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렙을 위한 조건 - (6)
“수고했어요. 진성 오빠.”
“조심히 들어가요.”
“그래. 너희들도 조심히 들어가고, 주말은 푹 쉬고 다음주에 보자고.”
“네. 오빠.”
끄덕.
정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진성은 차에 올라탔다.
에스코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씨 자매가 묵고 있는 호텔 앞까지 차로 데려다 준 것이었다.
그러니까 사냥을 시작한지도 어언 8일 정도가 지났다.
큰원숭이 던전에서의 밸런스도 상당히 맞는 편이었다.
이제 자신은 레벨이 16이 되었고 정시원은 14레벨이 되었다.
2레벨의 차이가 있지만 나쁘지 않은 속도였다.
18레벨 정도가 되면 아무래도 거미굴로 사냥터를 옮겨야 했다.
여튼 오늘은 금요일이었다.
처음에 3일을 손발을 맞춰본 이후에 1주일에 6일을 던전을 도는 것으로 의견이 일치했었다.
그랬기에 이번주도 6일을 돌고 1일을 쉬어야 했는데, 정씨 자매가 내일은 볼일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쉬는거다.
뭐랬더라.
어머니의 기일이라 갔다올 곳이 있다고.
그 말에 진성은 저도 모르게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자신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헌터 일을 하는 것도 어머니의 치료 목적이 90%였다.
그래도 살아계시니까 희망이 있는거다.
자신의 상황을 남에게 빗대는 것은 좋지 않다.
하나 그런 마음에 진성은 울컥했던 것이다.
여하튼 자신과 정씨 자매는 B급 던전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일단은 3명으로 출발하고 파티 인원을 늘려야 할 상황이 올 경우는 그때가서 의논을 다시 하기로 했다.
진성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일단적으로 사냥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혼자서 원맨쇼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게 뭔가 이율배반적인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진성은 그 점을 콕하고 찍어낼 수 있었다.
힐.
그것은 바로 힐이었다.
정수빈의 고유 능력인 힐.
진성의 입장에서보면 정수빈은 정말이지 하는 것이 없어 보였다. 4일 째 되던 날까지 힐을 단 한 번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5일 째 되던 날 한 번 받아본 적이 있었다.
안정적이라고는 하지만 자신도 사람이다보니 지친 감이 있었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오는 길에 무장을 해제했다.
카페에 들려서 커피 한 잔을 하고 집으로 가려던 찰나, 카페 입구에서 갑자기 강아지가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타겟이 자신이 아닌 정수빈이었는데.
강아지 도약을 하며 입을 벌리는 것에 자신의 팔뚝을 들이댄 것이다.
살점이 뜯겨지며 고통이 느껴졌다.
같은 상황이 와도 똑같이 행동을 했겠지만 그 순간적인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반대손으로 강아지의 입을 벌려서 팔을 빼냈다.
희한하게 힘으로 제압을 당해서인지는 몰라도 으르렁거리는 것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주인이 왔고 거듭 사과를 했었지만 어쩌겠는가?
일은 이미 벌어졌는데…….
뚝뚝.
지혈이 되지 않아 여전히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힐.”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으.’
따끔거리는 고통과 함께 갈라진 상처가 수복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통증도 말쯤히 가시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던 것이다.
그 시간이 채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게임에서의 구현 능력 같은 것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실제로 진성은 힐러의 힐을 처음 받아보았다.
동영상에서 본 것 말고 실제로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아마도 거미굴로 옮기기 전까지는 정수빈에게서 힐을 받아보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진성의 현재 생각이 그러했다.
하지만 진성은 몰랐다.
힐을 받아보는 일이 금새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그것도 거미굴이 아닌 큰원숭이 던전에서…….
며칠 후.
“오늘도 파이팅 해보자고.”
“네. 오빠.”
“그래요.”
‘음?’
지난 주말동안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정수빈이 대꾸를 했다.
보통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었는데.
참 오래 살고 볼일이라는 생각을 한 진성과, 그 일행이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쿠우우우웅!
2층의 몬스터를 다 잡고 정비를 하는 찰나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올 것이 왔구나.’
진성이 속으로 생각을 삼키는 순간 정시원이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죠?”
“변종 던전 생기는 소리.”
“말도 안돼요. D급 이하는 그럴 확률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오빠의 같은 경우는 아주 희박한 확률이었잖아요.”
“말돼.”
진성이 정정했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D급 이하의 던전에서 변종던전이 열릴 경우가 2% 확률인데, 그 2%를 자신은 겪어보지 않았던가?
그렇게 따지면 그 2%에 두 번이나 걸린 셈이 되는 것이다.
사실 확률이라는 것이 숫자놀음이니까, 그냥 재수가 없으면 얼마든지 걸릴 수 있다는 것다.
당황하는 정시원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정수빈과는 달리, 진성 본인은 매우 침착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를 해둔 탓이었다.
그러니까 큰 뼈를 넉넉하게 준비를 해뒀다.
어차피 재료 아이템은 진성이 다 사들이고 거기서 배분을 하는 입장이다.
거기에 파티 사냥의 효과인지 아이템의 개수가 증가했다.
즉, 사람의 숫자대로 떨구는 것이었다.
재료는 진성의 인벤토리로 차곡차곡 들어가 있는 상태였고, 이것들은 일정의 여분만 남겨놓고 아이템을 제작해서 일요일에 팔아치우면 된다.
휴식을 취함겸 말이다.
여튼 진성은 인벤토리에서 뼈 두 개를 꺼냈다.
빠악!
그리고 윗 부분을 망치로 내려쳤다.
일 전에 우연히 만들어졌던 죽창 아니, 송곳 모양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넉넉히 두 자루를 만들었다.
그냥 달려오는 놈의 가슴을 단 번에 궤뚫을 생각이었다.
그 전에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지시를 할 것은 지시를 해야했다.
진성이 말했다.
“변종던전이긴 해도 어차피 몬스터니까 긴장하지 말고, 시원이는 올라가자마자 파이어 실드 생성해. 만약 전방이 뚫려도 놈이 불길 속을 뛰어들어가지는 않을거야.”
“알았어요.”
“그리고 수빈이는…….”
“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정수빈이 대답을 했다.
그것이 절묘하게 진성의 말을 자르는 계기가 되었다.
타이밍 하난 기가 막혔지만 진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아니, 이번에는 힐을 줘.”
“…….”
“부탁이야.”
“…….”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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