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가 되다 - (4)
우우우우우우웅!
휴대폰의 진동이 울리는 듯한 느낌.
그 느낌을 전신으로 느꼈다.
그러니까 옐로우 포탑에 진입을 할 때와 빠져 나올 때의 느낌이 그러했다.
뭐라더라.
공간의 균열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겪는 것이라던가?
아무튼 처음 경험한 것이기에 신선했다.
뭐, 들어왔으니 된거다.
진성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여기가 일 층인가?”
뿔개 던전은 3층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1층과 2층에는 이구아나 몬스터처럼 평범한 뿔개들이 있고, 나머지 3층에는 보스 몬스터인 대왕뿔개가 있다.
1층에 50마리.
2층에 100마리.
도합 150마리 이상을 사냥해야한다.
1마리나 2마리의 오차범위는 존재한다고 했으니까.
각 층마다 2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1개의 방에 그 절반의 뿔개들이 으르렁 거리며 있는 것이다.
얼굴의 생김새는 개과이지만 더 닮은 꼴을 찾자면.
늑대.
그래, 늑대의 형상에 가까웠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니고 야생의 상태에서 자라 길들여지지 않는 늑대.
그 늑대의 성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뭐, 쉽지는 않겠지.”
그러니까 이구아나 몬스터보다는 조금 더 상대하기 까다로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있었다.
제작 스킬을 이용해 생성한 토로의 망치와 방어구가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해볼만 한 거다.
“저긴가?”
먼발치에서 뭔가가 보이기는 했다.
한 9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첫 번째 방이기도 했다.
늑대 울음소리 비슷한 것이 들리는 걸 보니 아마도 뿔개인 것 같았다.
“일단 방어구의 성능부터 실험을 해야겠지.”
양 손에 망치를 쥔 채 뿔개들에게 다가가는 진성이었다.
‘흐음.’
진성이 조심스럽게 뿔개에게 접근했다.
정보를 얻었던 그대로 늑대의 얼굴에 개의 몸뚱아리, 그리고 이마에 뿔이 솟아나 있었다.
흰 색이었다.
길이는 짧은 것은 40센티미터.
긴 것은 50센티미터 이상으로 되어 보였다.
뿔개의 공격 방식은 간단했다.
처음에 달려들어서 공격 대상을 뿔로 찌르고, 그렇게 피해를 당한 대상의 신체를 무는 것이 주 공격법이었다.
더욱이 뿔의 공격력은 상당했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성은 일부러 맞는 것을 택했다. 방어구가 통하는지 통하지 않는지부터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층의 뿔개들은 동족인식 그런 것이 없었다.
1층에 50마리나 있지만 1마리씩 덤벼든다는 얘기다.
2층은 아니었다.
“좋아.”
진성이 뿔개 한 마리와 5미터의 간격을 둔 채 서 있었다. 확실히 10등급 던전이라 이구아나처럼 지능이 낮은 것 같았다.
눈을 마주쳤는데도 덤벼들 생각을 안하는 것이었다.
도발하는 방법 또한 간단했다.
캬악!
“퉤!”
뿔개 한 마리의 이마 중앙에 솟아나 있는 뿔을 향해 침을 뱉었다.
그러자 놈들의 눈 색깔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왈왈!”
개 짖는 소리를 내뱉으며 뿔개 1마리가 달려들었다.
한데…….
예상 외의 공격이 이어졌다.
늑대처럼 날렵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이마에 달려있는 뿔의 무게 때문인지, 놈들은 점프를 하지 못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듯한 착각을 준 것이다.
끽해야 60센티미터에서 70센티미터의 키를 지닌 놈들인데.
그때였다.
‘으음?’
뿔개의 뿔이 납으로 만든 각반에 닿았다.
그리고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통한다.’
조금이라도 따끔거리는 고통 정도를 생각했는데 그런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해볼만 하다는 거다.
“파티 시작이다!”
혼잣말과 함께 토로의 망치를 휘두르는 진성이었다.
꿰엥!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망치로 뿔을 내리찍었다.
뿔이 탐나서가 아니고 뿔개의 힘의 원천은 바로 뿔에 있었다.
그러니까 뿔만 제거하면 이구아나의 머리를 찍을 때처럼, 죽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소멸이 된다는 점이었다.
뭐, 그것 역시 1층에 있는 놈들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여하튼 1마리를 그렇게 해치웠다.
“…이제 49마리 아니, 50마리 남았네.”
그리고 2시간이 지나갔다.
“헉헉.”
진성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층은 그야말로 대학살 수준으로 초토화를 시켰지만 문제는 2층이었다.
뿔개의 힘의 원천인 뿔.
그 뿔의 공격력이 1층의 뿔개들에 비해서 약간 더 강했는데.
그 강도가 각반이나 팔토시에 통증을 유발하고 균열이 생겨 중간에 팔토시가 부셔지는 사태가 발생시킬 정도였다.
하나 방어구를 착용한 진성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어 보인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빨의 깨무는 강도도 강했다.
“아오 개 자식들!”
얼굴 생김새야 늑대지만 명칭 자체가 뿔개니까 말 그대로 개자식이 맞았다.
절대로 욕한 거 아니다.
아무튼 2층의 100마리 뿔개들은 예상 외의 저력이 있었다.
또한 1층의 머저리들에 비해 2층의 뿔개들은 협공이라는 것을 할 줄 알았다.
괜히 층으로 나눠진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2층의 뿔개들은 죽음을 맞이 할 때, 제각각 이빨 한 개씩을 내놓고 죽는다.
아이템을 남기고 죽는 것이다.
물론 2층의 뿔개들은 이구아나를 사냥할 때처럼 둔기로 강한 충격을 줘서 일격에 끝내버려야 했다.
그래서 더 힘이 들었던거다.
그때 진성의 두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이빨들이었다.
진성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캬. 이것들이 다 돈이란 말이지?”
그랬다.
진성이 뿔개 던전을 택한 궁극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개당 2만원.
100마리에서 3마리나 4마리 정도 더 있을수도 있다고 치고, 평균 200만원의 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이빨 한 개를 100%확률로 내놓고 죽는다.
솔직히 말해서 10등급의 던전이고, 상위 던전에서 사냥하는 헌터들이야 한 번 사냥을 할 때 최소 몇 천에서 많게는 억 단위 이상의 아이템을 노리겠지만, 자신은 이제 시작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개 당 2만원이라고 해도 다 합치면 200만원이었다.
보스 몬스터한테서 그 어떤 아이템을 얻지 않아도 200만원의 수익이 생기는 것이었다.
즉, 진성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거다.
“일단 재정비를 좀 하고…….”
진성은 2층의 뿔개가 남기고 간 이빨들을 납덩이를 담아두었던 가방에, 차곡차곡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서진 토시와 각반을 모두 해제하고 여분으로 남겨두었던 납덩이로 방어구와 망치를 제작했다.
그리고 나서야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찾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보스, 대왕 뿔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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