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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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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1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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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
24쪽

15화 - 3

DUMMY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미래.”

“……?”


이른 아침. 나지막이 미래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진다. 굉장히 일찍 학교에 나왔기에 교실엔 나밖에 없다. 그냥, 오늘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일찍 오고 싶었어. 일찍 와서 하는 일도 없이 멍하니 있는데 문이 열리고 저런 얘기를 하며 나에게 다가오는 미래. 나는 얼떨떨해서 멍하니 미래를 올려다봤다.


“아이이~ 뭐라고 대답은 해 줘야 할 거 아니에요~ 사람 무안하게!”

“……저 인사에 뭐라고 답해줘야 적절한 건데. 이 이상 좋게 해줄 수 없어.”

“헤헤헤헤. 그런 거요!”


미래의 의외의 드립에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설마 여자애가 이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인터넷에서나 쓰는 말을 직접 현실에서, 그것도 여자애한테 들으니까 기분이 어색하다.


“…….”


음, 좀 어색한데. 확실히, 여자애랑 단 둘이 이렇게 조용한 교실에 있어본 게 얼마만인지. 아니, 리유나 성빈이나 희세 정도로 친하다면 둘이 있다 해도 어색하거나 이상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거다. 그만큼 친해졌으니까. 하지만 미래는, 어제 알게 된 사이지. 미래의 지나칠 만큼 발랄한 섹드립과 각종 무리수로 초면에 태클도 걸고 막말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소한 것 가지고 친해진 건 아니니까.


“크흠, 흠.”

“흐흥?”


이럴 때엔 나이를 열 일곱이나 먹은 게 한심스럽다. 대체 친구라는 건 처음에 어떻게 친해지게 된 거지. 희세도, 성빈이도, 리유도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고 거리를 뒀었던 것 같은데. 어느 날 갑자기, ‘자 오늘 부로 편하게 말 놓고 합시다. 서로 막말도 하고, 태클도 걸고, 디스도 하고 그럽시다! 자,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이러는 것도 아니고. 유치원 때에 이미 친구 사귀는 법은 다 배웠는데,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처음 시작은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막막할 따름이다. 헛기침을 하는 나를 미래는 웃는 낯으로 쳐다본다.

음. 부담가지지 마라, 정웅도. 이 정도에 긴장하고 심장 떨릴만한 인물이 아니야, 너는. 당당하게. 우선은 처음이니까, 간단히 서로에 대한 것을 알아가면 되겠지. 점차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친밀감을 느낀 두 사람은 이윽고 가벼운 스킨십으로 더욱 친근감을 느끼고, 계속된 대화로 생성된 유대감에 두 사람은 짜릿하고 강렬한 키스를…… 잠깐만, 뭔가 이상하게 전개되는데?!


“평소에 휴대폰 많이 보잖아.”

“네.”

“뭐 보는 거야?”


머릿속으로는 엉뚱한 망상을 했지만 현실에선 다행이 무난한 질문을 했다. 실제로 궁금하기도 하고. 늘 휴대폰만 보고 있는 미래니까. 그럭저럭 소설이나 웹툰이 아닐까 짐작해보기도 하지만 다른 것일 수도 있으니까. 어찌됐든 그걸 이야깃거리 삼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테니까.


“인터넷질이요.”

“인터넷질……인가.”


─질이라 함은, 접미사로써 동작이나 행동 등을 나타내는 것인데. 예를 들면 바느질, 가위질 같이. 비꼼의 의미나 부정의 의미가 들어갈 수도 있다. 선생질, 훈장질 이런 말처럼. 내가 듣기에 ‘인터넷질’이라 한다면 분명 부정적 의미가 가득한 의미 같다. 애초에 우리나라 인터넷이 그리 밝고 긍정적인 면보다 안 좋은 게 더 많은 장소잖아.


“디시질이라던가, 루리웹 같은 유머 사이트 순회한다던가. 유머글이나 영상 보는 거 좋아하거든요.”

“……디시라면, 그 디시 말하는 거지?”


미래의 보충설명에 나는 조금의 이질감을 느꼈다. 그러니까, 분명 디시라고 말했겠다.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을 하면서, 디시를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간에 퍼져 있는 이미지라면 ‘인터넷의 똥통’, ‘인터넷의 쓰레기통’ 같은 이미지려나.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오만가지 게시판들이 주루룩 나열되어 마찬가지로 오만가지 잡글과 뻘글들이 난무하고 있는, 인터넷 속 난장판. 인터넷 속 할렘가라고 하면 어울릴까. 한때 그 사이트의 일부 사람들이 속되게 말하는 ‘신상털이’로 세간에 말이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됐었지.

이렇게 나름대로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어느 정도 그 사이트에 접속을 해 봤기 때문이다. 아아, 나라고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라고. 처음엔 순수하게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간단한 유머글만 보고 낄낄대며 웃었는데, 중학교 때 그걸 친구에게 보여주니 ‘아오 X밥 같은 새끼. 이걸 지금 보고 처 웃고 있냐? X신.’ 하고 나를 도발하는 게 아닌가. 해서 녀석의 이끌림에 디시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다.

뭐, 그렇다고 거기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소통하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재미있어 보이는 글 구경만 하는, 소위 말하는 ‘눈팅족’ 정도일까. 그건 내 마지막 양심이려나, 제한선이려나. 회원가입까지 해서 글 올리고 댓글까지 남기면 영락없이 ‘디시질’ 하는 ‘디시인’이 될 것 같으니까. 하지만 이 여자애, 당당하게 말한다. 거기다 그 ‘디시’ 라고?


“그…… 여자애들은 잘 안 하지 않나, 그런 거?”

“에,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혹시 오빠 모르세요?”

“아아, 아니. 알긴 알아. 아는데.”


아니까 물어보는 거지. 사이트 특성 상 여자들이 극도로 적다구. 특히 미래가 말하는 개드립이 난무하고 유머 영상이 올라오는 그런 게시판이라면. 디시에도 게시판이 여러개 있기에, 남자 아이돌 가수 게시판이나 남자 스포츠스타 게시판 같은 곳엔 여성의 비율이 훨씬 높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것의 특성상, 폐인 문화를 창출해내는 것은 대부분 남자들이기에 전반적인 디시의 인구 비율은 남초이다. 이건 여자들을 차별하고 비판하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남자들이 병신이라는 말이다. 따, 딱히 나는 아니다. 회원가입도 안 했고, 구경만 하는 거니까. 미래는 내 대답에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본다.


“우와, 아세요?! 저 주위에서 디시 하는 사람 처음 봐요!”

“아니, 그…… 디시질을 한다기 보단, 그냥 눈팅만 하는 거지.”

“당연하죠! 디시는 원래 닥눈삼이 진리인데!”


나의 궁색한 변명에 미래는 전혀 개의치 않고 눈을 빛내며 도리어 굉장한 기세로 내 쪽으로 몸을 밀착하며 말한다. 약간 흥분한 기운까지 감도는 눈이다. 거기다 대화 내용은 왜 이렇게 됐는지, 어째 현실에서의 대화가 아니라 인터넷 채팅 창이나 댓글란으로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닥눈삼’은 디시의 암묵적인 룰 같은 것으로, ‘뉴비는 닥치고 눈팅 삼 년’을 줄인 말이다. 그걸 알아듣는 나도 왠지 서글퍼지는데. 거기다 자동으로 디시인 취급을 받다니. 그게 더 서글퍼.


“그럼 어떤 거 아세요? 아시는 거 있을 거 아니에요! 고자 아저씨라던지, 게이라던지!”

“아아…… 그 전에 너무 가까운데. 지금.”

“에엣. 아, 죄송해요.”


물어보는 것들이 참, 수수한 여고생의 입에서 나왔으리라곤 믿기 힘든 것들이다. ‘고자’ 에 ‘게이’ 라니. 말만 들으면 성 소수자 집단 얘기하는 줄 알겠다야. 거기다 잔뜩 흥분한 미래는 별처럼 눈이 과도하게 빛나며 거의 나에게 밀착하다시피 몸을 가까이 붙이며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거의 미래가 내 몸 위에 말을 타듯 올라온 형상이 됐다. 음, 이런 걸 전문 용어로 ‘역관광’이라고 하나? 아니, 그 놈의 전문용어 타령 좀 그만 해! 얼핏 멀리서 보면 정말 오해할 것 같기도 하다. 내 대답에 미래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자세를 바로한다.


“살짝 두근거리셨나요?”

“아니, 아니야.”

“후후후……. 음, 그렇다면.”


솔직히 말하면 살짝 두근거리긴 했는데. 미래가 아주 매력 없는 여자애도 아니고, 수수한 듯 살짝 예쁘고 귀여운 여자애인데 그런 또래 여자애가 몸을 잔뜩 밀착해오는데 두근거리지 않는 남자애가 있겠는가. 그럼 정말 고자겠지. 미래는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고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 되더니 이내 밝게 웃으며 말한다.


“테스트 해 볼게요, 테스트.”

“응?”


미래는 방긋 웃으며 말한다. 테스트라니, 뭘 테스트 한다는 거야. 미래는 내 옆에 반듯이 서서 정색하고 진지한 표정이 됐다. 그러더니 나에게 큰 소리로 한 마디 한다.


“여러분 이거 다~”

“……?”

“이거 다~~??”

“……거짓말 인 거 아시죠?”

“아하하하하! 역시!”

“……에휴.”


미래는 밝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하곤 잔뜩 무엇인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쳐다보니 더욱 기대하는 표정이 돼서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말한다. 마치 시킨 일을 하고서 상 받기를 기대하는 강아지 같은 표정이라 차마 호응해주지 않을 수가 없다. 약간 리유 비슷한 느낌이기도 한데. 결국 못 이기는 척 대답하자 미래는 까르르 웃으며 좋아한다. 갑자기 예고도 없이 내 앞자리 의자에 올라서는 미래. 그러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11미터에서 뛰어내리는 모형탑 훈련. 제가 직접 한 번 해보겠습니다. 야~~~ 앓앍앑앐앎앏앓, 햏!”

“하하하…….”

“웃기죠! 히히히.”


미래는 리얼한 표정과 목소리로 의자에서 떨어지며 말한다. 나는 뭔가 굉장한 위화감을 느껴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여자애…… 확실히 보통 인물은 아니구나. 어제의 그 엄청난 섹드립과 억지 전개는 이것 때문이었나. TV에 ‘또라이 여고생’ 이런 걸로 나가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결코 평소에 가만히 앉아서 휴대폰이나 보고 있고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못할 그런 애는 아니어 보이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데 미래는 내 앞 자리에 앉더니 다시금 빤히 나를 쳐다본다.


“오빠, 학교를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요. 남고는 두 블록 아래에 있어요.”

“……그것까지 알아?”

“하세요, 해요! 히히히.”

“……Fuck♂ You↘”

“아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핫!”


미래의 말의 참뜻을 알아 들은 나는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러니까 미래가 알고 있는 이 영상…… 내가 알기론 틀림없이 게이 포르노 비디오인데! 고등학생이, 그것도 여자 고등학생이 그걸 알고 있는 건가! 심각하다, 심각해. 얼마나 심각한가, 인터넷의 유해성이! 얼른 우리나라는 5대 중독법을 추가해서 인터넷 항목까지 추가시켜야 할 것이다. ……게이 포르노 비디오의 내용을 남자 고등학생이 알고 있는 것도 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 기분 탓이겠지.

미래는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서 내 대답을 유도한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미래가 원하는 대답을 해줬다. 미래는 좋다고 책상을 탁탁 치며 어느 때보다도 즐겁게 웃는다. 이렇게나 즐거워하다니. 뭐, 이해는 간다. 이런 쪽 장르의 이야기는, 남자애들이나 잘 알까 같은 여자애들끼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남고에서도, 이 정도 드립을 알아들을 만한 애는 몇 안 됐다. 단편적으로는 알고 있겠지만, 저 정도로 영어 대사를 한국말로 치환해서 드립을 칠 정도는 드물다. 확실히, 독특한 여자애이긴 하다. 근미래.


“그, 이 정도로 활달하면…… 왜 친구 안 사귀는 거야?”

“어머, 그거 실례되는 말 아니에요? 약하디 약한 소녀 감수성에 그렇게 상처를 주시다니. 소녀 너무나 마음이 아프옵니다…….”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도리어 장난치는 게 다 티나.”

“어머, 그래요? 에헤헤, 그냥 상처 받은 표정만 지을걸.”


내 질문에 미래는 언짢은 표정이 되더니 내 앞 자리에 앉는다. 그러더니 가녀린 표정이 돼서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한다. 꼭 성우 같이 목소리가 예쁜 미래이기에, 정말 성우가 연기하듯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됐다. 하지만 난 이미 이 여자애의 정체를 어느 정도 파악했기에, 그것의 거짓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하자 미래는 혀를 쭉 내밀며 ‘데헷’ 하고 말한다. 아아, 좀 피곤한데.


“그냥, 딱히 사귈 필요성을 못 느껴서요.”

“응? 그래? 혼자 있으면 좀 그렇지 않아? 밥도 혼자 먹고, 수업 옮기러 갈 때도 그렇고. 쉬는 시간에도 혼자 지내고.”

“전혀요? 밥이야 늘 혼자 먹고, 쉬는 시간에는 디시질 하느라 바쁜데 다른 애들이랑 얘기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수업이야 원래 수업 듣는 건 애들하고 떠들면 안 되는 건데요.”

“음…… 그래.”


미래의 당연하다는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사람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를 수 있으니까. 나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늘 사람들과 부대끼고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모이는 그런 타입이었으니까. 막상 고등학교 와서 내 주위에 전혀 아무도 없고 혼자 남겨지니까 모종의 두려움마저 느낄 정도로 패닉이 됐는데. 아아, 아직도 학기 초에 왕따 당했던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 친구 없이는 나는 못 살거다, 아마. 쓸쓸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잖아. 특히 혼자 밥 먹을 때! 뭔가 자존심이 다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어디 숨고만 싶고! 하지만 미래는 전혀 그러지 않는 모양이다. 도리어 당당한 그 태도에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중학교 때엔 저도 평범하게 지냈어요. 하지만…… 점점 ‘일반인 코스프레’ 같이 되더라구요. 진짜 친한 친구들인데도 제가 좋아하는 것도 못 말하고, 드립을 치고 싶은 욕구는 하늘을 찌르는데 가끔 세어 나와서 말해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고. 도리어 ‘뭐야 그거 기분 나빠─’ 이런 식으로나 반응하고. 오빠도 빌리오빠랑 반닼 오빠 기분 나빠요?”

“아…… 보는 거에 따라 기분 나쁠지도?”

“왜에요! 얼마나 멋져요! 게다가 반 다크홈 선생님은 얼마나 대인배인데요! 포르노 비디오 팔아서 봉사도 하고! 그리고~”

“…….”


미래는 과거사 고백이라도 하듯 잔잔한 표정이 돼서 중학교 시절 얘기를 하다 갑자기 딴 얘기로 센다. 나는 묵묵히 감정을 이입해서 듣다 살짝 당황하게 됐다. 기-승-전-게이라니. 아니, 유머글로만 본다면 난 재미있고 좋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 엄연히 ‘게이 포르노’ 배우들이라고. 남자인 내가 흥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거야. 하지만 미래는 계속해서 그 배우들의 대범함과 위엄, 업적 등을 설명하며 좋아라 한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좀…… 여고생이 게이 포르노 배우를 좋아하는 건 확실히 이상하지 않아?


“어쨌든! 그래요. 친구, 별로 없어도 상관없어요. 아, 오빠는 아니에요. 정말정말 좋은걸요?”

“……그래?”

“네! 히히힛.”

“…….”


미래는 당당하게 말한다. 그 상큼한 말에 나는 살짝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좋은 걸요’ 라니.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말을. 아니, 아니야! 이런 걸 남자들의 흔한 착각이라고 하잖아?


‘으흥? 여자애가 나랑 밥을 먹자고 하네? 밥은 동양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이 밥을 먹는 행위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행위. 가족끼리 같이 밥을 먹는 것. 그러니까 나와 사귀자는 말?! 결혼을 약속한다는 그런 뜻?! 으헝헝 사줘야지!’


이런 거!! 누가 봐도 병신 같은 착각이잖아! 그런 짓을 거는 여자나! 그걸 속아 넘어가는 남자나! 한심하다 한심해, 난 절대 그런 착각을 하지 않아. 저건 어디까지나 ‘드립을 받아줄 줄 아는 내가’ 좋다는 얘기잖아. 하긴, 어제 알게 된 사이인데 좋아하고 자시고가 어디 있어. 한 눈에 반할 만큼 내가 잘 생겼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중박은 친다고 믿고 있지만.


“아, 오빠! 잠깐 일어나 보세요.”

“응? 왜?”

“얼른요, 얼른! 일어나세요~~”

“아아이……”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데 미래는 무언가 생각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에게 말한다. 내가 짐짓 물어보니 내 손을 잡고 억지로 일으킨다. 참, 새삼스럽지만 존댓말 진짜처럼 쓰는구나. 누가 보면 진짜 오빠인 줄 알겠어. 진짜 남자 선배 ─ 여자 후배 이런 관계로 보이겠어. 미래에 의해 억지로 일어났다.


“응? 뭐.”

‘찰싹!’

“Ang?”

“으핫!”

“꺄하하하! 이상한 소리 냈어요, 오빠!”


미래는 자리에서 일어나 멍하니 있는 나를 보고 살짝 웃더니 내 뒤로 와 냅다 내 엉덩이를 친다. 으악, 이게 뭐야! 손바닥으로, 그것도 찰싹 찰진 소리가 나게 때렸다. 따끔한 느낌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 놀라서. 상상이나 했겠는가. 나보고 오빠라고 부르는 특이한 동갑내기 여자애가, 갑자기 내 뒤로 와서 엉덩이를 때릴 거라고. 미래는 잔뜩 좋아하며 박수까지 치며 웃는다. 으으……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몰려와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아침이고 교실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지, 다른 여자애들까지 있었으면 진짜 창피했겠다. 이거 반대 성별이었으면 명백하게 성희롱이잖아?! 쇠고랑 찰 만한 일이라고!

왜 했는지 이유는 대강 알고 있다. 미래가 방금 전 그렇게나 찬양하던 게이 포르노 영상에서 자주 나오는 행위가 바로 배우들끼리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굳이 게이 포르노에 대해 전혀 몰라도, 그 장면만 때어놓고 보면 굉장히 재미있고, 찰지기에(?) 많이 대중화된 클리셰다. 근데 그렇다고 그걸 현실에서, 그것도 반대 성별인 남자애에게 시전하다니. 뭐, 저런 게이 드립을 받아 줄만한 여자 친구가 있을 리가 없겠지만. 그러니까 친구를 굳이 안 사귄다는 미래였지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나도 남자애고, 어제 처음 말 걸었는데 이 정도 스킨십이라니……


“헤헤헤헤. 어라? 기분 나쁘세요?”

“그럼 안 나쁘겠어. 창피하잖아.”

“에에. 그럼 오빠도 저한테 하실래요?”

“그거 명백하게 성희롱이 되거든!”

“왜요, 제가 한 건 아니구요? 본인이 괜찮다는데 상관 없지 않아요?”

“……아우, 너는! 좀 개념이 이상하잖아!”

“아뇨, 전 정상인데.”


미래는 나를 보더니 시큰둥한 내 반응에 내 쪽으로 냉큼 엉덩이를 내밀며 말한다. 나는 더욱 얼굴이 왈칵 붉어져 민감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미래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린다. 아아, 무섭구나. 상식을 잘못 알고 있는 여자애는 정말 무서워. 미쳤어, 내가 여자애 엉덩이 때리게. 무슨 변태 플레이인데 그건. 학교에서_교복녀_엉덩이_때리기_나이걸로4번함.avi도 아니고. 딱히 그런 제목의 야동을 본 적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얼른 쳐 주세요! 저도 당해볼래요.”

“이상해, 너! 애초에 그네들은 남자들이고, 게이니까! 난 남자고, 넌 여자애잖아!”

“상관없잖아요! 아, 찰지게 때리고 ‘Son of bitch, Come on, Let's go!’ 라고 해주세요!”

“미친X아, 그거 무슨 뜻인지나 알고 하는 말이야?!”

“아아, 얼른요~~!”


기어이 미래의 이상한 요구에 나는 ‘미친X’이라는 욕까지 해 버렸다. 하지만 미래는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내 쪽으로 엉덩이를 내밀며 엉덩이를 찰지게 한 대 때릴 것을 요구한다. 이제 뭐가 진실이고 뭐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여자애가……! 이거, 이상한 거 맞지? 게다가 요구하는 저 대사도, 여자애한테 하면 정말 엄청 심한 말인데…… 그걸 본인이 요구한다고? 설마 엄청난 M? 너는 M이야? 난 S인데. 아, 신발 사이즈 말한 거다.

어쨌든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이 돼서, 나는 결사코 때릴 수 없다고 반대하고, 미래는 오기가 생겼는지 계속 내 쪽으로 도발적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때려 달라고 말한다. 이거 정말 이상해! 누가 보면 정말 끔찍한 광경이겠다. 오해가 생기는 건 싫으니까, 차라리 한 대 깔끔하게 치고 말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진짜 뭐라 하기 없기다?”

“네네, 상관 없어요! 얼른 때려주세요! 핡핡!”

“……인간적으로 여자애가 ‘핡핡’이 뭐냐, 핡핡이. 그것만큼은 좀 자제해주지.”

“아하하. 너무 심했나.”


내 핀잔에 미래는 그제야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힌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손을 들었다.


─하지만 난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비정상인 미래와 얘기하다보니 내 상식이 조금씩 이상한 쪽으로 틀어져 있었다는 것을. 가치 판단의 기준이 점점 정상보다는 인터넷 문화 쪽으로 흘렀고, 두 사람만 있는 교실이다 보니 별달리 이상하지 않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라, 고등학교 교실에 남자애 여자애 둘이 있는데 여자애는 엉덩이를 내밀고 있고 남자애가 엉덩이를 때리다니! 얼마나 이상한가! 하지만 이 때의 나는 전혀 그런 것을 몰랐기에, 가차 없이 손을 들어 매섭게 휘둘렀다.


‘찰싹!’

“Son of bitch, Come on! Let's go!”

“Fuck You! 아하하하!”

“……재미있냐.”

“네!”


나의 손바닥은 정확하게 미래의 둔부를 타격했다. 여자애라 그런가 소리가 굉장히 찰지게 난다. 메아리가 울릴 정도로 강렬하고 경쾌한 타격음이 교실에 울린다. 미래는 맞은 엉덩이를 돌리며 몸을 내 쪽으로 하고 앙칼진 목소리로 굉장히 괴상한 표정을 하고 대답한다. 아아, 이 잘못된 가치관. 누가 보기 두렵다. 미래는 좋다고 깔깔깔 웃고, 나는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그런 미래를 쳐다본다.


“……뭐, 뭐야 두 사람?! 미쳤어?!”

“어.”

“아.”


날카롭고 높은 톤의 목소리. 나와 미래는 둘 다 ‘아’ 하고 말하고 소리가 난 쪽을 쳐다봤다. 희세. 얼마나 놀랐는지 가방까지 흘러내려 땅바닥에 떨어뜨리곤 경악하는 표정으로 이 쪽을 쳐다본다. 잠시 상황판단이 안 돼 나는 멍하니 희세를 보다 곧 사태를 파악하고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으악!


“아, 희세야 이거는 깊은 사정이……!”

“무, 무, 무슨 사정! 저, 저리가 변태야! 우와, 진짜, 진짜 학교에서 저런 짓을……! 잘도 그런 짓을……! 뭐, 뭐라고?! ‘Son of bitch’?!”

“아니, 그건! 내가 하려는 게 아니라!”

“가까이 오지 말라고! 내 쪽 쳐다도 보지 마, 변태 변태 왕변태 새끼야! 아주 학교에서 SM플레이 비디오까지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지 그래! 둘이 잘 해먹어라! 하아, 하아.”

“야야, 야! 그게~~! 내가 한 게 아니라!!”


나는 이제 변명하는 것에 대해 이골이 났다. 변명할 때 나오는 특유의 비굴한 목소리와 갈 곳 잃은 두 팔의 산만한 손동작, 억울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희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마찬가지로 희세의 반응도 한결같다. 그 어떤 때보다도 나를 경멸하는 눈초리로, 정말 벌레 이하의 물건을 보는 느낌으로 쳐다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정말 오해할만한 장면만 봤잖아. 왜 하필이면 딱 그 부분만 보는데. 뭐, 앞부분 사정까지 다 본다 하더라도 남고생이 여고생 엉덩이를 치며 그런 대사를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긴 힘들지만,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어서 말한 게 아니잖아! 분명히 미래가 부탁한 거라고! 난 탐탁지 않았어! 아오, 진짜! 못 해먹겠네!

희세는 잔뜩 나를 몰아세우며 말하곤 숨을 헐떡인다. 숨도 안 쉬고 말한 게 힘들어서 그런지, 변태 변태 왕변태인 나와 마주하고 있는 게 두려워서 그런 건지. 그러더니 가방을 고쳐매고 그대로 교실을 나가 버린다. 나는 희세를 쫓아 나가려다 앞문 쪽에서 멈칫 했다. 따라간다 해도 뭐 달라지는 게 있을까. 한숨을 푹 쉬며 뒤돌아 미래를 보니 혀를 쭉 내밀고 ‘저질러 버렸네요…… 데헷☆ 그래도 재밌었으니까.’ 하고 말한다. 아아, 너야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내젓고 희세를 쫓아 복도로 나갔다.


작가의말

연참대전인가... 무슨 1.1만자를 썼지;; 무리수와 개드립이 점철돼서 그런 것 같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4

  • 작성자
    Lv.99 바람의향수
    작성일
    14.02.14 19:14
    No. 1

    여고에 게이물인가요......뭔가 소름이 ㄷㄷ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4 19:27
    No. 2

    현실성이 없다고 하지만... 애초에 이건 소실이니까, 아마 될겁니다. 세상 200만 학생들 중에 그런 애 한 명 없으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2.14 19:17
    No. 3

    어어...음...대략 정신이 멍해집니다. 어, 엄청난 하이텐션과 폐드립! 저건 남자도 못할짓...분명저도 남고 나왔는데 ang에서 끝났어요ㄷㄷ 작가님은 어떤 인생을 살으셨길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4 19:27
    No. 4

    아뇨, 뭐 인생 까진 아니고... 디시 조금 하시면 됩니다. 조금 한 5년 정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히이잇
    작성일
    14.02.14 19:24
    No. 5

    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 완전 빵터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4 19:28
    No. 6

    엌ㅋㅋㅋ 그랬다면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dsafsdas..
    작성일
    14.02.14 19:28
    No. 7

    밥 같이 먹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있죠. 주인공이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네요
    문자적으로봐도
    밥을 먹다->식사를 하다->ㅅㅅ를 하다
    네 상상은 자유입니다 ㅎㅎ

    그리고! 말을 안들으면 맞아야죠
    엉덩이를! 손으로 말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4 19:28
    No. 8

    아, 식사죠? 식사 맞죠? 확실한거죠? 음란마귀가 끼었나... ㅅㅅ라고 하니까 왜 이리 음탕해보이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4.02.14 20:55
    No. 9

    음 저기까진 아니더라도 디시질 하는 여자애를 하나 아는데 그냥 막멘트 날리긴하더라구요..궁댕이 찰싹 까진 아니더라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4 21:03
    No. 10

    우왕, 현실에 그런 게(?) 있나요? 어디까지나 제 망상에 기반한 캐릭터였는데, 역시 현실은 못 따라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4 21:28
    No. 11

    응? 학교에서 야동 보고 남자애한테 재미있다고 하는 여자애가 뭐 어때서요? 제 친구는 "야, 야동도 정줄 놓고 보면 재밌어. 같이 보자. ANG?" 이러는데. 아, 물론 여자애 말입니다. 여자애들 BL 좋아하잖아요. 학교에서도 남자와 남자가 손잡고 있는 그림 좋다고 낄낄거리던데. 저한테도 보여주고.
    그런데 이 소설 점점 진화해 가네요. 하핳.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4 21:37
    No. 12

    프랑스 요리중에 그런 요리 있다고 하잖아요? 따뜻한 물에 개구리를 놓고, 천천히 온도를 올려요. 그럼 개구리는 그게 펄펄 끓는 물이 되는 줄도 모르고 요리가 되는 거죠.

    처음엔 드립을 자제했지만, 점점 은은하게 끈끈하게 저며들어오는 섹드립과 개드립의 향연에 점점 독자님들은 자제할 수 없게 되고, 그리고... 아마 선작을 해제하겠죠. 하하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4 22:31
    No. 13

    !? 선작 해제! ...할 리가 없잖아요.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1%의 인간과 99%의 변태로 이루어져 있다고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4 22:43
    No. 14

    아핫, 그렇게나 명료하게 결론을 내버리시다니! 저 역시 1%의 인간이 돼서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99%의 변태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서완
    작성일
    14.02.14 23:03
    No. 15

    아...뭔가 정신없다 ㅜㅜ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4 23:16
    No. 16

    아… 정신없다면 이번 편 말씀하시는 건가요? 좀 산만하게 쓰긴 했죠, 이번 편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케이루스
    작성일
    14.02.15 02:43
    No. 17

    OMG. 아 작가님 저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5 07:10
    No. 18

    ...라면이라니! 부끄부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Yaksa
    작성일
    14.02.15 03:52
    No. 19

    근데 학교 배정 못받아서 멀리 가면 다시 전학 수속 밟고 동네에 지가 원하는 학교가면 됨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5 07:10
    No. 20

    아 그런가요 ㅋㅋㅋ 뭐, 어디까지나 '그럴 듯한 명분' 이니까. 괜찮다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rosemary..
    작성일
    14.02.15 15:35
    No. 21

    ...희세찡 다메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5 15:42
    No. 22

    꼭 오해할 만한 장면을 캐치하는 희세. 내가 변태취급 받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희세가 나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4 07:42
    No. 23

    이 이냔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4.09.14 14:34
    No. 24

    내용이 산으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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