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감정과 제작 - (3)
고작 빛바랜 반지 따위가 500만원에 판매 완료된 것을, 솔!직!히!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필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떤 바보가 500만원을 주고 샀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카랄드의 빛바랜 반지 - 제작자 : 아카르네 - 등급 : 보통]
음유시인 카랄드가 대장장이 아카르네에게 제작을 의뢰한 반지.
INT + 1
STR + 5%
“헐.”
일반 옵션 밑에 노란색으로 표기된 옵션을 확인하자, 진성은 저도 모르게 놀랬다.
“힘이 5% 상승하는 옵션이 붙었구나.”
빛바랜 반지 따위가 그런 히든 옵션을 지니고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근데 그렇다고 해도 500만원이라니?
그때였다.
“어?”
한데 이상한 기분을 느낀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분명히 며칠 전 아니, 어제만 해도 장터란을 뒤질 때 그어떤 아이템에서도 노란색으로 표기된 옵션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마?’
아이템 감정 스킬북을 각인해서 나타난 효과라는건가?
아이템 감정이라는 것이 감정을 하는 것도 있지만 숨겨진 옵션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이미 알고 있던 진성이었다.
그 부분이 이제야 생각이 났을 뿐이었다.
“여튼 5% 옵션이 붙은게 500만원대라 이거지?”
혼잣말을 하며 검색에 박차는 진성이었다.
그리고 몇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확실히 악세서리 류에 비해서 무기나 방어구가 싼 편이구나.”
반지나 목걸이 같은 악세서리에 5% 옵션이 붙은 것이 500만원. 무기나 방어구에 5%옵션이 붙은 것은 200만원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반지와 악세서리는 누구나 다 사용이 가능하다.
구하는 이들도 많으니까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거다.
반면에 무기와 방어구는 해당 계열의 사용자가 아니면 쓸데가 없는거다.
그러니까 가격이 싼 것이겠지.
“가만!”
혼잣말을 하며 진성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거실에 비치되어 있는 토로의 망치와 방어구 쪽으로 향했다.
스윽.
토로의 망치를 오른손으로 들었다.
그리고 외쳤다.
“아이템 확인!”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차차.
“아이템 감정!”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상태 창이 표시되었다.
[토로의 망치 - 제작자 : 이진성 - 등급 : 보통]
대장장이 이진성이 제작하고 명칭을 부여한 전투용 망치.
STR + 1
STR + %3
“오! 나이스!”
5프로까지는 아니더라도 3%의 상승 수치가 옵션으로 붙은 것이다.
이에 뒤질세랴 팔토시를 감정해봤다.
[ 팔토시 - 제작자 : 이진성 - 등급 : 상급 ]
평범한 팔토시.
대장장이 이진성이 제작하고 명칭을 부여한 방어용 팔토시.
VIT + 2
VIT + 3%
“아. 어쩐지!”
두 개의 팔토시 중 한 개에는 체력이 3%증가하는 히든 옵션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사냥을 하기가 좀 더 수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확인을 한 마당에 다른 한 쪽의 팔토시도 감정에 들어갔다.
[ 팔토시 - 제작자 : 이진성 - 등급 : 상급 ]
평범한 팔토시.
대장장이 이진성이 제작하고 명칭을 부여한 방어용 팔토시.
VIT + 2
DEX + 3%
“음…….”
아무래도 히든 옵션은 랜덤으로 부여가 되는 것 같았다.
각반까지 옵션확인을 해보고 나서 내린 결론이다.
“좋아.”
여하튼 다 좋았다.
다른 계획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거이거, 잘만하면 돈이 제법 되겠는데?”
무기와 방어구 제작이 아닌 악세서리 계열의 아이템을 만드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아니, 이미 결정을 내렸다.
“그 전에, 제작스킬 확인!”
말을 하기가 무섭게 스킬 안내 창이 떴다.
아직도 적응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레시피에 있는 제작스킬을 다시 한 번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었다.
사실 8레벨이 되었을 때 확인을 했었었다.
하지만 9레벨이 된 지금 어떤 것이 추가가 되었는지 모르는 사실이고, 8레벨이었을 때 팔찌와 목걸이를 제작하는 스킬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제발 반지 제작 스킬이 있었으면 하는데…….”
진성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있었다.
반지 제작 스킬이 있었던 것이다.
“하늘이 도와주는구나.”
만약 없었다면 팔찌와 목걸이로도 만족을 했을 것이다.
아니, 이럴 것이 아니라…….
“재료부터 사와야겠다.”
하지만 내뱉은 말처럼 진성은 재료를 사올 수가 없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근의 고물상이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뭐, 어쩔 수 없지.”
아침까지 기다리면 그만이다.
하나 기다리는 것 자체가 매우 곤욕이기도 했다.
조건이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곤욕이었다.
준비를 철저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진성은, 고물상이 문을 열기가 무섭게 재료를 사왔다.
납이 아닌 철을 사온거다.
한 가지 더.
‘정(綎)’을 사왔다.
정은 보통 돌을 쪼갤 때 쓰는 도구인데 아무래도 필요도구가 망치와 정인 것을 봐서 이것으로 쇠를 쪼개는 것 같았다.
‘조금은 제작을 하는 느낌이 나는건가?’
생각을 뒤로한 채 진성은 준비태세를 했다.
정을 철 위에 올려놓고 그 정 위에 망치듯 포개듯 올려놓았다.
그리고 외쳤다.
“반지 제작!”
그러자 정을 쥔 왼 손에서 붉은색의 아지랑이가 발생했다.
파란색도 황금색도 아닌 아니었다.
그 아지랑이는 정을, 그리고 망치와 쇠를 포개듯 덮었다.
그 순간!
번쩍!
[볼품없는 반지 - 제작자 : 이진성 - 등급 : 보통]
대장장이 이진성이 제작하고 명칭을 부여한 기본형 반지.
STR + 1
STR + 5%
…강렬한 빛이 번쩍임에 따라 진성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오른손에 쥐고 있던 ‘정’이 사라진 것과 동시에 손바닥에 위에 올려져 있는 철반지를 발견했다.
제작이 되는 과정에서 철반지가 ‘정’까지 먹어버린 것 같았다.
아무튼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진성은 이 반지의 옵션이 더 궁금했다.
그래서 감정을 했다.
“헐.”
힘 상승 스텟이 5%붙은 반지를 제작한 거다.
제작했다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그냥 이 손에 쥐어진 것이 500만원이라는 사실에 더 기뻤다. 물론 ‘정’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깟것 철물점에서 여러 개 사오면 그만이다.
“다른 것도 해봐야지.”
신이 났다.
말 그대로 신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 길로 철물점에 들려 정을 수십 개나 사왔다.
반지를 제외하고도 목걸이나 팔찌를 제작하는데 있어서도 ‘정’은 필수 요소였기 때문이다.
스윽.
물건을 제작하기 위해 폼을 잡았다.
그리고 외쳤다.
“반지 제작!”
번쩍!
“반지 제작!”
번쩍!
“팔찌 제작!”
번쩍!
“목걸이 제작!”
다시!
“반지 제작!”
진성은 이 날, 반지만 10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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