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의 필요성 - (5)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성도 할 말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오픈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동자공 스킬.
경험이 28%가 솔직한 말로 엄청나게 좋은 혜택이었다. 하나 지금 오픈을 하면 처음부터 밝히지 않았다고 따지고 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경험치는 그렇다치더라도 애초에 힐러는 귀족 대접을 받는 것이 맞았다.
3명 기준이면 4나 혹은 5를 요구해도 되는 클래스였다. 유일하게 힐러만 그랬다.
벌컥벌컥.
차마 반박을 할 수 없자 진성은 맥주를 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그대로 원샷을 해버렸다.
그렇다고 여자와 언쟁을 높일 수는 없었다.
다른 탱커 구하라고 언성을 높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했다.
정말 어린 나이었다면.
그러니까 한 20살이나 22살 정도만 되었어도 치기어린 마음에 그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이에 이러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맥주를 마신거다.
그 사이 정시원이 정수빈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그리고 눈빛을 교환했다.
“언니. 쫌.”
“알았어.”
정수빈도 눈치를 챘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졌다.
“그럼 다시 물을게요. 어떻게 수정을 했으면 하는거죠?”
진성이 말했다.
“그냥 배분은 7대 3으로 가구요. 대신 스킬북이나 재료 아이템이 괜찮은 거 나오면 조금 더 싼 가격에 저한테 파세요. 그러면 될 것 같네요.”
이 정도 조건을 제안하지 않는다면 진성도 다른 파티를 구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배분이나 수익 문제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 맞았다.
재료 같은 것도 자신은 아이템을 만들 수 있으니까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면 7대 3이기는 해도 레벨이 조금 높은 던전에 갔을 때 아니, 재료만 잘 나와준다면 자신에게 있어서는 무조건 이익이었다.
추후에야 재료 추출 스킬이 있다는 것을 들키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때가서는 경험치 28%의 비밀을 공개할 생각이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적어도 손해는 보지 말아야지.’
진성의 생각을 뒤로한 채 정수빈이 말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예.”
정시원이 맥주잔을 들었다.
“자, 자, 그런 의미에서 한 잔 할까요?”
그 말에 진성과 정수빈도 맥주잔을 들었다.
아차차.
맥주가 없어서 진성은 다시 맥주를 시켰다.
챙!
잠시 후.
잔을 부딪히며 진성은 맥주를 들이켰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오늘따라 맥주가 참으로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진성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새벽 2시인가 3시까지 술을 마셨었고, 결국 마지막에 오늘 낮 1시에 모여서 사냥을 가자고 의견이 통일 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
사냥을 가기 위해서는 무기와 방어구를 제작해야했다.
여분을 만들어둬서 인벤토리에도 넣어놔야 했기 때문이다.
준비성이 철저한 진성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는데, 그렇게 맞추지 못하면 차라리 사냥을 가지 않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여튼 오늘은 손발을 맞춰보기 위해 큰원숭이 던전으로 가기로 했다.
어차피 변종이라고 해도 3층 전까지는 진성, 혼자서도 사냥이 가능한 던전이었다.
그래도 진성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 혼자서 사냥을 하는 것과 사람이 늘어났을 때의 간극이 있을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어쨌든 탱킹을 해야한다 이거지?”
여기서 문제였다.
말로는 클래스가 탱커라고 했지만 실상 한 번도 파티 사냥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
최대한 양해를 구하고 시작을 해야했다.
그래도 크게는 걱정은 되지 않았다.
방어구가 탄탄한 것은 기정없는 사실이니까.
“일단 만들자.”
재료의 부족 때문에 진성이 아침 일찍 나선 것이기도 했다.
급한대로 인근의 고물상에 가서 고철들을 사왔다.
그나마 녹이 슬지 않은 것들로 선별까지 했다.
“…제작!”
번쩍!
아이템을 다 만들고 진성은 완전무장을 갖췄다.
추가 스테이터스까지 확인을 하고 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변종 던전의 보스가 아닌 이상 방어구를 깰 놈들은 없다.
적어도 큰원숭이 던전 내에서는.
투구를 벗고 차 보닛 위에 올려둔 망치 두 개를 조수석에 놔두었다.
“자, 그럼 가볼까?”
이제 출발하는 일만 남은거다.
속도를 최대한 낮춰서 가도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 안심이 되었다.
최소 10분 전에는 약속시간에 도착해야 마음이 놓였으니까.
그런데, 진성은 도착하지 못했다.
차가 중간지점에서 퍼졌기 때문이다.
“미치겠네.”
예상하지도 않은 일이 생겨서 조금은 짜증이 치밀었다.
하지만 해야할 것은 해야했다.
진성은 사고 접수를 하고나서 정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는다고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투구랑 망치를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나니 보험사에서 보낸 레카가 왔다.
차를 인도했다.
아마도 보험사가 지정한 공업사로 가겠지.
뒤처리를 끝내고 진성은 택시를 탔다.
“아저씨. 이 주소로 가주세요.”
휴대폰과 지갑을 양 손에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실없는 사람이 되긴 싫은데.’
진성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한 생각 뿐이었다.
진성의 다급한 마음과는 달리 원래 약속시간보다 5분 정도 늦게 도착을 했다.
그래도 미안한 거는 미안한거다.
택시에서 내리고 허겁지겁 뛰어왔는데…….
“응?”
아무도 없었다.
아니, 포털 입구를 지키는 헌터협회 사람들 두 명만이 있었을 뿐이다.
‘뭐지.’
진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기다렸다.
정확히 30분이 지난 후에야 정시원과 정수빈이 모습을 들어냈다.
진성이 묻기도 전에 정시원이 먼저 말을 했다.
“오빠, 좀 늦는다더니 와 있었네요?”
“…아.”
*
‘뭐, 첫 날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진성은 넘겼다.
왈가왈부 따지는 것보다는 손발을 맞춰보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했다.
“1층은 선공 몬스터가 아니라서 괜찮을거야. 탱킹이라고 해봐야 내가 먼저 치면 시원이 네가 딜을 넣으면 되니까.”
“네. 오빠.”
대답을 들은 진성의 시선이 정수빈에게 향했다.
“그리고 수빈씨는…….”
“풉.”
정시원이 또 입을 가리며 웃었다.
솔직히 진성의 입장에서는 적응이 안됐다.
간 밤에 술이 취해서는 하이파이브까지 하고 어깨동무도 했지만, 술이 깨니까 더 어색한거다.
정수빈이 말했다.
“말 편하게 해요. 진…성 오빠.”
“으응. 그럴까?”
그래도 어색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어색함을 뒤로한 채 진성이 포탈입구에 섰다.
그리고 힘차게 외쳤다.
“그럼 들어가자.”
“네.”
“네. 오빠.”
첫 파티 사냥, 개봉박두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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