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의 필요성 - (4)
-언니. 지금 그 오빠 아니, 그 반지 판 사람 우연히 만났어.
정수빈은 동생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저녁이나 내일 즈음에는 연락을 해보라고 할 생각이었다.
경험치 28%가 정말로 적용이 되는지.
그러니까 본인 혼자가 아닌 파티원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것이 맞다면 굳이 파티를 매번 모집하지 않아도 되는 수고를 덜 수 있는 셈이었다.
동생에게 듣기로 클래스가 힐러가 아니니까.
그래서 상관이 없다.
자신이 힐을 주고 동생이 딜을 넣으면 된다.
그래도 조금 모자라다 싶으면 파티원을 한 명 더 구하면 된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 28%라는 것은 충분히 매리트가 있었다.
단, 그것이 확인되기 전에는 3인체제로 갈 생각이었다.
그것이 맞고 조금 사냥이 버겁다 싶을 때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 파티원을 충족하면된다.
그렇게 할 생각이었는데, 우연히 마주쳤다고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조금은 의외였다.
부산이 그렇게 작은 도시는 아닌데 공교롭게도 헌터협회에서 마주쳤다는 것이 의외였던 것이다.
그것이 몇 시간이 전이었다.
정시원에게 연락이 온 것이 몇 시간 전이라는 소리였다.
“크게 상관은 없겠지.”
이제 준비를 하고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정수빈이 샤워실로 들어갔다.
*
그 시각.
“응?”
“대체 뭐가 문제죠? 저도 오케이 했고 오빠도 오케이 했으면 된 거 아니에요?”
진성이 말했다.
“네 언니라는 그 분은?”
“아, 그럼 말 나온 김에 언니를 부를게요. 불러서 삼자대면 하죠.”
삼자대면의 의미가 그런 의미가 아니지만, 진성의 입장에서는 나쁘지는 않았다.
그냥 이런 핑계로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 자체를 유도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성은 몰랐다.
이것이 다 정시원의 노림수였다는 사실을.
이미 나오라는 문자를 보냈었고 그 타이밍에 맞춰 정시원이 이렇게 방향을 유도를 한 것이었다.
생각할 여지조차 주지 않은거다.
진성만 몰랐다.
하나 진성은 정시원의 생각처럼 휘둘리지는 않았다.
“일단 얘기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
‘뭐야? 이 오빠? 언니랑 약간 느낌이 비슷하네?’
정시원은 이질감을 느꼈다.
어쨌든 승낙을 얻어냈긴 한데 묘하게 뭔가가 뒤틀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같이 파티를 하면 되었으니까.
‘근데 보면 볼수록 현호 오빠랑 너무 닮았단 말이야.’
어쩌면 자신의 언니도 조금은 그것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긴 벌써 3년 전…….’
그때였다.
진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시원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진성이 말했다.
“화장실 좀.”
“아. 네.”
*
진성은 20분이 지나서야 제자리에 돌아올 수 있었다.
단순히 소변을 보러 갔었지만 몸에 신호가 온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늦었다.
헌터도 사람이니까.
멈칫.
한데 진성은 자리로 오면서 한 번 멈칫거렸다.
‘헐.’
그 사이에 여신 아니, 정시원의 언니라는 사람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삼자대면은 고사하고 단 한 마디라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오빠, 앉지 않고 뭐해요?”
“어? 응.”
얼떨결에 대답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니까 진성의 시야에서 정시원이 오른 쪽에 앉아 있었고, 그 왼쪽이자 진성의 정면에 정수빈이 앉아있는 셈이었다.
‘아, 덥네.’
갑자기 땀이 나는 것 같았다.
여름도 지났는데 식은땀이라니.
그러거나 말거나 정시원의 말이 이어졌다.
“오빠. 인사해요. 여기는 우리 언니. 나이는 스물 일곱이구요.”
“아…….”
생각보다 많았다.
끽해야 셋이나 넷으로 보였는데.
일곱이라면 자신보다 고작 한 살 어리지 않은가?
“언니, 여기는 내가 말한 반지 판 오빠. 오빠 나이가 몇 살이었어요?”
“스물 여덟.”
그 말에 정수빈의 눈길이 진성에게 향했다.
동시에 진성과 1초 가량 눈빛이 마주쳤다.
하나 진성은 이내 시선을 피했다.
“풉.”
그 행동에 정시원의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런 정시원을 곁눈질로 정수빈이 쳐다봤다.
정시원이 말했다.
“소개팅 자리 같은 느낌이라서 웃은거야. 오해하지마 다들!”
“…….”
“그런 의미에서 우리 건배 할까?”
“그래.”
“…….”
진성은 대답 대신 조용히 잔을 들었다.
혼자 500cc 맥주잔을 2번 이상 비울때까지 진성은 말이 없었다.
1시간 후.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헌터비어라는 술집이었는데 들어오기가 무섭게 정씨 자매들은 자몽맥주를 시켰다.
진성도 같이 자몽맥주를 시켰다.
‘맛있네?’
생각보다 자몽맥주는 맛이 있었다.
여튼 대화는 이어졌다.
정시원의 그 말문을 먼저 연 것이다.
“그러면 사냥터는 내일 모래에 가는 건가요?”
“그래야겠지? 아무래도 몇 곳을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으니까.”
술이 들어가서인지 정수빈이 앞에 있음에도 처음과는 달리, 말이 술술 나왔다.
낯가림이 사라진거다.
“초보던전이라고 해봐야 몇 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하나 정수빈의 말에는 여전히 대답을 못했다.
정시원의 말이 이어졌다.
“사냥터는 제가 좀 알아요. 저도 이제 레벨이 11이라서 뿔개 던전은 좀 무리고, 그 다음 던전이 큰원숭이 던전하고 거미굴 정도가 있어요.”
“켁!”
큰원숭이라는 말에 진성은 사레가걸렸다.
“오빠, 왜 그래요? 속 안 좋아요?”
“아, 아니.”
겨우 진정이 되었다.
진성의 말이 이어졌다.
“큰원숭이 던전은 며칠 전에도 갔다 왔거든.”
이야기를 듣고있던 정수빈이 물었다.
“거기 그래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나요? 초보던전이라고는 해도, 변종던전이 생성되면 힘들다고 하던데…….”
“힘들죠. 아니, 죽을 뻔했죠.”
생사를 오가는 던전의 이야기가 나와서일까?
진성은 구구절절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재료 템인 큰원숭이 뼈가 깎여서 날카로운 창 모양으로 변했고 그걸로 가슴을 찔러서 죽였다는 이야기까지.
물론 스킬북을 얻은 것을 포함해 스킬과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잘 모르는 사람한테 모든 것을 오픈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런 것은 구분할 줄 아는 진성이었다.
“그래도 천만다행이네요. 살았으니까 이렇게 예쁜 여자들과 맥주도 마시고 할 수 있잖아요.”
“뭐, 그거야 그렇지.”
진성은 부정하지 않았다.
확실히 외모로 보자면 예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정시원이 투덜댔다.
“에, 재미없게…….”
“…….”
“참, 오빠, 레벨이 몇이라고 했죠?”
“나? 14레벨.”
정시원이 말이 이어졌다.
“음, 그러면 큰원숭이 던전에서 15레벨이나 16까지 올리고나서 거미굴로 가는 것은 어때요?”
“뭐, 나야 상관없긴한데…….”
어차피 손발은 맞춰봐야 했다.
그래도 큰원숭이 던전 1층과 2층은 혼자인 상태로도 괜찮았으니까.
문제는 경험치였다.
‘내가 아무리 28% 추가 경험치가 있다고 해도 파티를 하면, 나한테만 이것이 적용되는지 3명한테 모두 적용되는지는 모르겠네.’
어차피 3명 모두한테 적용된다고 해도 일반 파티보다는 경험치가 조금 더 오를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다.
레벨.
자신과 정시원의 레벨이 아닌 정수빈이 레벨이 궁금했던 것이다.
진성이 물었다.
“수빈 씨는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그 말에 정시원이 말을 이었다.
“웩. 수빈 씨래. 어쩌면 좋아?”
“정시원.”
“아, 알았어. 알았다구.”
“…….”
진성은 정수빈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성격 털털한 것을 넘어서 말괄량이 같은 정시원과는 달리 말 수도 적고, 뭔가 되게 얼음처럼 차가운 것 성격을 지닌 것 같았다.
그런 성격의 소유자가 자신을 보며 말을 잇기 시작했다.
“저는 25레벨이에요.”
“아. 네.”
“그럼 큰원숭이 던전에서 사냥을 하는 것으로 하지요.”
“그러죠.”
“배분은 아무래도 저희가 두 명이니까 7대 3으로 했으면 해요. 저희가 7. 그쪽이 3.”
그 말에 진성의 눈이 커졌다.
“네?”
“7대 3이요.”
“그건 좀 곤란한데요?”
“왜죠?”
수익 배분 문제가 나오자 진성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마냥 말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이 오가는 문제였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예쁜 여인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가 없는거다.
“사냥을 해보면 아시다시피 제가 힘도 좋고, 방어구도 조금 좋아서 매우 안정적인 사냥이 될 거에요. 위험적인 상황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구요.”
정수빈이 반박했다.
“탱커는 생각보다 많아요. 그렇게 따지면 저는 힐러니까 더 대우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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