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 (6)
‘개자식들. 기다려라.’
진성이 이렇게 속으로 생각을 삼키는 아니, 다짐을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놈들과 푸닥거리를 해본 결과 느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시선.
그러니까 놈들과 눈과 눈이 마주치지 않으면 전혀 상관없다. 그도 그럴 것이 조류(?)의 계열에 속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지능이 모자른 것은 기정없는 사실이었다.
또한 이 곳은 커다란 공터 개념이 아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뒤로 돌아가면 작업을 하던 작업장이 나온다.
즉. 30초만 더 걸어가면 안에서만 열고 잠글 수 있는 문이 나온다는 것이다.
일단은 거기까지 가는거다.
그리고나서 다음 일을 실행시키면 된다.
그 일이라는 것 역시 매우 간단한 일이었다.
‘제작 스킬!’
그랬다.
바로 제작스킬을 사용해 보는 일인 것이다.
레벨이 1이라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은 5개 내외로 국한이 되어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일단 살고 봐야 할 것 아닌가?
필요한 재료 또한 쇳덩이와 망치만 있으면 충분했다.
아니, 망치도 필요없었다.
덧붙여서 대장간 같은 시설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추후에는 모르겠지만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제작 스킬의 한도 내에서는 그랬다.
‘개자식들. 기다려라. 금방 와서 아작을 내주마!’
다시 한 번 다짐하며 주먹을 쥐는 진성이었다.
마음을 먹었으면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맞다.
진성은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다.
30초를 걷고, 안전하게 작업을 하기 위해서 문을 걸어 잠그었다.
안에서 열지 않는 이상 아무리 저것들이 몬스터라고 해도, 이구아나의 형상이니까 쉽게 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혼잣말을 내뱉으며 폼을 잡았다.
스윽.
진성의 눈이 한 곳으로 향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쇳덩이.
몇 번을 두드리면 아이템이 제작되는 그런 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쇳덩이를 망치로 치기 쉬운 곳에 두었다.
“흐읍.”
오함마를 들었다.
그리고 내려쳤다.
파식!
“…….”
쇳덩이가 두동강이 났다.
“내가 이렇게 힘이 쌨었나?”
오랫동안 용접일을 해오기는 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가만.
‘스텟 때문에 그런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지금의 목적은 이것이 아니었다.
제작 스킬 안에 등록되있던 레시피는 총 3가지였다.
각반.
흉갑.
팔토시.
스킬 레벨도 1이라서 딱 이 3가지만 만들 수 있다고 설명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스킬 사용법이었다.
진성이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어떻게 하는 거지? 아이템아 만들어져라. 뚝딱?”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제작!”
역시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진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뭐지? 그럼?”
혼잣말을 내뱉은 후, 진성은 오함마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반으로 갈라진 쇳덩이를 집어 들었다.
마지막으로.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을 담아 큰 소리로 외쳤다.
“각반 제작!”
그 순간!
쇳덩이 아니, 더 정확히는 오른손에서 황금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너무나 강렬했다.
황금빛이 쇳덩이를 포개듯 감싸기 시작했다.
번쩍!
[ 각반 - 제작자 : 람므 - 등급 : 중급 ]
평범한 각반.
대장장이 람므가 제작하고 명칭을 부여한 방어용 각반.
VIT + 1
강렬한 빛의 기운에 진성은 다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헐…….”
그리고 놀라 자빠질 만한 일이 벌어졌다.
오른 손에 들고 있던 쇳덩이는 온데간데 없고, 각반 하나가 쥐어져있었기 때문이다.
“오오!”
진성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렇게 뚝딱 만들어내는 각반이라니?
물론 가죽이 아닌 쇠가 주 원료라서 무게가 있긴 했지만, 이것을 착용한다면 이구아나의 이빨이 부러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이템을 쥐고 있던 탓인지는 몰라도, 정보 창이 하나 떴다.
홀로그램에 새로운 창이 열린 것이다.
제작을 방금해서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나쁘지는 않았다.
“방어구라서 그런가? VIT 옵션 1이 붙는구나.”
스윽.
혼잣말을 내뱉으며 진성은 쇳덩이 하나를 마저 집어들었다.
그리고 외쳤다.
“각반 제작!”
번쩍!
[ 각반 - 제작자 : 람므 - 등급 : 중급 ]
평범한 각반.
대장장이 람므가 제작하고 명칭을 부여한 방어용 각반.
VIT + 1
강렬한 빛의 기운은 감당이 되지 않지만, 눈을 뜨고 보니 또다시 각반이 제작이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각반 두 개를 착용했다.
한편으로는 신이 났다.
“이번에는 흉갑이다!”
진성이 재빠른 시선으로 주위를 훑었다.
조금 더 규모가 큰 쇳덩이를 찾기 위함이었다.
‘저거다.’
무게가 제법 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기가 무섭게 그 곳으로 갔고 두 손으로 쇳덩이를 들었다.
“흉갑 제작!”
그 말에 또다시 손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밝은 파란색이었다.
번쩍!
[ 흉갑 - 제작자 : 갤츠 - 등급 : 하급 ]
평범한 흉갑.
대장장이 갤츠가 제작하고 명칭을 부여한 방어용 흉갑.
빛이 번쩍였지만 황금색 정도만큼의 강렬함은 아니었다.
그래도 눈이 부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진성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순간!
“어?”
손에는 흉갑이 들려져 있었는데 제법 무게가 나갔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다리가 휘청거렸다.
땅에 내려놓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게가 제법 나가서 힘드네.”
동시에 흉갑을 살피기 시작했다.
왼쪽 상단 부분이 둔기로 때린 것처럼 부서져 있었다.
“그럼, 파란색의 빛은 숙련이 덜 됐다는 것인가?”
아이템 정보를 봐도 각반과는 달리 옵션이 붙지 않았다.
아마 자신의 예상이 맞을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호기심이 들었다.
다시 주위에 널브러젼 조그만 쇳덩이 하나를 들었다.
“각반 제작!”
황금빛이 출렁이고 손에는 각반이 들려져 있었다.
진성은 깨달았다.
“숙련도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뭔가 필요를 하는 요소가 적용됐다는 거겠지.”
혼잣말과 함께 흉갑을 착용하려고 들었다.
“어?”
생각 외로 무거웠다.
잠깐 사이에 무게가 배는 증가한 것 같은 무기였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겠다.”
빠른 포기와 동시에 다음 아이템 제작을 위해 진성이 몸을 움직였다.
“팔토시 제작!”
말과 함께 이번에도 황금색 빛이 번쩍였다.
번쩍!
[ 팔토시 - 제작자 : 람므 - 등급 : 상급 ]
평범한 팔토시.
대장장이 람므가 제작하고 명칭을 부여한 방어용 팔토시.
VIT + 2
그리고 손에는 팔토시가 들려져 있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옵션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쇳덩이로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부피가 많이 나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흉갑에 비해서 가볍다는 소리였다.
팔토시 하나를 착용해 보았다.
팔을 붕붕 돌렸다.
손목 붕대를 찬 것보다는 힘이 들기는 해도 움직임에 큰 제약은 없었다. 원래는 고무로 만들려고 했는데 이 정도 부피라면 굳이 고무로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팔토시 제작!”
번쩍!
순식간에 팔토시 하나를 더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머지 팔에 착용했다.
“파충류 새끼들. 이빨을 싸그리 작살내주마!”
말과 함께 진성이 오함마를 집어들었다.
이제 재반격의 시간이 다가왔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 작가의말
이변이 없는 한 매일 밤 11시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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