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의 필요성 - (3)
-오빠. 어디에요? 준비하고 있죠?
“아. 네.”
-아이참 말은 안 놓을거에요?
“천천히 놓죠. 뭐.”
-그럼 늦지 않게 8시까지 거기로 와요.
“알았어요.”
-먼저 끊으세요.
“그러죠.”
뚜욱.
대답과 함께 진성이 통화를 종료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잊어버렸던 사실 한 가지를 떠올렸다.
약속.
헌터 협회에서 정시원과 대화를 하다가 막판에 간단히 치킨 한 마리를 뜯기로 한 것이다.
물론 치킨만 뜯지는 않겠지만.
얼떨결에 나온 PC방에 들렀다가 치킨이나 먹는다는 말을 내뱉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 말에 정시원이 초보 헌터의 넋두리를 같이 하며 치킨이나 뜯자는 제안을 했고, 진성은 그 제안을 거절을 할 수 없었다.
일전에 밥을 같이 먹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오늘은 그 언니라는 사람도 같이 나올지 모른다는 사심도 약간은 있었다.
친해지고 난 이후라면 모르겠지만 안면을 자꾸 틀어서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니는 나오지 않는다고 방금 전 통화에서도 말을 했었다.
“그냥 치킨만 뜯고 오자.”
혼잣말을 내뱉으며 진성은 외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오빠?”
“응?”
“한 잔 해요!”
“그, 그래.”
아. 여전히 낯설었다.
맥주 500잔을 두 개나 비웠지만 여전히 정시원과 같이 있는 이 자리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진척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말을 놓은 것이다.
그때, 치킨이 나왔다.
평범한 치킨은 아니었다.
“오? 이런 치킨은 처음 먹어봐요.”
“그래?”
진성의 시선이 치킨이 나온 접시로 향했다.
빵 안에 치즈가 들어있고, 그 안에 순살 치킨 조각이 들어있었다.
뭐였더라. 이거를…….
“빠네치킨, 빠네치킨 말은 들어봤는데 처음 먹어봐요.”
“많이 먹어.”
“네. 오빠.”
말과 함께 정시원이 포크를 들었다.
진성도 포크를 들었다.
확실히 자신도 이런 치킨은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맛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한 입 물었다.
‘으.’
느끼했다.
다시 한 입 물어도 느끼했다.
한데, 정시원은 아니었나보다.
“와, 지금까지 먹은 치킨 중에 가장 맛있는 치킨 같아요.”
아,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진성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목이 탔다.
그래서 맥주 잔을 들어 쭉 들이켰다.
정시원의 말이 이어졌다.
“오빠, 맥주 잘 드시네요. 저는 아직 한 잔도 못 비웠는데…….”
“천천히 마셔.”
“음, 이제 초보헌터가 겪는 서러움에 대한 넋두리나 해볼까요?”
“넋두리?”
“음, 넋두리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말을 끊으며 정시원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진성의 얼굴과 조금만 맞닿으면 닿을 거리였다.
그리고 그 거리를 지나치며 정시원의 입이 진성의 귓가에 닿았다.
정시원이 작게 속삭였다.
“사실은 못된 언니를 둔 동생의 하소연이라고나 할까요?”
“…….”
진성이 말했다.
“…그러니까 그 분이 너한테 힐을 잘 안 준다고?”
“네. 강하게 커야 한다면서 진짜로 몬스터한테 죽을 거 같은데 힐을 안 주더라고요. 글쎄.”
‘아닐 거 같은데…….’
진성은 대답 대신 말을 속으로 삼켰다.
정시원의 말에는 신뢰가 담겨 있지 않았다.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 봤을 때 정시원이 했던 말 때문이었다.
-죄송해요. 약속 시간에 맞춰서 올 수 있었는데 파충류 새끼들이 발악을 해서 조금 늦었어요. 헤헤.
아마 학살을 했었으면 했겠지, 죽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상상이 되었다.
가만.
‘파충류?’
진성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필드 던전.
조선소.
그러니까 자신이 처음 각성을 한 계기를 만들어 준 그 곳.
파충류라고 한다면…….
진성이 물었다.
“그, 사냥터가 조선소, 이구아나 새끼들 나오는 곳?”
“어? 오빠가 어떻게 그걸 알았어요? 오빠…….”
“응?”
“오빠 혹시 제 스토커에요? 그렇지 않고서야…….”
농담인 줄 알았지만 그래도 싫었다.
진성이 곧바로 대답했다.
“실은 내가 있던 곳이 그 조선소였거든?”
“아, 그럼 오빠가 최초로 그 던전을 클리어한 사람이에요?”
“그렇지.”
“어떻게 거기를 클리어 했어요? 저야 원거리 딜러고 화염 계열의 공격이 있어서 지질 수 있다고 쳐도 오빠는 딱히 공격 스킬…….”
정시원이 말을 하려다가 잇지 못했다.
자신이 실망을 할 말이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진성이 말했다.
“사실 난 탱커거든.”
“예에? 탱커요?”
아, 이렇게 과한 리액션이란…….
물론 조금 전에 했던 말이 신경쓰여서 오버했을 수도 있고는 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정시원이 귀여워 보인 것은 왜일까?
생각을 정리하며 진성이 대답했다.
“응. 탱커. 체력하고 힘이 좋은 편이거든.”
“아, 그럼 잘됐네요.”
“응? 뭐가 잘 돼?”
“사실은요. 저도 언니랑 며칠 전부터 상의를 했어요. 제가 원딜이고 언니가 힐러라서 아니, 지금까지는 꾸역꾸역 버텨왔거든요.”
“그런데?”
“아이참 말 끊는 거 안 좋아요. 아무튼 파티원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어플을 이용해서 파티원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갱신이 안되서 낮에 헌터협회에 간 것이구요.”
“아…….”
정시원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우연히 마주친 것이지만 그런 이유로 정시원이 헌터협회에 들렸던 거다.
그 사이 자신과 마주친 것이고.
“아무튼 그 뒤는 오빠도 알 거에요. 우연히 오빠랑 마주친 거니까요.”
“그렇게 된 거구나.”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
정시원이 재차 말을 했다.
“진성 오빠?”
“응?”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뭔데?”
“오빠, 우리랑 같이 사냥 하러 다니지 않을래요?”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쾌재였다.
진성의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던 제의가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덥석 물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시원의 의견만 가지고 수락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신. 아니, 그 언니라는 사람의 의견도 들어봐야 했기 때문이다.
설령 그 언니라는 사람이 수락을 한다고 한들 브리핑까지는 아니더라도, 셋이 모여서 의견을 절충해야만 했다.
던전을 고르는 것부터 사냥 방법, 그리고 배분까지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야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3명 모두가 승낙을 했을 때 벌어질 일이었다.
그러니까 쉽지 않다는거다.
진성의 생각을 뒤로한 채, 정시원의 말이 이어졌다.
“대체 뭐가 문제죠?”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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