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 (5)
번쩍!
다시 한 번 눈 앞에서 강렬한 빛이 번쩍였다.
‘뭐지?’
진성은 그 여파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진짜 뭐지?”
피가 멎은 것과는 달리 살점이 뜯겨나간 왼 쪽 팔 부분의 상처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오른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좀 전의 강렬한 빛에 어떤 것이 작용한 것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발생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뭐, 뭐야!”
홀로그램?
뭐랄까.
영화에서 보아왔던 홀로그램 같은 것이 눈 앞에 둥둥 떠 있었다.
떠 있다기보다는 망막 사이로 겹쳐보인다는 맞는 표현일까?
"DEX? VIT? 뭐야? 이거 게임 용어잖아?“
게임에 문외한이 아니었기에 눈 앞에 펼쳐진 홀로그램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진성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뭐야. 나 설마 각성 한 거야?”
헌터들에 대해서는 제법 많은 사실이 알려져 있다.
헌터가 되면 게임처럼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알 수 있다나?
그에 대해서는 진성 역시 들어본 바가 있었다.
TV프로그램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하튼 진성의 눈에 스테이터스 화면이 보인다는 것은 결국 한가지를 의미한다.
각성!
자신도 헌터로서 각성한 것이다!
“각성이라…….”
꿈에도 그리던 각성을 했으니 기뻤다.
동시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머니였다.
치료제!
치료제를 구하려면 헌터에게 의뢰를 하거나, 자기가 헌터가 돼서 구해야 했다.
전자도 힘든 일이었고 후자도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각성이 되었다.
그것보다 일단은 여기서 살아나가는 것이 먼저였다.
이건 게임이 아닌 리얼 그 자체니까.
그래도 확인을 할 것은 해야했다.
“보자. DEX는…….“
DEX : 35
STR : 22
VIT : 26
INT : 11
AGI : 15
LUK : 5
손재주와 힘이 좋은 것은 아무래도 용접 일을 하는 것 때문일지도 몰랐다.
만약 자신이 사무직일을 한 상태였다면 수치가 달랐겠지.
보편적인 캐릭터의 스텟이 평균 8에서 10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몇 배나 높은 수치인 것은 분명했다.
그 아래로 레벨이 표기가 되어 있었다.
“레벨은 1?”
진성은 순간적으로 게임 속의 세상 아니, 가상의 공간안에 자신이 들어온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헌터로 각성한 것을 인지했지만 순간적으로 그런 느낌은 받은 것이다.
아무렴 어떠랴.
일단 나가고 보는거다.
나머지는 그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그나마 신체의 스텟이 평균치보다 높게 표기되어 있는 탓에 기분은 나쁘지는 않았다.
그 사이 진성의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갔다.
“직업?”
직업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곳에서 시선이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직업 : 블랙스미스.
“블랙스미스? 대장장이?”
뭐,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피규어 제작이든 뭐든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 블랙스미스야?
까만 쇠를 다루는 대장장이를 블랙스미스라고 일컫는다.
어쨌든 직업이 대장장이라니.
즉 자신은 공격력이나 치유력을 퍼붓는 전사나 힐러 계열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이것이 게임이든 뭐든지 간에…….
아무렴 어떠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일단은 살아서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때였다.
귓가로 낯익은 음성이 울려퍼졌다.
“이 목소리는?”
안내멘트에서 나온 그 여자 목소리였다.
-스킬목록을 확인하겠습니까?
진성이 대답했다.
“응.”
하지만 그 뒤로 아무런 울림조차 없었다.
‘설마?’
진성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스킬목록!”
될리가 없……. 아니, 되었다.
말을 하기가 무섭게 오른쪽에 홀로그램 창이 하나 더 뜬 것이었다.
윗 상단에 스킬 목록이라는 친절한 글자까지 한 눈에 들어왔다.
스킬 목록
-해머 마스터리.
-제작
-정련
-추출
-블랙스미스 마스터리.
-파이어 레지스트리
-동자공
마지막 동자공 부분에서 진성의 동공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스토커도 아니고…….”
조금은 찔리는 구석이 있는거다.
몸에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니,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 연애를 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만큼 빽빽했다.
고자는 절대로 아니다.
속으로 위안을 하며 스킬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설마?’
외치면 확인이 될거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에 스킬목록 창이 뜬 것처럼.
해보자.
진성이 입을 열었다.
“동자공!”
그 말에 새로운 창이 하나 더 열렸다.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새롭게 열린 창은 오른쪽에 나열되었다.
마치 마우스로 움직여서 정리를 해 놓은 것 마냥 말이다.
진성의 두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28년간 순결을 지켜온 당신. 동자공이 매우 순수한 상태 해당되어 경험치 습득률 28% 상승.
“…….”
자신의 나이가 28살이니.
태어났을 때부터 매 해 마다 1%씩 해서 28%라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동정 따윈 필요없다.
이딴 경험치 습득률 따윈 필요없으니 차라리 여자친구를 크흑…….
잠깐 흐르는 눈물을 닦을 겨를도 없이 진성은 상태창을 유심히 살폈다.
튜토리얼 마냥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긴 했지만, 생각이 날 때마다 말을 내뱉는 방식이 조금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덕분에 동자공 스킬 외에 나머지 스킬들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창 종료를 외치니 창이 닫히며, 다시 원래의 스킬목록 창이 표시가 되는 점이었다.
즉, 열려진 창을 종료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기도 했다.
스윽.
여하튼 진성은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고개를 위로 들었다. 허공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내뱉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아니다.
‘속으로 외쳐볼까?’
생각을 하며 속으로 외쳤다.
‘동자공!’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림 잡아 일 분 이상을 기다렸으니 할 말 다 한거다.
“이제 진짜 출구를 찾아볼까?”
그때 진성의 눈이 커졌다.
“미치겠네.”
못해도 20마리 이상의 이구아나 몬스터들이 모습을 들어냈다.
거리가 100미터 이상이지만 이상하게 시력이 좋아진 것은 둘째치고, 갑자기 조금 전에 4마리와 대처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렸다.
이미 상처는 다 나았지만 팔과 다리가 따끔거리는 느낌은 왜 나는 것일까?
‘일단 후퇴를 하자.’
세이브와 로드 기능이 있으면 모를까.
그럼 저깟 이구아나 몬스터한테 몇 번은 죽어줄 수도 있겠지만 괜한 모험은 사절이다.
하지만 무작정 후퇴는 아니었다.
진성도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자식들. 기다려라.’
Commen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