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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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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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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2.0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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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
17쪽

12화 - 2

DUMMY

“밥.”

“응?”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 30분 즈음 지났을까? 갑작스레 리유가 한 마디 한다. 30분 동안, 화난 건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기분이 팍 다운된 리유와 어색하게 손을 잡고 걸었다. 확실히 뭔가 화가 난 것 같긴 한데. 지금 말하는 투도, 화난 것처럼 단답형으로 말하잖아. 그러나 손을 놓을 수는 없어서 그냥 잡고 걸었다.


“밥 먹자고.”

“어, 그래.”

“…….”

“…….”


리유는 약간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어쩌자는 거야. 밥을 먹으려면 어디 매점을 가던, 바깥에 있는 가판대에서 대충 때우던, 이동을 해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리유는 멍하니 서 있다. 내가 리드하라는 건가? 하긴, 놀자고 데려온 건 나니까… 내가 움직이는 게 맞겠구나.


“뭐 먹을까?”

“됐어, 바깥으로나 나가.”

“……화났어?”

“화 안 났어.”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이런 거 묵묵히 참을만한 성격은 아니니까. 하지만 리유의 싸늘한 대답은 대답의 내용과는 상반되는 말투다. 화난 말투로 화 안 났다고 하는데, 확실히 화 난 거겠지. 아니, 그럼 거기서 뭐라고 해!


─아하하, 이렇게 손잡으니까 꼭 데이트 하는 것 같아!

─……응? 데이트 하는 거 아니였어?

─……에에?!

─사귀고 있으니까 손 잡는 거 아니야?

─에에에엣!!


아, 그럴 걸! 그럴 걸!! 뭔가 엄청 멋있어 보이는데! 무심한 듯 시크하게 그렇게 말했으면 어물적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물론 그 전에 리유를 의식하는 거에 범죄 짓는 것 같이 느끼는 심리 장벽부터 해결하고 넘어가야겠지만. 리유의 싸늘한 말에 나는 ‘아, 알았어.’ 하고 손을 잡고 걸었다. 리유는 또 화난 것과는 대조되게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걷는다. 나는 힘 안 주고 있으니까, 내 손을 잡고 있는 리유의 소행이다. 기분 좋아? 하지만 또 얼굴을 보면 무표정한 얼굴이라 전혀 기분 안 좋아 보인다. 평소의 리유라면 밝게 웃으며 까르르 하는 귀여운 표정이니까. 도통 종잡을 수가 없다.


밖으로 나오자 리유가 갑자기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다. 끌려가다시피 해서 리유를 따라 간다. 어딜 가는 거야. 뭐 점 찍어둔 가게라도 있나. 하지만 리유가 향하는 곳은 가게가 아니라 적당한 등나무 넝쿨이 있는 벤치. 나무로 뼈대만 있는 지붕에 등나무 넝쿨이 얽혀 있어 자연 그늘이 되는 운치 있는 쉼터. 옆에 음료 자판기도 두 개 있다.


“여긴 왜……? 음료수라도 먹게?”

“앉아.”

“넵.”


나는 힐끗 리유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하지만 리유는 단정적인 말투로 말한다. 나는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유치원생이 돼 바로 앉았다. 리유는 내 손을 매정하게 놔 버린다. 아아, 안 돼……! 손을 놓지 말아줘! 작고 보들보들하고 말랑말랑한 리유쨔응의 손을!! 아, 이거 중증인데. 아직 손 안에 남아 있는 온기와 촉촉함이라도 느끼려 내 손을 맞잡았다.


“음료수 사줘.”

“어, 뭐 음료수 정도야.”


아직도 뭘 하려는 속셈인지 전혀 알 수가 없는 리유다. 핸드백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적당한 콜라 두 개를 뽑아 리유에게 왔다. 그 사이 리유는 자기 가방을 뒤적이고 있다.


“아~ 도, 도시락?! 싸온 거야?”

“응.”


리유는 핸드백에서 네모난 도시락통을 꺼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살짝 자랑스러운 미소까지 걸려 있다. 아, 이것 때문에 저 신경 쓰이는 꽤나 큰 가방을 들고 왔구나.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신경 쓰이긴 했는데, 그냥 안 물어봤다. 남자가 감히 여자애 핸드백을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치만 패션 용도라 하기엔 좀 크다 싶었는데, 도시락을 넣느라 그런 거였구나. 충분히 납득이 간다. 게다가 자기가 싼 거라니!


“전혀 안 어울리는데? 네가 직접 싸오다니!”

“……그건 놀리는 거야?”


이크. 나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는데 리유는 살짝 눈을 흘기며 말한다. 방금 전까지 웃는 표정이어서 분위기 좋았는데, 다시 망치겠다. 사실 놀리는 건 아니지만 놀란 이유가 그것이긴 하다. 어린애 같은 면만 잔뜩 보여주는 리유인데, 자기가 직접 도시락을 싸다니. 잘 상상도 안 간다. 희세나 성빈이라면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특히 희세라면 도시락도 프로 못지않게 한정식으로 기합 팍팍 들어가게 싸 오겠지. 하지만 리유는……


“아니~ 리유는 귀여우니까, 이런 일은 전혀 못 하는 줄 알았지~”

“흐흥, 사실 못 만들긴 했어. 그치만 놀러 오니까! 잔뜩 기대하면서 만들었지롱! 헤헤헤헤.”


희세한테 이런 말 했다면 대번에 잔뜩 욕을 먹고 여성 비하 발언이라고 매도당했겠지만 ‘귀엽다’ 라는 말이면 뭐든 좋아하는 리유이기에 방긋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사실 약간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30여분 만에 다시금 활달하게 웃는 리유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정된다. 그래, 리유는 이렇게 환히 웃어야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대단하네, 아침 일찍 일어났어?’ 하고 말하니 ‘응응! 히히. 맛은 솔직히…… 조금 모자랄 수도 있어. 헤헤헷.’ 하고 귀엽게 말한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더욱 좋아해서 나도 더욱 좋다. 아아, 좋은 선순환이다.


“자자, 기대하시고! 쨔잔!”

“우와. 아하하.”

“뭐야, 반응 반응!! 히히.”


어째 방금 전까지 약간 뾰로통한 건지 화났던 건 전부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고 다시 평소의 밝고 귀여운 리유의 모습이다. 내 가식적이고 헛된 반응에 리유는 잔뜩 볼을 부풀리며 주먹으로 내 팔을 친다. 하나도 안 아프지만.

도시락의 내용물은 1단은 김밥, 2단은 유부초밥. 오, 나름대로 소풍 나올 때 정석인 메뉴인데. 항상 유부초밥 먹고 싶어 했는데. 우리 엄마는 김밥만 싸 줘서.


“잘 먹을게.”

“응응. 한 번 먹어봐.”


리유는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초롱초롱하게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잠자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걸 보니 내 평가를 기대하는 모양이다. 음, 이럴 때 남자애는 닥치고 먹어주는 게 예의지. 초밥을 들어 한 입에 넣었다.


“음…… 앍흙, 음.”

“어때? 어때에~??”


리유는 과장되다 싶을 정도로 초롱초롱 밝은 눈빛으로 점점 얼굴을 내 쪽으로 가까이 하며 말한다. 야 이 년아, 나 체하겠다… 그렇게 가까이 오면 먹던 밥도 다시 넘어오겠어. 게다가 너무 부담스러워 섣불리 평을 못 내리겠다. 맛으로 치자면…


“그냥 그렇네.”

“에에! 벼, 별루야?!”

“아니, 밥이 질어.”

“히잉… 너무해, 그런 건 아는데….”

“아아, 미안. 내가 좀 돌직구인 편이라.”

“흥흥! 맛있게 먹어주면 덧나!”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성빈이나 희세였다면 조금은 가식으로 꾸며서 ‘맛있어 맛있어~’ 하며 너스레를 떨었겠지만─애초에 희세라면 이렇게 어중간한 맛의 도시락을 싸올 리도 없지만─ 편하다고 생각하는 리유이니 나도 모르게 직설적으로 맛을 평가해 버렸다. 리유는 심통이 난 표정으로 ‘흥흥’ 거리며 고개를 홱 돌린다. 그러는 것도 참 귀엽다. ‘그래도 먹을 만은 하네.’ 하고 말하니 ‘그걸 위로라고 하는 거야! 흥이다 흥!’ 하고 더욱 삐친다. 그래도 이건 견딜 만하다. 진짜 무서운 건 아까처럼 아무 징조도 말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을 하는 거지. 조금 겪다보니 어느 정도 파악이 된 리유는, 저런 식으로 티 내며 삐치는 건 금방 풀 수 있는 삐침이다.


“음…… 야, 이건……”

“어때 어때?”

“이거 먹으니까 유부초밥이 맛있네.”

“그… 그럴 리가! 김밥을 더 열심히 쌌는데!”

“아유, 유부초밥 맛있다야. 이렇게 꿀맛이네.”

“으으……! 그럼 둘 다 놀리는 거잖아!! 너무해!!”


나는 다음으로 김밥을 먹었다. 으음, 이 맛은……! 질디 질은 밥의 끈적한 식감과, 다섯가지 맛이 하나로 융합되는 것 같은 이 맛은……! 맛없어. 당근의 딱딱하고 이상한 식감, 우엉의 이상한 향, 오이의 비린 맛, 햄의 햄 잡냄새, 단무지의 시큼함을 아주 잘 살렸어. 단점만 부각시켰잖아! 거기에 그 좋지 않은 맛들을 질은 밥이 마치 끈적한 치즈처럼 덮어 한데 어울리게 하고 있다. 맙소사, 맛 없는 맛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 차라리 유부초밥이 훨씬 맛있다. 유부초밥은 솔직히, 밥에 소스 넣고 비벼서 깨 뿌리고 그 정도 뿐이니까. 김밥을 먹다 유부초밥을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리유는 잔뜩 심통이 나서 얼굴까지 빨개졌다. 부끄러운 모양이지. 놀리는 재미가 있어 ‘농담이고, 근데 김밥은 진짜 맛 없긴 하다’ 하고 말했다. 리유는 잔뜩 화가 나서 ‘몰라 몰라! 김밥 네가 다 먹어!’ 하고 가혹한 선언을 한다. 어이어이, 봐 달라고. 저걸 어떻게 다 먹어.


“있잖아.”

“응?”


다시 평화로이 밥을 먹는 시간. 맛없는 김밥과 맛있는 유부초밥을 적당히 섞어 먹고 있다. 리유도 야금야금 맛나게도 먹는다. 나는 슬쩍 말을 꺼냈다.


“아까 화 났던 거야?”

“으응, 아니야. 그냥 말 안 한 건데.”

“그래. 나는 또, 화난 줄 알았어. 원래 이렇게 방긋방긋 웃잖아. 근데 안 웃고 정색하고 걸으니까.”

“……쪼끔 기분 상하긴 했는데.”

“그래.”


내 궁금증에 리유는 잠시 밥을 묵묵히 먹다 살짝 내 눈치를 보며 말한다. ‘쪼끔’ 이라고 말할 때 눈을 살짝 작게 뜨는 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는 리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김밥을 씹었다.


“아빠와 딸 같은 건 싫어. 친구인걸! 같은 나이인데 그 정도 차이라니, 너무하잖아.”

“농담이지…… 그걸 진짜로 받아 들였어?”

“어쨌든 기분 안 좋았어.”

“그래. 미안.”

“으응, 아니야. 이제 괜찮아.”


나는 순간 리유의 대답에 꿀꺽 침을 삼키며 긴장했는데. ‘아빠와 딸 말고, 연인 같은 건 안 돼?!’ 하는 80년대 신파극 같은 대사가 나올까 염려했는데. 다행이 기우구나. ……뭔가 아쉬운데. 그냥 단순하게 자기 너무 어리게 본 게 기분 나빴다는 것 정도인가. 그래도, 리유가 화났던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게 돼 용기를 얻게 된 나는 대담하게 리유를 떠 보는 질문을 했다.


“남자친구 같은 건… 사귀고 싶은 생각 없어?”

“응? 남자친구?”


으악, 너무 들이밀었잖아! 미쳤지, 미쳤어, 이 주책바가지 변태 새끼야! 지금 상황에서 그런 질문 하는 건 누가 봐도 ‘나 같은 남자친구 사귀고 싶은 생각 없니? 후훗. 난 차가운 시골 남자 하지만 내 로리에겐 따듯하겠지.’ 하는 말이잖아!! 잠깐, 누가 시골 남자고 누가 로리인데. 내가 깡촌에서 온 건 넘어가도 리유가 로리인건… 음… 부정하기 좀 애매하네.


“별로 생각해본 적 없는데?”

“아… 그래.”


리유는 단칼에 대답한다. 그 칼 같은 대답에 나는 묘한 아쉬움을 느끼며 착찹한 말투로 대답했다. 무, 무슨 반응을 기대한 건데 정웅도! 설마, ‘응! 관심 있어!’ 이랬으면, ‘어, 그럼 나랑 사귀자.’ 이런 식으로 팍팍 진도 나가 버리게?! 고백하기도 전에 먼저 데이트 해버린 거, 차라리 사귀어 버리게?! 으아아아─


“난 친구도 없는데 무슨 남자친구를. 여자애들한테도 잘 못 하는데, 남자애는 더… 헤헷, 못되게 굴 거야.”

“무, 무슨! 넌 충분히 귀엽고 예쁘고 착하잖아! 충분히 남자애들이 좋아할거야!”

“그치만, 난 너무 애같구… 가슴도 작은걸.”

“가슴 얘기는 여기서 왜 나오는데!!”

“그치만!! 너 가슴만 보면 좋아하잖아! 히이 말이 다른 남자들도 다 똑같댔어!”

“아니,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런 얘기가 아니었잖아, 지금은!!”


나희세 이년. 내 순수한 리유를 더럽혀놨어. 갑작스런 가슴 얘기에 나는 화악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쪽 얘기만 나오면 나는 괜히 죄인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힐끗 나도 모르게 리유의 가슴을 봤다. ……잠깐 눈물 좀 닦고. 그런 걱정 할만도 하네.


“근데, 그런 건 왜 물어봐?”

“응? 아, 그냥, 궁금해서.”


리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나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사실은 리유를 떠보려고 한 질문이었는데, 너무 돌직구로 정확하게 물어봐서 리유의 진심을 다 파악해버렸다. 그러니까 리유는, 나를 전혀 연애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거잖아. 아니, 애초에 남자애 여자애라는 구분이 없는 거라고나 할까. 남자애라면,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더욱 다가가기 꺼려 할 테지만 그건 이성으로 인식해서 그런 게 아니라 순수하게 남자애랑은 아예 얘기도 해 본 적이 없기에 그런 것.

아아, 그러니까 나 혼자 망상하고 나 혼자 두근두근 거렸단 말인가. 이거 괜히 창피한데.


“웅이 설마.”

“응?”

“나 때문에 막 두근두근 했던 거야?”


리유는 살짝 눈을 흘기며 말한다. 콕 화살이 와 박히듯 가슴이 뜨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하게 대답한다.


“아니, 그럴 리가 있나.”

“에이, 에에에이~~ 손 잡았을 때 움찔 하지 않았어?”

“살짝 놀랐으니까.”

“왜 놀라는데!”

“네가 아무렇지도 않아 해서.”

“에이. 에에에이. 에에에~~이.”


리유는 내 시큰둥한 반응의 대답에도 나를 놀리며 게속 ‘에~~이’ 하고 말한다. 사실 속으로는 잔뜩 긴장해서 진땀이 흐르는 것 같다. 심장도 쿵쾅쿵쾅 뛰는 것만 같다. 리, 리유도 눈치 챘나. 리유는 평소의 리유 답지 않게 날 마구 놀려대며 낄낄대고 웃는다. ‘변태, 변태네~’ 하고 말한다. 나는 ‘너까지 변태라고 하지 마! 제발!’ 하고 애처롭게 말했고 리유는 더욱 까르르 웃는다. 아아, 정말. 나 놀릴 때엔 정말 평소의 천진난만한 리유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나이 때의 평범한 소녀 같다.


“웅이, 나 좋아해?”

“아니이! 안 그런다니까.”

“그럼, 나 싫어?”

“아니!! 그것도 아니야!”

“그럼, 뭔데!”


리유는 신경질을 내는 내 대답에 울상이 돼서 말한다. 나도 지금 아까부터 고민하고 있잖아.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여자애라 두근두근거리기만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냥 감정회로에 혼돈이 온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나도. 나는 리유를,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그런 상태? 싫어하는 거? 모르겠다. 내 마음이지만 내가 잘 모르겠다.

묵묵히 김밥과 유부초밥을 먹는다. 리유는 또 삐쳐서 ‘흥!’ 하고 나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아마 대답해주지 않았다고 그러는 거겠지. 방금 전까지의 화기애애함은 싹 사라지고 어색한 상태로 밥을 먹는다. 뭐, 아까처럼 리유가 무표정인 상태로 화난 건 아닌지라 그리 진지한 건 아니다. 다만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좋아.”

“응?”

“나도 너 좋아.”

“우웅! 헤헤헤헷.”


나는 잠자코 밥을 먹으며 생각하다 불쑥 말했다. 내 대답에 리유는 환히 웃으며 다시금 나를 보고 까르르 웃는다. 리유를 이성으로 인식하는지, 아닌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조금 의식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여자애로 인식하지도 않는 것 같다. 편하면서도, 조금은 불편한. 사실 불편한 건 이번 일 때문이긴 하지만.

그치만 좋아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않나. 그냥 좋은 건지, 아니면 여자애로서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리유가 좋은 건 사실이다. 좋으니까 좋은 거지.


리유를 보면 좋다. 리유 웃는 걸 보는 것도 좋다. 리유가 까르르 웃으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 게 좋다. 리유가 울상을 짓거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 마음이 꽈악 답답하고 보기 싫다. 얼른 웃는 얼굴로 바꿔 주고 싶다. 리유는 귀여운 게 예쁘니까, 귀여운 게 좋으니까. 항상 방긋방긋 웃으며 활달한 목소리로 재잘재잘 말하며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늘 그러고 있으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비록 왕따 건은 애매하게 해결하지 못했지만 그건 리유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자!”

“으응.”


밥을 다 먹고, 정리한 뒤에 일어났다. 다시금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리유가 앙증맞게 손을 내민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민 손을 꼬옥 잡았다. 리유는 신이 나서 손을 흔들어대며 좋아한다. 나도 따라 웃으며 같이 건물로 들어간다.


작가의말

어휴, 인터넷이 안 돼서 실랑이를 벌이며 겨우 연결됐네요. 무서운 인터넷... 인터넷의 노예가 된 우리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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