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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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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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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30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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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11화. 시험 - 1

DUMMY

“흠…….”

“에헤헤.”

“에헤헤 가 아니라. 이거 어쩔건데.”

“잘 모른다─랄까나? 데헷.”

“귀여운 게 다가 아니야, 어떡할 건데.”

‘꽁.’

“아으.”


리유는 내 물음에 딴청을 피우며 짐짓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나는 손날을 세워 리유의 머리를 살짝 때렸다. 눈을 찡그리며 울상을 짓는 리유.

혼내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내 책상에 놓여 있는, 작은 시험지. 15개의 문제 중에 맞은 것은 단 2개. 그것도, 2개는 엄청 쉬운 문제로. 나머지는 다 틀렸어! 어떻게 이럴 수가!!


“곧 시험인데…”

“헤헷☆”

“귀여운 척 한다고 시험이 잘 봐지는 게 아니잖아. 공부해야지.”

“흐응, 그치만~ 에에, 싫은데~!!”


리유는 아이처럼 보채기만 엄청 보챈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난감한 표정으로 리유와 시험지만 번갈아 본다.



고등학교의 생활이란 게 다 그렇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뻔한 수업,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그리고 때 되면 찾아오는, 거대한 장벽과도 같은 그것.


종·간·고·사.


그래, 뭐, 피할 수 없는 게 시험이다. 피할 수 없다고 즐길 수는 없지만, 억지로라도 하기는 해야 하는 것이 시험공부다.

나는 뭐, 공부를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다. 중학교 1,2학년 때까지는 그저 개망나니처럼 싸돌아다니며 친구들과 놀기만 엄청 놀았다. 저번에도 말했듯 한 가지 일을 집중해서 오래 못 하는 성격인지라─뭐 그렇다고 해도 축구나 게임 같은 건 2시간씩 잘도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정말 개처럼 놀았다. 그러다 3학년에 들어가, 철이 든 것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 정도 공부는 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뭐, 지속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안 되지만 나름대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다. 시험기간이라면 조금 무리해서 2시간 정도도 가능하다. 배치고사 때의 성적은 딱 중간. 이 학교, 나름대로 사립인데다 성적도 주위 학교들 중 높은 편이니, 중간 정도면 그리 못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리유야.”

“웅?”


수업시작 전, 나는 리유를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며 불렀다. 리유는 귀여운 표정으로 귀여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하하, 귀엽네. 리유는 귀엽지, 나도 좋아해.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게 아니지.

어째 리유가 공부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여자애들도 사람인지라, 가만히 보면 남중 때 남자애들만큼이나 지지리도 공부 안 하고 다른 짓 하는 애들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죽어라 책만 보는 애들. 그것도, 남자애들이 판타지·무협 이런 거 보듯, 여자애들은 로맨스 소설만. 만화책도 마찬가지고. 여자애들은 하나 더 있지, 아이돌 가수. 하루 종일 그네들이 나오는 음악 프로그램 보고, 하루 종일 그네들이 나오는 라디오나 그런 것 듣고. 야자시간에도 마찬가지로. 뭐,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니 여자애들이라고 다를까. 납득이 되고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리유는, 조금은 특수한 것 같다.


리유는 수업시간에 대부분 잔다. 자거나 졸거나, 눈을 뜨고 있는 것을 보질 못한 것 같다. 선생님들도 어느 정도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애처로워서 내버려 두는 것인지 별다른 제재도 없다. 그렇다고 다른 딴청을 피우는 것도 없다. 책을 읽는다던가, 만화책을 본다던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던가. 아무 딴 짓도 하고 있지 않는데 그렇다고 공부에 집중하고 있지도 않다. 그럼 대체 뭘 하는 거지.

다른 애 성적을 넌지시 물어보는 것은 조금 실례되는 일일수도 있으니, 아니 뭐 남고였다면 ‘야 너 성적 몇 나오냐. 우와, 존나 똥멍청이네 크크크’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 테지만, 여긴 감수성 넘치는 여고생들 가득한 곳이니, 함부로 입을 놀릴 수가 없다.


“너 성적 얼마나 나오니.”

“으, 응?!”


어이어이,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바로 말하기냐. 뭐, 리유는 예외다. 몇 안 되는 마음을 터놓고 장난칠 수 있는 애니까. 리유는 과연 굉장히 당황해하며 쉽사리 대답하지 않는다. 경직된 표정으로 딴청을 피우며 다른 곳을 보다가 내가 지그시 노려보자 땀을 흘리며 나를 쳐다본다.


“단 거 사 줘! 초콜릿!”

“딴 얘기로 돌리지 말고. 성적 어느 정도 나오는데.”

“으앙, 빈아 웅이가 나한테 성적 얘기 해 부끄럽게.”

“어디서 개수작이야! 내가 언제!!”


리유는 여전히 딴청을 피우며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다 내 옆자리 성빈이에게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며 달라붙는다. 성빈이도 농담인 것을 알기에 잔잔하게 웃는다.


“갑자기 리유 성적은 왜?”

“궁금해서, 쟤 통 공부 안 하는 것 같으니까.”

“음. 그렇긴 한데.”

“……피이.”


성빈이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리유를 본다. 자기편을 들어줄 줄 알았던 성빈이의 미덥지 않은 반응에 리유는 또 삐친 표정이 됐다. 툴툴거리며 나와 성빈이의 시선을 피한다.


“얼마 정도 되는데 그래.”

“……낮아!”


어째 불안한 느낌이다. 애써 대답을 피하는 걸 보니,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모양인데… 재차 물어보니 리유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퉁명스럽게 답한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여자애들 대부분은 다 피부가 흰 편인데 리유는 정말 투명할 정도로 피부가 새하얘서 얼굴 빨갛게 된 게 금방 티가 난다.


“얼마나… 낮길레.”

“……몰라! 흥흥! 왜 내 성적을 물어봐! 성적 수치심 느낄 것 같아!”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리유야! 너만은!”

“왜에~~ 왜 물어보는데에~~ 창피하단 말야!!”


리유는 기어이 생떼를 부리며 도망가려 한다. 하지만 난 기어이 그런 리유를 붙들고 끈질기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잖아, 그 정도는.”

“우으으…….”


점심시간. 늘 학교에 얽매여 있는 우리에게 편히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라곤 이 시간밖에 없겠지.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있긴 하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니까. 점심시간은 그나마 맘 편히 밥 먹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가면서 내가 한 마디 하자 리유는 뾰로통해져서 입술이 삐죽 나왔다.

오늘의 밥 맴버(?)는 평소와 같다. 나, 리유, 성빈이, 희세. 희세는 아직까진 기존 자기 패밀리들하고, 우리 쪽 패거리하고 반반 정도 비율로 밥을 먹는다. 오늘은 그래서 우리 패거리 차례다. 희세는 입을 삐죽이며 삐쳐 있는 리유가 귀여운지 리유 손을 잡으며 말한다.


“왜, 변태새끼가 무슨 말 하는 건데?”

“……우웅, 공부 못 한다고 뭐라 해.”

“내가 언제 그런식으로 말했다고……”


여자애들은 왜 이렇게 곡해와 왜곡을 잘 하는 건지. 이크, 이거 또 여성 비하 발언이 될 수도 있겠네. ‘리유’는 왜 이렇게 오해와 자의적 해석을 잘 하는 건지. 이런 식으로 뉘앙스나 느낌 조금씩 틀어서 한 마디씩 세어 나가는 게 곧 소문이 되는 거잖아. 희세는 리유를 보고 ‘으응, 괜찮아. 공부 못 해도 저딴 변태새끼보단 네가 훨씬 우월해.’ 하며 리유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리유는 희세의 손길을 느끼며 까르르 좋아한다.


“네가?!”

“……읏.”

“꺄하하하─! 네가?? 네가 누구 성적을 왈가왈부해?!!”

“……아, 뭐라 반박할 수가 없네.”

“꺄하하하하하하!!”


희세는 그러더니 나를 딱 쳐다본다. 깔보는 듯한, 허세 가득한 눈빛과 피식 웃는 입술. 아랫것을 쳐다보는 귀족 아가씨 같은 느낌이다. 그러고 딱 한 마디 하니 도저히 답변할 수가 없다. 희세는 기분 좋게 웃으며 나를 마구 놀린다. 나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작은 소시민일 뿐이고. 희세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완벽초인인걸. 상대가 안 되지. 대기업 프렌차이즈와 자영업자의 싸움이랄까. 희세의 비웃음이 귓전으로 들려올 때마다 짜증이 솟구친다. 헌데 반박할 말은 없다. 리유도 내가 당하는 걸 보고 마구 웃으며 ‘메~~롱!!’ 하고 놀린다. 으으, 이 녀석들이.


“근데 좀 심각하다니까, 진짜. 희세 너도 아마 들으면…”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우리 리유가 성적이 낮던, 높던! 리유 기분 나쁘게 하지마. 멍청아. 그런 쪽까지 변태야?!”

“아니, 그… 어떤 기준으로 변태라고 하는 겁니까.”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하니까.”

“……휴우. 네네.”


희세는 앙칼지게 쏘아 붙이고는 리유를 폭 껴안는다. 그 말도 안되는 억지 주장과 기세에 나는 한숨을 작게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참 편한 논리구나. 어쩌겠습니까, 남자인 게 죄지. 리유는 자기 편을 들어주는 희세에게 마구마구 몸을 부비며 좋아라 한다.


“근데, 얼마나 나오는데 그래?”

“응! 배치고사 때 200등!”

“……에엑?!!”


참고로, 우리 학교는 한 학년에 대략 240명 정도 있다. 30명씩 8반. 200등이면 거의 뭐… 200등 할 수 있는 자질이면 240등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쪽 바닥(?) 애들은 1점 차이로 등수가 뒤집히는 구간이니까. 희세는 그 충격적인 점수에 깜짝 놀란다. 그러더니 눈을 치켜뜨고 리유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그, 그렇게 낮아?!”

“어… 다 모르겠더라구, 헤헷☆”

“아… 이거 심각한데.”

“내가 뭐랬어, 심각하댔잖아.”

“변태새끼는 닥쳐. 접근하지 마.”

“근처로 가지도 않았어요!”

“흐흥, 너무 심하잖아, 희세야.”

“아니!! 성빈이 네가 너무 착한 거야! 저번 주말엔…!”


밑도 끝도 없는 억지 주장에 나는 거세게 반발했다. 보다 못한 성빈이가 옆에서 부처님 같은 미소를 지으며 중재하려 한다. 희세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말하다 움찔 멈춘다. 나도 순간 멈칫 해져서 희세와 눈이 마주쳤다. 둘 다 눈을 돌리고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아, 또 그 때 생각나잖아… 물에 젖은 희세. 으아아아아아~~!! 희세도 나도 갑자기 말없이 묵묵히 걸으니 성빈이는 ‘응? 뭐? 주말에 뭐??’ 하며 물어본다. 하지만 나도 희세도 마찬가지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걸 어떻게 말 해. 놀러갔다고 말하는 것도 괜히 창피하다. 희세도 마찬가지겠지.


“어, 어쨌든! 리유 너 심각해! 200등이라니!”

“에, 에에, 그게… 어려우니까…….”

“어려운 게 아니라! 가만 보면 너 수업시간에 만날 자고 있잖아!”

“으, 으우우… 그건 맞지만…….”


희세는 공연히 시선을 리유에게 돌리며 말한다. 추상같이 엄한 표정으로 눈을 치뜨고, 꾸짖는 것처럼 말한다. 리유는 쩔쩔매며 잘 대답하지 못한다. 갑작스런 태도 돌변에 당황스러운 거겠지. 내가 그랬다면 생떼를 부리며 잡아 떼고 대답하지 않고 그랬겠지만 희세가 그러니까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거, 리유도 은근히 나 차별한다?


“여자애는 무조건 남자애한테 지면 안 돼! 내가 말했지?! 당당해져야 한다구?”

“……응.”

“…울어? 미, 미안. 너무 심하게 말했어?”

“아, 아니야, 그냥…”


희세의 강인한 말투에 리유는 소금에 절여 푹 풀이 죽은 배추처럼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대답한다. 그 여린 반응에 희세는 살짝 미안한 표정이 돼서 리유의 안색을 살핀다. 리유 역시 고개를 들고 고개를 내저으며 미안한 표정이 된다. 왠지 서로 미안해하고 있다. 뭐야, 저거. 서로 저렇게 정답게 배려해주고, 보기 좋잖아. 근데 왜 나한테는 그렇게 시비조인데, 희세는! 왜 나한테는 그렇게 장난 거는데, 리유는! 내가 그랬으면 안 그랬을 거면서!! 어휴, 남자인 게 죄지, 내가. 고개를 돌려 성빈이한테 ‘왜 쟤네는 자기들끼리는 저렇게 살가우면서 나한테는 안 그럴까.’ 하고 묻자 성빈이는 웃으며 ‘부끄러우니까 그러겠지.’ 하고 답한다. 뭐가 부끄럽다는 건지.


“어쨌든, 상관 없어. 예전 성적이 낮은 건 아무 문제가 안 되. 아직 고 1밖에 안 됐고, 배운 것도 얼마 없잖아? 열심히 공부하면, 그만큼 성적이 나오게 돼 있어.”

“에에에…”

“아직 시험까지 충분히 시간 있으니까, 열심히 공부하면 될 거야. 알겠지? 내가 성적 팍팍 올려 줄게!”

“으에에… 하, 하기 싫은데…….”


희세는 의욕충만한 말투로 말한다. 이에 리유는 하기 싫은 표정을 지으며 희세에게서 살짝 떨어진다. 하지만 희세의 의욕을 꺾을 순 없다. 리유는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군다.


“허허, 어째 나보다 의욕이 더 높아졌는데?”

“리유가 너 같은 음흉한 변태새끼보다 성적이 낮은 꼴은 못 보니까. 솔직히, 너보다 성적 낮게 나오기도 힘들 텐데.”

“…야, 그래도 나 중상위권은 하거든! 배치고사도 100등 안에 들었고?”

“흐응? 100등 안? 그래서 몇등이시길레? 후훗… 말해봐?”

“아……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지요. 말 안할래요.”


희세는 다시금 굉장히 깔보는 표정과 말투로 고개를 쳐들고 나에게 말한다. 나는 금세 의기소침해져 고개를 돌렸다. 으휴, 전교 1등하는 애가 저렇게 말하니 도저히 상대할 수가 있어야지. 물론 희세가 허영심에 젖은 자랑하기 좋아하는 애라 그런 건 아니고, 오로지 나를 놀리기 위해 저러는 거다. 여자애들 앞에서 희세는 본래 굉장히 유순하고 겸손하며 착한 여자애니까. 근데 왜 나한테만! 어휴, 좀 성빈이처럼 나나 다른 여자애들한테나 모두에게 친절한 그런 희세가 될 순 없는 걸까. 그럼 진짜 좋은 여자애인데. 말을 말자, 상상도 안 간다.

나는 성적이 중위권에 중상위권정도 된다. 중간 넘겼으면 됐지, 하는 마음이다. 희세는 말할 것도 없이 부동의 전교 1등. 굳이 성적 말고도 그냥 머리가 좋은 것 같다. 순발력도 좋은 것 같고. 성빈이는 희세 정도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공부를 잘 한다. 전교 10~15등 안에는 들 것 같다. 그리고, 문제의 리유는 200등. 갈 길이 멀구나. 희세 말대로라면, 내가 저번 배치고사 때 87등 했으니까, 대략 113명을 제치고 올라와야 하는데… 참 멀고도 힘든 길이겠군.


오후 보충수업시간. 원래는 수학 시간인데, 사정에 의해 선생님이 안 오시고 자습시간이 됐다. 들어오신 선생님이 없으셔 약간은 어수선한 자습시간이다. 다른 반은 다 보충수업을 하고 있기에, 애들은 조금씩 스스로 눈치를 봐 가며 떠들고 놀고 있다. 현명하네, 남고였다면 미친놈들이 절제하지 않고 깽판을 치다 전체 기합을 받았을 텐데.


“잘 하고 있나.”

“쉬운 문제니까, 금방 풀고 올 수 있을 거야.”


나는 목을 쭉 빼고 맨 앞자리의 리유를 봤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처박고 문제를 풀고 있는 리유. 이건 희세의 지침이다. 먼저 얼마 정도 실력이 되나 확인한 후에 공부를 시키겠다며. 문제는 A4용지에 성빈이와 희세가 공동으로 제출했다. 글씨도 반듯하게 예쁘게 쓰는 성빈이와 희세다. 희세가 정자체에 가까운 똑바른 글씨라면, 성빈이 글씨는 좀 더 둥글둥글 귀여운 스타일이다. 글씨로도 성격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아 보는 재미가 있다. 아, 참고로 나는 보통 평범한 남자애의 악필. 뭐 남자가 그렇잖아, 글씨를 어떻게 잘 써.


“다, 다 풀었어!”

“오. 생각보다 금방 풀었네?”

“응! 후, 후훗!”


리유는 뚜벅뚜벅 걸어와 자랑스럽게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험지를 받았다. 우왁, 엄청 악필. 나보다 글씨 더 못 써. 아니, 못 쓴다는 개념이 아니라 그냥 초등학생 일기장 같은 느낌의 글씨잖아. 이것도 어떻게 보면 성격을 반영한 글씨이긴 한 것 같은데…… 정신상태까지 초등학생인거냐!


“음…… 뭐야, 개판이잖아!!”


문제를 만든 건 희세와 성빈이이고, 채점 및 지도는 나보고 하라고 하는 희세다. 자기는 자습시간 동안 책을 읽겠다고. 뭐, 성빈이 말대로 문제 수준이 쉬운 기준이기에 나 정도도 충분히 채점할 수 있다. 뭣하면 출제자인 성빈이가 옆에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걱정하기도 전에 답들이 너무 터무니없다. 특히 마지막 쪽 어려운 문제는 누가 봐도 찍었다고밖에 할 수 없는 답의 범위다. 15문제 중 맞은 두 문제도 객관식이다. 이… 이 녀석이! 열심히 생각하고 글씨 써서 문제 만들어 준 희세하고 성빈이 노력한테 사과해!!


“야, 이건…”

“으우웅. 열심히 풀었는데.”

“어디서 거짓말을! 찍었잖아, 다!”

”에에! 어떻게 알았어!”


리유는 내 말 한 마디에 바로 논파당하고 꼬리를 내린다. ‘그치마안! 너무 어렵잖아, 문제가!’ 하고 항변하는 리유. ……이 정도가 어려우면, 그냥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성빈이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건 좀… 공부 좀 해야 될 것 같은데, 리유.”

“에에, 비니도!! 비니까지 날 버리면 어떡해!!”

“못 하는 건 못 하는 거니까.”

“에에에에!!”


어떻게 들으면 굉장히 냉정해 보이는 성빈이의 말. 하긴, 그 말이 맞다. 귀엽던 예쁘던 어떻든 공부 못 하는 건 못 하는 거니까. 내가 처음 말을 꺼냈고, 희세가 가속시켰는데 성빈이까지 이렇게 말하니 마지막 희망을 잃은 리유는 잔뜩 울상이 됐다.


“…….”

“으우우…”


쉬는 시간이 되어, 나는 시험지를 희세에게 내밀었다. 리유는 부모님께 성적표를 내고 안절부절 못하는 아이처럼 귀여운 신음을 내며 희세 눈치를 본다. 희세는 다리를 꼬고 요염한 자세로 거만하게 리유가 푼 시험지를 보더니 촤라락 하곤 시험지를 책상 위에 올려 놓는다. 그러더니 굉장히 아니꼬운 표정으로 리유를 쳐다본다. 우와, 저렇게 더러운 인상으로 같은 여자애 보는 건 처음 본다. 나한테 저런 표정 짓는 건 많이 보는 일이지만.


“안 되겠네, 리유. 상태가 심각해.”

“……죄송합니다.”

“여자애는 이렇게 멍청하면 안 돼. 알겠어?!”

“히힉! 네, 넵!!”


……무슨 군대인가. 리유는 어째선지 희세에게 가끔 존댓말을 쓰는 때가 있어서 더 그렇다. 무서워서 그러겠지. 희세는 꼰 다리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리유, 특별 공부 시켜야 겠어!”

“에에엣! 제, 제발 그것만은!”

“안 돼! 너에게 자유는 없어!”

“으아앙!”


희세의 선언에 리유는 잔뜩 울상이 된다. 옆에서 쳐다보고 있는 내가 다 두려울 정도다. 과연, 희세가 말하는 특별 공부라면… 어떤 걸 시키려고.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설날 다들 잘 보내세요! 허헣 저는 설에도 알바 하네요~ 아핳핳핳하ㅏㅏ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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