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렙을 위한 조건 - (1)
“일단 내가 먼저 선공을 해서 탱킹을 할 테니까, 말을 맞췄던 것처럼 시원이 네가 딜을 넣어. 알았지?”
“아, 걱정말라니까요. 오빠.”
“그래, 그리고 수빈씨 아니, 수빈이는 힐을 잘 넣어주고…….”
“네.”
진성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확신은 했지만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뭐랄까?
목숨이 오갈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거듭 강조를 한 것이다.
하나 진성도 여기까지였다.
이정도까지 했으니까 섣부른 실수는 하지 않겠지.
목숨이 두 개가 아니니까.
자신이 아닌 그 누구라도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합리화를 했다.
그 사이 진성은 큰원숭이 1마리한테 다가갔다.
그리고 망치 놈의 머리를 찍었다.
“오빠!”
“…아.”
진성은 금새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힘 조절을 안한 것이 아니고 매일 매일 혼자 하는 사냥습관 때문에, 저도 모르게 놈을 일격에 죽여버린 것이다.
아마도 망치의 공격력과 둔기의 일격 스킬을 포함해서 크리티컬까지 터진 모양이다.
원래도 한 방에 죽지는 않았던 놈들인데.
“다시!”
진성이 다음 놈 앞에 섰다.
그리고 망치로 놈의 왼쪽 어깨를 내리찍었다.
순간적인 충격에 놈의 몸이 휘청거렸다.
한 쪽 무릎을 꿇을 뻔 했다.
하나 꿇지는 않았다.
중심을 잡은거다.
그럴 동안 진성은 몇 발자국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놈을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약을 올리는 것처럼 천천히 뒤로 갔다.
놈도 그 보폭에 맞춰서 따라왔다
그 사이 정시원이 딜을 넣겠지.
그런 생각으로 네 발자국 정도 뒤로 뒷걸음 칠 때.
진성의 귓가에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올라라. 불의…….”
약간 독특한 울림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진성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정시원에게 향했다.
화르르르.
동시에 시스템의 음성이 머릿속에 울렸다.
-뜨거운 기운이 감지됩니다.
“…….”
‘음. 화 속성 계열이라더니 역시 매개체가 불이었나?’
진성은 봤다.
정시원의 오른 손으로 동그란 구체가 생성되는 것을.
‘파이어볼?’
만화나 게임 속에서 보아왔던 그런 거랑 이미지가 비슷했다.
그리고 그 불덩이는 큰 원숭이에게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유인을 해서 뒤로 빠지니, 그 공간에 큰원숭이가 들어온거다.
이대로 날아가면 원숭이에게 작렬할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너무나 천천히 날아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속도가 너무 심한데?’
간단히 야구로 견주어보자면 투수가 타자한테 일부러 시속 90k이하로 던지는 공과 같은 속도였다.
물론 지금의 이 속도는 매우 느렸다.
그냥 초등학생도 다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성이 투덜됐다.
“너, 뭐하냐?”
“아, 글세 두고보라니까요!”
정시원의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자 진성은 한 수 물러났다.
‘뭐, 폭발력이 좋은건가?’
그러는 와중에 구체가 큰원숭이의 목 부분에 작렬했다.
그 순간!
쾅!
구체가 터졌다.
마치 폭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구체가 폭발을 한 것이다. 폭발을 하면서 그 범위가 반경 20미터로 번졌다.
그리고 조용히 있던 큰원숭이 3마리를 깨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친…….”
말을 할 기세도 없이 진성이 망치를 들고 원숭이 3마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잠시 후.
“야. 너…….”
“…….”
진성은 화가 날만큼 난 상태였다.
비선공 몬스터를 선공 몬스터로 바꾸는 재주라니.
아니, 자칫하면 자신을 제외하고 정시원과 정수빈이 무슨 일을 당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난 것이다.
“후우.”
진성은 속으로 한 번 화를 삭혔다.
어차피 죽으면 자신이 아닌 본인들이 먼저 죽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일단 1층의 이 놈들을 다 죽이고 난 뒤에 판가름을 할 생각이었다.
따져도 그때 따지는 아니, 지금은 공격 방식을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자신이 탱킹을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방금 전에 폭약 효과를 일으키는 구체를 날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팀킬하기 딱 좋은 방법이겠지.’
진성이 물었다.
“시원아. 너 공격스킬이 그거 밖에 없어?”
“네?”
“방금 전에 그 동그란 구체 날리는 거 말고 다른 거 없냐구?”
“있어요.”
“뭐, 있는데?”
“파이어 애로우 하고 파이어 블래스트있어요.”
“그건 뭔데?”
“말 그대로 불공, 블래스트는 조금 전에 날린 구체보다 조금 더 폭발력 있는 마법이요.”
“조금 전에 날린 건 뭔데?”
“파이어 버스트요.”
“…….”
첩첩산중이었다.
단지 유인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써먹기에는 문제가 있는 스킬이었다.
그나마 파이어 애로우가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성이 말했다.
“파이어 애로우인가 그거 펼쳐볼 수 있겠어?”
“네. 오빠.”
그 와중에도 정수빈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정시원의 파이어 애로우를 시전했다.
몬스터가 없는 벽 한 쪽으로 날려 보냈는데 진성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저거면 되겠어.’
유인용으로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성은 공격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원래는 자신이 선공을 해서 탱킹을 하다가 정시원이 딜을 넣는 방식에서, 역으로 정시원이 파이어애로우로 유인을 하고 자신이 망치를 때려서 탱킹을 잡는 방식이 나을 것 같았다.
“일단 한 마리만 실험을 해보자.”
“네. 오빠.”
대답을 하며 베시시 웃는 모습이 저도 모르게 긴장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하지만 안된다.
‘이건 실전이다.’
진성은 마음을 잡으며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리고 정시원이 파이어 애로우를 날렸다.
아까와는 달리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진성이 물었다.
“아까는 느렸는데?”
“말 그대로 유인용이라면서요? 데미지를 별로 안 주니까 속도가 빠른거죠.”
“아…!”
그때였다.
잘 날아가던 파이어 애로우 즉, 작은 불공이 갑자기 궤도를 바꾸면서 큰원숭이의 눈에 적중했다.
즉, 눈깔을 친거다.
진성은 보았다.
눈깔을 처 맞으니 갑자기 눈이 홱 돌아가는 큰원숭이를.
움직이는 속도도 두 배 이상이었다.
‘이런 미친 새끼가!’
자신의 곁을 그대로 지나친 놈의 뒷덜미를 향해 진성이 망치를 날렸다.
잠깐이라도 시간을 벌고 놈을 죽이기 위함이었다.
예상대로 놈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진성은 망설임도 없이 망치로 머리를 찍었다.
놈의 신형이 축 늘어졌다.
죽은거다.
또한 힘들었다.
말 그대로 진짜 힘들었다.
겨우 몇 마리를 잡았는데 2층의 몬스터를 다 잡았을 때 느꼈던 피로감이 느껴졌다.
진성의 마음에 의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래서 제대로 된 사냥이나 할 수 있을까?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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