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렙을 위한 조건 - (15)
다음 날.
정시원이 물었다.
“오빠, 잠 못 잤어요?”
“어? 일이 있어서 밤샜지.”
“쩐다. 다크서클 장난 아니에요. 이래서 오늘 사냥할 수 있겠어요?”
“오늘은 한 타임만 할거야. 너희들한테 할 이야기도 있고.”
정수빈이 물었다.
“무슨 이야기요?”
“사냥 끝내고 이야기 할게. 일단 한 탐만 돌자.”
“네. 오빠.”
“그래요. 오…빠.”
정수빈의 말에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은 왜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진성이었다. 그런 진성의 생각을 뒤로한 채 일행들은 포탈에 들어갔다.
그리고…….
-던전 클리어.
-레벨이 올랐습니다.
-베틀엑스 제작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 @ ]
‘응?’
마지막 사냥이라고 레벨 업 선물까지 줬다.
거기에 생각지도 못한 베틀엑스 제작스킬이라니?
이런 것은 당장 시험을 해야했지만 아직까지 파티원들에게 밝힌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진성은 제작 욕구를 꾹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집에가서 해보면 된다.
“배분은…….”
큰원숭이 던전도 이제 안녕이었다.
마지막 배분을 방금 끝마친 상태였다.
진성이 말을 이었다.
“…이제 사냥터를 옮겼으면 하는데 너희들 의견은 어때?”
정시원이 말했다.
“어디로 옮긴거에요?”
“거미굴.”
“타란튤라의 던전이요? 부산역 7번 출구?”
“응.”
“가능할까요? 우리 셋이서?”
“지금 상황이라면 솔직히 무모한 짓이겠지.”
정수빈이 끼어들었다.
“그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해요.”
“아니, 내 말 끝난 게 아니라구.”
“…….”
“잠깐만.”
“네.”
“예.”
대답을 들으며 진성이 인벤토리에서 미리 제작을 해두었던 반지, 목걸이, 팔찌, 그리고 방어구를 꺼냈다.
로브 마스터리가 있는 이들이 착용할 수 있는 일체형 로브이기도 했다.
상하의 로브에, 장화까지 꺼냈다.
아이템을 다 꺼낸 것 같은 눈치에 정시원이 말을 이었다.
“우와, 이게 다 뭐에요?”
“뭐긴, 너희들이 착용할 아이템이지. 마력옵션이 붙은 것들로 선별해뒀어.”
“잘 쓸게요.”
정시원보다 정수빈이 로브 하나에 손을 내밀었다.
뒤를 이어 정시원이 반지를 끼우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들을 보며 진성이 말했다.
“로브만 빼고 나머지꺼 다 착용해서 스텟 확인 해봐. 충분하고도 남을거야.”
하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오빠, 저기 2층 계단으로 내려가 있어요.”
“응?”
“옷 갈아입는거 목격하고 철컹철컹하기 싫으면요.”
“알았어.”
잠시 후.
로브까지 다 착용한 정수빈과 정시원의 곁으로 진성이 다가왔다.
“어때? 확인들 해봤어?”
“장난 아닌데요? D급 장비도 아닌데 이 정도 스텟 수치라면…….”
“잘 쓰겠습니다. 오빠.”
스윽.
정시원의 말을 정수빈이 끊었지만, 진성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손을 내밀었다.
정수빈이 물었다.
“무슨 의미죠?”
“뭐,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 제 값을 다 받지는 않을 테니까 손익분기점만 나올 정도로 계산을 해줬으면 해. 그러니까 한 명당…….”
진성은 전 날에 미리 제작을 해두면서 가격을 다 외워버렸다.
말 그대로 재료값만 계산한거다.
그리고 오늘, 자신의 직업이 대장장이라고 밝힐 예정이기도 했다.
둘러댈 핑계도 생겼다.
듀얼 클래스.
헌터들 중에는 어차피 헌터가 되는 것도 로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지만, 그 헌터 중에서도 듀얼 클래스를 지닌 이들이 있다.
즉, 두 개의 직업계열을 가진 것인데.
하나가 보조가 되고 하나가 주력이 되는 클래스를 뜻한다.
거기서 진성은 힌트를 얻었다.
전사계열이 보조이고, 제작하는 것이 원래의 직업이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 동안은 숨겨왔지만 사냥터가 높아지면 질수록 추출 스킬을 사용안하는 것도 손해였기 때문이다.
진성이 가격을 얘기하자 정수빈이 바로 대답을 했다.
“그러면 오빠한테 남는 것이 있는 건가요? 이 정도 옵션이면 원래의 가격대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금액 같은데요? 안 그래. 시원아?”
“응. 언니 말이 맞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랬다.
진성은 정시원이 아닌 정수빈의 성격을 배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깐깐한 것이 말투에도 묻어나오지 않는가.
가만.
‘이거 날 걱정해준건가?’
“흠흠.”
헛기침으로 상황을 일변한 후 진성이 재차 말했다.
“…사실 내가 듀얼 클래스거든. 전사계열 즉 탱커가 보조고, 대장장이가 주력 클래스야. 이 아이템도 사실 내가 다 만든거고!”
“그걸 지금에서야 밝히는 저의는 뭐죠?”
역시 정수빈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진성이 대답했다.
“B급 던전 아니, 그 이상까지 쭉 같이 가고 싶거든. 툭 까놓고 얘기해서 힐러를 구하기 쉽지 않으니까. 그리고 내 클래스 특성상 파티를 찾기가 쉽지 않으니까.”
“파티가 목적이라면 길드에 들어가도 될 문제라고 보는데요? 대장장이 계열은 어느 길드에서나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실정인데, 뭔가 말이 안 맞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어, 언니.”
정수빈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대장장이도 대장장이 나름이지, 추후에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제작을 한 아이템과 그 옵션을 봐서는 거대 길드에 들어간다고 해도, 병신 마냥 하루 종일 제작만 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나 속내를 그대로 밝히는 것도 우스웠다.
진성이 말했다.
“대규모로 사람들이 득실거리고 곳 보다는 소규모가 좋고, 몇 명은 괜찮다고 하더라고 그 중에는 트러블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그래서 거대 길드는 싫어서 파티를 찾은거야. 그 첫 번째 파티원들이 바로 너희들이고…. 결론적으로 나중에 레벨이 높아진다고 해도 길드를 가입할 생각은 없어.”
말을 하면서 진성은 답답했다.
왜, 자신이 이렇게 변명까지 해야되는 거지?
사냥을 좀 더 수월하고 안전하게 할 목적도 있지만, 호의로 아이템을 거저 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재료값을 건지는 것은 그래도 성격상 손해를 보기 싫어서였는데 아니, 더 떠나서 지금의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설마?'
- 작가의말
``
Comment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