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길드 박살나다 - (1)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 D급 던전이 두 개가 있었는데, 영문도 모른 채 그 두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구랑 포항, 그리고 경주가 가까운 거리이긴 한데…….”
진성은 3곳을 생각해두었다.
그리고 조사를 통해 가장 적합한 곳의 던전을 물색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아니었다.
아이템 제작과 충분한 휴식.
2주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아이템 제작만 하고,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심산이었다.
“작업실도 알아봐야 하고…….”
쉬는 김에 그간 미뤘던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하나씩 해버리면 그만이다.
그 기간이 딱 2주였다.
2주 뒤에는 사냥터 물색을 마친 후, 탐색을 가야만 했다. 신탁현의 도움을 받던, 아니면 파티를 구해서 갈 생각이었다. 효율적인 사냥을 하는 것을 한 번 경험하고픈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2주는 아이템 생성.
하루를 기점으로 반나절은 생성만 하는데 시간을 소요해야 할 팔자였다.
인벤토리에 쌓여 있는 재료 아이템이 워낙에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만 푹 쉬자.”
저녁 시간이고 병원을 다녀온 이후이기도 했지만, 마지막 사냥을 기념으로 정씨 자매와 간단히 술 한 잔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집에 온거다.
옷은 갈아입어야 하니까.
스윽.
진성의 시선이 거실에 진열된 피규어 쪽으로 향했다.
“저것도 제작을 해야 하는데…….”
완성이 된 것 말고 하다가 놔둔 피규어 쪽으로 향한 거다.
솔직히 시간이 나지 않았다.
물론 이것 역시 핑계일 수도 있다.
휴식이라는 명목으로 정씨 자매와 맥주 한 잔을 자주 하다보니, 그러다보니 미루고 미뤄서 손을 놓게 된 거다.
일이 아니니까.
취미는 그저 취미일 뿐이니까.
그리고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니까.
“예전에 누가 그랬던 거 같은데…….”
취미가 직업이 되는 순간 고달픈 것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긴 했지만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길게 보고 가는거다.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 수 있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파티원도 한 명은 보강을… 아, 일단 내일로 다 미루고 그때 생각하자.”
혼잣말을 내뱉으며 진성은 집을 나섰다.
다음 날.
“음? 이렇게 되면 헌터 협회를 들렀다가 병원에 가야겠네.”
하루에 생성할 아이템 제작을 끝마치고 나니 어느덧 3시를 훌쩍 넘긴 시점이었다. 물론 중간에 식사를 하고 강아지의 사료도 챙겨준 상황이기도 했다.
여하튼 다 마치니까 3시였다.
원래의 계획은 병원에 가서 있다가 다시 집으로 오는 것이었는데, 방금 전에 신탁현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계약서를 갱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용무는 간단했다.
계약서 갱신.
협회에 들려 새로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에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그래봐야 1시간 안 쪽으로 끝날 것이다.
“어쩔 수 없지.”
그 시각.
30평 남짓한 사무실.
담배를 꼬나무는 사내가 앞에서 뒷짐을 쥐고 있는 사내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담배를 문 사내, 변득구의 입이 열렸다.
“알아봤나?”
“네. 형님.”
“금마. 어떻게 지내고 있더노?”
“아무래도 협회 들락거리는 것도 그렇고 아이템을 대량으로 판매를 하는 것 같습니다.”
“맞나?”
“네. 형님.”
변득구의 말에 대답을 하는 이는 다름아닌 임동진이었다. 진성이 촉새 같은 놈이라고 생각한 그 임동진이었다.
변득구가 말했다.
“또….”
“예?”
“또다른 특이사항 없나 말이다!”
“…그리고 그 새끼, 어머니가 식물인간이랍니다.”
그 말에 변득구의 두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식물인간?”
“예.”
“아이고, 많고 많은 것 중에 식물인간이 뭐고? 금마도 참으로 꼬인 인생이구만…….”
임동진이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뭐라노?”
“형님이 물어보신 이유가 처리를 하려는 목적으로 물어보신 거 아니었습니까?”
“새끼. 눈치는 드릅게 빠르노?”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동진아.”
“예. 형님.”
“진성이 금마 그거, 길드 가입한데 없재?”
“그런 것 같습니다.”
“아이템 판매해가 돈도 많이 벌어놨을끼고?”
“그렇습니다.”
임동진의 대답에 변득구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라믄 상관 있겠나? 금마 그거, 우리 길드 가입 시켜라.”
“예?”
임동진의 입장에서도 뜻밖이었다.
배척관계에 있는 놈을 가입시킨다니?
그 의문은 바로 해결되었다.
“가입시켜가 뽕을 뽑아먹으면 되는거 아니겠나? 파티 참여 시켜가 돈 벌어오라고 시키면 되지. 몇 번 카다가 기어오르면 몬스터 사체 분쇄기에 넣고 죽이면 되는거 아니겠나? 누가 알겠노?”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임동진이 맞장구를 쳤다.
사실 변득구가 타이거 길드를 운영하는 대표는 아니었다.
하나 바지사장을 내세우고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 몬스터 사체를 처리하는 업체를 차리면서 자신에게도 힘을 실어 주지 않았던가? 물론 그 몬스터가 꼭 몬스터만 처리를 하는 용도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 사람도 죽였다.
더 정확히는 죽인 사람의 시체를 분쇄기에 넣는 것이었다.
매일 매일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의 시체에 그냥 시체 한 구를 더 추가하는 것일 뿐이다.
며칠 전에도 길드원 한 명을 그렇게 작업을 했다.
대신 작업처리를 위해 한 달 이상 공을 들였다.
그 일의 뒷 마무리까지 끝낸 것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전에 가장 원초적인 의문이 남았다.
임동진이 물었다.
“…거부하면 어떻게 합니까?”
“뭘 거부한단 말이고?”
“가입 자체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금마 애미가 식물인간으로 있다 안했나?”
“예.”
“그거 가지고 내 이름 대면서 협박해라. 지가 우짤끼고? 한 번 좆밥은 영원한 좆밥인기라.”
“알겠습니다.”
*
진성은 협회에 들려 서류작업을 끝마쳤다.
그래봐야 볼펜으로 몇 번 끄적였을 뿐이다.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것이 뭐가 있다고.’
대한민국 어느 국민이든 소득 활동에 비례해서 세금은 내야한다. 좋은 말로 내야하는 것이고, 나쁜 말로는 강탈당하는 수준이다.
자신의 마나를 소모해서 제작하는 아이템의 판매에도 세금을 붙여서 떼어가는 것이 못마땅한 진성이었다.
하지먄 어쩌랴.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에 길들여진 상황인데, 이제와서 다른 방법을 물색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기도 했다.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신탁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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