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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개드립


[개드립] 두서없는 글

오늘은, 글이 안 써져서 두서없는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읽는 사람은 없어서, 나중에 제가 읽고 스스로 창피하려고 쓰는 글이긴 하지만.

 

글을 왜 쓰고 있는 걸까요. 어릴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능성을 염두하고 제가 글을 쓰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장려했습니다. 확실히 제가 볼 때에도, 어린이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이 아이가 대통령이 될지, 이 아이가 소설가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아무 꿈도 아무 생각도 가지지 않고 어른이 되는 사람도 많은데 한 아이가 글 쓰는 게 좋다고, 글 쓰는 게 재밌다고 글을 쓰고 있다면 당연히 그 아이의 재능을 믿어주고 싶은 게, 어른들의 생각이니까요.

 

그래요, 어릴 때엔 그런 사람들의 기대와 친구들의 기대로 재미있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재미 있어!’ ‘더 써 줘!’ 같은, 친구들의 칭찬을 들으면서요. 나이는 조금씩 먹고, 아직도 학생의 신분이지만 분명 신분상으로는 어른인 상태가 되었습니다. 군대까지 다녀 왔으니까요.

 

글을 쓴다고 연필을 든 지 6, 다른 이들의 재밌는 작품을 보며 나도 이런 재밌는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만 한 지 6. 이제는 도리어 거꾸로,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쓸모 없어 보입니다, 솔직히. 다른 애들은 모두 앞서나가는 것 같은데, 실적을 내는 것 같은데. 누구는 군대에서 말뚝을 박아 월급을 받으며 독립하고 있고, 누구는 학교 다니면서 고등학생들 가르치면서 힘들게 어렵게 한 푼 한 푼 아껴가며 살고 있는데. 저는 이런 어줍잖은 글이나 쓰고 있습니다, 허허.

 

뭔가 제 생각이나 의견이 들어가 있는 글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감동을 주거나 깨달음을 주거나 혹은 카타르시스 같은 걸 느끼게 하는, 그런 글도 아닙니다. 마지막 희망인, 읽고 나서 재미를 느끼게 하거나 시간을 빨리 지나가게 한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하거나, 혹은 정말 다음 편을 읽고 싶어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냐 한다면 그것도 또한 아닙니다. 제 글들은 대체 존재목적이 무엇일까요.

 

의견도 없다, 감동도 없다, 재미도 없다. 이런식이라면 제 글은 결국, ‘자위용이라는 결론밖에 나질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위 언제나 할 수 있는 건 자위밖에 없군요.

 

이런 깊은 무력감이나 패배의식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아니 주변 모두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얘기이니까요. 아는 형은, 남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지금 당장 보인다고 그것에 너무 열등감을 느끼지 마라, 너는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라고 위로해주지만, 글쎄요 그런지 어쩐지 자신감이 생기질 않습니다.

 

사실은 모두에게 재밌는 얘기를 해주고 싶은 것인데요. 재밌는 얘기가 있다면, 재밌게 쓰면 될텐데 뭐 그리 따지는 게 많고, 뭐 그리 얽매이는 게 많아서 저는 재밌는 얘기를 쓰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역량 부족인 것일까요. 두렵습니다, 언젠가 이렇게 글 쓰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될까봐.

고등학교 때에도, 전 글을 썼습니다. 대학교에 가서도, 전 글을 썼습니다. 군대에 가서도, 어떻게든 글을 썼습니다. 비록 실력은 늘지 않고 제자리걸음이었지만, 그래도 전 썼습니다. 기대가 기다림으로 바뀌고, 기다림이 실망으로 바뀔 때에, 저는 계속 글을 쓰고 있을까요. 현실에 부딪혀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때에 제가 쓴 글들을 보면 저는 무슨 기분일까요. 아마 굉장히 끔찍하겠죠.

 

뭐가 어떻든 저는 씁니다. 못 쓴다 해도, 재미가 없다 해도, 제 글은 제 글인걸요. 제가 만든 제 캐릭터들에게 미안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글을 읽어주는 독자분들에게도 미안하지만, 조악한 글솜씨라도 글을 쓰고 싶은 게 제 마음이니까요.

 

하아 언제쯤 글다운 글을 쓸 수 있을까요 15년 정도 뒤? 너무 이를까요, 하하.


댓글 1

  • 001. Lv.67 애상야

    13.11.12 00:06

    작가님께.

    밤이 되서야 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있는 이제 곧 태풍이 오려는지 습도와 온도가 올라가고 풍량이 거세지는군요. 작가님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나 하고 생각해봅니다. 비록 몇 주 전 일이지만요. 비유적인 표현이겠지만, 이러한 태풍도 지나고 나면 화창한 날이 오겠지요. ... 이크, 표현이 너무 상투적이네요.

    글의 목적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것 혹은 후대가 알아야 할 정보를 남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님이 쓰고 계신 이 분야는, 어느 분야의 소설이건간에, 이것 또한 일종의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나누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야 글 쓰는 재주도 없고 용기도 없어 보는 것에 만족하는 대한민국 학생이지만, 작가님은 학생시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글을 써오셨습니다. 작가님이 쓰신 글을 읽고 세상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는 건 사실이지요.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요? 타인에게 행복을 선사한다는 건 지구에 있는 한 존재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자신까지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니 한 인생 충만하게 보낼 수 있겠지요.

    대한민국 사람들은 현실에 목이 메여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이겠지만요. 조금 더 발전하고 깨어있는 시민들이 일어나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사는 사람들을 만드는 사회가 아닌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주변의 서양인들은 인생 즐겁고 재미있게 살다 가는 걸 목표로 두는 반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유난히 최고 혹은 남 부끄럽지 않게를 목표로 하고 살아가는 걸 보았습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작가님 스스로가 깨닫고 있는 바가 있기에 지금까지 끊임없이 글을 쓴 것이라 믿습니다. 자신은 자신만이 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컨텐트 사업이 완전 죽어벼러서 글 쓰는 분이나 만화를 그리는 분이나 참 살기 어려운 나라인 것 같네요. 이제는 게임 산업마저 그렇게 되버릴 예정이니 참 살기 빡빡한 시대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조금 더 계몽되고, 조금 더 사회의 인식이 바뀐다면 더 좋은 환경이 찾아오겠지요. 어찌되었던 작가님이 이 분야(?)에 정통하신다면 성공은 둘째치고 작가님이 행복하지 않을까요? 작가님이 행복하다면 주변 사람들도 그 행복에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봅니다.

    작가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준다는 건 작가님이 재미라는 선을 그음으로써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글다운 글은 작가님이 만족하신다면 그것이 글다운 글이 되겠지요. 언젠가 작가님이 현실이라는 벽과 타협하여 글을 쓰는 걸 멈추고 과거의 글들을 본다면, 그건 끔직한 기분이 아닐겁니다.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씁쓸하면서도 과거의 그 행복했던 기억과 감정들이 가슴 속에서 피어 올라오는 기분일 것입니다. 어떠한 좌절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은 어떻게 되던 살아가니까요.

    제가 이러한 글을 쓸 처지는 아니지만 끄적끄적 몇 문단 남겨봅니다. 저는 작가님의 글을 읽는 한 독자로서는 굉장히 만족하고 두근거리면서 글을 읽고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제가 경험해보지 않았던 그 시절의 나우누리에 올라오는 드래곤 라자를 기다리는 독자의 심정이 제 심정이겠지요. 자신 혹은 보통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평범하고 지루한 이야기도 어느 특정인에게는 매우 재미있고 가슴이 벅차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러한 이야기를 기다리는 한 독자가 되겠지요.

    군대도 대학도 나오신 분에게 괜히 이래라 저래라 글을 남기는 것 같아 매우 부끄럽네요. 하루하루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행복을 빕니다.

    애상야
    2013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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