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가 되다 - (1)
“후우.”
진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이 깃든 것이 아닌 안도의 한숨이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던전을 클리어 했다.
살아남은거다.
그 점이 진성으로 하여금 긴장을 풀게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것도 잠시, 진성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응?”
콩만한 하물이 아닌 코끼리 같은 하물.
그러니까 졸라 부러운 크기의 하물에서 빛이 났던 것이다.
분명히 던전은 클리어가 되었다.
그 말은 이 리자드맨도 죽었다는 것을 의미했는데 왜 하필 거기에서 빛이 났던 것일까?
의문은 금새 해결되었다.
빛이 나면서 하물이 사라지고 손가락 한 마디 크기만한 돌맹이?
아니 은은하게 빛나는 돌맹이 하나가 생성되었다.
‘어라?’
진성은 그 돌맹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마정석.
바로 마정석이었다.
그런데 하급 몬스터에서는 거의 마정석이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아.
‘보스 몬스터라서 그런건가?’
여하튼 전리품은 챙길 수 있을 때 챙기는 것이 맞다.
찌이이이익!
진성은 혹시나 몰라서 상의 티셔츠 일부분을 찢고, 그 찢어진 천을 쥔 채로 마정석을 집어들었다.
행여 모를 마정석의 기운이 자신에게 귀속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판매가 불가능하다.
전리품은 원래 팔아야 제 맛이 아니겠던가?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기에 그렇게 한 것이었다.
마정석을 바지 주머니에 넣자 리자드맨의 시체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보스 몬스터라서 그런건가?”
여러 의문이 생겼지만 어차피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스윽.
던전 클리어라는 시스템의 음성을 들은 마당이고 마정석까지 챙겼지만, 진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토로의 망치 두 개를 집어들었다.
이제 출구만 찾으면 되는거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진성이었다.
잠시 후.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아무런 이상 없이 출구를 찾아냈다.
구조 자체야 제 집 드나들 듯 다니던 곳이라 훤했다.
출구 역시 마찬가지로 똑 같았다.
그러나 신중하게 나오느라 시간이 지체되었을 뿐이다.
“어?”
출구에 나오는 순간 50미터 거리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은, 두 명의 사내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인간형 몬스터인가?’
얼핏 봐도 경호원의 복장을 하고 있는 사내들이었는데, 던전의 후유증이 살짝 생긴 것이었다.
그래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어느새 거리가 가까워졌다.
진성은 저도 모르게 망치를 위로 올렸다.
그때 두 명 중, 왼 쪽에 있던 사내가 잽싸게 외쳤다.
“잠시만요. 저희는 몬스터가 아닙니다.”
“네?”
그 말에 사내가 품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여권?’
아니다.
신분증 같은 것이었다.
경찰이 신분증을 제시하는 것과 비슷한 광경이었다.
사내가 말했다.
“저희는 헌터협회에서 나왔습니다.”
“아. 예.”
“간단한 조사와 질문을 할 것이 있으니,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아, 그러죠.”
“저희를 따라 오시면 됩니다.”
강압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그 탓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어차피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아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수긍을 한 거다.
진성은 그렇게 남자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30분 가량을 달려 도착한 곳은 헌터협회 부산지부였다.
헌터의 협회는 하나다.
대신 지역이 너무 멀어지는 것을 감안한 지부가 몇 개 있을 뿐이었다.
여하튼 진성은 사내들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취조실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곳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앞서 자신에게 말을 건넸던 사내가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이진성 씨.”
“아. 예.”
“저는 헌터협회 부산지부 이사, 신탁현이라고 합니다.”
말을 듣고 진성이 말했다.
“할 말이 뭔가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으셔야 합니다.”
“네.”
대답과 함께 진성이 신탁현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러니까 필드 던전이 최초로 생성된 곳, 그 곳에 휩쓸린 사람이 죽거나 혹은 그 던전을 클리어해야 던전 자체가 개방이 된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
진성은 말 그대로 소름이 돋았다.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랄까.
신탁현의 말만 따지고 보자면, 자신이 던전을 클리어를 하지 않았으면 아니, 처음부터 아무도 자신을 구하러 올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 아니었던가?
운 좋게 각성을 했고 클리어를 할 수 있었다.
또한 그럴 확률이 희박하다는 얘기에 다시 한 번 놀란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는 이쯤하고 이제 신체 스캔을 하러 가볼까요?”
“스캔이요?”
“네. 던전이 개방이 되고 그 안에서 살아나왔다는 것은 각성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아.”
“각성을 한 분들은 신체스캔을 끝낸 후 헌터 등록증을 생성해드립니다. 그리고 세금 혜택도 받으실 수 있지요. 그에 관련된 자세한 상황은 신체스캔이 끝난 후에 말을 하기로 하지요.”
“뭐, 그러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스캔이라는 것도 X-RAY를 찍듯이 두 팔을 벌리고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 전부였다.
그 사이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빛이 두 번, 번 쩍이는 것이 끝이었다.
헌터 등록증을 발급받고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세금에 관한 부분이라던가, 그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
한 번에 이해를 할 수 없어서 되물었지만 상세하게 내용이 적힌 매뉴얼 책자도 받았다.
어쨌든 헌터 등록을 마친 상태라는거다.
아차차.
건물을 나서기 직전 진성이 신탁현에게 물었다.
“저, 이거는 제가 여기서 판매를 할 수도 있나요?”
“네?”
되물음에 마정석을 내밀었다.
신탁현이 말했다.
“가능합니다. 따라오시지요.”
“네.”
자리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신탁현이 입을 열었다.
“음, 최하위 등급 마정석이네요.”
그 말에 진성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긴, 최초 필드 던전이니까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강력한 몬스터들이 생성이 되지, 최초 던전에서 마정석을 획득하는 것도 운수가 좋은 일에 속하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거다.
진성이 물었다.
“가격은 얼마 정도 할까요?”
“음. 에누리 다 떼고 세금을 제외하고 딱 삼백만원입니다.”
“삼백만원이요?”
“그렇습니다. 판매계약서를 작성하시면 통장계좌로 바로 입금처리가 될 것입니다.”
“아…….”
몇 시간 동안 생존을 위해 노력을 한 댓가가 삼백만원이라니?
물론 최하급 마정석이기는 해도, 목숨을 걸고 몇 시간만에 삼백만원이라는 돈이 생기는 것이다.
진성의 생각을 뒤로한 채 신탁현의 말이 이어졌다.
아니, 재촉이었다.
진성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판매하시겠습니까?”
더 이상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진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당연하죠!”
-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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