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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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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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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1.31 03:20
조회
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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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
17쪽

11화 - 3

DUMMY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게 이런 상황에 쓰이는 말일까. 아니, 희세랑 리유가 고래인 건 아니지. 내가 새우인 것도 아니고. 그치만 새우가 괜히 피해를 본다는 입장에서, 그건 맞는 말인 것 같다. 적어도 내 상황에선.


너무 갑자기 터진 일이라, 사실 교실을 나온 나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다. 리유가 그러는 거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인데 희세마저 그렇게 하다니. 리유는 평소에도 감정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 정도로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는 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애초에 공부하기 싫다고 하기도 했고. 과부하가 걸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어떻게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희세는…… 평소에 자신이 가장 지성인이라는 투로, 그런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던 앤데. 리유의 단순한 삐침에 그 정도로 반응하다니.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이성파가 아니라 감성파인지도 모르겠다, 희세는.


어찌됐든 리유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리유가 뛰쳐 나가고 잠시 교실에 머물러 있었기에 뒤쫓아갈 수도 없었다. 동물도 아니고, 흔적 같은 걸 남겨놨을 리도 없다. 급한대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여보세요?』

“어…… 성빈이 목소린데.”

『응, 휴대폰 놓고 갔어.』

“아, 그래. 젠장.”

『우리도 도울까? 리유 찾는 거?』

“아니야, 금방 찾을게. 잠깐만 있어.”


전화를 받는 건 성빈이다. 이 녀석, 휴대폰까지 두고 무턱대고 뛰쳐나갔군.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성빈이에겐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하곤 전화를 끊는다. 남자가 이 정도 허세도 없이 어떻게 살겠는가. 어떻게든 찾아 봐야지. 하고 나는 속도를 내서 뛰기 시작했다.


“헉…… 허억…… 찾았다.”

“…….”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학교 여기저기를 잔뜩 쏘다녔다. 리유와 처음 만난 언덕도 올라가보고, 학교 뒤편이나 구석, 복도나 빈 교실들까지 전부 찾아봤지만 아무데도 없는 리유였다. 정말 한 30분 정도는 쏘다녔을까, 겨우 리유를 찾았다. 옛 체육창고 뒤편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다. 우와, 이런 데에서 있을 생각을 다 했네. 절대 못 찾을 뻔 했어.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해서 해서 와 봤는데 정답일 줄이야.


리유는 무릎을 들고 쪼그리고 앉아서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한 눈에 볼 때에 울고 있는 것 같다. 조금 어깨가 들썩이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확실한 것 같다. 조금 짠한 마음이 든다. 누가 어떻게 잘못을 했건, 어찌됐든 리유처럼 작고 귀여운 여자애가 울고 있으면 측은한 마음이 들잖아. 이것도 외모지상주의의 한 단면인데, 그래도 측은한 건 측은한 거다.

리유는 건물에 기대 쪼그리고 앉아 있기에, 치마가 들려 있어 그대로 작고 얇은 허벅지와 팬티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볼 건 아닌데, 대뜸 그 쪽으로 먼저 시선이 간다. 음… 흰 색이구나. 아니, 왜 색을 따지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나는 한동안 리유를 내려다보며 숨을 골랐다. 헉헉 거리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리유는 미동도 하지 않고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흐느끼고 있다. 한동안 리유를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리유야.”

“…….”


리유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한 번 더 ‘리유야’ 하고 부르니 그제야 고개를 든다. 얼굴이 말이 아니다. 투명하도록 흰 리유의 얼굴은 잔뜩 빨개져있다. 거기에 일그러진 표정에, 눈물 콧물 범벅이다. 여자애가 이정도로 적나라하게 우는 건 처음 본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선, ‘아, 깬다’ 하는 생각보단 그저 측은한 기분이 들 뿐이다. 무엇이 이 작고 가련한 여자애를 이렇게나 슬프게 만들었을까. ……생각해보면 리유 잘못이잖아. 자기가 짜증난다고 뛰쳐나가선 이렇게 울고 있다니. 애도 아니고. 하지만 지금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다독임이 중요한 때이다.


“왜 울어, 바보같이.”

“우, 우으으, 웅아…… 흑! 으으……”


쭈그리고 앉아 리유와 눈높이를 맞추니 리유는 더욱 섧게 울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아마 지금까지는 그냥 눈물만 흘렸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고 내 목소리를 들으니 더 서러워 울음이 북받치는 모양이다. 리유는 잘 알아듣지 못할 발음으로 띄엄띄엄 말한다.


“흑! 내가, 내가 나쁜년이야, 내가…… 흑! 웅아!”

“……겁나 아줌마 같은 말 하네.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리유 뚝?”

“으아아앙, 흑! 으응, 흐윽!”


‘나쁜년’이라니, 한참 어려보이는 리유가 말하기엔 조금 부적절한 어휘인 것 같다. 꼭 자식농사 망친 아주머니가 섧게 울면서 ‘내가 나쁜년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잖아. 리유는 내 말에 다시금 앙앙 울며 고개를 무릎에 숙인다. 어찌나 눈물을 흐르는지 눈물이 흰 허벅지를 타고 흐를 정도다.


“왜, 왜! 왜 울어~! 잘못한 거 없잖아, 리유는? 희세한테 강요 받아서, 그거 싫어서 뛰쳐나간 거잖아? 잘못한 거 없어, 리유는.”

“아, 아니야! 내가, 내가 나쁜 년이라! 흑! 희세는, 희세는 나 도와주려고 한 건데, 으아아앙!!”


내 위로하는 말에 리유는 고개를 팍 들고 말한다. 큰 눈에 구슬 같은 눈물이 글썽글썽, 줄줄 흐르는데 아주 애처롭기 짝이 없다. 게다가 그런 말을 나한테 해봤자, 별 의미도 없잖아. 희세한테 직접 말하라고, 그런 진담은.


“흑! 나, 맨날 너무 제멋대로 행동하니까……! 흑! 너무 미안해서, 그래서! 으아앙!”

“아아, 알았어, 알았어. 리유 착하다, 착해.”

“으아앙─!”


그런가, 그런 건가. 제 성질 못 이기고 자기 멋대로 뛰쳐나가고, 막상 돌이켜 생각해보니까 자기가 너무 괘씸해서, 자기 행동이 너무 후회스럽고 모두에게 미안해서, 그치만 그 놈의 ‘중요한 데에선 소심한’ 성격 탓에 말도 못 하고 이런 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는 건가. 참, 진짜 어린애 같네. 너무 어린애 같아서, 도리어 이런 상황인데도 귀여운 느낌이 들 정도다. 나는 리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희세한테 미안해서 울고 있었던 거야?”

“……응!”

“뭐가?”

“……희세는 자기 시간 내서 가르쳐 주는데! 흑! 나, 나는 그거 싫다고, 뛰쳐 나가 버리고…! 흑! 제멋대로, 행동해서…!”

“응, 알면 됐어. 알면 된 거야.”


나는 어째 유치원 선생님처럼 아이의 잘못을 깨닫는 방법으로 리유를 대하고 있다. 리유는 내 의도대로 자기 생각을 다 말하고 더욱 눈물을 뚝뚝 흘린다. 참 여리고 착한 애네. 가식 없고 티 없이 맑은 애야. 나는 희세랑 싸웠다면 틀림없이 궤변과 변명을 늘어놓으며 어떻게 해서든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핑계를 대며 책임을 떠넘기려 했을 텐데. 뭐, 딱히 나만 개새끼인 건 아니고, 누군들 조금씩은 그런 게 있지 않을까. 하지만 리유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도리어 자기가 잘못했다고 품에 끌어안고서 울고 있잖아. 그런 리유가 너무 사랑스러워, 나도 모르게 얼굴을 품에 꼭 안아주었다. 들썩거리는 리유의 얼굴.


“읏챠. 일어나자.”

“…끅! 흐윽.”

“괜찮아졌어?”

“……응. 흑!”

“안 괜찮은 것 같은데.”


한동안 리유의 머리를 품에 품고 있었다. 리유는 조금씩 울음이 잦아든다. 어느 정도 진정 됐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품에서 리유 얼굴을 떼니 완전히 딸기처럼 새빨갛게 익어 있다. 이런이런, 가뜩이나 우는 애를 품 안에 안고 있어서 그런가 얼굴이 뜨겁다. 자리에서 일어나 리유 손을 붙잡고 일으키니 리유는 힘없이 일어난다. 뭔가 풀이 죽은 것 같은 느낌의 리유다.


“가서 희세한테 사과하자. 응?”

“응.”

“공부도 다시 하고?”

“……그건 싫은데.”

“아아, 끝까지 싫은 건 싫은 거구나.”

“……할게.”


리유는 끝끝내 공부는 싫다고 한다. 못 이기겠다는 투로 고개를 내저으며 말하자 그제야 겨우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리유. 귀여워 죽겠다. 풀 죽은 체 걷는 게 꼭 토라져서 볼을 잔뜩 부풀린 꼬마 여자애 같아서 더욱 그렇다. 나는 공연히 리유의 볼을 꼬집으며 ‘으이구~ 귀여워 죽겠어’ 하고 말했다. 리유는 ‘으아아~ 아퍼!’ 하며 몸서리를 친다. 다른 여자애들이라면 상상도 못 할 짓이지만 리유한테라면 대범하게 할 수 있는 장난. 리유 본인도 반응이 이 정도에서 끝나는 것도 할 수 있는 용기에 한 몫 한다. 희세나 성빈이한테 한다면, 어휴. 상상하기도 힘들지.


‘드르륵!’

“돌아 왔어.”


리유와 함께 교실로 들어왔다. 성빈이와 희세는 서로 공부를 하고 있다 고개를 들고 이 쪽을 쳐다본다. 성빈이는 ‘이제 왔어! 오래 걸려서 다시 전화해보려고 했는데.’ 하고 말하며 방긋 웃는다. 희세는 이 쪽을 등지고 있기에 다시금 홱 고개를 책 쪽으로 돌린다. 아아, 얘도 어린애처럼 왜 그런데.


“…….”

“…….”


리유는 머뭇거리며 희세 옆자리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그러더니 슬쩍 의자를 빼고 앉는다. 희세는 리유 쪽은 쳐다도 안 보고 그대로 참고서를 보고 있다. 리유는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려 울상이 된다. 나는 말없이 턱을 희세 쪽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꾹 다무는 리유.


“희, 희세야.”

“……응.”


리유의 더듬거리는 말에, 희세는 잠자코 대답했다. 잠시 아무 말도 없는 리유.


“미, 미안해.”

“…….”


리유의 말에 희세는 말없이 고개를 리유 쪽으로 돌린다. 조금 심란한 표정의 희세. 별다른 말은 없지만 약간 걱정스러운 것 같은 느낌의 표정으로 리유를 바라본다. 리유는 긴장한 투로 말을 잇는다.


“멋대로 뛰쳐나가서 미안해. 그리고 늘… 제멋대로 행동하는데도 다 받아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나, 이제 열심히 공부할 테니까…… 용서해주세요.”

“……휴우.”


리유는 눈을 질끈 감고 단번에 쭉 말했다. 중간에 조금 더듬거리긴 했지만, 뭔가 ‘홧김에’ 말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희세는 그 말에 피식 얼굴에 작은 미소가 돌고 한숨을 푹 쉰다.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난 전혀 화도 안 났고, 네가 그래서 서운하지도 않았어. 다만, 내가 너무 너한테 억지로 군 게 아닌가 해서… 그게 기분 나쁠까봐 걱정했는데, 아닌가보네.”

“으응… 희세야─!”


어이어이, 누가 화 안 나고 서운해 안 했다구요? 어떻게 거짓말을 그렇게 뻔뻔하게 할 수가 있지. 나한테 잔뜩 짜증내고 정신 빠진 것처럼 ‘어떻게 그럴수가’ 라고 했던 사람이 누군데. 하지만 희세의 거짓부렁에 리유는 감동받은 표정이 돼선 희세의 품에 폭 안긴다. 희세 역시 잔잔한 표정으로 리유를 껴안는다. 음…… 뭐, 잘 됐네 잘 됐어.


그 뒤로는 뭐, 느긋하게 공부하는 시간이 계속됐다. 리유는 아까보다 훨씬 집중해서 희세의 수업을 열심히 듣고, 희세 역시 아까처럼 빡세게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지 않고 다정하게 가르쳐준다. 성빈이는 그런 두 사람을 훈훈하게 쳐다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너무 심심해진 나도, 조금은 참고서의 문제를 풀었다. 천하의 이 정웅도가 심심해서 공부를 하는 날이 오다니…… 뭐, 다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인데 혼자 노는 건 좀 눈치 보이잖아. 오전 내내 그렇게 공부하다 오후 한 시가 넘어서야 늦게늦게 점심을 먹으러 출발했다.


“오늘은 오므라이스 먹을래!”

“그래그래, 어차피 네 돈으로 사먹는 건데 누가 뭐라 하겠냐.”

“헤헤헤헤.”


리유는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내 말에 신이 나는지 강아지처럼 나와 성빈이와 희세 앞을 정신없이 쏘다니며 팔짝팔짝 뛴다. 여자애가 조신하지 못하게. 하긴, 저렇게 천진난만한 것도 리유의 매력 중에 하나니까. 납득.


“오늘은 내가 웅이 밥 사줄래!”

“에에? 뭔 소리야. 갑자기.”

“웅이 덕분에 히이한테 사과 했는 걸! 고마우니까, 사줄래!”


리유는 방긋방긋 웃으며 귀여운 말투로 말한다. 아까 희세와 싸워 경직된 분위기일 때는 긴장된 말투로 ‘희세’ 라고 불렀었는데, 지금은 다시 코맹맹이 같은 귀여운 목소리로 ‘히이’ 라고 하는구나. 나는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됐어, 내가 사주지는 못할망정 여자애한테 밥을 얻어먹다니. 창피해.”

“너?! 뭐라고 했어, 방금?!”


이크. 나의 말에 대답한 건 리유가 아니라 희세다. 그것도, 굉장히 아니꼬운 목소리로. 어째 잘못 걸린 것 같은 느낌이 팍 드는데.


“여자애한테 밥 얻어먹으면 창피한 거야?! 남자애가 여자애 밥 사주는 건 당연한거고!”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리유는 작고, 귀여운 여자애인데 그런 애한테…”

“여자 무시하지 말라고 했지, 내가!! 리유가 어때서! 리유는 밥 사주면 안 돼?!”

“맞아, 맞아!! 흥흥!!”

“아휴…….”


누가 저 자칭 페미니스트 좀 말려줘. 어째서 저렇게 왜곡과 곡해와 자의적 해석에 능한 건데. 난 그냥… 통상적인 관념을 말한 거잖아.

봐봐, 키 150도 안 될 것 같은, 잘 봐줘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랑, 키 178에 건장한 체격, 나름대로 탄탄한 몸을 지닌 남자 고등학생. 같은 교복을 입고 있어도, 누가 봐도 내가 훨씬 나이 들어 보이잖아! 누가 봐도 사촌 오빠랑 사촌 여동생이 같이 온 것 같잖아! 근데 다 먹고 계산은 그 여동생이 한다고 상상해봐. 그림이 이상하잖아! 모양새라는 게!!

하지만 그런 사회적 암묵적 약속이나 눈치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원리 원칙만을 따지는 저 악랄한 희세…… 아니, 그래 말로만 하면 내가 잘못한 게 맞지. 그래, 맞다.


“잘못했습니다. 리유님, 저한테 밥을 사주세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치즈 왕돈까스 7800원짜리 사 먹을게요.”

“에에?! 너무 비싸잖아, 그건! 오므라이스보다 3000원 넘게 비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남자 새끼가 염치도 없지, 여자애한테 얻어먹는 주제에 그렇게 비싼 걸.”

“그렇게 모순된 주장을 하는 건 대체 누군데?!!!”


리유는 구체적인 메뉴와 가격까지 부르니 깜짝 놀라며 나에게서 떨어진다. 희세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뭐, 얼굴에 웃음기가 살짝 도는 걸 보니 숫제 장난이긴 하다. 그래도 너무 편파적인 차별이기에 소리를 안 지를 수가 없다. 성빈이는 그저 웃을 뿐이다. 뭐, 늘 이런 식이 되네. 리유가 무슨 말 하면, 내가 말하고, 희세가 트집 잡고, 그 세력을 등에 업고 리유가 더욱 박박 우기고. 성빈이는 별로 관여하지는 않고 웃기만 할 뿐. 차라리 성빈이가 좋다.


“아, 히이! 웅이한테 고맙다고 해야되!”

“에엣?! 내, 내가 왜!”


리유는 반짝 생각난 듯 희세의 손을 잡아당기며 대뜸 말한다. 희세는 그 말에 바로 정색하며 매우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그 정도로 싫은가. 몸서리 칠 정도로. 나라고 딱히 그런 말 희세에게 듣고 싶은 게 아니라고. 리유는 불평 많은 아이 같은 표정이 돼선 말한다.


“웅이가 가운데서 조율해줘서 사과할 수 있었단 말야! 안 그랬으면 나 그냥 집에 갔을 걸?”

“……하긴, 뭐, 나도 너 찾으러 안 나가고 삐쳐서 교실에 있긴 했지만…”

“응응? 그러니까~!!”


리유의 말에 희세는 약간 볼을 붉히며 대답한다. 아아,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싸운 건 두 사람인데 괜히 내가 가운데에서 중재하느라 바빴잖아. 희세한테는 욕만 잔뜩 먹고, 리유 응석은 내가 다 받아주고. 역시, 나는 중재자인가. 미네랄 100, 가스 350에…… 그 드립은 그만 쳐! 중재자 이제 나오지도 않는데!


“우, 웅도!”

“어.”

“그… 고마워. 내 대신 리유 찾으러 가 줘서. 그… 아, 몰라! 어쨌든! 고맙다면 고마운 거니까!”

“아아. 네. 참 감명 깊네요.”

“뭐야, 그 말투?! 애써서 고맙다고 해주는데!!”

“네네.”


나는 억지로 얼굴을 붉히며 띄엄띄엄 고맙다고 말하는 희세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마지막엔 거의 짜증내는 식으로 말해버리는 희세다. 내 시원찮은 반응에 더욱 짜증을 낸다. 하하. 이런 반응이어야 그나마 희세답지. 껄끄럽잖아. 그래도, 두 번째로 들은 ‘고맙다’ 는 희세의 말. 듣기 싫은 건 아니네. 수줍어하거나 해서 소녀성 폭발하는 희세는 그 나름대로 굉장히 괜찮은 여자애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히힛.”

“응?”


리유는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나와 희세 사이로 온다. 그러더니 기분 좋은 귀여운 웃음을 띠곤 나를 올려다본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표정. ‘뭐 할 말 있어?’ 하고 물으니 리유는 ‘귓속말, 귓속말! 철통보안 유지!’ 하고 말한다. 철통보안은, 쬐끄만 여자애가 어디서 그런 말 주워 들어서. 나랑 머리 하나는 넘게 차이 나는 리유이니 귓속말을 하려면 내가 한참 몸을 숙여야 한다. 머리를 숙여 희세 눈높이로 맞춰줬다.


“뭐?”

‘쪽!’

“……!”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설들 잘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졸려 죽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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