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렙을 위한 조건 - (7)
이윽고 진동이 멈췄다.
땅의 울림이 멈췄다는 것이었다.
‘3층의 대왕 큰원숭이가 변신을 끝냈다는 것이겠지.’
진성은 망치 두 개를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다.
그리고는 즉석에서 제작(?)한 무기를 집었다.
각각 양 손에 한 개씩 도합 두 개를 들은 셈이다.
“자. 그럼 가보자고.”
“네. 오빠.”
“그러죠.”
진성의 말에 모두가 대답을 했다.
하나 대답과는 달리 3층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느려진 것도 사실이다.
‘집중하자.’
어느새 3층에 다다랐다.
두 번.
정확히 두 번을 마주치는 것인데도 낯설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최대한 준비를 해왔다.
머릿속으로 가상의 전투를 한 것도 있고, 변수를 최대한 없애고 단 번에 죽일 생각이었다.
진성이 말했다.
“시원아. 지금!”
“네. 오빠.”
대답과 동시 시원이 파이어 실드를 펼쳤다.
그 전에 이미 진성은 실드가 펼쳐지는 자리를 벗어난 상태였다.
뜨거운 불의 기운이 아니, 실드가 펼쳐지는 곳을 향해 놈의 시선이 닿았다.
그 앞에 진성이 서 있었다.
자연스레 놈의 시선이 진성에게 향했다.
우끼기!
‘아, 저 이상한 소리.’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기괴한 소리를 내뱉으며 놈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진성은 미리 준비를 한 것처럼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움직였다.
놈의 가슴을 향해 무기를 찔러넣은 것이다.
‘응?’
근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착각인지는 몰라도 찌르는 순간 놈이 몸을 살짝 비튼 것이었다.
푸욱!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찔러넣었지만 정확히는 가슴 윗 부분이었다.
우끼끼!
놈이 괴성을 질렀다.
아니, 괴성이라고 해두자.
‘성공인가?’
진성은 숨을 가다듬었다.
놈이 몇 초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스윽.
놈이 자신의 가슴 윗 부분에 박힌 무기를 잡았다.
그러니까 박히지 않은 부위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뺐다.
‘시발. 무슨 공포영화냐?’
순간적인 광경에 진성이 생각을 한 찰나.
“윽!”
대왕 큰원숭이가 돌발행동을 펼쳤다.
손에 쥔 무기를 그대로 진성의 가슴을 향해 던져버린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진성 역시 몸을 비틀었다.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흉갑을 뚫어버리고 진성의 왼쪽 가슴 윗부분을 궤뚫었다.
궤뚫는것도 모자라 뒷부분까지 튀어나온 것이다.
그 고통에 진성이 순간적으로 신음을 내질렀다.
동시에 놈이 달려들었다.
캉!
주먹을 쥐고는 그대로 진성의 얼굴을 향해 날렸는데, 진성이 왼 팔을 들어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건틀릿으로 막을 때 팔이 시큰거리는 것과 관통당한 부위의 고통까지 더해진 것이다.
다시 놈의 공격이 이어지려 했다.
“오빠, 옆으로 비켜요.”
그때 뒤에서 들려온 정시원의 목소리에 진성이 옆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파이어 버스터가 날아가는 것을.
속도도 매우 빨랐다.
그 말인즉슨, 모든 마력이 모두 쏘아부었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
속으로 타이밍을 재며 진성이 오른손으로 얼굴을 막았다. 그러니까 건틀릿으로 눈 부위를 막은 것이었다.
퍼엉!
예상대로 폭약이 터지는 듯한 음향과 동시에 불꽃이 튀었다.
스윽.
건틀릿을 내리고 진성이 상황을 파악했다.
“…….”
놈의 얼굴이 터져나갔는지 형체가 없었다.
그니까 목 아래는 온전하게 있는데 머리가 없었다.
섬뜩했다.
그럼에도 놈의 몸은 움직였다.
더 정확히는 눈도 없는데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두 번은 없다.”
진성이 오른 손에 쥐고 있던 무기를 정조준했다.
푸욱!
이번에는 놈의 가슴을 향해 제대로 찔러넣었다.
쿠웅.
그렇게 머리가 없는 대왕 큰원숭이가 뒤로 나자빠졌다.
동시에 시스템의 음성이 머릿속에 울렸다.
-던전 클리어.
정말 반가운 목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잠시 후.
“오빠, 괜찮겠어요?”
“괜찮다니까.”
놈을 해치우고 진성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나서 한 일이 자신보다 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지 못한 두 자매를 토닥이는 일이었다. 아니, 정수빈은 그렇게 놀란 것 같지도 않았다.
내색을 하지 않으니까 모르는거다.
정리를 하고 나니까 갑자기 팔이 아파왔다.
아니, 긴장이 풀리니까 아픈거다.
그리고 뒤까지 나온 상태라서 혼자의 힘으로는 빼는 것이 불가능했다.
스윽.
진성의 시선이 두 자매에게 향했다.
“수빈아. 시원아.”
“말해요.”
“네. 오빠.”
“그러니까 지금 이거를 좀 뺴줬으면 하거든?”
진성의 설명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무게가 제법 나가는 거라 둘이 합심해서 박힌 무기를 뺴야했다.
헌터로 각성한 이상 일반 여자들보다는 힘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무기는 무게가 제법 나가는 축에 속하는 것이 맞았다.
그래도 두 명이 들면 뺄 정도는 된다는 생각에서 부탁을 한 것이다.
정시원이 다시 물었다.
“진짜 괜찮겠어요?”
“이대로 나가는 것보다는 나아.”
“아, 알았어요. 그럼!”
“윽!”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정시원과 정수빈이 합세해서 가슴 윗 부분에 박힌 무기를 빼냈다.
‘아니, 시발 그래도 사람이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은 줘야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진성은 끝내 내뱉지는 못했다.
뒤를 이어 정수빈의 목소리가 던전 안에 울려퍼졌다.
“그레이트 힐.”
“…….”
진성은 느꼈다.
순간적으로 관통당한 부분이 마치 바늘로 피부를 콕콕 찌르는 것처럼, 엄청나게 따끔거리는 것을.
그리고 상처가 수복되고 새 살이 난 것을 확인했다.
동시에 보았다.
정수빈이 순간적으로 어지러운 것 마냥 휘청거린 것을.
“어, 언니!”
“…….”
진성은 말을 잇지 못했다.
상황만 놓고 보자면 힐을 받았으니까 기뻐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휘청거린 것 때문에 그랬다.
그레이트 힐이라는 것을 쓰고 나서 생긴 일이었다.
‘스킬을 사용하면 현기증이라도 나는건가?’
진성의 생각을 뒤로한 채 정수빈이 말했다.
“괜찮으니까 호들갑 떨지마.”
정시원에게 한 말이었다.
정시원이 말했다.
“그래도…….”
“정시원.”
“알았어.”
“으흠.”
진성이 헛기침으로 상황을 환기시켰다.
“자자, 할 말들이 더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배분과 정리를 하고 아니, 일단 여기서 나가자.”
“그래요.”
정수빈의 뒤를 이어 정시원의 목소리가 던전안에 울려퍼졌다.
“네. 오빠. 기분도 꿀꿀한데 자몽맥주 먹으러 가요.”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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