 아니어도 안 될 것을 거다, 긍정적이게 다음으로 넘어간다.


"로래스."


'동료'가 부른다.


괜찮다. 모니터에 호출이 없으니 불려서 그러는 건 아니다.


"왜?"

"이거나 봐."


얼마나 나를 자극시킬지 본다.


긴급.

봉천사거리, 폭발.

대난투, 능력자들의 소행, 파벌 싸움.

불 능력자.


"근질거리긴 한데··· 제대로 된 사진이 하나라도 없냐?"

"이런 사건은 폭발만 찍는 게 안전하겠지."

"언론에는 능력자가 1도 없나?"


적어도 히잡을 쓴 모습만이라도 포착이 된다면 당장 '상사'에게 달려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완벽한 수는 아니다.

이미 빈 자리, 아까 젠가를 방해하던 장본인과 그 외 2명이 사라져 있다.

이미 한 팀이 출발했다.

발만 동동 구른다.


"정식으로는 보고를 하고 나가야겠지."

"이미 정량 투입이 되었잖아."

"충원 명령이 오면 나갈 수 있겠지."

"그건 너무 늦어."

"그러면?"


뭔가 교묘하다.

유도하려는 속셈인가?


이상 행동이다. 유도한다고 해도 그건 정상은 아니다.

유도한다고 하면? 어지간해서는 FM에 가까운 행보를 보인 '동료'가 지금에서 돌변을 한다고?

괜히 '로래스'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하는 건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왜냐?"

"왜냐니."

"나보고 나가라는 거냐?"

"적어도 단독 행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허용 못하기 때문이지."

"팀이라서? 배정 되어서?"

"차도 없으면서."


그 말을 듣고 인정한다.


"차값은 물어줄 수 없다."

"망가지진 않게 할 거니까."


보험이라도 잘 들어놓았으면 상관 없다.


- - - - - - - - - -


봉천사거리가 어디인지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가깝다.

그렇다고 맨발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라 '동료'가 없었으면 오죽했겠나.


그러나 폭발이 일어났다고 해도,

소방차가 달려와서 불을 끄고 있다고 해도,

소방차와 더불어서 능력자들이 잔불까지 진화를 한다고 해도,

관심사는 불 따위가 아니라 불의 근원지다.

일을 저지르고 현장에는 없는 모양인데,


맞다, 출동한 인원은 보이지 않는다.

인명 구조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은 이 현장에는 없다는 얘기다.

전혀 범인의 실태를 모른다면 현장에 대기해서 습격을 대비하는 게 메뉴얼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정 싫어도 따라야 하는 게 메뉴얼이고, 그 메뉴얼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말은 단순 변덕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가능성은 범인을 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차값을 물어줄 가능성이 생겼는데?"

"그러지 않아도 격렬한 반응이거든."

"어디?"

"얼마 안 걸려."

"존나 밟으면 얼마 안 걸린다는 소리냐?"


그리고 예상은 틀리지 않는다.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는 도로인 것 치고는 쓸데없이 일반 차량이 너무 많다.

있고 싶어서 있겠나. 있다 보니 일이 터진 거지, 잘못은 없긴 하다.

하지만, 길을 막고 있다는 것만으로 큰 민폐다.

단순 과속이 문제가 아니라 격렬하게 드리프트를 선보이면서 질주하는 중이다.


'동료'의 운전 실력에 대해서는 과속을 한다는 이외에는 딱히 정보가 없으나, 능력으로 이를 제어하는 게 아닐지 의심스럽다.

일반적인 드리프트 치고는 차의 관성을 무시하는 물리 법칙이 실컷 나온다.


이런 거친 운전 방식에 재빨리 좌석을 뒤로 젖힌다.

그러지 않고서 버틸 수가 없다.

안전벨트를 맸다고 튕겨나가지 않는다?

가뜩이나 오픈카라서 내동댕이 쳐질 것 같다.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일반 차량이 선보일 수 있는 속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다.


"수증기가 보이지?"


구름보다는 회색을 띠고 있는 기묘한 현상이 고층 건물 사이를 통제하고 있다.

물과 불의 만남,

따지자면 상성은 좋다.

아무래도 불 능력자를 상대하려고 한다면 나 따위보다는 물이 더 나을 테니까,

내가 버림받은 것은 선천적인 면모 때문이다.


코드네임 '트리톤'.

물 능력자라서 '포세이돈'일 수도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서열 51위라서 서열 6위인 '포세이돈'과는 하위호환일 수밖에 없어 '트리톤'.

유래는 '포세이돈'의 아들이었나.

이명으로는 '버뮤다'.

방대한 물은 배출하는 것까지는 좋아도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해서 홍수를 내보내면 피아 구분 없이 해치워버린다는 이유로, 사실상 '로래스'보다 악명이 높긴 하다.

그래도 파괴력이 있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 능력자 상대로는, 그 상대가 보통 테러가 목적이라면 제압과 진화를 동시에 벌일 수 있겠다.


도로의 상황을 보면 테러는 절대 아니다.

아니면, 절개 있는 테러라던가.

절개 있는 테러, 웃기는 소리긴 해도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긴 하다.

나 같은 부류가 그런 쪽이다. 숙청할 대상과 아닌 대상을 제대로 구분하는 테러, 능력자일수록 그런 경향이 많다.

차들이나 사람들이나 무난하게 대피 중이다.

위해를 안 가하더라도 위해를 당할 수 있다는 건 무섭지.

오히려 '트리톤' 새끼 때문에 인명 피해가 날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촤아아아아아

솨아아아아아


있다.


히잡 차림이면 '그 녀석'이다.

상성상 '저 녀석'은 열심히 도주하려고 방사하는 모습이다.

화력 자체는 나쁘지 않은 '녀석'인데 웬만해서는 추진력에 힘을 싣고 있다.


거의 잡아먹을 기세로 밀어붙인다. '트리톤'은 기물이라는 인식을 버린 모양이다. 시야가 너무 좁아져 있다.

지상은 안전해도 실내가 더 위험한 순간이다. 날아다니면서 물을 방사하는 게 유리들을 부수고 있다.

하다못해 제어라도 조금 되었으면 불이 날아오는 부분만 처리할 수 있을 것을 소문과 명성에 충실한 모습이다.


저게 51위냐고,

씨발 내가 더 잘할 자신이 있는데.


아무리 난폭운전으로 단련된 '동료'라도 정체된 차들 사이를 지나갈 수 없는 상황.


"어떻게 할 건데?'


그러게 말이다.

일단 건물들에 미리 강화유리를 덮어씌어서 재산 피해를 최소화시키고는 있다.

그 이상은, 사실 모르겠다. 괜히 왔다는 기분이다.

마음껏 극한의 전개로 유리 감옥을 만들어도,

'녀석'이 녹여서 탈출했던 사례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뭐, 다시 보진 않을 것이다.

추격전으로 소모되었을 체력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전개를 하면 생포는 충분하다.


그러면, 베드 엔딩이다.

생포를 하는 순간 '로래스'의 손을 떠난다.

자경단이 기관의 적인 만큼 높으신 분들의 우려가 먼저겠지.

요컨대 생환할 가능성은 0이다.


"날려 보내봐."

"어디로?"

"저기 저 옥상으로."


차에서 뛰어내려 바로 옆의 가드레일을 밟고 높이 뛴다.




몸을 보호할 유리 발판을 만들고,


푸웅


'동료'가 불어넣은 기압을 통해 '녀석'과 '트리톤'이 지나갈 건물 옥상으로 미리 이동한다.

대충 편광 렌즈 몸통에 8배율 구성의 렌즈를 결합해서 만든 망원경으로 '녀석'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본다.

확실히 뒤에서 기습을 하면 대비가 안 될 것 같다.

뒤를 감싸는 불길이 굉장히 옅다.

유리 표창이면 목을 칠 수 있겠다.

원격으로 예상 경로에 미리 예리한 유리들을 배치한다.


뒤로 몸을 날릴 때가 기회다.


찌이이이익-


-라고 소리가 들린다면 그럴 것이다.

죽이고 싶지 않은데 목을 칠 이유야 없다.

그래도 목 부분이 비어있으니까 해보고 싶었다

망할 히잡이 걸리적거리니까.

절단된 목 윗부분의 히잡은 불길에 휩쓸려 타버리고, 조용히 망원경으로 관찰한다.


히잡을 쓰는 이유가 있었군.

화들짝 눈의 시야가 터지자마자 당황했는지 불길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고 눈을 부릅뜨고 망원경을 쳐다보던 나에게는 들키지 않았을 리가 없다.


얼굴 왼쪽 면을 휘감은 화상 자국.

금발.

왼쪽 귀는 보청기.

심신미약처럼 보여도 별로 그건 감형의 대상이 안 될 것 같은 멀쩡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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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용병(5) 21.06.22 42 0 12쪽
40 용병(4) 21.06.20 34 0 12쪽
39 용병(3) 21.06.20 30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8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7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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