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가 되다 - (5)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이 새끼도 하물이 코끼리만할려나?”
이구아나 던전의 보스, 리자드맨의 하물이 코끼리 만했었다.
“보스니까 그 정도 크기는 당연한 옵션이라는건가?”
그리고 그 하물에서 빛이 나며 마정석으로 변하지 않았던가?
뭐, 같은 것이 두 번 되풀이 되라는 법은 없다.
조금 찝찝한 것도 사실이다.
“잡아보면 알겠지.”
혼잣말을 내뱉는 사이 3층에 다다랐다.
헌터포탈을 통해 충분한 자료를 얻은 상태이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숙지하다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초조한 것과 동시에 떨리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실전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 중요한거니까.”
분위기에 위축되지 않게 진성이 혼잣말로 마음을 다 잡았다.
그런 진성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와. 쓔바!”
절대로 감탄사가 아니었다.
몬스터를 보고 감탄 따위를 하고 있을 입장은 더더욱 아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외형.
바로 보스 뿔개의 외형 때문이었다.
1m 50cm.
말 그대로 미친거다.
리자드맨 보스야 2미터라고 해도 직립보행형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이건 뭐, 네 발로 서 있는 상태가 1m 50cm라는거다.
넓이 또한 와…….
영화에서 보던 초초초초대형 늑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보라.
저 날카로운 발톱을.
아니, 그 전에 발톱을 포함한 뭉툭한 발을.
사자?
호랑이?
그딴 거는 저 새끼한테 한 대 맞으면 요단강을 건널 준비를 해야할 판이었다.
솔직히 두려웠다.
그래, 그냥 늑대의 외형이라고 하면 후…….
더 무서운 것은 놈의 왼쪽과 오른쪽의 이마에 나 있는 뿔 때문이었다.
뿔도 그냥 뿔이 아니었다.
푸른 색을 휘감은 가운데 하나도 아닌 두 개.
즉, 쌍뿔이었다.
길이 또한 100센티미터 가량 되어 보였다.
두께도 굵었다.
굵은 철봉의 두 배 정도였다.
“저런 놈이 10등급 던전의 몬스터라는 거지?”
차라리 되돌아가서 1층과 2층의 뿔개를 상대하는 것이 났지.
아니다.
이것 역시 지나가면 경험이라서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이 문제였다.
즉, 처음부터 덜컥 겁이 났던 것이다.
‘만약 방어구가 통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방어구가 뚫리면서 저 뿔에 몸이 관통당하겠지.
죽거나.
혹은 죽거나.
어차피 놈을 죽이지 못하면 죽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이래서 파티, 파티 하는건가?’
방어구와 무기를 직접 제작하는 메리트 때문에 아니, 10등급 던전은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들어온거다.
그런데 자꾸 놈의 외형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성은 다른 것에서 위안을 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파티.
힐러와 전사가 몇 명이 더 추가된 파티였다면 안전성이 확보가 되었겠지.
아서라.
그렇게되면 경험치와 아이템을 모두 분배해야 한다.
진성이 생각한 목표성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마음 잡고 제대로 해보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니, 진성이 이렇게 놈의 외형을 느긋하게 관찰하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놈이 선공 몬스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층과 2층의 뿔개들과는 달리 건들지만 않으면 그냥 평화가 유지되는 것을 뜻했다.
여하튼 이제 그 평화를 깨고 전투에 돌입을 할 시간이었다.
아차차.
그 전에 스테이터스 분배를 해야했다.
DEX : 40
STR : 47
VIT : 31
INT : 11
AGI : 15
LUK : 5
레벨 8이 된 지금 5포인트의 여유가 생겼다.
“일단은 힘이다.”
진성은 5포인트를 모두 힘에 올렸다.
추후에야 다른 것도 분배를 해야겠지만 일단 힘이 강한 것이 전투에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분배를 하고 난 뒤 또다른 문제점에 봉착했다.
가만.
놈을 깨우는 방법이 뭐였더라?
“뿔을 치면 놈이 전투 모드로 돌변한다고 했지?”
진성은 헌터포탈에서 보았던 것을 떠올렸다.
이제 정말로 전투에 돌입할 시간이다.
후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토로의 망치를 들었다.
양 손으로 들었다.
뿔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였으니까.
이제 힘껏 내리치면 되는거다.
‘뿔을 내리치고 잽싸게 토로의 망치로 놈의 머리를 찍어야지.’
두 번 찍으면 된다.
머리에 강한 충격을 줘서 전투를 끝낼 생각이었으니까.
그 이상으로 길어지면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스윽.
진성이 토로의 망치를 들었다.
그리고 뿔을 힘차게 내리 찍었다.
뽀각!
쌍뿔이 부러졌다.
“어?”
그리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전투태세에 돌입은커녕 보스 뿔개가 환한 빛에 휩싸이더니 이내 사라진 것이다.
동시에 머릿속에 울리는 음성.
-던전 클리어.
“…….”
진성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10분 가량을 멍한 상태로 보냈다.
아니, 공격을 한 번 이라도 하던가!
머릿속으로 예상했던 전투 광경이 모두 어긋나버린 것에 대한 실망감도 한 몫 했다. 물론 안전성으로 따지자면 이건 거의 최고이기도 했다.
힘 한 번 안들이고 보스를 잡은 꼴이 아니던가?
‘뭔가 있다.’
헌터 포탈에는 보스 뿔개에 관해서 제법 힘든 몬스터라는 경험담 밖에 없었었다.
그런데 뿔을 내리치니 놈이 그냥 죽었다.
사라진 것도 아니고 죽은 거다.
던전 클리어를 했으니까 확신할 수 있었다.
“뭐, 이유는 나중에 찾고 일단 챙길 것은 챙기자.”
혼잣말을 내뱉으며 진성은 부러진 쌍뿔을 챙겼다.
놈을 전투에서 해치우지 않아 마정석은 획득을 못했지만, 쌍뿔은 개당 150만원이나 하는 좋은 아이템이었다.
부러진 그 자체가 개당 150만원이라는 것이다.
여튼 쌍뿔은 길이 때문에 가방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지퍼를 올릴 수 있는데까지만 올렸다.
“인벤토리 기능은 레벨 11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고 했었지?”
레벨 10이 되기 전까지는 불편해도 어쩔 수 없는거다.
툴툴거리며 진성이 출구로 향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진동을 느끼며 진성이 포탈에 올라탔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진성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직도 없네?”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들이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근무태만인지는 몰라도 이건 협회에 신고를 해야만 했다. 헌터들이야 상관이 없지만 괜한 호기심에 일반인이 들어가서 죽어버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신고를 해서 귀찮음을 감수하더라도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것은 진성, 본인이 사양하고 싶은 일이었다.
여하튼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포탈을 나오니 또다른 문제에 직면을 한 것이다.
그 문제점을 진성이 혼잣말로 내뱉었다.
“…토로의 망치랑 방어구는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방어구야 몸에 착용을 했으니 그렇다고쳐도 망치는 조금 그랬다.
거리로 나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물론 사람을 해할 것이 아니니까 상관은 없다고 해도, 그 시선이 싫은거다.
진성은 결론을 내렸다.
“일단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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