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 (3)
몇 해 전에 전 세계, 각 나라의 규모가 있는 도시 한 복판에, 싱크홀이 생겼었다.
그리고 그 곳을 조사하러 들어간 사람들은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결국 군인들이 투입이 되었다.
괴물 즉, 몬스터가 출현했다는 설부터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갔지만, 각 나라의 정부에서 그것을 초기에 차단을 시킨 탓에 심각한 사태로는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마당에 유출이 안 될 리가 없었고, 결국 차원의 균열이 생겨서 몬스터가 나온 것으로 발표가 되었다.
처리 또한 깔끔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두 달이 지나고 또다시 싱크홀이 생기면서 몬스터가 출몰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군인이 아닌 각성을 한 능력자들도 나타났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체계화가 되었다.
각성을 한 자들을 각각 직업 계열군으로 나뉘고, 그들을 관리하는 기관도 존재했으며, 몬스터의 사체를 처리하는 회사…….
여하튼 당사자인 헌터가 아닌 탓에 세세하게까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지금 TV에서 흘러나올 정도로 공론화된 사실이다.
때마침 TV에 나오는 현상은 헌터들이 몬스터를 사냥하는 동영상이었다.
게임을 하다말고 진성은 그 영상에 빠져들었다.
종합채널에서 헌터들의 활약을 담은 영상을 소개하고, 그 헌터들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프로그램까지 생긴 마당이다.
편집도 잘 되어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게임 동영상 같은데, 리얼리티가 넘치는 실제 동영상이다.
“헌터라…….”
저도 모르게 진성은 헌터라는 단어를 되뇌였다.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헌터가 될 수 있다면 만사 오케이였다.
목숨이 한 개니까 위험성은 더 높지만, 그래도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신 그 수당의 몇 배나 되는 돈을 번다고 익히 알려져 있었다.
단지 수익부분만 가지면 한 번 쯤은 행하기 위해 고민에 빠져볼 직업군이 아니겠는가?
거기에 진성의 입장은 조금 더 달랐다.
‘만병치료약.’
너무 하급은 모르겠지만 특정 몬스터의 사체에서 뽑아낸 혈액이, 일종의 포션 같은 치료제라고 알려져 있는 것들이 있었다.
관계자가 아니라서 약품 처리까지는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초에 그것을 개발해 낸 제약회사는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았다는 설도 있지 않았던가.
그 치료약 아니, 몬스터를 잡아서 납품을 하고 그 댓가로 돈 대신 치료약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아니면 돈을 모아서 치료약을 사면 되니까.
피로회복제 크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포션의 가격이 2억이었다.
이것 역시 외상에 붓는 약이 따로 있고, 내상이나 몸 안의 상처를 치료하는 약이 따로 있긴한데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문제였다.
큰 돈을 만져서 포션을 산 후, 어머니한테 복용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했다.
하지만 아서라, 가격이 2억이었다.
지금은 무리였다.
자신이 헌터 일을 할 수만 있다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망할!
헌터를 하기 위해서는 무슨 마나를 지니고 있어야하며, 특정 상황에 맞춰서 각성을 해야한다.
아…….
“시바.”
무의식 중에 흘러나온 욕설이지만 진성의 심정을 대변하는 욕설이기도 했다.
금수저를 들고 태어난 놈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로 헌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깟 각성 쉽게 됐으면 진작에 용접공 일 관두고 헌터가 되었겠지.
어차피 자신에게 벌어지지 않는 일을, 누군가에게 원망을 할 것도 아니었기에 진성은 이내 체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헌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한참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다음 날.
진성은 어김없이 일터에 나와 일을 하는 중이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그때.
갑자기 화재경보음이 울렸다.
그러니까 작업에 들어가기 전이라 모두들 들을 수 있는 소리이기도 했다.
‘뭐지?’
갑작스런 경보음에 모두가 어리둥절하는 사이,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조선소에 필드 던전이 생성되었으니 긴급히 밖으로 대피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중략….
“필드라니? 이게 대체 무슨…….”
안내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진성은 어리둥절했고 그 사이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출구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진성 역시 뛰었다.
어찌되었든 살고봐야 할 것 아닌가?
살고 나서 원인을 따져도 늦지 않는다.
사람들 속에 섞인 채 도망치는 진성의 생각은 단호했다.
또한 진성은 몰랐다.
인파 속에 섞인 상태로 출구를 나가는 사람들 중, 진성의 몸에만 하얀 빛이 아스라이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을.
번쩍!
갑작스레 눈이 부셨다.
차마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의 눈부심이었다.
그 탓에 진성을 눈을 감았다가 뜰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적이 흘렀다.
“…….”
뭐지?
진성은 혼란에 빠졌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 같이 도망가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자신만 이 공간안에 홀로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짜악.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순간적으로 두 뺨을 쳤다.
‘침착하자.’
일단은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을 파악해야한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이 동시에 사라진 것은 필히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 원인을 파악해야한다.
이것은 현실이니까.
가만있어보자.
‘필드 던전?’
화재경보음이 울리고 동시에 안내멘트가 흘러나온 것을 떠올렸다.
문제는 필드던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에 있었다. 지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것은 맞았다.
진성이 알고 있는 필드 던전.
즉, A라는 곳이 일반적인 생명체가 아닌 몬스터가 튀어 나오는 이차원적인 공간으로 넘어가버리는 것을 뜻했다.
쉬운말로 특정지역 공간이동?
즉, 필드 던전이 생성되면서 자신이 그 이차원적인 공간에 들어와버렸다는 것.
이 사실을 인지하는데 불과 채 일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 시바.”
또한 필드 던전에 들어오게 되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였다.
출구를 찾거나 혹은 보스 몬스터를 죽여야만 가능했다.
‘미치겠네.’
자신은 헌터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무기를 들고 아니, 몬스터와 대적이나 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학창 시절에 힘이 있어서 싸움을 조금한 것으로는 도움 자체가 되지 않는다.
생사를 오가는데 그딴 것이 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렇다고 포기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필드던전이 최초로 생긴 곳의 몬스터는 약한 축에 속하다고 들었으니.’
직립보행형 토끼 형상의 몬스터가 나온다면,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은…….”
혼잣말을 내뱉으며 진성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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