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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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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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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2.2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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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
18쪽

17화 - 2

DUMMY

“…….”

“……?”


기숙사, 퇴근길. 언제나처럼 야자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다. 어두컴컴한 가운데 기숙사 입구의 불빛만 덩그러니 보인다. 드문드문 2층 3층에 불이 켜 있는 걸 보면 먼저 온 애들이겠지. 나는 늘 성빈이랑 같이 기숙사를 간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성빈이도 나도 같이 가는 길이니까. 그만큼 친하기도 하고. 입구에 들어가는데 문득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사감 선생님 때문이다.


사감 선생님은 늘, 기숙사 입구 계단 난간에 엉덩이를 걸치고 걸터 앉아 오고 있는 애들을 지켜 본다. 무섭게 매의 눈으로 쳐다보기에, 그 눈을 마주친 애들은 절로 빠른 걸음이 되어 기숙사로 귀환하게 된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내가 지나갈 때면 항상 한 마디씩 시비를 거는 게 마치 규칙처럼 돼 있다. 정말 놀릴 거리가 없다면 ‘기분 나쁘게 너 기분 좋아 보인다?’ 하는 식으로 억지 시비라도 거는 게 선생님의 흔한 패턴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굉장히 기운 없어 보이는 눈으로, 나는 쳐다도 안 보고 멍하니 허공을 보고 계신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감 선생님을 쳐다봤다. 나는 선생님 곁으로 갔다. 성빈이도 내가 왜 그러나 하는 눈치로 슬쩍 따라 붙는다.


“저…… 선생님?”

“……뭐야, 꼬꼬마.”


조심스럽게 선생님을 부르니 선생님은 굉장히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하신다. 딱 봐도 ‘귀찮고 저기압이니까 말 걸지 말아라’ 하는 눈치여서 뜨끔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말을 걸어버린 건 어쩔 수 없으니까. 좀 시비를 걸어볼까.


“오늘은 시비 안 거세요?”

“……하아. 그럴 기분 아니다. 그냥 가서 자라.”

“무슨 일 있으세요?”

“……아오, 진짜. 꼬맹이가.”


깐족거리며 한 마디 하자 선생님은 깊은 분노를 숨긴 눈으로 걸터 앉은 난간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신다. 정말 저기압인 것 같은 모양인데. 내가 미쳤지, 왜 그랬을까. 하지만 이렇게 우울해 보이는 선생님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차라리 호쾌하게 나를 농락하고 조롱하면 했지.


“너 같은 꼬꼬마도 계집질에 연애하고 있는데,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변변찮은 남자 하나 없으니…… 허탈해서 그렇다, 허탈해서 그래.”

“계, 계집질이라뇨…… 제가 언제.”

“하하. 참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그런 거짓말 하지.”


선생님은 힘없는 말투로 말한다. 하지만 슬슬 특유의 비꼬는 말투가 살아나는 것 같다. 눈빛에 힘이 없어 보이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계집질’ 이라는 표현에 나는 조금 민감하게 반응했다. 계집질이라뇨, 차라리 ‘어장관리’ 라고 하시는 편이…… 하하, 누가 보면 진짜 내가 여자애들 사이에서 어장관리하는 나쁜 남자, 마성의 남자인 줄 알겠네. 전 일개 변태 씨인데 어찌 제가 그러겠습니까. 밥 패밀리 애들이 친근하게 놀아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한데. 그냥 혼자 해 본 망상이었습니다요.


“그 여자애는 또 누구야?”

“네?”

“네 뒤에 모범생이랑, 가슴 큰 여자애랑, 나잇값 못하고 애기처럼 앵앵대는 꼬맹이 세 명으론 성이 안 차서 또 다른 첩 들였어? 어휴, 영웅은 색을 밝힌다더니 얼마나 큰 영웅이 되시려고 이런데.”

“아, 아뇨! 제, 제가 뭘 어쨌다고!”


뒤의 모범생이란 건 성빈이를 말하는 거겠지. 선생님, 나 빼곤 기숙사 다른 여자애들하고 거의 안 친하다고 하시니까. ‘가슴 큰 여자애’는 희세겠고, ‘꼬맹이’는 리유겠지. 그럼 앞에서 말한 ‘그 여자애’는 역시…… 미래 말씀하시는 거겠지. 우와, 학교 안에 정보망이라도 풀고 계시나, 어떻게 그렇게 뻔히 다 알고 계시지. 혹시, 나 스토킹이라도 하시나?! ……퍽이나, 바쁜 선생님이 일개 남학생 한 명 무슨 이유로 어째서 스토킹을 하는데. 그냥 오다가다 자주 노는 게 보이니까 그러셨나보지.


“아주 애처로운 목소리로 그러던데. ‘오빠의 처음은 제가 받았으니까♡’ 라고.”

“에, 에, 에에엣?!!”

“아, 아, 아뇨! 어, 어디, 어디서 그런 말을!! 아니, 성빈아, 그건 오해가……!”


선생님은 순간 악마 같은 악랄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갑자기 나에게 다가오신다. 그러더니 검지손가락 끝으로 내 턱에서부터 쇄골 쪽까지 스리슬쩍 느끼듯 내려가며 굉장히 야한 목소리로 끈적끈적하게 말한다. 으핫! 저 말, 분명 아까 점심시간에 미래가 나한테 했던 말인데! 미래가 했을 때엔 여학생 같은 발랄함이 묻어나는 말투였는데, 선생님이 하니까 정말 무슨 성인 영화에라도 나올 것처럼 성인 여성의 농염한 매력이 물씬 발산되는 그런 느낌이다. 아니, 그것만으로도 이상한데! 성빈이 앞에서! 이런 짓을……! 게다가 지나가는 여자애들까지 쳐다보는데!


“어디서 그런 모함을 하시는 거에요! 이거, 명예회손죄에요!! 있지도 않은 일을……!

“진짜 없던 일이야? 점심시간, 구석 쪽 계단에서 내려가다 내가 확실하게 들었는데?”

“크윽……!”


선생님의 반박에 나는 답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건 나의 불찰이 크다. 분명 주위를 살폈을 때엔 아무도 없었는데. 하필이면 선생님한테 딱 걸리다니! 성빈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잔뜩 동요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으으…… 아까 성빈이가 오해했던 거 간신히 풀었는데, 말짱 도루묵이 됐다. 아니, 도리어 더 심해졌다.


“요즘 애들은 빠르네─ 나는 대학교 가서 처음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20살은 넘고 해야 하지 않아? 너무하잖아, 미성년 동정 탈출은.”

“아뇨!!! 안 그랬어요!!! 제가, 언제, 그랬다고요!! 성추행이요, 그 말!!”

“너는 여기 존재하는 것 자체가 성추행이야. 그런 식으로 법 어쩌고 들먹이면, 진짜 내쫓아버린다 너?”

“……죄송합니다. 그냥 드립이었어요.”


선생님의 수위 높은 놀림에 나는 발끈해서 잔뜩 소리쳤다. 하지만 이어지는 선생님의 현실 공격에 나는 꼬리를 내린 강아지가 될 수밖에 없다. 아, 괜한 것을 건드렸구나. 선생님이 저기압으로 있을 때 그냥 지나갈걸. 괜히 건드렸다, 괜히. 벌집을 건드렸구나 내가. 선생님은 억울하고 풀죽은 내 표정을 보고 만족한 듯 씨익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작 해, 키 안 크니까. 뭐, 그 나이때면 금방금방 차겠지만.’ 하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성질은 살아있는 나인지라, ‘안 해요, 안 해! 진짜!’ 하고 소리쳤다. 선생님은 기분 좋게 ‘아하하하. 들어 가라, 이제.’ 하고 말씀하신다. ‘넵.’ 하고 바로 기숙사로 들어갔다.


“…….”

“……아, 성빈아 그게. 선생님이 오해가 있……”


기숙사로 들어왔는데 옆을 보니 얼굴이 새빨간 성빈이가 있다. 굉장히 어색한 분위기다. 평소라면 ‘안녕~’ 하고 밝게 웃는 표정으로 인사하며 계단을 올라갈 성빈이인데. 뭔가 실망이라는 것 같은, 그리고 약간 두려움 같은 게 섞여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본다. 나 역시 굉장히 어색해서, 겨우 입을 떼고 말하려는데 성빈이는 그대로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멍하니 성빈이 치마가 팔랑거려 보이는 팬티만 쳐다볼 따름이다. ……분홍색. 아니, 그렇다고. 아, 이제 완전히 미움 받아 버린 건가.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푹 쉬며 내 방으로 들어간다.





‘똑똑.’

“???”


조용한 방. 갑작스런 노크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점호는 예전에 끝났고, 복도 불까지 다 꺼져 기숙사는 어둠에 빠졌다. 따로 공부할 사람들은 4층 열람실에 갔겠지만, 내 방을 노크하는 건 대체 누구일까.

선생님……? 아니, 선생님이라면 노크를 할 리가 없다. 벌컥 방문을 열어버리면 열어 버리지. 크으…… 그래가지고 저번에 들켰잖아! 하려던 것도! 그리고 지금까지 꽤 많은 날들을 여기서 보냈지만, 점호 이후로 선생님이 자기 방에서 나오는 건 한 번도 못 봤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선생님인지라 자기 일 하는데에 바쁘시겠지.

그럼, 대체 누가……? 여자애들 중에 감히 1층까지 내려와 방문을 두들길 애는 한 명도 없다. 아니, 애초에 이 밤중에 누가 내려와서 내 방문을 노크해. 평소 주말에도 전혀 내 방 쪽은 건드리지도 않는 여자애들인데. 그럼. 서,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이 방에서 억울하게 자살한 학생이라던가. 히익! 그렇게 생각하니까 겁나 무섭잖아! 우와아, 괜히 생각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야.


‘똑. 똑. 똑.’

“…….”


노크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려온다. 나는 그럴수록 더욱 큰 공포에 사로잡힌다. 아니 아니, 이게 무슨 짓이야. 나이 열일곱 먹은, 불알 두 쪽 달린 남자애가 귀신이 무서워 이러고 있다니. 이것이 상남자의 길이 맞는가. 나는 떨치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무서워할 게 뭐 있어. 귀신이면 어때. 그 귀신, 처녀 귀신이면 나는 환영이다.(?) 자살한 학생 귀신이라면, 나랑 같은 학생이니까 얘기 같은 것도 잘 통할 수도 있고. ……꼭 여자 귀신이란 보장은 없으니까, 남자 귀신이면…… boy♂


‘끼익.’

“……어?”


잡생각을 하며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굉장히 긴장되는 가운데. 문 앞에는 약간 긴장한 표정의 성빈이가 서 있다. 귀여운 핑크색 편해 보이는 수면바지에, 마찬가지로 핑크빛 수수한 잠옷. 복도에 켜 있는 불이라곤 비상구를 켜는 은빛 초록색 불빛이라, 성빈이의 얼굴빛은 그 불빛 덕에 창백해 보인다.


“……미안, 이런 밤중에.”

“어, 어쩐 일인데 그래?”

“……얘기하고 싶어서, 염치불구하고 왔어.”

“……에엑?!”


성빈이는 망설이듯 머뭇거리며 말한다. 나는 그 말에 잠시 멍하니 듣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그러니까, 단순히 나랑 얘기하겠다고 내 방을 찾아 왔다고? 그것도 이 밤중에? 무, 무슨 일로…… 아까 그렇게나 어색했는데.


“……그, 그럼 일단 들어와.”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열람실 쪽 휴게실에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 아, 아! 아! 맞다, 어어, 착각했네. 어, 어, 아니 착각이 아니라…… 그…… 미안.”

“아, 아니야. 머, 먼저 올라가 있을게.”

“어…….”


나는 조금 부끄러워져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를 방으로 들이는 건 조금 창피한 일이다. 게다가 이런 밤중에 은밀하게 둘이 있게 되다니. 성빈이라 더 긴장된다. 성빈이는 내 말에 화악 얼굴이 달아오르며 허둥대며 말한다. 그 말에 나 역시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다. 그, 그렇구나! 왜 나는 성빈이가 내 방에 들어와 둘이 침대에 나란히 앉아 얘기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미쳤어?! 성빈이 그런 여자애(?) 아니잖아! 으아아! 으아아아! 너무너무 창피하다. 간신히 대답하자 성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또각또각 올라간다. 나는 얼른 문을 닫고 ‘으아아! 이 병신~!!’ 하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주먹으로 침대를 퍽퍽 치며 얼굴의 열을 식히려 했다. 아,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망상을 했지. 성빈이가 얼마나 변태라고 생각했겠어. 으아, 진짜 못 살겠다.




“왔어.”

“응.”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4층 열람실 휴게실로 갔다. 두 테이블에는 아무도 없이 성빈이만 혼자 앉아 있다. 다행이네, 그나마. 다른 애들 있으면 얘기하기 좀 꺼려지잖아. 하긴, 여자애들은 구태여 여기 올라올 필요 없이 방에서 떠들면 되겠구나.


“날, 날이 참 시원하니 좋네.”

“응…….”


대뜸 ‘뭣 때문에 불렀어.’ 하고 물어보려다 한 차례 더 생각하고 말을 바꿨다. 너무 사무적으로 보이잖아, 그러면. 일단은 지나가는 얘기로 바람부터 잡고, 천천히 얘기할만한 분위기를 잡아야지. 성빈이는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헉, 나 뭐 잘못했나.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 방금 전 내 방 앞에서의 실수도 그렇고, 미래 때문에 생긴 오해도 그렇고, 오늘따라 성빈이를 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의식하지 마, 의식하지 마! 하지만 의식되지 않을 수는 없다.


“웅도 너는……”

“어! 뭐? 나 뭐?”


성빈이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게 나는 굉장히 경망스런 목소리로 답했다. 펄쩍 뛰듯 통통 튀는 목소리라 더욱 가벼워 보인다. 이런 이런, 조금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중하게, 진중하게.


“어떤 여자애가 좋아……?”

“어…… 이상형?”

“……응.”


조금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멈칫 했다. 잠깐. 무언가 생각날 것 같은데. 예전에, 성빈이랑 여기서 비슷한 얘기 했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아니, 그보다는 이 어색한 상황에서 굳이 그런 질문은 왜……?

“좋아하는 여자애는 있어? 우리 학교에서? 아니면,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애는? 어떤 스타일 여자애가 좋아?”

“아아, 질문이 너무 많은데. 우선은─ 어……디보자.”


성빈이는 한순간에 너무 많은 질문을 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들어갔다. 좋아하는 여자애라─ 그런 게 있었나. 이상형은…… ……말할 수가 없는데, 성빈이 같은 스타일이라고 어떻게 말해. 괜히 힐끗 성빈이 눈치를 보게 된다.


“좋아하는 여자애는, 지금은 없어. 최근에 좋아했던 여자애라면…… 중학교 2학년 때일까. 그 뒤론 한 명도 없네.”

“……우리 학교엔 없어? 매력을 느끼는 여자애?”

“아니 뭐…… 다들 예쁘고 귀엽고 그러지만, 솔직히 다들 친구잖아. 아직까진 연애 감정은 좀.”

“……그래.”


성빈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저번에 봤던 그 만족한 듯한 미소를 띠면서. 뭔가 조금 어색하고 묘한 분위기가 됐다.


“희세는? 예쁘고, 몸매도 좋고, 아주 화려하잖아. 충분히 이성적으로,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

“아아…… 좀, 그렇지, 아무래도? 너무 때리잖아. 너무 신경질 내잖아. 그런 애랑 사귀면, 엄청 피곤할거야.”

“……희세한테 이른다?”

“아니! 성빈이 너니까 이렇게 말하는 건데.”

“푸후훗.”


나의 솔직한 대답에 성빈이는 웃는다. 상상해보라, 희세랑 나랑 사귄다니. 얼마나 안 어울리는가. 솔직히 나처럼 무던하고 평범한 남자애가, 희세처럼 여왕님 같이 화려한 애랑 사귄다니, 상상도 잘 안 간다. 안 어울려. 게다가, 엄청 시달릴 게 뻔하고. 무엇보다, 너무 완벽하잖아. 부담되기도 하고, 솔직히 이성으로는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 미래는……? 예의 바르고 싹싹하고 똑 부러지잖아. 너랑 성격도 잘 맞는 것 같고.”

“에에, 걔는─ 그냥 폭풍개드리퍼일 뿐이지. 게다가 섹드립도 너무 과하고. 뭐, 그럭저럭 무난하게 지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래…….”


미래에 대한 내 평 역시 박해졌다. 솔직히, 너무 들이대는 여자애는 좀 그렇잖아. 들이댄다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미래는, 그냥 편한 친구이자 편한 동생 같은 느낌이랄까. 아직 다 친해지지도 않은 기분이다. 이성으로써 생각하는 건 무리다. 성빈이는 묘하게 달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계속 말한다.


“……리유는? 너 엄청 잘 따르고, 귀엽고 너무 귀엽고. 너 엄청엄청 좋아하잖아.”

“야, 그거야말로! 리유는 진짜 아니지. 동갑이긴 하지만, 솔직히 동갑으로 치기 그렇잖아? 무슨 말이래, 어쨌든. 리유는 사귄다면…… 뭔가 철컹철컹 한데. 쇠고랑 차는 거 아니야?”

“푸훗, 무슨 말이야 그건.”

“아아, 어쨌든. 좀 그래, 리유는. 진짜 그냥 사촌 여동생 같은 느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이렇게 하니까 무슨 품평회 같네. 내 주제에 무슨 주위 여자애들 평을 하고 있데. 희세가 들었으면 콧방귀를 꼈겠지. 아니, 내가 의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성빈이가 물어본 건데. 그것도 참 의외네, 성빈이는 이런 거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어때?”

“……어?”


성빈이는 잠시 침묵하더니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어 성빈이를 쳐다봤다. 살짝 들어 있는 홍조. 슬쩍 입술을 깨물고 있는 성빈이는 옅은 조명 때문인지 굉장히 고혹적으로 보인다. ‘나는 어때’ 라니. 서, 설마 그걸 위해 다른 여자애들에 대한 걸 물어본 걸까. 떠 보려고?

아니, 뭐 성빈이라면…… 확실히, 성빈이라면 다른 애들보다 확실히 연상이 쉽게 된다. 적당히 발랄하고, 순수하고, 수줍게 미소 짓고, 뭔가 두근거리게 하는, 그런 여자애. 거기다 천사처럼 착하잖아. 애초에 내 ‘외모적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건 성빈이니까. 아담한 키에, 검고 긴 생머리에, 똘망똘망한 눈에 오똑한 코. 흰 피부에. ……근데 그 여자애가 자기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뭐라 답해야할 지를 모르겠네!! 으아아 미치겠네!


“어, 그…… 좋지, 와, 이거 되게 어색하네.”

“……응.”


나는 부끄러워져서 연신 뒷머리를 긁으며 진땀을 뺐다. ‘덥네 더워’ 하면서 괜히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성빈이는 수줍어하면서 살짝 좋아하는 눈치이다. 으아, 눈치 챘나. 괜히 더 부끄러워졌다. 이거, 완전히 수줍은 소년 같은 느낌이 돼 버렸잖아. 한동안 어색함을 없애려고 ‘아까 선생님이 한 말은 오해야, 그거 미래가 개드립 친 건데 선생님이 들으셔서……’ 하고 다른 말로 화제를 돌렸다. 성빈이는 아까까지의 진지하고 성숙한 표정은 버리고 다시 평소의 경청해주는 귀여운 표정이 돼서 내 말을 듣는다. 다행이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예전처럼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다. 다행이다, 오해가 풀린 모양이야. 한동안 얘기하다 자정이 다 돼서야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뭔가 기분이 짠한데. 마음을 들켜서 그런가.


작가의말

흐에에 지코쿠지코쿠! 그래도 00시를 넘기지 않았기에, 세이프입니다.

새삼 연참대전 당시의 제가 미쳤었다는 걸 깨닫네요. 하루에 두 편씩 쓰면서 비축분을 최대 4만자까지 쌓았었으니... 

이건 미친짓이야 빠져나가야 겠어 안되잖아? 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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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5

  • 작성자
    Lv.32 은빛날개의
    작성일
    14.02.20 23:27
    No. 1

    풀려날려고 하면 다시 낚시바늘로 꿰고.. 이런게 어장관리남의 표본인가요..? =_=;;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23:32
    No. 2

    음… 웅도 같은 경우는 본능(?)이겠죠?? 의도한 건 아니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마가린
    작성일
    14.02.20 23:32
    No. 3

    작가님
    정말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장르 글은 처음 접하는데 이 글이라서인지 이 장르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힘써주세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23:52
    No. 4

    우옷, 이런 극찬이라니!! 감사합니다, 힘이 절로 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20 23:39
    No. 5

    미리가 달뜬 표정으로 말을 한 다고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23:52
    No. 6

    엇, 어디 오타 냈나요?? 확실히 너무 빨리 쳐서 미처 확인을 못 했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20 23:42
    No. 7

    여자 전문가. 웅도! 박사.
    성빈이 귀여워요, 성빈이. 그런데 전 미래가 좋아요. 혹시 얀데레 넣으실 생각 없나요? 미친듯이 밀어줄 자신 있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23:53
    No. 8

    음, 츤은 확실하게 희세가 잡고 있고. 미래나 리유는 각각 천연 쪽이라… ……그럼 남는 애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rosemary..
    작성일
    14.02.20 23:46
    No. 9

    쿠쿳 쿠쿠쿳 정말 재밋쪙 근데 나친적8권 아직도안나왓낭(안나왓쪙?)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23:54
    No. 10

    후훗, 후후훗 재미있으시다면 감사하지요. 근데 왜 나친적 얘기를 하시는 거에요??! 사람 찔리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20 23:56
    No. 11

    나친적 9권에서 히로인이 해피타임(뭘까~요?)을 보내는 짤이 한동안 돌았었지요. 그런데 정식 일러였다는 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1 07:55
    No. 12

    어, 어... 영원히 고통받는 요조라 ㅠㅠ 요조라 좋아했는데, 씁, 어쩔 수 없죠. c86이나 기대합시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Yaksa
    작성일
    14.02.21 02:33
    No. 13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깃발을 꽂고 정복을 할때 진짜 남자가 될것이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1 07:56
    No. 14

    그렇지요, 역시! ...근데 여기에 쓰이는 격언이 맞을까요? 이 쪽은 '소년이여 야망가를 가져라...'가 맞지 않을까요? 흐엣!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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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3 낭만클럽
    작성일
    14.02.21 02:59
    No. 15

    감나무 밑에서 입벌리고 있어봐야 절대 감이 저절로 떨어 지지 않습니다...뭐 언젠가 떨어

    지겠죠... 나이 한 60쯤 먹엇을때?!

    행동하는 자에게 미인을! 그렇다구요....ㅋ

    하늘에서 여친이 떨어 지는건 우월한 초절정 미남이나 가능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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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1 07:57
    No. 16

    그렇지요, 너무 공감되네요. 저는 중학교 때 제가 잘생긴 줄 알고 여자애들 보면 무심한 듯 시크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만 다녔어요.
    ...돌이켜보면 왜 이렇게 병신같고 창피할까요. 그 때 저는 중2병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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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9 케이루스
    작성일
    14.02.21 03:01
    No. 17

    오 누님 등장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1 07:57
    No. 18

    이런식으로라도 명맥을 이어야 해! 흑흑, 사감선생님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2.21 04:13
    No. 19

    누군가의 말대로 얀데레 캐릭터만 있으면 완벽할듯합니다. 아니면 리유나 성빈이나 희세 중 한명의 얀데레 각성을 하면 재밌을텐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1 07:57
    No. 20

    얀데레 각성이라고 하니 나데코쨔응이 떠오르네요. 충격과 공포의 얀데레 각성... 아뇨, 얀데레는 솔직히 무섭잖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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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4 olfam
    작성일
    14.02.21 12:08
    No. 21

    이제 계단 올라가며 보이는 치마 안쪽정도는 무덤덤하게 표현하는 주인공이네요... 아니면 글쓴이분이 그런 장면에 무감각해지신걸수도...
    주인공도 글쓴이도 함께 성장하는 글이었군요
    위에 미래가 천연이라고 쓰셨는데, 음 글쎄요... 아무튼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1 12:56
    No. 22

    뭐랄까, 여고 다닌다면 치마가 펄럭여서 팬티 보이는 것 정도는 일상 다반사일테니까, 아마 적응한 것이겠지요. 적응의 힘은 무서운 것이니까.
    미래는... 그렇네요, 천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네요. 천연덕스럽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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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78 Lasmenin..
    작성일
    14.04.02 04:34
    No. 23

    전 적응보다 안력강화에 힘쓸듯?흫흐흣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4.19 14:59
    No. 24

    후후후후... 안력강화라니... 후후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4 11:23
    No. 25

    딩딩딩~본~능적으로 느껴졌어
    넌 나의 사람이 된다는걸
    처음 널 바라봤던 순간 찰나의 전율을 잊지 못해~오오 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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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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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 2 +25 14.02.20 2,156 54 18쪽
67 17화. 여난. - 1 +23 14.02.20 2,352 44 18쪽
66 16화 - 4 +25 14.02.19 2,318 58 22쪽
65 16화 - 3 +23 14.02.19 3,071 56 19쪽
64 16화 - 2 +23 14.02.17 3,066 72 20쪽
63 16화. 놀러가요, 오빠! - 1 +21 14.02.16 2,874 63 19쪽
62 15화 - 4 +17 14.02.15 2,508 62 25쪽
61 15화 - 3 +24 14.02.14 2,311 53 24쪽
60 15화 - 2 +17 14.02.13 2,397 60 20쪽
59 15화. 가까운 미래에, 당신은. - 1 +23 14.02.12 2,513 64 19쪽
58 14화 - 4 +21 14.02.11 2,262 5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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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14화 - 2 +17 14.02.09 2,416 5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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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13화 - 3 +21 14.02.06 2,450 56 22쪽
52 13화 - 2 +25 14.02.05 2,104 5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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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2화 - 2 +16 14.02.01 2,497 7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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