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렙을 위한 조건 - (13)
‘어라?’
그런데 이상했다.
거미는 4마리인데 왜 라이플을 겨누고 있는 사람은 3명 뿐이지?
분명히 신탁현 이사가 탱커의 개념이라면 라이플을 겨누고 있는 이들도 4명이 되어야 했다.
숫자적인 개념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그것은 금새 이해가 되었다.
몸집이 큰 거미가 양쪽 첫 번째 다리를 들면서 갈고리 부분으로, 신탁현의 양 쪽 어깨를 공격했다.
하지만 일부분만 박히고는 더 이상 박히지가 않았다.
방어구의 단단함이 이긴거다.
그 사이 신탁현의 양쪽과 뒤 쪽을 거미 3마리가 자리를 잡았다.
“갑니다. 이사님!”
협회 사람 한 명의 말과 함께 놈들을 향해 겨눈 라이플에서 파공음이 들렸다.
푸른 빛깔의 뭔가가 발사되었다.
그것은 신탁현의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그 뒤에서 자리를 잡은 거미의 머리통을 맞추었다.
푸숙!
초록색 뇌수가 터진 채 흘러나오더니 이내, 3마리의 거미가 그대로 땅으로 주저앉았다.
일명 즉사.
뒤를 이어 신탁현이 방향을 바꾸더니 앞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거미의 다리가 어깨에 완전히 박히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미도 8개의 다리를 이용해 신탁현의 뒤를 쫓았다.
‘으. 징그러.’
거리가 가까워지는 탓에 진성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거미의 얼굴은 진짜로 꿈에 볼까 무서울 정도로 흉측했다.
정말 못생긴 것이다.
그렇게 신탁현이 유인을 하는 순간.
3개의 라이플이 또 한 번 불을 뿜었다.
푸숭!
머리에 적중하면서 머리가 터졌다.
이번에는 하얀색 액체가 줄줄 흘러나왔다.
진성은 생각했다.
‘갈아입을 옷은 필수겠는데?’
여튼 4마리의 거미 몬스터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스윽.
신탁현이 인벤토리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생수병 보다는 조금 더 견고해보이는 플라스틱 병이었다.
그리고 비닐장갑.
‘뭐할려는거지?’
앞서 머리가 터져서 흘러내린 하얀색 액체를 플라스틱 병에 담고 있었다.
진성이 물었다.
“그건 왜 그러는거에요?”
“이게 연고를 만드는 주 원료거든요. 이것을 물과 1/3비율로 희석하면 연고가 만들어집니다. 이 연고를 상처난 부위에 바르면 1분도 안되서 상처가 났습니다.”
“…….”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은 진성이었다.
그런 진성의 생각을 뒤로한 채, 일처리를 마친 신탁현이 큰 소리로 외쳤다.
“자,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합시다.”
[ @ ]
다음 장소라고 해봐야 500미터를 걷는 것이 전부였다.
위치를 한 곳이 공동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거기서 그냥 앞으로 500미터 정도를 이동한 것 뿐이다.
그 사이 신탁현도 무장을 갖추었다.
스윽.
다른 사람들이 들고있는 라이플이 아닌 다연발 기관총이었다.
이것 역시 마력이 깃든 기관총이겠지.
잠깐만!
‘무한 탄창 기능이 탑재된 그런건가?’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의아심이 들었다.
‘왜, 처음부터 그냥 사용하지 않고 이제야 사용을 하는걸까?’
그 의구심은 금새 해결되었다.
‘미친…….’
500미터 가량을 걷자 진성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알이 수북히 박힌 알집이었다.
이른바 거미알집.
알 하나하나당 크기가 거짓말치지 않고 포탈의 반 정도 크기만했다.
그런 것이 수십개 모여서 한 개의 알집.
그 알집이 도합 7개 정도 있었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까 그 기관총으로 알집을 깨는 것이 아니었다.
앞서 라이플을 들고 있던 3명이 조준을 하고 알집을 향해 쐈다.
그러자 알이 깨지면서 액체가 터지는 것들도 있는 반면, 터지는 순간 부화된 거미들이 한데 모여 다가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 놈들을 향해 신탁현이 기관총을 들고 난사를 시작한 거다.
그 총질에 거미들은 다 죽었다.
다른 던전의 2층 같은 구역도 클리어한 것이다.
진성의 머릿속은 많이 복잡해졌다.
‘총기류 속성을 지닌 헌터를 영입해야하는건가?’
확실히 이런 류의 사냥 방식은 처음이었다.
아니, 궁금한 것은 못 참았다.
정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진성이 신탁현에게 물었다.
“이사님.”
“네?”
“총기류 없이 거미들을 잡기 힘든가요?”
진성의 물음에 신탁현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다른 무기들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지요.”
“그럼, 아까 처음에 나온 왕거미에게는 왜 몸을 대줬… 아니, 왜 다리 공격을 허용한건가요?”
“그거요? 별거 아닙니다.”
말을 하며 입고 있는 방어구의 오른쪽 어깨 부분을 가리켰다.
“이 방어구의 방어력을 실험을 해야했거든요.”
“그게 무슨…?”
“아이템을 판매등록 하기 전에 성능 실험을 해보는 것이지요. 이 라이플도, 기관총도 다 그런 의미입니다. 무한은 아니고 공격력도 약하긴 하지만 6천발을 사용할 수 있고 탄창을 인벤토리에 넣어둬야 하는 조건이 붙은 기관총이긴 하지만요.”
“…….”
그럼 일부러 맞아줬다는 소리 밖에 되지 않는다.
더불어 저 사람들이 지닌 라이플도 성능 실험용이라니…….
그때였다.
신탁현의 손에 갑자기 검? 아니, 매끄럽게 잘 빠진 도 두 자루가 들려져 있었다.
매끄럽다는 표현이 머릿속에 든 것은 진성 본인도 몰랐다. 그냥 잘 빠졌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으니까.
진성이 물었다.
“그건 뭔가요?”
“보다시피 화룡도와 수룡도이지요.”
“화룡도랑 수룡도요?”
“C급 던전에서 나오는 레시피로 제작을 한 무기입니다. 물론 제 아이템이 아니라 협회의 아이템 마켓에서 제작한 아이템이기도 하지요.”
“아. 네.”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해볼까요?”
“예.”
이제 남은 것은 보스, 대왕 거미 뿐이었다.
하나 진성은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전투관람을 할 목적으로 들어온 것인데, 그냥 신탁현과 있으니까 안전감이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궁금증이 많이 치밀었다.
‘도대체 이 사람은 레벨이 몇일까?’
주 사용무기가 라이플이나 기관총은 아닌 것 같았다.
솔직히 지금 상황, 그러니까 보스를 향해 가고 있는 무장 상태, 더 정확히는 들고 있는 두 자루의 도가 원래의 무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헐.’
그리고 저기서 거대한 뭔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길이 5미터.
넓이가 2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대왕 거미였다.
그런 놈을 향해 신탁현이 몸을 날렸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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