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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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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2.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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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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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22쪽

16화 - 4

DUMMY

‘쏴아─’

“…….”


나는 침대에 앉아 있다. 아주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고 있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이지. 가치 판단의 혼란이 온다. 내가 내가 아니게 돼 버릴 것 같다. 열 일곱 평생, 짧은 생이지만 범죄 같은 건 한 번도 짓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다. 착한 인생이었다면 착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애들이 중학교 때부터 손대기 시작한 술이라던지 담배라던지, 타락한 생활 같은 건 하나 하지 않고 순수하게 축구와 농구 따위의 운동과 친구들과의 우정만으로 이 인생을 지탱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짓은,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강력한 범죄인 것 같아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게 과연 맞는 짓일까.


여기저기 분홍빛의 벽지. 아담한 크기의 방. 방구석에 있는, 애매하게 작은 사이즈의 침대. 두 명이 자기엔 좀 작고, 한 명이 자기엔 좀 큰 사이즈. 방과 붙어 있는 화장실 겸 샤워실에선 누군가 씻고 있다. ……누군가는 개뿔. 미래다. 그렇다. 여긴 모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네?! 없다구요?”

“예, 없어요.”

“…….”


저녁까지 적당히 먹은 나와 미래. 어느 정도 성공적인 하루였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오전의 드라마 촬영장 관광도, 오후의 자전거 여행과 이어진 만 관광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먹었던 포장마차에서의 튀김도. ……방금 전까지는.

저녁 8시, 결코 늦은 시간이 아니다. 당연하게 기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시골이라도 막차는 9시 정도까지는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기차역에 도착해 표를 끊으려는데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 표가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어째서?! 그렇게까지 깡촌이였어, 우리 동네?! 아니, 실상을 본다면 중간에 환승하고 가는 복잡한 체계 때문에 그런 것 같지만 어쨌든! 이렇게 빨리 끊기는 게 어디 있는데! 이러고도 국민의 철도라 부를 수 있겠는가, 코레일!! 괜히 우리나라 철덕들이 일본을 부러워하는 게 아니었어!!


“아니, 아니…… 벌써 막차가 끊겼어요?”

“예, 막차가 19시 54분 기차였네요. 이 뒤로는 기차 없어요.”

“……뭐 다른 수는 없나요?”

“네, 없어요.”


40대 정도로 보이는 역무원 아주머니는 심드렁하게 대답하신다. 아아, 이게 무슨 일일까. 무슨 클리셰 같은 것일까. 꼭 외지로 놀러오면 그 날 집으로 못 돌아 가는 건. 아니, 섬에 온 것도 아니고! 섬이면 배가 끊긴다거나 하는 사정이 있으니 이해라도 할 텐데. 기차가 끊기다니! 말이 돼!? 이러고도 1일 생활권 대한민국이라고 할 수 있어?! 선진강국 족구하라 그래!

힐끔 미래를 쳐다본다. 미래 역시 역무원 아주머니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를 힐끔 쳐다봐 눈이 마주친다.


“어쩔래.”

“에…… 여기서 자야겠네요, 아무래도.”

“!”


미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한다. 그 대답에 나는 흠칫 놀란다. 내가…… 미래랑…… 같이 잔다고? 이 도시, 여기에서?



처음 놀러 왔을 때, 이 도시는 우릴 반갑게 맞이해줬다. 두 손 벌려, 환영한다고. 갖가지 재미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맛난 것도 먹었다. 그리곤 이 녀석, 나의 소우주를 보고 어엿비 여겼는지 이런 기회까지 만들어 준다. 녀석, 남도의 보석이구나. 이렇게 배려심 깊은 도시였다니. 일부러 궁벽한 곳에 위치해서 기차가 빨리 끊기게 만들어 내 미래까지 배려해주고. 아니, 무슨 미래?! 미래랑 뭐 하게!


“에에. 꼴려요?”

“고놈의 꼴린다 타령 좀 그만 해!”

“에헤헤. 그만 해요?”

“그만 해, 제발! 이런 상황에선 특히!”


미래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나를 보며 말한다. 나는 부끄러워서 소리치듯 신경질을 내며 말했다. 저런 섹드립을 친다는 건, 이미 미래도 내가 생각한 야릇한 생각을 파악했다는 거겠지. 아니, 그렇잖아. 선남선녀가 외지에 놀러왔는데 교통수단이 끊겨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다니. 그럼 자동적으로…… 모! 텔! 아니면 여! 관! 이라던가.

아니, 무슨 고등학생이 생각이 이렇게 음란해?! 네가 대학생이야! 얼마든지 찜질방 같은 데에서 건전하게 잘 수 있잖아! 어째서 그렇게 두 사람이 연인처럼 푹 쉴 수 있는 곳만 생각하는 건데! 애초에 거긴 성인인증이 안 되면 들어갈 수조차 없잖아! 아휴…… 그래, 나 남자다. 건강한 남자다. 그거랑 이건 별개지. 범법을 저지를 순 없잖아.


“아, 네 친구! 너 친구 소개로 여기 놀러온 거라매! 걔네 집에서 혹시 신세질 수 없나 전화 해봐!”

“오! 대박. 오빠 머리 장난 아니네요! 잠깐만요.”

“응.”


문득 번개처럼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미래 친구! 미래 친구네에서 이런저런 사정을 말하면 설마 안 재워주고 매정하게 내쫓겠어? 미래는 미래 친구랑 같이 자면 되고, 나는 아무 쪽방이나, 하다못해 쇼파 같은데서라도 재워만 준다면 만사 OK이니까. 내가 생각해도 좀 천재적인 것 같다. 미래 역시 내 생각이 적절한 지 박수를 짝 치며 말한다. 곧장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나는 기대에 찬 눈으로 미래를 쳐다본다.




“좀 너도 찾아 봐라. 그렇게 하면 내가 뭐가 되냐.”

“……다리 아프단 말에요. 피곤해 죽겠는데. 히잉…….”


나와 미래는 낯선 밤거리를 걷고 있다. 미래는 다리가 아프다고 징징대고 있고, 나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그런 미래를 쳐다보며 한 마디 했고. 미래 친구는 어째서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미래가 연거푸 몇 통이나 계속 전화를 하고, 메시지도 남기고, 카톡도 보내고, 별 짓을 다 해봤지만 아무 대답도 응답도 없다. 미래는 친구를 저주하는 말을 남기며 울상이 됐다. 나는 차선책으로, ‘그럼 찜질방이라도 찾아보자!’ 하고 길을 나섰다. 하지만 낯선 밤길을 헤맨 지 벌써 1시간, 길도 모르겠는데 찜질방은 더럽게 나오질 않는다.

어째 죄다 보이는 건 유흥 시설들밖에 보이질 않는다. 노래방이라던가, 모텔이라던가. ……아니 모텔은 진짜 아니지! 애초에 범법이라니까! 미래는 힘겹게 걸음을 옮긴다. 아까 쥐가 난 다리가 아픈지 거의 절뚝거리듯이 걷는다. 정말 힘들긴 힘든지 얼굴까지 약간 빨간 것 같다. ‘어디 아파.’ 하고 물으니 ‘……몰라요, 피곤해요…….’ 하고 지친 목소리로 말한다. 얼른 찜질방에 가서 재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얏!”

“야, 괜찮아?”

“후으으응…….”


미래는 흐느적거리며 걷다가 픽 기운 없이 쓰러진다. 가뜩이나 다리 아픈 여자애가 또 넘어져 버렸다. 괜찮냐고 일으켜 세우니 리유가 생떼 부리듯 우는 소리로 징징댄다. 솔직히 나도 피곤하고 힘들어서, 귀여운지 어쩐지 모르겠다. 슬슬 나도 짜증이 나려 한다. 그치만 여기서 똑같이 징징대고 화내고 할 순 없지. 남자앤데.


“더 못 걷겠어요…….”

“하아…… 어쩐다.”


설상가상으로 미래는 넘어지면서 다리를 삐었다. 가만 보니 다리가 퉁퉁 부어 있다. 가뜩이나 미래의 느린 걸음걸이 덕분에 찜질방을 찾는 길이 더욱 더뎠는데, 이젠 아예 못 움직이게 되다니. 나는 하는 수 없이 한숨을 푹 쉬고 미래 앞에서 등을 보이고 쪼그리고 앉았다.


“자, 업혀.”

“……네?!”

“못 걷겠다며. 일단 너 쉬는 게 우선이니까, 찜질방 찾는 건 포기하고 쉬러 들어갈게.”

“……네.”


미래는 의외로 깜짝 놀라는 목소리다. 등 뒤에서 들려와 표정이 어떤지는 보지 못했지만. 섹드립에 능하고 스킨십 같은 것에 매우 관대한 미래인지라 별 말 안하고 바로 업힐 줄 알았는데, 이런 건 또 의외네. 내 말에 잠시 대답이 없던 미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업힌다. 우읏…… 무겁다.

여자애를 업으면, 여러모로 위태한 상황이 된다. 등 쪽으론 밀착된 가슴이 느껴지고, 그걸 따라 배, 허리, 허벅지가 연달아 몸에 밀착돼 느껴지고, 받치는 손으로는 또 엉덩이가 느껴진다. 자세를 바로 하려고 제자리에서 펄쩍 뛰면 한층 그 감각이 전신으로 퍼진다.

……는 평상시 편할 때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나도 육신이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피로한 상태인지라, 그런 지 어쩐 지 모르고 걷는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고통의 길이다. 다행이 이 근처가 유흥가라 모텔은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모텔 입구에서 미래를 내려줬다. 모텔 안까지 업고 들어가면 좀 그렇잖아.


“방 하나만 주세요.”

“……쉬다 갈라고, 자고 갈라고?”

“……묶는 걸로요.”

“……4만원.”

“……크헉.”


나는 최대한 낮고 굵은 중저음으로 말했다. 학생인 걸 들키면 영락없이 들어갈 수 없을 테니까. 다행이 나는 나름대로 노안인지라(?) 적당한 대학생 초반 정도로 보이는 것 같고, 미래 역시 사복에 발랄하게 꾸며 새내기 대학생 같은 느낌이다. 카운터의 늙은 아주머니는 미심쩍은 눈으로 나와 미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다행이야, 속아 넘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내 뒤로 이어지는 엄청난 액수에 나는 눈알이 튀어 나올 만큼 깜짝 놀랐다.

4, 4만원이라니……! 괜히 어른들이 어른들이 아니구나. 4만원이면 점심이 몇 끼니냐! 13끼니 정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걸 단 하룻밤 자는 것에 써 버리다니…… 아니, 그 사람들은 목적(?)이 있으니까 그런 돈을 투자할 만하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건데! 아니!! 아, 모르겠네. 결국 난 피눈물을 흘리며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어쩐지, 오늘따라 현금이 많더라니. 다리가 아픈 미래를 부축하며 계단을 올랐다.




그런 애매모호한 사정을 거쳐, 지금 모텔에 미래와 둘이 있게 됐다. 아아.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온다. 미래가 다리 아프다고 징징대지만 않았어도, 끈기 있게 찜질방을 찾았을 텐데. 돈이 깨진 건 둘째고, 심적으로 너무 괴롭다.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지만, 그렇다고 해도 꺼림칙한 마음이 위안을 받는 건 아니다. 미성년의 나이에 여자애와 함께 모텔을 와 버리다니. 얼마나 불건전한가.


‘덜컹.’

“후아. 응? 왜요?”

“너, 너……! 옷, 옷은!”

“에? 이게 예쁘지 않아요? 헤헤.”


나는 스스로 불건전한 마음을 다잡고 깊은 한숨을 쉬고 있는데, 샤워실 문이 열리고 미래가 나온다. 그리고 나는 입을 틀어막고 놀라게 됐다. 미래가 샤워가운만 입고 나온 게 아닌가. 으악! 저, 저런 건 AV에서 밖에 안 봤는데! 나랑 같은 반 친구가, 직접 저렇게 입고 오다니! 게다가 여긴 모텔! 아니아니, 진정!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말이 안 되잖아, 그런 짓!


“옷이 여기 있는데 어떻게 입어요. 오빠 씻으러 들어가면 그 때 입을게요.”

“아, 아! 그래서 그런 거구나! 난 또! 하하하!”

“……‘또’ 다음엔 뭘 생각했는데 그래요♡?”

“히익!”


나는 이런 야릇한 상황이 되면 로봇처럼 삐걱거리며 버벅대며 말을 하는 성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사감 선생님이 야한 농담 할 때라던가. 태클 걸만한 수위가 넘어가서, 수위가 거의 19세를 찍게 생기면. 내 안의 수줍은 소년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렇다. 미래는 이 때를 기회라고 여겼는지 슬쩍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느끼하고 끈적한 말투로 말한 미래는 슬쩍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깜짝 놀라 얼른 고개를 돌리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보, 보일 뻔 했어…….


“후후…… 오빠도 씻고 오세요♡”

“아, 안 말해도! 알아서 씨쳐! 조, 좀 치워봐!”

“후훗…… 기대하고 있을게요, 오·라·버·니♡”

“……!”


오, 오라버니라니……! 미래는 대담하게 내 뒤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귀 가까이까지 입을 대고 말한다. 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미래는 ‘후후’ 하고 웃으며 화장대 같은 거울 앞에 앉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다. 근미래, 무서운 아이…… 감히 쳐다도 못 보겠다. 창피해서. 나는 얼른 씻을 준비를 하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Ah! oh, Fuck!”

“Take it Boy♂”

“Thank you sir! Ah!!!”

“…….”


이게 뭐하는 짓일까, 나는. 여자애랑 같이 모텔에 와서, 근육 발랄한 게이들이 나오는 영상을 같이 감상하고 있다. 미래는 재미있다고 깔깔대며 웃는다. 나는 떫은 표정으로 그런 미래를 쳐다봤다. ‘안 재밌어요?’ 하고 물어보는 미래. 아니, 재미 없는 건 아닌데…… 이런 걸 여자애랑 같이 보려니까 입에 모래라도 들어온 것처럼 깔깔한 느낌이라서.

게이 비디오를 보고 있는 건 아니고, 그걸 재료로 만든 유머 영상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거다. 미래가 좋아하는. 모텔에 컴퓨터가 있는 건 또 처음 알았다. 게다가 인터넷도 잘 되고. 미래는 얼른 디시랑 유머 사이트 같이 구경하자고 하며 컴퓨터에 앉아 있다. ……이런 속 편한 년. 네가 한 말 때문에 내가 화장실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얼마나 속으로 앓고 있었는데. 아, 뭐 이상한 생각을 한 건 아니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와, 벌써 12시 넘었네요?”

“이제 슬슬 자야지.”

“네, 졸리기도 하고…… 아응~♡”


미래는 힐끔 시계를 보고 놀라 말한다. 내 말에 미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품을 한다. 나도 슬슬 눈이 무겁다. 오늘, 힘든 여정이긴 했지. 아무것도 안 하고 차만 타고 다니고 관광해도 힘든데, 도중에 10km나 자전거를 탔으니. 운동 확실히 했지. 거기에 여기저기 꽤 걷기도 했고. 미래는 다리까지 아프다고 하니까 더 피곤하겠다. 막상 모텔 들어와서 씻으니까 멀쩡하게 쌩쌩해진 건 납득이 안 가지만. 피곤하고 졸리긴 하다.


“그럼, 네가 침대에서 자고. 난 바닥에서 잘게.”

“에? 왜요?”

“……그럼 뭐, 같이 자게?”

“바닥 차갑잖아요. 딱딱하고.”

“……야, 그래도……”

“에잇!”

“우와아앗.”


미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그래야하는 표정으로 묻는다. 왜고 자시고, 말이 안 되잖아, 남녀가 같은 침대에서 자다니. 직설적으로 말하긴 그렇고, 돌려 그 사정을 말하려는데 냅다 미래가 나를 밀쳐버린다. 약한 소녀의 힘이지만 방심하고 있던 나인지라 그 작은 힘에도 밀려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이윽고 불이 꺼진다. 방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야, 야!”

“왜요~”

“지, 진짜 같이 자게?!”

“상관 없잖아요!”


당황한 내가 말까지 더듬으며 말했지만 미래는 막무가내다. 불을 끄곤 내 곁으로 다가온다. 으아아, 안 돼! 이건 범죄야, 범죄라고! 우린 아직 미성년이고,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이런 걸(?) 판단하기 힘들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아 몰라 어쨌든! 하지만 미래는 전혀 개의치 않고 침대로 올라와 이불을 덮는다. 멍하니 있는 내 다리를 툭툭 쳐서 이불 안으로 넣는다. ‘좀 반듯이 누워요! 오빠 때문에 자리 모자라잖아요!’ 하고 소리쳐서 나는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돼 반듯이 누웠다. 결국엔 둘이 나란히 누웠다.


“…….”

“…….”

‘쿵쾅쿵쾅.’


반듯이 관짝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누워 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미래가 누워있는 옆쪽이 감전이라도 될 기세로 짜릿짜릿하다. 아아, 여기서 조금이라도 자극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 거 있잖아, 물이 얼어야 하는데 어떻게 안 얼려서 물 상태로 있는데 조금만 건드리면 사악 하고 얼어버리는, 그런 상태. 지금 내가 그런 상태같다.


“자요?”

“아니.”

“좀 얘기하고 놀아요.”

“…….”


미래의 목소리. 지극히 정상적이다. 아무런 동요도 없는 것 같다. 대답하는 내 목소리는 잔뜩 긴장해 있는데. 미래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다시금 잠자코 있었다. 겨우 용기를 내 말했다.


“……너 같으면 이 상황에서 말하고 놀 수 있을 것 같아.”

“오빠, 오빠.”

“……!”

“이 쪽 봐요.”

“……왜에! 큭.”


내가 딱딱하게 굳은 말투로 말하니 미래는 나를 부른다. 작은 손으로 가슴팍을 탁탁 치며 말해서 나는 순간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지금 그렇게 조금만 자극을 가해도 민감하다니까. 불도 꺼져 있고, 이상한 기분이라고 지금! 난 뭐 늑대인간 같이 되는 건가. 미래의 말에 약간 짜증스럽게 대답하며 몸을 돌렸다. 헉……! 숨이 절로 막힌다.

미래는 나보다 키가 한참 작다. 해서 내 품에 쏙 들어온 것처럼, 나보다 살짝 밑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둘이서 한 침대에, 한 이불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초롱초롱 쳐다보는 미래의 눈이 왜 이렇게 예뻐 보일까. 평소엔 안경을 쓰고 있어서 잘 몰랐는데, 미래 눈도 예쁘구나. 말똥말똥 올려다보는데 꼭 별이 두 개 반짝이는 것 같다. 조명도 없는데 왜 눈이 반짝이는거지.


“미친년 같아요?”

“뭐, 뭐가.”

“정조도 없이, 아무 남자랑 같이 자는 거요.”

“……여자애가 그런 말 하지 마.”


너무 직설적인 미래의 말에 나는 너무 난감해서 대답할 말을 한동안 찾지 못했다 고리타분한 대답을 했다. ‘정조’에 ‘아무 남자랑’ 에 ‘같이 잔다’니!! 그런 자극적인 어휘를! 16살 먹은 여자 고등학생이 함부로 입에 올리다니! 그것도, 모텔에서, 동갑내기 남자 고등학생 앞에서! 이건 도발인거냐! 미래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역시, 너무 직접적인 드립은 거부감 있죠, 오빠.”

“……직접적이지 않아도 거부감 있어.”

“히히히. 귀여워요, 아이잉~”

“야, 으앗, 달라붙지 마!”

“왜요, 좋잖아요~ 은근 좋아하고 있으면서.”

“야, 그, 좁다니까! 붙지 마, 야!”


미래는 까르르 웃으며 나에게 달라붙는다. 미쳤나, 이 년이?! 막 안기려고 해서 묘하게 가슴이랑 이런 데 닿으려고 하잖아! 보통 여자애들 본인이 그런 데 닿으면 정색하고 싫어하는데, 미래는 어째 자기가 닿게 하려는 것 같다. 나는 필사적으로 닿지 않게 하려 했지만 침대가 좁은 관계로 결국엔 포기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미래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포옥 껴안는다. 아아,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저는 마음은 잘 안 열거든요?”

“……그래.”

“오빠는 절대 엄한 짓 할 만한 사람 아니니까. 같이 자도 상관없어요.”

“……그러냐.”


미래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야무지게 말한다. 나는 아직도 미래랑 마주보는 자세이지만, 미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고 어째 굉장히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그, 그런 말 해버리면. 정말 어떻게 하고 싶어지잖아. 내가 뭘 어쨌다고, 그렇게까지 나를 신뢰하는 말을 해 주는 거야. 그냥 기분 좋으라고? 방방 띄우려고? 도통 속을 알 수가 없는 미래다. 얼마 같이 지내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여기서 있었던 건 아무도 모르잖아요? 완전하게 외지인데. 설령 오빠가 자기 마음 안의 기준선을 지킨다고, 전 침대에서 오빤 바닥에서 잔다고 누가 상 줘요? 그냥 오빠 허리만 아프고 몸만 부대끼지. 가뜩이나 허리 써 본 적도 없을 텐데요. 아껴야죠.”

“……정말 실리주의구나, 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 했잖아요! 히히.”


미래는 줄줄 길게도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허리라니. 그래도 내 불편함을 배려해주는 미래의 마음에 가슴이 짠하다. 참 착한 여자애구나. 보통 아무리 그래도 좀 어색하니까, 무섭기도 할 테니까 바닥에서 잔다고 하면 옳다구나 하고 침대를 차지하고 잘 텐데. 그런 걸 뭐라고 할 생각 따윈 안 했는데. 섹드립만 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내 허리관리까지 해 주는구나, 이 녀석은. 미래는 환히 웃으며 대답한다.


그 뒤로는, 몇 마디 재미있는 말 나누다 미래가 혼곤히 잠들어 대화가 끊겼다. 피곤하기도 하겠지. 내 밑에서 세상모르고 쌕쌕 잘도 자고 있는 미래. 이렇게 귀여운 얼굴로 자고 있으면 무얼 하고 싶은 생각도 사라진다. 뭐, 정말 애초에 뭘 할 생각은 없었지만. 나도 자려고 눈을 감았다.

……

……

……

……잘 수가 없잖아!!





“으어어…….”

“이러고 나오니까 꼭 제가 정기 빨아먹은 것 같네요. 모양새가.”

“그런 드립은 제발 그만해.”

“에헤헤헤. 그치만, 그래 보이잖아요.”


나는 초췌한 몰골이 돼서 걸으며 말했다. 반대로 미래는 피부도 탱탱하고 빛이 나는 것 같다. 잘 씻어서 미래의 미모는 빛이 난다. 미래의 섹드립은 그칠 줄을 모른다. 그래, 모양새는 그렇게 보이겠다. 결국, 못 잤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 걸까. 아니, 옆에 작은 여자애가 쌕쌕 자고 있는데 어찌 마음 놓고 편히 자겠어. 한 시간 가까이를 뒤척이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로 향했다. 게임이나 조금 하다 정말 피곤하면 자야겠다 하고서. 어느 정도 게임을 하다 힐끔 뒤를 보니 미래가 뒤척여서 침대 정중앙에 가 있다. 이제 잘 수도 없겠네, 하고 마음 편하게 그냥 밤새 게임이나 했다. 그리고 지금 피곤에 쩔어 있다. 다른 건 다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기숙사 가서 기절하고 싶다는 생각 뿐. 다행이야, 오늘이 일요일이라…….


“오빠. 오빠!”

“엉?”

“오빠 덕분에 진~짜 재미있게 놀았어요. 돈도 많이 썼을 텐데, 오빠.”

“어어, 뭐. 나도 재미있었어.”

“나중에 제가 밥 쏠게요! 오빠가 4만원 넘게 썼으니까, 한 다섯 끼는 넘게 사 줄게요.”

“됐어, 뭘 그렇게 따져 그냥 넘어가는 때도 있는 거지. 어휴, 얼른 가자. 피곤해 죽겠다야.”

“네.”


미래는 미안한 표정으로 뒷짐 지고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마음만으로 고맙다. 별 탈 없이 아무 일 없이 넘어간 것만으로 감지덕지해. 미래와 함께 터벅터벅 기차역으로 향한다. 피곤에 쩌든 발걸음은 참 무겁지만, 미래와 함께 걸으니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 미래 말대로─ 즐겁게 놀긴 한 것 같다. 더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래를 바라본다. 반듯이 앞을 쳐다보는 미래의 옆모습. 아, 피곤하다. 얼른 자야지.


작가의말

약속한 글입니다. 따, 딱히 야한 부분이 들어가서 포풍타자를 친 건 아닙니다. 네, 아니지요. 이 정도는 일상이잖아요, 그렇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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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5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4.02.19 21:06
    No. 1

    이건 뭐 줘도 못먹는 븅X이 있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14
    No. 2

    아닙니다. 소년의 순정인 것입니다. 순정마초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생각해주세요. 그렇다고 칩시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2.19 21:16
    No. 3

    와...진짜...대다나다...포풍타자...저는 쓰면 1시간에 1500자 나올까말까인데...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39
    No. 4

    ...밀린 만큼 써야죠,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4.02.19 21:25
    No. 5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44
    No. 6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9 21:26
    No. 7

    저걸 준다고 먹으면 강간 성립!
    훈훈하고 좋네요, 뭐. 판타지도 아니고 저러면 보는 저야 즐겁죠. 저게 평범한 관계인 것입니다. 미래 귀여워요, 미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39
    No. 8

    아니, 그럼 함정이었던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함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olfam
    작성일
    14.02.19 21:27
    No. 9

    그른일이지 -> 그른일인지
    조만간 서에서 뵙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41
    No. 10

    아,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원래도 오타가 많이 나는데 너무 빨리 써서...
    '서' 라고 하니까 굉장히 거시기 하네요, 정말 잡혀갈 것 같은 느낌이. 허허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9 21:42
    No. 11

    서에서 뵙겠습니다. 아, 참고로 저는 이미 와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45
    No. 12

    어멋 동지 발견ㅎㅎ 아뇨, 괜찮아요! 리유를 먹은(?) 것도 아닌걸요! 동급생이니 부끄럽지 않은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9 21:55
    No. 13

    어멋, 먹다니요. 왜 먹나요. 덮쳐야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59
    No. 14

    !!!!! 아이 그럼 정말 범죄잖아요!!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dsafsdas..
    작성일
    14.02.19 23:48
    No. 15

    에효 ㅄ... 못하겠음 한 잔 빨고 한 판 하던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07:42
    No. 16

    ...!!! 아뇨, 청소년에겐 음주가 금지돼 있습니다! ...라고 해도, 웅도는 술초콜릿 먹고 헤롱헤롱 했던 전적이 있구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Yaksa
    작성일
    14.02.20 00:14
    No. 17

    남자애는 찌질이 여자애는 나쁜연 애색히 순진한거 이용해먹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07:42
    No. 18

    뭔가 미래가 순식간에 꽃뱀이 됐네요. 나쁜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케이루스
    작성일
    14.02.20 02:43
    No. 19

    이야 4명 중에 순식간에 치고 나오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07:42
    No. 20

    미래... 쇼트트랙 같은 년... 2화만에 진도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rosemary..
    작성일
    14.02.20 03:13
    No. 21

    진도 플레그가 가장 빠르네 난 희세파라는걸 기억해서 글에 반영해줫으면 좋겠어 작가양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07:42
    No. 22

    그렇습니다, 저도 희세를 좋아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지지알육백
    작성일
    14.02.20 10:52
    No. 23

    분명 이런 새콤달달한 내용으로 봐선, 분명 둘이 같이 아무일 없이 ( 이런~~븅X ) 잤다는걸
    다른 친구들한테 들키게 되는 계기가 생길건데, 그때의 폭풍 전개를 미리 기대해 봅니다.
    핥핥핥....

    너에 곡소리가 들려~~~~너에 곡소리가 들려~~~~
    " 아는 오빠가 있는데 놀러 갔다가 어쩔수 없이 같이 M.T를 가게 되었는데,
    정말 별일 그냥 잠만 잤거든요....
    근데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14:33
    No. 24

    어멋... 여기 스포일러가... 후훗...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4 11:05
    No. 25

    이런...줘도 못먹는...
    크윽...제 일 같네요..제일 같아요...
    지금이라면 잘 먹을수...크아아아아ㅏㅇㄱ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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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17화. 여난. - 1 +23 14.02.20 2,351 44 18쪽
» 16화 - 4 +25 14.02.19 2,318 58 22쪽
65 16화 - 3 +23 14.02.19 3,070 56 19쪽
64 16화 - 2 +23 14.02.17 3,065 72 20쪽
63 16화. 놀러가요, 오빠! - 1 +21 14.02.16 2,873 6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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