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렙을 위한 조건 - (11)
합금스킬.
일전에 3개의 재료를 합치려다가 뼈가루가 되고 철은 수백 조각으로 분해되었던 사건이 있지 않았던가.
그 일이 있고나서 3개는 시도조차도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2주 동안 안전된 사냥 덕분에 광속으로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인벤토리에는 재료 아이템도 많았고 또한 수익도 많이 났다. 밤마다 조금씩 만들어둔 아이템을 처분을 하지 않은 상태인 지금도 근 3억에 가까운 돈을 추가적으로 번 셈이었다.
헌터협회의 신탁현 이사를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판 금액까지 합치니 통장의 잔고는 11억이 되었다.
그야말로 억소리가 났다.
이렇게 돈을 버니까 그냥 암브로시아를 사는 것도 방법일 수 있었겠지만, 그것은 엄연히 1주일 전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물가 상승 시세를 따르는 것은 아닌데, 갑자기 암브로시아 꽃의 드랍율이 저조해졌다는 소식이 뉴스를 타고 전파되었다.
공급이 안 되는 것은 아닌데 10일에 20개는 나오던 것이 10일에 1개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정정되서 뉴스를 통해 보도가 되었다.
가격 또한 어마무시하게 상승했다.
3일전 100억.
그리고 오늘 150억.
보름 사이에 4배 가까이 물가가 상승했지만 그것도 말이 되었다.
어찌되었든 사는 놈들은 널리고 널렸기 때문이다.
“씨발.”
그 생각에 갑자기 욕이 툭하고 나왔다.
그래도 암브로시아를 구하기 위해 B급 던전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아이템 역시 계속 만들어서 신탁현을 통해 팔아치울 생각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간 벌어들인 수익에서 진성은 7천만원을 투자했다.
합금 스킬을 이용해서 골드바 1개, 뼈, 뿔개의 뿔을 합쳤다.
그러자 검은색의 돌맹이가 생성이 되었다.
아이템 감정을 해봤지만 무속성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특징조차 없었다.
“뭐지?”
순식간에 7천만원이 날아간 것이다.
합금 스킬을 이용해서 금을 합치면, 뭔가 새로운 물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허공에 날아간 것이다.
아니, 무속성이라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락이 걸려 있는 것처럼.
“일단은 인벤토리에 넣어두자.”
나중에 레벨이 올랐을 때 확인을 다시 해보면 그만이었다.
그 다음은 휴대용 용광로 스킬의 레벨이 오른 것을 확인해봐야했다.
시험 겸 확인이니 재료를 넣었다.
기존에 넣을 수 있었던 코크스와 철광석, 그리고 대왕 큰원숭이가 준 마정석을 넣어봤다.
스킬 레벨이 오르면서 마정석도 허용되는 재료에 속해졌다. 그리고 나서 이 용광로가 내뱉은 것은 블러드 스톤이라는 붉은색 돌맹이었다.
용광로가 툭하고 뱉어낸거다.
신물질까지는 아니고 뱀파이어 즉, 흡혈 능력을 지닌 헌터에게 도움이 되는 돌맹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이었다.
가격은 천만원.
D급 던전의 몬스터들이 가끔 내놓는 재료 아이템인데 용광로가 그것을 준 것이었다.
몇 번을 다시 코크스와 철광석 그리고 마정석을 넣고 시험을 해봤지만 블러드 스톤은 잘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랜덤으로 툭하고 한 번 튀어나온 것 같았다.
대왕 원숭이의 마정석은 진성에게 많지 않았다.
여분으로 혹시 몰라서 3개를 사두었고 그 3개를 모두 용광로에 집어넣은 것이다.
골드바를 포함해서 실험을 하느라 8천만원에서 9천만원 정도를 사용한 셈이라 여기서 멈춰야했다.
대신 블러드 스톤은 그냥 팔기 보다는 반지로 만들어서 되파는 것이 이익이었다.
옵션을 보고 괜찮은 것은 자신이 끼면 된다.
어차피 오늘은 반지를 대량으로 만들 생각도 하고 있었기에, 바로 일을 시작했고 그 첫 번 째 재료를 블러드 스톤으로 사용을 한 것이다.
“일단 이거는 내꺼.”
이 반지는 파는 것보다는 손수 끼는 것이 났다.
스윽.
진성이 제작노트를 펼쳤다.
그러니까 일전에 반지를 제작할 때 최대한 마력증폭 옵션이 많이 나온 재료의 조합을 찾고 있는거다.
이 반지들은 자신이 사용할 것이 아니었다.
더불어 판매를 할 것도 아니었다.
아니, 반은 판매가 맞지만 재료값하고 커피값 정도만 받고 넘길 생각이었다.
호구 마냥 원재료 값도 못 받고 넘기는 것은 진성의 신조에는 없는 일이니까.
여하튼 진성이 머릿속으로 생각한 대상은 바로 자신의 파티원, 정수빈과 정시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냥터.
큰원숭이 던전은 마무리 짓고 슬슬 거미굴로 사냥터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D등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큰원숭이 던전보다는 조금 더 힘들 것이다.
반지 외에도 방어구도 제작을 해줄 생각이었다.
왜냐!
안전성과 더불어 사냥속도에도 신경을 써야하니까.
실질적인 이유는 그것이었고 때마침 19레벨이 되면서 흉갑이 아닌 로브를 제작할 수 있는 스킬이 생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반지부터!’
“…반지 제작!”
번쩍!
다음 날.
“하아암.”
진성은 하품을 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헌터도 사람이다.
생리현상은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다.
볼 일을 해결하고 내친김에 샤워까지 하고 나왔다.
간밤에 새벽까지 반지, 목걸이, 로브, 그리고 장화까지 제작을 했다.
장화 역시 마나 증가와, 마력 증폭옵션이 붙은 것들로 잘 뽑아냈었다.
정수빈과 정시원에게 줄 아이템들은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두었고 내일 만나서 넘길 생각이었다.
어차피 공짜는 아니다.
재료값을 포함해서 손익분기점은 넘기고 커피 정도는 얻어 마실 생각이었으니까.
이변이 없는 한 D급, 그리고 C급과 B급 던전 그 이상까지 함께할 생각이다. 처음에 비해서는 장족의 발전을 한 것도 사실이니까.
이제는 손발도 잘 맞고 정수빈도 처음보다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말이 없는 것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보다는 가급적 대답을 하는 편이었다.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거다.
진성 역시 이제는 편한 동생으로 받아들였다.
정시원이야 원래 동생뻘이라 그런 마음이 없었는데, 정수빈은 조금 상대를 하기가 난감한 부분도 적잖아 있었다.
더 솔직히는 그 감정 자체가 얘매했다.
편한 동생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이성적으로 보는 마음이 없는 것 또한 아니었다.
하나 진성은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상대를 재는 것이 아니라 B급 던전을 가고, 암브로시아를 얻고, 어머니의 상태가 좋아지면!
그 상황까지 간 이후에도 정수빈과 같이 파티를 하는 입장이라면 그때는 적극적으로 나갈지도 모른다.
우선적으로 잡은 목표가 있고 그것을 이루기전까지는 절대로 마음이 흔들릴 여유조차도 없는거다.
막말로 21살 20살 같은 어린나이었다면 앞 뒤를 생각할 겨를이 없이 질러놓고 봤겠지.
하지만 자신은 어린애가 아니었다.
머리 아픈 것은 이쯤 해두고 진성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일요일 오후.
유일하게 사냥을 하는 날이 아니었지만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몸이 두 개나 세 개였으면 하는 상상을 잠시 해버린 진성이었다.
*
“후우.”
무장 상태를 갖추고 진성이 멈춰선 곳은 바로 거미굴 던전 앞이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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