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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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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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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2.0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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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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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19쪽

14화. 나는 변태가 아니야! - 1

DUMMY

“변태 씨, 좋은 아침─”

“어, 안녕.”

“변태 씨 기분 좋아 보이네?”

“응, 그냥.”

“변태 씨! 이 책상 좀 들어줘!”

“어어, 그런 건 나한테 맡겨야지!”


상쾌한 아침.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등교해 아침을 보내고 있다. 먼저 인사를 걸어주는 여자애. 먼저 말을 걸어주는 애. 낑낑대며 책상을 옮기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애. 나는 잠자코 그 애들이 바라는 대로 움직인다. 잘 적응했구나. 여자애들이 먼저 말을 걸어줄 정도라니. 학기 초에 왕따 당했던 그 시절에 대고 생각한다면 참 장족의 발전이다.

여자애들도, 지금은 처음에 보였던 나에 대한 경계의 눈빛은 거의 볼 수 없다. 지금 나의 반에서의 포지션은, 좀 웃기고 힘센 애 정도? 확실히 여자애들이니까, 뭘 든다거나 하는 건 힘이 모자라서, 혹은 그냥 힘들어서 나한테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이런 거라도 해야 좋은 이미지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했는데, 지금은 어째 노예근성(?)이 붙어서 그런가, 여자애들이 조금이라도 무거운 걸 들으려 하면 나도 모르게 가서 자동으로 도와주고 있다. 뭐, 그런 행동을 여자애들이 싫어할 리는 없다. 자연스럽게 반에 녹아들어 반의 일원이 된 것 같다. 뭐, 아무리 그렇다 해도 당당하게 ‘친구’ 라고 말할 만한 애들은 리유, 성빈이, 희세 세 명 정도지만.


“변태 씨!”

“어이, 변태 씨!”

“변태새끼. 뭐야.”

“변태 찡~”

“……변태 씨라고 하지 마!!”


하지만 늘 공허한 외침이 되는 한 마디. 늘 외치지만, 모든 여자애들이 듣는 시늉도 하지 않는 그 말. 「변태 씨라고 하지 마!」. 그렇다. 난 ‘변태 씨’ 라고 불리고 있다. 어째서?! 변태가 아니라고, 난! 난 평균이라고! 근데 왜 그렇게 당연하게 변태 씨라고 하는 건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나는 학기 초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애들에게 왕따를 당했었다. 영문도 모르고 당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리유를 덮쳤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 거기에 변태라는 누명까지 쓰고. 하지만 어떻게 잘 해결돼서, 그 누명은 벗고 여자애들 또한 나를 우호적인 눈으로 보게 됐다. 지금은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는 덕분에 여자애들과 굉장히 호의적인 관계가 됐다. 남자애라는 한계가 있기에 좀 거시기한 관계이긴 하지만 적어도 적대적이진 않다. 그 말은! 왕따를 해제한 시점에서부터, 내가 변태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 것이잖아?! 근데 왜! 왜 변태라고 하는 건데!!


나는 그 근본적인 문제를 이제야 인지하게 됐다. 처음에, 여자애들이 ‘변태 씨’ 라고 부를 때엔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다시 그 때처럼 전교에 변태라고 소문이 나 안 좋게 될까봐. 하지만 여자애들이 별다른 감정 없이 변태 씨라고 부르는 것 같아, 조금씩 무감각해졌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래서 점점 더욱 무감각해져 지금은 그냥 변태 씨라고 하면 나 부르는 줄 알고 잘 대답하고 그 쪽으로 간다. 하지만 이제야, 조금 이상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


“변태라고 하는 거잖아, 변태 씨라고 부르는 건.”

“응, 그렇지.”

“변태야, 나?!”


잠자코 말하자 성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나는 억울한 마음에 소리치듯 말했다. 정작 성빈이는 변태 씨라고 나를 부르지도 않는데.


“그냥, 별명 같은 의미잖아. 진짜 변태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아니, 아니야. 이건 분명…… 변태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거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정적으로?”

“내가 기분이 이상해! 여자애들한테 변태라는 말 들으면!”


성빈이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나는 심각하다. 그래, 그런 감각을 느낀 건 오늘 아침에 여자애들한테 연거푸 변태 씨라는 말을 듣게 됐을 때. 기분 이상하잖아! 정말 변태도 아니고! 나는 짜증스럽게 말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성빈이에게 짜증낼 게 아닌데. 그래도 성빈이는 착하기에 별 싫은 내색 없이 내 투정을 들어준다. 성빈이 착하지. 희세였으면 틀림없이 짜증 맞불을 놓았을걸. 나는 잠시 입을 다물고 살짝 신음하며 고민했다.


“안 되겠어. 여론 조사를 해 봐야지.”

“여론조사?”

“응, 애들한테 물어보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굳혔다. 저번 희세 왕따 건처럼 뒤가 구린 뒷조사 같은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내 평판에 대한 여론조사인걸. 지금은 여자애들과 많이 친해졌고, 충분히 그런 걸 물어볼 만큼의 사이는 된 것 같기에, 구차하게 성빈이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 생각을 굳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당하게 애들의 중심에 있는 희세에게 다가갔다.


“응? 뭐야, 변태새끼.”

“변태 씨~ 우리랑 놀려고 왔어?”


희세와 정희가 나를 반긴다. 희세는 여전하게 정희와 아이들의 사이에서 해처럼 빛이 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더욱 화려해지는 희세다. 아이들 사이에서 희세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지고, 정희 역시 2인자로써 역할이 상당하다. 하긴, 희세는 워낙 뛰어난 애니까, 완벽초인이니까 애들 사이에서 튀지 않기가 힘들다. 낭중지추라는 말도 있잖아.

희세는 특이하게, 변태‘씨’가 아닌 변태‘새끼’라 나를 부른다. 어째 더 심한 것 같은데. 하지만 당당하게, 가장 강할 것 같은 상대에게 딱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렇게 희세 앞에 섰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한 번 물어보자.


“있잖아.”

“응?”

“왜 나보고 ‘변태 씨’ 라고 하는 거야?”

“변태잖아.”

“응, 변태.”

“…….”


나는 진지한 표정이 돼서 물었다. 이에 희세와 정희는 ‘얘가 아침부터 왜 이런데’ 하는 조금 어이없는 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뭐 그런 당연한 걸’ 하는 태도의 대답이다. 주위 여자애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나는 그 너무도 당연한 대답에 잠시 멍해졌다. 여자애들 역시 ‘그런 걸 왜 물어보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멍하니 쳐다본다. 잠시 공간을 가르는 정적.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왜 그렇게 당연하게 변태라고 하는 건데?!”

“변태 맞잖아!! 넌 나한테 할 말 없을걸!”

“아니, 그건 그런데! 다른 여자애들은! 내가 뭘 했다고!”


희세는 내 말에 살짝 언짢은 표정이 돼서 말한다. 희세에게는 변태 소리를 들어도 사실 딱히 할 말은 없다. 여러 사건들이 있었기에, 확실히 변태 취급 당할만큼 하긴 했지. 하지만 다른 여자애들은! 정희까지 정확하게 변태라고 했다고. 거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저 여자애들의 반응은. 내 말에 정희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힐끔 희세를 본다.


“어머어머, 우리 희세 씨, 또 변태 씨랑 무슨 짓을 했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래~?”

“아 또! 이럴 줄 알았어, 너!”

“에에에에~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은!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으니까!”


정희는 먹이를 찾아 맹수의 주위를 맴도는 하이에나처럼 희세를 물어뜯는다. 맹수 역할(?)인 희세는 사자가 포효하듯 울부짖으며 완강하게 대답한다. 얼굴까지 살짝 빨개져서 억울한 표정이다. 그렇게까지 나랑 엮이는 게 기분 나쁠까. 하긴, 쌍으로 엮여서 당하는 나도 조금 난처한 기분이니까. 여자애들은 그런 희세와 정희를 기분 좋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정희는 나랑 희세를 어떻게든 엮으려고 안달난 모양이다. 이 쪽 패밀리에선 여론조사를 해도 그리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희는 야단스럽게 ‘에에~ 변태 씨! 뭐 있었어?’ 하며 말한다. 희세가 제재하며 얼른 가라고 손짓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미야.”

“응?”


다음 목표는 앞자리 성미. 옆의 지선이도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성미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조금 진지한 표정이 돼서 말했다.


“왜 나를 ‘변태 씨’ 라고 부르는 거야?”

“음─ 글세? 변태니까 그렇게 부르는 거 아니었어?”

“아니, 아니야! 변태 아니라고! 별 생각 없이 부르는 거였어?!”

“아하하. 근데 변태 맞잖아.”

“아니라니까! 언제까지 그렇게 할 건데! 으아아!”


성미의 시큰둥한 대답에 나는 또다시 소리 높여 말했다. 이에 성미는 팔로 가슴을 가리고 흠칫 놀란 표정이 돼 조금 몸을 뒤 쪽으로 피한다. 저거 또 나왔네. 저 표정과 동작만 나오면 어째 힘을 쓸 수가 없다. 대놓고 변태로 매도하는 표정인데. 조금 쿨한 성격인 성미이니 장난 식으로 그럴 수도 있다. 해서 옆자리 지선이를 보니 지선이도 마찬가지로 같은 자세, 같은 표정을 취하고 있다. ……어휴. 뭘 할 수가 없네. 한숨을 쉬며 다음 대상으로 목표를 옮긴다.



“말 다했다. 답이 없다.”

“응? 뭐가?”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내 자리로 돌아와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성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본다. 그 뒤로도, 여러 여자애들에게 물어봤지만 답은 항상 똑같다. ‘변태니까 변태씨라고 하는 거 아니었어?’ 라는, 한결같고 어이없는 대답. 아니, 아무 이유도 까닭도 없단 말인가?! 그것 하나 성찰할 생각이 없단 말이야?! 역시, 여자애들이란……. 그러니까, 나는 그냥 변태라는 말이다. 어떤 이유도 연유도 없이. 불합리하지 않은가? 이제는 뻔히 돌아오는, ‘그야 변태 씨는 변태니까~’ 하는 대답에 기운이 다 빠질 지경이다. 성빈이는 궁금한 눈치로 나를 힐끔 본다.


“웅도 변태 아니야~ 그러니까, 괜찮아.”

“어어. 성빈이 너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거 아는데. 다른 여자애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문제야.”

“응…….”


성빈이의 위로에 조금은 기운이 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어떻게 될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머지 모든 애들이 다 변태라고 하는 걸. 조금 매정한 나의 대답에 성빈이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안 되겠다, 리유한테도 물어 봐야 겠어.”

“응. 리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래, 리유라면.”


내 말에 방긋 웃으며 답하는 성빈이.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착한 리유이니, 나한테 ‘변태’ 라는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 저번에 아쿠아리움 놀러 갔을 때에도 내가 ‘나 변태임?’ 하고 물어 봤을 때, ‘너 변태 아님’ 하고 답 해줬었으니까.



“변태.”

“어째서! 정리유, 너마저!”


리유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창피한 표정이 돼서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투명할만큼 흰 피부인지라 얼굴이 발그레 물드는 것도 금세 티가 난다. 다행이야, 복도로 불러내서 얘기해서. 리유는, 뭔가 교실에서 그대로 얘기하기는 좀 거시기 해서(?) 복도로 불러냈다.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숨을 쉬고 있던 리유는 ‘웅? 왜??’ 하며 나를 쫓아왔다. 하지만 곧 복도에서 이어지는 내 질문에 저런 반응을 보인다. 왜! 어째서! 나의 리유는 저러지 않아! 순수하고 고결하고 착하고 귀엽고! 내 마음 안의 밟지 않은 곱게 흰 눈이 쌓인 들판 같은 존재인데!


“그, 저, 저번에! 가슴 만졌잖아! 사람들 많이많이 있는데도! 그게 변태 아니면 뭐야!”

“아아니, 그, 그건! 사정이 있었잖아, 그 때에!”

“에엣! 사정했어 그때?! 벼, 변태야!!”

“아니야아!! 너만은 제발 순수한 리유로 남아 줘어어엇~!!”


리유는 더욱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나는 애처로운 표정이 돼서 리유의 양 팔을 붙들고 흔들며 말했다. 리유는 ‘에헤헤헤, 장난 장난 우아아아 헤헤헤.’ 하고 웃는다. 단순히 잡고 흔드는 건데 까르르 웃어주니 나 또한 즐겁다. 하지만 이내 공허한 마음에 한숨을 쉬며 리유에게서 손을 땠다.


“변태는 왜?”

“아니 뭐…… 기분 이상하잖아. 다들 변태라고 하니까.”

“흐응. 별 생각 없이 하는 말인데.”

“그래도.”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남자새끼가 찌질하게 정색하곤 ‘변태라고 하지마. 기분 나쁘니까.’ 하고 말하기도 그렇잖아. 뭔가 남자애는 그런 별명으로 불려서 기분 나빠도, 한없이 관대하게 그러려니 넘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잖아. 안 그럼 또 이미지 나빠질 지도 모르고, 다른 안 좋은 소문이 날 수도 있고. 어휴, 모르겠다. 여기서 살아남기 정말 힘들구나. 리유는 빤히 나를 쳐다본다.


“웅이 좀 변태긴 하잖아.”

“아니야! 너까지 왜 그래!”

“가끔 게슴츠레한 눈으로 여자애들 힐끔힐끔 보잖아! 특히 희세나 성빈이한테!”

“엣. 티 나?”

“우웅! 다 보이거든!”


리유는 약간 화난 것처럼 말한다. 나는 살짝 마음이 찔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 들키지 않게 최대한 시선을 분산하며 본 건데. 그다지 눈치가 있는 편이 아닌 리유가 알아챌 정도면 다른 여자애들도 다 알아챈 수준이라는 건데. 그래서 변태라고 하는 거구나~ 납득. ……일 리가 없잖아! 아니 난! 그냥 쳐다본 거야! 그 곡선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 볼륨감이 너무 예뻐서! 그랬소이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면 그게 변태겠지. 나는 뒷머리를 긁으며 빠른 인정을 했다.


“그건 인정. 솔직히 보긴 봤어.”

“……나는 한 번도 안 쳐다보고.”

“응? 어어. 내가 그런 눈으로 쳐다봐 줬으면 좋겠어?”

“아, 아니! 기분 나빠, 그러면! 하지 마!”

“네네, 어차피 볼 것도 없어요. 우리 리유는.”

“……이이이익! 변태 아저씨! 변태 왕변태!”

“아 왜~”


나는 장난끼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리유는 뭔가 억울해하면서 얼굴이 새빨개져선 주먹으로 내 가슴팍을 팍팍팍 때린다. 마냥 귀여울 뿐이다. 이런 반응을 보고 싶어서 저런 말을 한 거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리유는 귀여우니까, 그걸로 됐어~’ 하고 말했다. 그래도 리유는 토라진 티를 내며 ‘흥흥! 흥이다, 변태 아저씨!’ 하고 말한다. 이렇게 티를 내는 삐침은 귀여워해주는 걸로 풀릴 수 있는 삐침이다. 이런 건 도리어 리유의 귀여움을 더욱 배가시켜주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귀여워 죽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살짝 껴안으려 했다. 물론 리유가 저지해서 실패했지만.


“어쨌든 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특단의 대책?”


나는 무언가 결심한 사람처럼 꿋꿋하게 말했다. 리유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미지 개선! 변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거지.”

“음─ 그게 쉽게 될 수 있는 거야?”

“그건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지.”


리유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도와줄래! 도와줄 수 있는 건!’ 하고 말한다. 그런 리유가 착하고 귀여워 머리를 강하게 쓰다듬어주며 고맙다고 했다. 좋다고 까르르 웃는 리유. 수업시간이 다 되어 교실로 돌아갔다.


수업시간. 나는 수업은 전혀 집중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내 변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까. 한 번 정해진 이미지는 바뀌기가 힘들다. 설령 여자애들이, 성빈이나 리유가 말한 것처럼 나를 정말 변태로 생각해 변태 씨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별 생각 없이, 별명의 의미로 부르는 것이라 해도 무의식중에는 나를 변태라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기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학기 초부터 원원히 변태 씨라고 불려온 나다. 이제 와서 바꾸기엔 굉장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해낼 것이다. 여자애들한테 변태라고 불리는 게 얼마나 기분 안 좋은데!

그래,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힘쓰는 일과 잡일을 열심히 도와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건 지금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짓이다. 오히려 잘못 해서 변태 + 노예라는 더욱 괴악한 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그 별명은 오래지 않아 사라지긴 했지만.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겠군.

강한 어필! 그것밖에 없겠구나. 아까는 찌질하다고 했지만, 사실 사람이 말을 안 하고 있으면 그게 기분 나쁜지 어쩐지 전혀 모르잖아? 가족끼리 살인나고, 친구끼리 고소하고, 그런 일이 전부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고들 하잖아. 여자애들이 성희롱 당할 때에도, 확실하게 ‘싫다’ 라는 표현을 함으로써 상대에게 무안함과 확실한 인식을 심어서 성희롱을 예방하는 방법도 있잖아.

나 같은 경우에는 성희롱은 아니지만, 비슷하지. 생각해보니까, 여자애들이 나한테 ‘변태’ 라고 할 때, 정말 대놓고 ‘변태 소리 싫으니까 하지 마!’ 라고 매몰차게 말한 적은 없는 것 같아. 그냥 싫은 티만 냈을 뿐이지. 그래, 확실하게 어필하는 거야. 여자애들에게 호감인 이미지를 계속 쌓으면서, ‘변태 씨’ 라고 부를 때마다 ‘난 사실 변태 씨라고 부르는 게 싫어. 웅도라는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겠어.’ 하고 말하는 거지. 우홋 좀 멋있는 듯? 상상해보니 좀 손발이 오그라들고 느끼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괜찮아 보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만족한 기분이 돼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것대로 해보자.


“웅도야, 수업 중에 그렇게 음흉한 미소 지으면 안 돼요? 변태 같잖아요. 반 친구들 보고 야한 생각 하면 안 돼요, 친구잖아요?”

“꺄하하하─”

“아, 아니에요 그런거!!”


마침 담임선생님 수업시간. 선생님은 내 쪽으로 와 자애로운 목소리로 걱정스럽게 말한다. 선생님은 순수하게 걱정스러운 뜻으로 한 말이겠지만, 그 말에 여자애들이 깔깔 까르르 거리며 웃는다. 선생님 그 말 덕에 제가 더 창피하네요! 아하! 리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천연덕스러운 면이 있는 선생님이다. 괜히 만족한 표정의 미소가 음흉한 미소로 변질돼 버렸잖아.

앞자리 희세는 힐끔 나를 보고 경멸하는 눈초리로 쳐다보고 고개를 홱 돌린다. 어이어이, 그렇게까지 할 건 없잖아. 부끄러웠던 그 사건은 꽤나 예전 일인데. 아까 정희의 놀림 때문에 저러는 건가. 진짜 부끄러운 건 성빈이라고. 아예 속옷만 입은 알몸을 봤는데.

힐끔 옆의 성빈이를 보자 방긋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희세처럼 경멸이나 더러운 것을 보는 것 같은 눈초리가 아니라 다정하고 푸근한 눈빛이다. 아아, 역시 성빈이는 착해. 리유는? 앞을 보니 리유는 고개를 꾸벅꾸벅 떨구고 있다. ……조는구나, 역시. 가만 보면 리유는 수업시간에 안 조는 걸 못 봤네. 그 생각이 선생님에게 닿았는지, 선생님은 교탁 쪽으로 향하다 조는 리유를 보고 한숨을 푹 쉬며 책을 동그랗게 돌돌 말아 톡 하고 리유를 친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벌레가 되고 싶어요 죄송합니다 냉면 먹고 오느라 늦어서 ㅠㅠ


아, 좋긴 한데 너무 피곤하네요. 올 때 2시간 15분, 갈 때 2시간 30분 ㅠㅠㅠㅠ 지방에서 사는 게 이렇게 처량하고 힘든 것일줄이야. 그래도, 금강 님도 실제로 뵙고, 기라성 같은(?) 여러 분들 보니 참 신기해서, 저 같은 건 그냥 벌레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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