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가 되다 - (7)
다음 날.
진성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즉, 오늘은 사냥을 쉬는 날이기도 했다.
사실 쉬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이틀 동안 900만원을 벌었기 때문에 그게 기뻐서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밤새 뒤척이다가 늦잠을 자고 그래서 늦게 일어난거다.
일어나니까 12시였다.
이렇게 된 거 오늘은 사냥을 접기로 했다.
대신 내일부터는 더 힘차게 일을 할거다.
다짐을 했으면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맞다.
진성은 마실을 나갔다가 고물상에 들려서 쇳덩이를 사왔다.
“아무래도 흉갑도 제작을 해야겠지.”
보스 뿔개에 대한 방비 차원에서 흉갑은 필요했다.
물론 망치로 내려쳤을 때 크리티컬이 빵빵 터져주면 더 좋은 것이고.
가만.
“왜 레벨은 8에서 올라가지 않는거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초보 던전이고 자신에게는 동자공이라는 경험치 습득율의 옵션이 있는 마당인데!
왜 잘 오르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이다.
보스를 두 번이나 잡았는데 겨우 1레벨이 오른 것은 문제가 있는거다.
스킬트리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제작 스킬 안에 레시피가 추가가 되긴 했는데, 눈물의 손톱깎이는 대체 뭐란 말인가.
그냥 필요없는 것도 등록이 되는가 싶어서 삭제를 해버렸다.
‘등록을 해주려면 차라리 투구 같은 것을 해주던가!’
무기인 토로의 망치도 있고.
방어구는 각반과 팔토시.
거기에 앞서 생각한 것처럼, 보스 뿔개를 제대로 상대하려면 흉갑 제작은 필수였다.
스텟 분배로 힘에 투자를 했으니 움직이는데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뭔가 좀 아쉬웠다.
“투구!”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지만 전투의 완성은 바로 투구가 아니겠는가?
착용을 한 것고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차이점은 있을 것이다.
멋이 아니라 실용적인 부분에서도 투구는 필요했다.
“일단은 닥치고 레벨업이겠지.”
레벨이 오르면 스킬 자체의 레벨이 오르면서 레시피도 추가가 되니까, 그것을 기대해보는 수 밖에 없었다.
…다시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날.
진성은 어김없이 일찍 일어났다.
각반과 팔토시를 착용하고, 가방에 쇳덩이를 넣고 양 손에 토로의 망치를 쥐고 나서야 뿔개 던전으로 향했다.
“어?”
오늘은 있었다.
문제의 문지기가 경비를 서고 있는 것이었다.
스포츠 형 머리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었다.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까지 낀 것으로 보아 흡사 경호원 복장이 다름없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진성을 제지했다.
“이 곳에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 저는 헌터에요.”
“헌터증을 보여주십시오.”
뭐, 어려운 일이라고.
대답 대신 진성은 망치 하나를 내려놓은 뒤, 뒷 주머니에서 헌터증을 꺼내 보여줬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아. 네.”
땅에 내려놓았던 망치 하나를 다시 쥐고는, 진성이 포털 안으로 들어갔다.
우우우우우우웅!
벌써 3번 째 오는 것이지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진동의 세기가 약해진다는 정도?
이것 역시 몸이 받아들이고 있는 증거라고 해두자.
스윽.
흉갑만 보스 뿔개의 앞에서 제작을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2층까지야 시간이 걸릴 뿐이지, 목숨이 심하게 위협을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진성 역시 면역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고 힘이 하나도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래나 저래나 결국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일이었다.
목숨이 심하게 위협을 당할 정도는 아니라는 마음을 먹긴 했지만, 자칫하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진성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닌거다.
여튼 예상대로 1층과 2층의 몬스터를 학살하고 보스 뿔개가 있는 3층에 다다랐다.
그때까지도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후우.”
상태의 점검과 마지막으로 흉갑을 제작해서 착용을 했다.
투구까지 착용했다면 그야말로 전사 코스프레인데,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크리티컬아 터져라!”
혼잣말을 내뱉으며 진성이 토로의 망치 두 개를 허공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힘차게 내리쳤다.
뽀각!
역시나 뿔은 부러졌다.
한데…….
크으응!
붉은색 안광을 내뿜으며 보스 뿔개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죽지 않은 거다.
“쓔바!”
욕설을 내뱉기가 무섭게 진성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보스 뿔개가 고개를 내밀며 입을 벌렸기 때문이다.
아무런 움직임조차 없었다면 이빨에 머리가 씹혔을 것이다.
우적우적 씹혔을거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진성이 오른 손에 쥔 망치를, 아래서 위로!
방향을 왼 쪽으로 휘둘렀다.
망치는 그대로 뿔개의 얼굴에 작렬했다.
동시에 그 충격으로 뿔개의 몸이 허공으로 붕 뜨는가 싶더니, 시계 반대 방향으로 역회전을 하며,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그런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그렇게 날아가며 한 쪽 벽에 부딪히더니 일어나지 못했다.
“죽은건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조심스레 망치를 들고 다가가는 순간!
놈이 몸을 일으켰다.
두 눈에는 붉은색 아지랑이가 솔솔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것이 말로만 듣던 살기인가 싶었다.
입꼬리가 살짝살짝 올라갈 때마다 보이는 저 무시무시한 이빨.
놈은 화가 나도 엄청나게 난 것 같았다.
하지만 진성 역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나마 놈의 파란색 뿔이 없는 것이 다행일지도 몰랐다. 흉갑을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진성에게 있어서 크나큰 위안이 될 뿐이었다.
‘쉽지 않겠어.’
공략법은 하도 많이 찾아보고 연구를 한 탓에 알고 있었다.
놈의 공격패턴 역시 뿔로 찌른 후에, 약해진 상대를 이빨로 물어뜯는 패턴이다.
보스라고 별다른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전이다.
그리고 놈은 뿔이 없었다.
토로의 망치에 의해 부러졌기 때문이다.
그럼 남은 공격방법은 하나였다.
바로.
“물어 뜯기.”
아, 정정한다.
물어뜯기가 아니라 씹어먹기 수준이다.
놈의 이빨이 그것을 증명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후우.”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며 진성이 망치를 잡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여차하면 놈이 달려들 것이다.
아니, 무조건 달려들거다.
“나. 같아도 그럴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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