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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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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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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16화 - 3

DUMMY

밥은 적당한 중국집에서 해결했다. 둘이서 쟁반짜장을 먹으니 배가 너무 부르다. 분명 1인분을 넘게 먹을 거라 자신만만하던 미래. 어쩔 수 없이 여자애인지라, 반도 체 다 못 먹고 더 이상은 못 먹겠다며 포기했다. 덕분에 미래가 남긴 것까지 다 먹어서 1.23인분 정도 먹은 것 같다. 배불러 죽겠다.


“이제 뭐할까.”

“해 보고 싶은 거 있어요. 오빠는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심드렁한 말투의 내 말에 미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이건 참 편하네. 리유나 다른 여자애들하고 놀 때엔 뭔가, 무언의 압박 같은 게 있거든. 남자애니까 내가 리드하고 내가 다 결정해야할 것 같은, 그런 기분. 밥 먹을 곳도 놀러갈 곳도 내가 정하지 않으면 뭔가 우유부단하고 줏대 없는 찌질한 남자애처럼 보일 것 같잖아. 아, 희세는 예외다. 내가 무단으로 결정하면 희세는 또, ‘여자 무시 하는 거야? 이 가부장적 전근대적 잔재야!’하며 뭐라 할테지. 어째 말투가 북한 같기도 하다.

반면 미래랑 다니니까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제가 좋다고 알아서 하고 싶은 걸 정하니. 방금 점심도, 내가 여기 들어가자고 한 게 아니라 미래가 짜장면 먹고 싶다고 돌진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남자들은 선택 하기를 강요받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며, 미래를 따라 걸었다.




“이거를 이렇게 해서…… 자! 이제 빼세요.”

“어…… 이렇게? 어어…… 괜찮아?”

“아이 차암, 처음은 이래서 안 된다니까. 자요! 이렇게.”

“……처음이라 미안하네요.”


오해의 소지가 다소 있어 보이지만 전혀 이상한 건 아니다. 애초에 지금은 대낮이다. 아니, 낮 아니고 저녁이라고 뭔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전거를 대여하고 있다.

내가 아는 자전거의 개념은, 그냥 집에 있거나 학교에서 훔쳐오는(?) 그런 개념인데, 여긴 도시에서 지원해주는 자전거 대여기가 있다. 그것도 그냥 ATM처럼 생긴 기계를 까딱까딱 몇 번 클릭하면 대여가 된다. 오오, 벌써 이런 경지까지 온 것인가, 우리나라! 아니, 어쩜 예전에 이룩한 건데 내가 촌놈이라 몰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증거로 미래는 잘도 빌리고 있잖아. 큿…… 촌놈은 웁니다.

미래가 하고 싶은 건 바로 자전거 여행. 여행이랄 것도 없이, 그냥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고 싶다고 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나. 자전거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어느 만. 그리 유명하지는 않지만 꽤나 유명하다는, 애매한 유명함을 자랑하는 곳. 원래 나는 관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별다른 느낌은 없다. 그냥 미래가 가자니까 가는 거지.


“그럼 출발해볼까요!”

“그래. 네가 앞장설래?”

“네!!”


미래는 당차게 말하며 자전거 패달을 밟는다. 나는 그런 미래가 귀여워 피식 웃으며 뒤따랐다. 묘하게 굉장히 귀여운 구석이 있는 미래다. 리유의 귀여움과는 색깔이 확연히 다른 귀여움. 리유는 그냥 순수한 귀여움이라면, 미래는 뭔가, 야무진 귀여움이라고 해야 하나. 분명 모든 일을 야무지고 똑부러지게 잘 하는데 그냥 귀여워. 씩씩하게 자전거 패달을 밟는 모습 또한 귀엽다.




“아으으…….”

“아직 반도 안 왔는데.”

“조, 좀만 더 쉬어요오~ 히잉.”


호기롭게 미래가 패달을 밟은 지 딱 10분. 미래는 금세 퍼져서 힘들다고 징징댄다. 지금은 벤치에 앉아서 어린아이 생떼 부리듯 나에게 앙탈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어이어이, 그 목소리 반칙이라구. 뭐, 놀러온 것이니 그렇게 재촉해서 빨리 갈 것까진 없으니까, 나도 느긋하게 미래 옆에 앉았다.


“왜 이렇게 멀어요, 그 만은?!”

“새삼 대중교통이 위대하게 느껴져? 괜히 km단위로 써 있는 게 아니잖아. 자전거가 암만 빨라봤자 결국엔 여린 여고생이 밟는 자전거인데.”

“피이…… 그치만 제 친구는 자전거 타고 학교 통학했었는데! 매일매일 8km!!”

“이야, 대단한 여자애네.”

미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조금 쉬다가, 미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가요! 다리 안 아파요!’ 하고 말했다. 다시금 자세를 바로 잡고 앞으로 나아간다.


내 입으로 말했지만, 새삼 대중교통의 위대함을 느낀다. 자전거가 암만 빨라봤자 결국엔 도보보다 조금 빠를 정도의 속도밖에 안 나온다. 내 있는 힘대로 달린다면 더 빠르겠지만, 연약한 여자애에 여자애중에서도 꽤 약할 것 같은 체력인 미래인지라 계속 가다 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됐다. 그 가는 것도 꽤나 느린 속도고. 하지만 어쩌랴, 본인이 다리가 아프다고 징징대는데. 길을 모르는 것도 꽤 큰 영향을 끼쳤다. 그래도 그건, 인터넷으로 지도 검색해서 볼 수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큰 영향은 아니다. 그렇게 한참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하아.”


날이 쨍쨍하다. 가장 더울 때인 오후다. 거기다 요즈음은 거의 여름에 가까울정도로 날씨가 과도하게 따뜻해져서 일교차도 크다. 그런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절로 덥고 힘들만 하다. 천천히 타고 있지만 벌써 30분 넘게 자전거를 타고 있어 나도 얼굴에 땀이 조금 흐른다. 땀을 닦으며 앞에 가고 있는 미래를 본다. 느긋한 속도로 흔들흔들 가고 있는 미래의 자전거. 굉장히 천천히 가지만 그것도 아마 최고속도겠지 나는 느긋하게 휴대폰을 꺼내 외장스피커로 음악을 틀었다.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며 자전거를 타다가는 지옥구경하기 딱 좋겠지.

“꺄악!”

‘덜커덩 덜컹!’

“뭐, 뭐야?!”


음악을 틀자마자 앞의 미래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뭐야, 화성침공이라도 되는 거야?! 아니면 내 휴대폰, 음공을 쓸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건가?! 묘한 공명으로 미래 자전거의 부품들이 박살난 거?! 깜짝 놀라 자전거를 던지듯 옆으로 쓰러뜨리고 앞의 미래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으으…… 으으응…….”


미래는 넘어져서 신음하고 있다. 다리를 붙잡고 고통에 찬 표정으로 애처롭게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자전거랑 같이 넘어져서 다리가 자전거에 끼어 더욱 아파 보인다. 괜찮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쩔쩔매며 다리만 붙들고 있다. 나는 일단 미래를 일으키려 부축했다. ‘아야!’ 하며 더욱 비명을 지르는 미래.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고 물으니 우는 소리를 내며 겨우, ‘쥐 난 것 같아요…….’ 하고 간신히 말한다. 으이그. 부축해서 자전거에서 떼어내고 마침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벤치로 향했다.


“아으으…… 아파요! 으으…….”

“잠깐만, 주무르면 낫는데…… 헙.”


미래는 허벅지 쪽을 붙잡고 작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괴로워한다. 운동 잘 안 하는 여자애라면 분명 쥐가 나기 쉽겠지. 그리고 쥐가 나 본 적도 별로 없을 테고. 이런 건 중학교 때 축구할 때 많이 봐 왔기에, 대처법은 확실히 숙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확실히, 허벅지를 주무르고 두드려서 근육을 풀어주면 뭉쳤던 근육이 풀리면서 한결 편해지는데.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여자애 허벅지라고?! 그것도, 주무른다고?! 이상하지 않아??! 변태 같잖아! 아니아니, 아니야. 내가 뭐 변태라서 미래 허벅지 만지겠다는 것도 아니고. 쥐난 것 풀어주겠다고 하는 거잖아. 저렇게나 괴로워하고 있는데. 쥐 나 봐서 알지만, 엄청 아프다고. 근육이 쥐어 쨔저서 걸레 짜듯 뭉치는 기분이라구. 얼마나 아프면 남자애들도 자기 주먹으로 퍽퍽 때릴 정도인데. 미래는 그런 것도 몰라서 그런 지 쥐나서 아프긴 아픈데 어떻게 할 줄도 모르고 쩔쩔매고 있잖아. 에잇, 모르겠다. 저렇게까지 아파하는데, 어찌 가만히 있겠어. 변태고 나발이고, 이건 순전 미래를 위한 거니까!


“아앗! 아아, 아아아아~!”

“좀만 참어, 잠깐이면 되니까.”


손을 뻗어, 희고 눈부신 미래의 허벅지에 손을 댔다. 힘주어 주무르니 미래는 괴로운 신음을 마구 낸다. 어찌나 아파하는지 손으로 내 어깨를 밀며 밀쳐내려 한다. 하지만 난 묵묵한 표정으로 계속 허벅지를 주물렀다. 그래, 이건 그냥 단순한 허벅지야. ‘여자애의 희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포근한 꿀벅지’ 가 아니라, ‘그냥 인간의 넓적다리’ 인 거야. 마음을 비워라. 무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한 단계 높은 단계로 상승할 수 있다. 잡념을 버리고, 그저 만질 뿐이다.

과연 미래의 허벅지는 근육이 잔뜩 뭉쳐 딱딱하다. 우와, 이거 제대로 뭉쳤는데. 엄청 아프겠다. 다리를 쭉 펴서 반듯하게 하고 천천히 부드럽게 주무르며 살살 두들겨주기도 하며 근육을 풀어준다.


“앗…… 아아♡ 아으…….”

“……좀만 참어.”

“으으…… 아읏♡ 조, 좀 더 안쪽으로♡”

“드립치지마, 이런 상황에서!”

“에헤헤.”


미래는 이제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며 간혹 조금 세게 주무를 때만 신음을 낸다. 헌데 그 신음이란 게, 굉장히 야릇하다. 미래에겐 미안하지만, 아파서 내는 신음이겠지만 내가 들리기에는…… 좀 거시기하다. 젠장, 미안하다, 이런 쓰레기 같은 상상력을 지닌 남자라서. 하지만 그건 내 착각만은 아니었나보다. 계속 야릇한 신음을 내던 미래는 기어이 참지 못하고 섹드립을 쳐 버린다. 내 신경질에 미래는 방긋 웃는다. 역시, 내가 음란마귀가 씌인 게 아니었어! 미래가 일부러 그 쪽으로 유도하고 있던 거잖아!


“엄청 말랑말랑하지 않아요?”

“…….”

“막 부드럽고, 따뜻하고.”

“…….”

“네네? 막 꼴리지 않아요?”

“아 쫌! 왜 여자애가 그런 말 하는 건데!”

“그치만 남자면 여자애 허벅지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모처럼 합법적으로 만질 수 있는 기회인데!”

“만지고 있잖아 그래! 좋아, 좋아 죽겠어! 좀만 더 만지면 꼴리겠다 아주!”

“아하하하하하하하!!”


묵묵히 미래의 근육을 풀어준다. 지금 당장 쥐는 풀렸지만 뭉친 근육 잘 풀어주지 않으면 계속 아프거든. 하지만 미래는 당장의 고통이 가셨다고 계속 나를 보며 한 마디씩 시비를 건다. 당장에 허벅지를 주물러 주느라 나와 미래 사이 거리는 제로에 가깝다. 게다가 실제로 허벅지를 만지고 있고. 슬슬 근육이 풀려서 여자애 특유의 말랑말랑한 살결 느낌이 나려고 해서 혼자 괜히 야릇한 기분을 꾹꾹 누르려 하는데 미래가 옆에서 쿡쿡 찌르듯 계속 시비를 건다. 결국 참지 못하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잔뜩 뭐라고 하자 미래는 만족한 듯 박장대소를 하며 벤치를 손으로 탁탁 치며 웃는다.

어휴, 정말. 여자애들은 나를 놀려 먹어야 직성이 풀리나보다. 미래나, 희세나, 사감 선생님이나. 좀 성빈이나 리유처럼 조용하면 어디 덧나나.


‘다 됐다’ 하고 벤치에서 일어나자 미래는 유심히 내 특정부위를 보며 넌지시 ‘안 꼴렸어요?’ 하고 물어본다. 나는 짜증스럽게 ‘뭐가 뭐가!! 얼른 자전거나 타!’ 하고 짜증을 부렸다. 낄낄 웃으며 일어나는 미래. 그래도 아직 다리가 아픈지 살짝 다리를 절뚝 거린다. 짜증스런 표정이지만 내심 걱정은 돼 다시금 ‘괜찮냐?’ 하고 물었다. 미래는 뒤돌아 방긋 웃으며 ‘오빠 덕분에 괜찮아요. 얼른 가요!’ 하고 활달한 목소리로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미래 뒤를 따랐다.





“와! 멋져요!”

“그르네.”


드디어 만에 도착했다. 힘들다고 징징대며 생떼 부리는 미래를 어떻게든 달래서 겨우 도착했다. 자전거로 10km는 역시 무리수구나. 나조차도 다리가 살짝 뻐근한 느낌인데 다리에 쥐까지 났던 미래는 오죽할까. 그래도 보이는 만의 모습은 상당히 절경이다. 나는 만이라길래 단순히 바다가 넓게 펼쳐진 흔한 광경일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저 쪽엔 갈대가 있는 습지에 철새들도 많이 있고, 이 쪽엔 검은 바위들이 거친 파도를 맞으며 멋진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밑으로 보이는 크고 아름다운 바다의 넓은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 사진 찍는 배경으로 딱 좋을 것 같다.


“막상 별건 없네.”

“에에, 오빠는 감정이 너무 메마른 사람 같아요. 멋지지 않아요?”

“그래, 멋지긴 한데 그냥 보고 느끼고 땡이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원래 이런 게 관광이잖아요?”

“그런가.”


만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이에 미래는 눈을 흘기며 새초롬하게 말한다. 나는 관광을 많이 하지도 않았고, 그리 즐기지도 않는 타입인지라 미래 말대로 좀 감정이 메마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관광을 잘 할 줄 모르는 것일 수도 있고. 미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먼 바다를 쳐다봤다.


“사진이나 찍을까.”

“네에? 아깐 찍지 말자면서요.”

“그냥…… 여긴 한 장 정도 찍어 줘야 추억이지 않을까 싶어서.”

“에헤헤. 저야 좋죠. 많이 많이 찍어요, 사진!”


뭔가, 아까 내가 한 말을 내 스스로 깨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며 미래에게 말했다. 미래는 희세처럼 비꼬거나 하지 않고 기분 좋게 웃으며 팔짝팔짝 앞서 뛰어간다. 나 역시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미래를 따랐다.

만에는 우리 둘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관광객들도 여럿 있었다. 미래는 넉살 좋게 ‘사진 좀 찍어주세요~’ 하며 부탁했고, 관광객들 역시 흔쾌히 부탁을 들어준다. 물론 우리도 그 사람들 사진 찍지만. 어김없이 관광객들은 ‘둘이 연인이여?’ 라거나 ‘예쁜 사랑 하세요~’ 같은 말 따위를 해서 나를 무안하게 만든다. 막상 미래는 별 반응 없이 방실방실 웃을 뿐이다. 그런 말 들으면 절로 얼굴이 붉어지는데. 미래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자전거는 만에 있는 반납기에 반납하고, 지친 다리를 이끌고 터덜터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10km에 달하는 길을 다시 자전거 타고 갔다가는 오늘 하루가 끝나겠지. 그냥 버스 타자. 미래 역시 버스 타자는 내 말에 표정이 환해진다. 그러면서 머리를 긁적이며 ‘괜히 자전거 타자고 해서 힘들었네요. 미안해요, 오빠.’ 하고 솔직하게 말해준다. 괜찮다고 손을 내젓고, ‘그래도 재밌었잖아.’ 하고 대답했다. ……허벅지도 만져보고. 아니, 뭐 별 다른 감정이 있는 건 아니고! 그, 그냥…….


“허벅지 만진 거 생각해요?”

“아, 아니거든!?!”

“……꼴렸어요?”

“아 왜 네가 내 꼴린 거 그렇게나 신경 쓰는데!”

“보고 싶단 말에요!”

“뭐가!!”


미래는 밑도 끝도 없는 거침없는 섹드립을 가한다. 나 역시 잔뜩 당황해서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전까지, 미래 참 참하니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절로 자기 이미지를 깎아 먹는 미래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여자애가 저러면 안 되지, 아암.




“우하앗! 뜨거워요! 하앗, 하아. 으응…… 지금은 이제 괜찮아요.”

“……이걸로 만족해?”

“네, 정말 좋은걸요? 앗, 좀만 더…….”


저녁이 아주 단촐하다. 원래는 미래가 아무거나 먹고 싶다고 해서, 저녁은 돈가스집에 갈까 했는데 지나가다 보이는 포장마차에 느낌이 꽂힌 미래가 여기서 먹자고 한다. 해서 튀김과 떡볶이, 순대를 시켜서 먹고 있다. 나는 조금 굳은 표정으로 미래를 보며 말했다. 여자애들은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지 않나, 싶어서. 하지만 미래는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떡볶이 국물에 튀김을 흠뻑 담가 순대와 함께 먹는다. 작은 입이 미어 터져라 먹는 걸 보니 괜히 흐뭇한 기분이다.


“웅? 왜요?”

“아니, 잘 먹길레.”

“헤헤헤. 좋아하니까요. 아!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말아 드셔 보세요!”

“……정말 맛있겠네요.”

“아하하하. 역시. 오빠랑 놀면 진짜 재밌어요!”


드립은 받았으면 쳐 주는 게 인지상정. 미래의 은근한 표정에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미래는 깔깔 웃으며 애교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 말에 괜히 부끄러워진 나는 고개를 돌리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렇게 대놓고 칭찬하면 뭐랄까…… 너무 기분 좋아지잖아. 너무 방방 뜨잖아,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우쭐하게 되잖아. 혹시라도 내가 마성의 남자인가 싶어서. 난 그냥, 드립만 받아줄 수 있는 호구 남자애라고. 그저 여고에 다니는 한 명의 변태일 뿐이지. 생각이 그 쪽으로 흐르니 어째 마음이 편해진다. 이젠 내 마음에서조차 내가 변태라는 걸 인정해 버린 건가. 씁쓸하다.

미래, 참 괜찮다. 싹싹하고, 똑 부러지는데다 애교도 많고. 성격도 털털하고. 좀 과도하게 섹드립을 치거나 무리수를 던지는 게 흠이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보면 괜찮은 매력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매력 터지는 건, 가끔 섹드립 칠 때에는 사감 선생님 뺨치는 뇌쇄적인 느낌을 풍기다가도, 어떨 때엔 리유 같이 천진난만하게 귀여울 때도 있고. 팔색조처럼 확확 바뀌는 매력이 있어 더욱 신선하다. 아니, 내가 애초에 여자애 매력이 어떻네 판단하고 그럴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고.


“오빤 안 먹어요? 왜 저 먹는 것만 쳐다봐요.”

“난 네가 먹는 것만 봐도 흐뭇해.”

“에에, 그런 게 어딨어요! 오빠도 자전거 탔는데. 자, 여기 반 줄게요.”

“……우리 미래가 나눠주네. 웬일이야. 오빠가 웬만해선 눈물이 안 나는 사람인데 눈물이 나네.”

“푸흡, 아아~ 먹는데 그러지 마요! 뿜을 뻔 했잖아요!”


미래가 힐끔 보며 말한다. 심장이 뜨끔 한다. ‘응, 네 평가 내리고 있었어’ 할 순 없어 괜한 소리를 했다. 미래가 내 그릇에 튀김과 떡볶이를 옮겨 담아 주며 말한다. 슬쩍 내 쪽에서 먼저 드립을 치니 미래는 순대를 우걱우걱 먹다 입을 가리며 웃는다. 내 유머로 여자애가 웃으니 괜히 어깨가 으쓱하는 기분이다. 그래, 이건 이것대로 좋네. 드립으로 웃어줄 수 있는 여자애라니.

함께 포장마차에서 단촐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건데 그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미래가 나한테 ‘오빠랑 놀면 재미있어요!’ 라고 말했지만, 사실 나로 미래랑 노는 게 재미있다. 미래라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다른 여자애들 앞에서 차려야 할 남자로서의 격식 같은 거 없이 그냥 드립 치며 놀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아직까진 어색해서 그렇게 하진 못하고 있지만, 점차적으로 친해지면 정말 그럴 것 같다. 지금도 주거니 받거니 한 마디씩 하니까. 맛나게 재미있게 포장마차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친구네 놀러 가서, 미처 글을 못 썼습니다. 비축분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 하던 것이 여기서 밑천이 드러나 버렸네요 ㅠㅠㅠ

매일매일 하나씩 올리겠다고, 독자님들과 묵언의 약속을 했는데 이렇게 한 달도 못 가 깨버리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그 벌로 오늘은 한 편 더 올릴게요.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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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3

  • 작성자
    Lv.60 dsafsdas..
    작성일
    14.02.19 17:06
    No. 1

    다리 저렇게 안풀어도 되는데 만지고 싶었구만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17:17
    No. 2

    아, 아뇨! 저렇게 안 풀어주면 그날 하루종일 근육 뭉쳐서 얼마나 아픈데요! 틀림없이 사려 깊은 웅도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변태여서 그런 건 절대 아니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2.19 18:04
    No. 3

    나도 모르게 새로고침을 자주 누르게 됩니다.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D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18:13
    No. 4

    죄송합니다, 노느라 정신을 팔아서 ㅠ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바람의향수
    작성일
    14.02.19 19:10
    No. 5

    변태씨의 스킬이 하루하루 진화하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19:25
    No. 6

    그, 그런 게 아니죠! 스킬이라니! 피치못할 사정으로 그런 거죠, 웅도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9 20:10
    No. 7

    훈훈하네요, 햐햐햐
    그런데 뭔 고딩이 1.23인분 먹고 난리래요? 남고생이라면 혼자서 5인분 정도는 먹어줘야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0:14
    No. 8

    웅도가 대식가 체질은 아닌지라... 랄까, 아무리 남고생이라도 쟁반짜장 하나 다 못 먹지 않나요?! 전 배불러 죽겠던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케이루스
    작성일
    14.02.19 20:26
    No. 9

    어제 안 올라와서 무슨 일이 있구나. 생각했는데 올려주셨네요. ㅋㅋㅋ 아 적절한 드립과 무언가 떠오르게 하는 대사들. 정말 작가님은 훌륭한 변태십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0:59
    No. 10

    ...칭찬이겠죠. 칭찬이라고 받아 들일게요, 네. 변태 맞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9 20:33
    No. 11

    저는 오늘 점심으로 돼지 목살 두근 먹었습니다만... 동생이랑 둘이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0:59
    No. 12

    어멋... 두 근이면 1.2kg?! 어, 엄청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9 20:49
    No. 13

    쟁반짜장이야 우습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00
    No. 14

    ...아무래도 현실 반영을 위해, 다음에 고쳐 쓸 때엔 쟁반짜장+탕수육+짬뽕 정도로 해야겠네요.

    근데 진짜 그렇게 많이 먹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4.02.19 21:07
    No. 15

    내가 고딩때 라면 4개끓여서 다먹구 밥 말아서 궁물까지 다먹구 네시간 누워있었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14
    No. 16

    주, 죽어요 그렇게 먹으면... 무슨 루피나 나루토도 아니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9 21:17
    No. 17

    아무렇지 않게 저녁도 먹었는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38
    No. 18

    그럴수가... 손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9 21:42
    No. 19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46
    No. 20

    하긴, 부패에서 잔뜩 먹는다고 다음 끼니 안 먹는 것도 아니고, 손나 할 정도는 아니었네요. 후훗. 그래도 잘 드시긴 하네요, 확실히! 둘이서 고기 1.2kg라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9 21:56
    No. 21

    깔깔, 뭐, 저번에 고기뷔페 가서 쫓겨날 뻔한 게 유머. 작은 가게였는데 저 혼자 10인분을 털어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9 21:58
    No. 22

    우와아앙, 그건 진짜 대단한데요!! 어떻게 10인분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4 10:58
    No. 23

    자ㅡ비눗물 사이로 속 비친 (희세)
    속옷차림과 나체를 교환한 (성빈)
    손잡기 및 볼뽀뽀(리유)
    뭉클한 팔짱끼기및 허벅지 주물럭(미래)
    보이시나요? 점점 단계가 올라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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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17화. 여난. - 1 +23 14.02.20 2,352 44 18쪽
66 16화 - 4 +25 14.02.19 2,318 58 22쪽
» 16화 - 3 +23 14.02.19 3,071 56 19쪽
64 16화 - 2 +23 14.02.17 3,065 72 20쪽
63 16화. 놀러가요, 오빠! - 1 +21 14.02.16 2,874 63 19쪽
62 15화 - 4 +17 14.02.15 2,507 62 25쪽
61 15화 - 3 +24 14.02.14 2,311 53 24쪽
60 15화 - 2 +17 14.02.13 2,396 6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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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14화 - 4 +21 14.02.11 2,261 5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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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13화 - 2 +25 14.02.05 2,104 5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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