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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3,341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1.30 20:53
조회
2,538
추천
56
글자
17쪽

11화 - 2

DUMMY

“그러니까 왜 나까지…”

“잔말 말고 그냥 와!”


터벅터벅 걸으며 불평을 내뱉으니 그걸 가만히 넘어갈 희세가 아니다. 잔뜩 짜증을 부리며 내 입을 틀어 막아버린다. 평화로운 주말, 어째서 나는 희세에게 핀잔을 들으며 귀중한 시간을 빼앗겨야 하는 건가.


희세의 특별방안은 별 것 없다. 희세가 가정교사처럼 리유 옆에 붙어서 공부를 시키는 것이다. 그래, 그것까지는 좋은데 희세는 마치 통보하듯 나에게 ‘주말에 학교로 나와. 아, 기숙사지? 그럼 알아서 나와.’ 하고 말한다. 아니, 왜?!


“다 같이 공부하면 좋잖아.”

“아니, 난 그리 공부하고 싶지 않은데… 난 공부 하고 싶을 때 하거든.”

“에엣? 네가? 그럴 성적이 되, 네가? 네 성적에 잠이 와?”

“……아우, 진짜! 잠 잘 잔다 그래! 잘 수도 있지! 난 내가 하고 싶을 때 한다니까!”

“후후훗.”


희세는 또 내 성적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다. 전교 1등인 녀석이 저런 말 해 버리면 기가 팍 죽는다. 이거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데! 공부하고 싶어졌어!


“아니 애초에 난 시험기간에만 공부한다고.”

“하, 그런 게 진짜 공부야? 평소에도 열심히 하는 게 공부지!”

“어쨌든, 나는 할 의지가 없으니 안 할려.”

“헤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대화의 방향이 왜 이런 쪽으로 흐르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는 강하게 반발하며 내 입장을 분명히 표현했다. 희세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눈을 치뜨고 강렬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본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 그러더니 격한 말투로 말을 잇는다.


“애초에 리유 공부 얘기 꺼낸 건 너잖아?!”

“난 그냥 리유 공부 못 한다 얘기만 했을 뿐이지 딱히 리유 공부 시키자고 하진 않았어.”

“에에?! 남자새끼가 어떻게 그렇게 책임감이 없어?! 매사가 그래, 넌!!”

“뭐, 뭣?! 아니, 말이 좋아 책임감이지 내가 왜 리유한테 책임감을 느끼는데! 말 참 예쁘게 한다 너!”

“내가 뭐!”


희세의 공격적 말투는 또 내 자존심을 건드린다. 타고난 것 같다, 저 도발 능력은.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부아가 치밀게 하는, 칼 같이 날카로운 저 말. 나는 또 희세에게 말려들어 비슷한 강도의 강한 말투로 맞섰다. 옆에서 피식 하고 성빈이가 웃는다.


“넌 왜 웃어?!”

“아니, 둘이 싸우는 게 꼭 부부싸움 하는 것 같아서.”

“어디가!!”

“어째서!!”

“으우우. 노, 농담이야~”


희세는 날카롭게 성빈이에게 물어본다. 성빈이가 웃으며 대답하자 나와 희세 동시에 달려들 듯 성빈이에게 말했다. 성빈이는 무서워하며 대답한다. 부, 부부싸움이라니! 그럼 뭐, 리유가 딸이고, 내가 아빠? 희세가 엄마? 우와, 말도 안 돼. 상상하기도 힘든 조합이잖아.


“나, 나 때문에 싸우지들 마.”

“넌 가만히 있어!”

“히익! 으아아앙.”


리유는 그 옆에서 분위기 파악 못하고 한 마디 거들다 희세의 히스테리에 잔뜩 움츠러들며 성빈이 품으로 숨는다.


“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아… 휴우, 할게요, 하겠습니다.”

“뭐야, 그 말투는?! 꼭 억지로 하는 것 같다!”

“아아, 아닙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거죠, 하하.”

“비꼬지 마!!”


나는 체념한 말투로 늘어지게 말을 늘리며 말했다. 희세는 더욱 기분나빠하며 소리친다. 아니, 어떡하라는 거야. 안 한다고 해서 뭐라 하기에 그 소리 듣기 싫어 한다고 하는데 한다고 해도 뭐라고 하면. 여기서 더 감정적으로 나오면 희세의 계략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기선 그냥,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는 게 100% 맞는 거다. 말싸움으로 에너지 낭비하기도 싫다. 어떻게든 말을 돌려 겨우겨우 희세를 납득시켰다.


“그럼, 이번 주다?”

“네네.”

“응!”

“히이잉…… 알겠어.”


희세의 야무진 목소리에 각각 맥 빠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나, 성빈이, 리유. 리유는 특히 다 죽어가는 표정이다. 결국 그렇게 주말 하루를 버리는 공부의 날이 정해져 버렸다.



“…….”

“표정이 별로 좋지가 않다?”

“그럼, 억지로 하는 건데 좋을 리가.”

“흥, 내가 공부 시켜준다는데 영광으로 알아야지. 안 그래?”

“네네, 영광입니다, 나희세 님. 희세님이 주신 필승공부법 평생의 은으로 모시겠습니다.

“우와, 재수 없어. 하지 마, 그런 거.”

“……하아.”


나는 희세와 같이 길을 걷고 있다. 그래, 100보 양보해서 선생님도 아닌데 주말에 공부 시키는 것은 이해한다고 치자. 근데 왜 마중까지 나와야 하는데, 내가. 난 그냥 기숙사에서 학교로 바로 올라가면 되는 일인데. 성빈이는 아직 기숙사에 있다. 나와 희세가 학교 도착하면 그 때 연락을 주기로 했지.

희세네 집 위치는 저번에 놀러 가서 알고 있기에, 나는 터벅터벅 걸어갔다. 저번처럼 노는 것도 아니니 적당한 체육복을 입고 왔다. 희세도 마찬가지로 편한 복장이다. 분홍 티셔츠와 노란 짧은 바지. 너무 편하게 입고 나온 거 아닌가 싶지만 뭐, 이것도 이것대로 가벼운 느낌이라 괜찮은 느낌이다.


“꼭 리유만 공부시키는 게 아니라. 다 같이 공부하면 좋잖아? 밥만 먹는 그런 패밀리가 아니라, 공부도 하고, 행사도 같이 하고, 그럼 좋지 않아?”

“응, 그렇지. 용케 같은 패밀리로 인정을 하네?”

“무, 무슨! 따, 딱히 그런 건 아니고! 리유랑 성빈이랑 다 친하니까! 네, 네가 문제네! 네가!”

“……그 패밀리라는 거 내가 만든건데. 나랑 리유가 창립맴버입니다.”

“꼬, 꼴랑 네 명인데 무슨 창립맴버를 따져! 무슨 회사야!!”


희세는 자기가 말해놓고 또 내가 툭 던진 한 마디에 함정에 빠져 허둥댄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희세 스스로 우리하고 같은 패밀리라고 말해주니까. 적어도 인정은 하는 거잖아? 같은 밥 패밀리(?)라고? 후후.


“근데 어디서 공부하게. 학교?”

“으응, 거긴 너무 삭막하잖아. 기숙사에서 하려고.”

”아 그래.”


난 남의 일 듣듯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기숙사 열람실 괜찮지. 저녁이라면 무서운 기세로 공부하는 누나들 때문에 굉장히 부담되지만, 주말 오전엔 정말 어지간히 독한 사람 아니면 잘 안 올라오거든. 오후부터는 꽤 올라오지만. 적어도 집중해서 공부하는 데에는 열람실만큼 좋은 데가 없지. 들어가자마자 입이 콱 막히고 알아서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거든. 뭐, 나는 괜히 올라가기 부담되기도 하고, 내 방에 작게나마 책상이 있으니 큰 필요성은 못 느끼지만.


“근데 기숙사생 말고 일반 학생도 쓸 수 있으려나.”

“글세. 그건 네가 잘 교섭해봐야 할 일이지?”

“에엑. 내가 하는 거였냐.”

“그럼 내가 해? 기숙사생도 아닌데?”

“…그렇긴 하다만.”


이 정도로 무대책일 줄이야. 어째 일 전부를 나에게 떠넘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기분 탓이겠지. 글세, 별로 안 될 것 같은데.



─“당연히 안 되지, 바보들이냐.”

“아아… 어떻게 안 될까요?”


선생님은 하품을 크게 하시며 말한다. 자다 일어나서 굉장히 저기압으로 보이는 모습. 머리도 산발이고, 정돈되지 않은 외모는 스물 아홉 본연의 외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굉장히 저기압인지라, 선생님이 딱히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음에도 본능적으로 나는 위압감을 느끼고 공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애초에 기숙사생 아닌 애를 기숙사에 들이는 것 자체가 안 되. 뭐 없어지고 하면 다 그 애 책임으로 넘어가고, 이것저것 복잡하니까. 안 된다.”

“아… 네, 그럼 뭐… 아악, 엉덩이 긁지 마세요! 뭐하는 거에요!!”

“아이… 내가 엉덩이를 긁든 가슴을 긁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아아, 정말!! 갈 게요!”


선생님은 어째 내 앞인데도 아무 신경 쓰지 않고 한 손은 머리를 긁으며 다른 손은 엉덩이 쪽에 손을 넣고 긁고 계신다. 아무리 내가 편해졌어도 그렇지, 여자의 환상을 와장창 무너뜨려 버리는 그 모습에 나는 역정을 냈다. 선생님은 씨익 웃으며 엉덩이를 긁었던 그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나는 잔뜩 소리치며 기숙사를 나왔다. 어째 지내면 지낼수록 나를 그냥 편한 남동생 정도로만 여기시는 것 같다. 뭐, 나라고 딱히 특별한 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디로 가지, 그러면.”

“별 수 있나, 학교 가야지.”

“으우우…”


성빈이의 말에 희세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리유는 힘이 없어 보인다. 풀이 팍 죽어선, 울상인 표정이다. 저렇게나 하기 싫을까. 하긴, 나부터도 하기 싫다고 징징댔는데.


우리 학교는 다행이 주말에는 자율학습 같은 걸 하지 않는다. 우리 동네, 내가 갔어야 할 남고에선 지금쯤 열심히 자율학습을 하고 있겠지. 친구들과 전화나 문자를 해보면 그렇다고 한다. 다행이야, 자율학습 안 시켜서.

그치만 학교는 열려 있다. 고 3 누나들은 자율학습을 하거든. 뭐, 그것도 강제로 불러다 하는 건 아니고, 하고 싶은 사람들만 와서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출석률이 80% 이상은 된다고 한다. 성빈이 말에 의하면. 아아, 정말 무섭구나. 고 3은.


“오! 아무도 없네!”

“주말에 누가 학교를 오겠어.”


희세의 발랄한 목소리에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과연 교실은 썰렁하니 아무도 없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가방을 내려놓으니 희세가 ‘뭐해, 책상 안 옮기고.’ 하고 말한다. 두 명씩 마주볼 수 있게, 마치 초등학교 때 한 덩어리씩 앉았던 것처럼 희세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뭐 그런 식으로 할 것 까지야 하고 생각은 하지만 희세의 지청구가 두려워 잠자코 말을 들었다.


나, 성빈이. 반대편에 희세와 리유. 자리배치는 대강 이렇다. 공부는 시작됐고, 금세 지루해졌다.

희세가 열심히 리유를 가르치고, 나와 성빈이는 자율공부다. 성빈이는 열심히 참고서를 보고 있지만 나는 건성건성 책을 보고 있다. 애초에 나는 하기 싫으면 안 하는 타입이니까, 이렇게 억지로, 그것도 동갑인 여자애가 시킨다고 할 리가 없잖아. 선생님이 시킨 거라면 억지로라도 하겠지만 관리가자 희세니, 큰 강제성은 없다. 안 그래도 희세는 리유 가르치느라 정신이 없다.


“이거는… 이거.”

“응? 왜?”

“이래가지고… 이래서… 이러니까.”

“……에에. 잘 모르겠는데.”

“어휴, 잠깐만… 그러니까…”


리유는 영 모르겠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희세는 답답해선 다시 앞 쪽 페이지로 가서 처음부터 다시 설명한다. 리유가 이해를 잘 못해 진도가 영 나가질 않지만 희세는 인내심을 가지고 꿋꿋이 설명을 계속한다. 다행이 리유가 그리 의욕이 없는 건 아닌지라, 둘은 서로 끙끙 앓으며 공부를 계속한다.


“아~아.”

“지루한가보네?”

“응, 하기 싫어.”

“으응─ 나도 하기 싫네.”


성빈이는 나를 힐끔 보고 말한다. 나는 심심해서 참고서에 낙서를 하며 대답했다. 성빈이도 기지개를 쭉 펴며 대답한다. 희세는 그런 우리 둘을 마주보고 ‘뭐하는 거야! 집중 안 해?!’ 하고 말한다. ‘네네─’ 대답하고 다시 책을 본다. 성빈이 역시 잔잔한 미소를 짓고 나를 빤히 쳐다보다 다시 참고서로 집중을 한다.


오전 내는 그렇게 공부를 계속했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가진 것 말고는 딱히 여유를 두지도 않고 강행군으로 달리는 희세.

희세의 공부방식은 그야말로 스파르타 뺨칠 정도이다. 반복, 반복, 또 반복. 여유도 없이, 계속해서 몰아친다. 그게 희세 본인한테는 어떻게 효과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리유한테는 정말 죽을 맛인 모양이다. 중간중간 생떼를 부리기도 하고, 짜증을 피우기도 하지만 희세에겐 어림도 없다. 리유의 모든 의견을 묵살하고 무작정 가르치기만 가르친다. 리유는 울며 겨자 먹기로 희세가 가르쳐주는 걸 배운다.


“수업을 아예 안 들었네, 이 수준은. 응?!”

“우우우…… 응.”

“얼른 풀어. 10분 줄게.”

“히이이이잉…….”


힐끔 보니 희세는 잔뜩 화난 표정으로 리유를 훈계한다. 말은 맞는 말이지, 수업 하나도 안 듣고 잠만 자는 리유니까. 할 말이 없는 리유이기에, 풀이 잔뜩 죽어 있다. 희세는 연습문제를 풀으라고 시키곤 또 리유를 가르칠 다음 단원 문제를 보고 있다. 참, 열심히네. 개인 과외 선생님이나 저 정도 수준으로 가르쳐 줄 텐데. 자기 공부하는 시간도 아껴가며 단지 친구라는 이유로 공부를 시켜주다니. 저렇게 떽떽거리긴 해도, 역시 희세는 착한 애다. 뭐, 워낙 자기 관리가 철저한 희세이니 자기 공부 정도는 조절할 수 있는 정도에서 하고 있는 거겠지.


“안 해!!”

“뭐?! 왜!”


기어이 리유는 파업을 선언했다. 그럴 만도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1만 하던 애에게 갑자기 16 어치만큼 시켜버리면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밑도 끝도 없는 모라토리엄 선언에 희세는 눈을 치뜨며 리유를 쳐다본다. 리유는 ‘흥!’ 하고 고개를 돌려 버린다. 아아, 참 잔잔하고 보기 좋은 광경이네.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중학교 때 ‘너 공부 안 해?!’ 하고 나를 노려보는 엄마와, ‘안 합니다!’ 하는 나의 모습과 꼭 닮았다. 그리고서 나는 엄마한테 잔뜩 쳐 맞았지만. 파리채로. 아니, 중2인 아들을 파리채로 때리는 엄마가 어딨어?! 15살이 애도 아니고!!


“공부 하기 싫어~!! 하나도 모르겠다구!! 짜증나!”

“몰라도 해야 되잖아, 또 200등 하면 어떡하려고.”

“200등 하면 뭐 어때서! 어차피 애들은 나 신경도 안 쓰는데!”

“…….”


리유의 말에 희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나도 잠시 표정을 찡그리고 리유와 희세를 쳐다봤다. 어이어이, 그런 말 해버리면 희세가 말을 이을 게 없잖아.


“난 공부하기 싫다고 저번부터 말했는데! 왜 해야 되는데!”

“그, 그야! 여자애는 공부 못 하면 안 된다니까! 저 변태새끼보다 못하면─”

“웅이보다 못해도 상관없어! 난 원래 못하니까! 난 희세 너한테 공부시켜달라고 한 적도 없단 말야!”

“…….”

“어차피 넌 공부 잘하니까, 나 같은 바보랑은 말도 안 통하고, 짜증만 더 나잖아! 잘 알아 듣지도 못하고, 바보 멍청이 같으니까! 더는 안 해!”

“…….”


어이어이, 그렇게까지 말해버리면 희세는 뭐가 되는데. 좀 심하다 싶은 마음에 희세와 리유를 번갈아 말했다. 리유는 잔뜩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져 있고, 희세는 뚱한 표정으로 심각한 얼굴이 돼 리유를 쳐다본다. 성빈이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애들을 본다. 리유는 뭐라고 더 말하려다 말없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의자가 뒤로 넘어가지만 그대로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야, 야! 정리유!”

“…….”


하지만 옆자리 희세 역시 말리거나 하는 일 전혀 없이 그냥 그대로 앉아 있다. 보다 못한 내가 소리치며 일어났지만 리유는 듣지도 않고 그대로 달려나갔다. 교실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뭐해, 안 쫓아가고! 리유 잡아야지!”

“넌 닥치고 있어!”


가만히 있는 희세에게 나는 소리치듯 말했다. 하지만 희세는 정말 화난 목소리로 낮고 위엄 있게 대답한다. 움찔 하는 나. 하지만 난 곧장 이어 말했다.


“그럼 리유 내버려 둘 거야? 저러고 갔는데?”

“너도 똑같잖아! 애초에 신경 안 썼잖아, 리유한테!”


희세는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한다. 그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는 다시금 언짢은 표정으로 희세를 내려다봤다.


“리유 얘기 꺼낸 건 넌데, 아무것도 안 했잖아! 난, 난 리유 생각해서 그런 건데…”

“…….”


희세는 조금 짜증스럽게, 나에게 화를 내곤 풀이 팍 죽는다. 뒤엣 말은 충격 받은 듯한 목소리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자기 딴에는 리유 위한다고 그런 건데 리유 본인은 그렇게나 싫어하면서 뛰쳐나갔으니. 강한 척 하는 희세지만 어쨌든 희세의 마음 한 구석도 여리고 약한 소녀 마음일 테니. 하지만 자존심은 있고, 그러기에 괜히 나에게 짜증을 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희세도 가련하게 보인다. 아니, 이건 그냥 내 망상이려나.


“가 볼게.”

“어, 어딜?”

“리유 잡으러.”


나는 짧게 말하고 교실을 나섰다. 희세는 불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런 희세와 성빈이를 뒤로 하고, 리유를 찾아 나섰다.


작가의말

뭔가 양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일겁니다. 눈의 착각이겠지요.

다들 명절 잘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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