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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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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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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25쪽

15화 - 4

DUMMY

“내가 고자라니!”

“으앙 죽음.”

“한 뚝배기 하실레예?”

“팀의 체력을 책임진다, 인간 성기사!”

“……적당히 좀 해, 정신 사나워!”

“에헤헤헤헷.”


점심 먹으러 가는 길. 나는 상당한 정신 사나움을 느끼고 말했다. 미래가 내 핀잔에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드립 치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너무 막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에게 드립을 쳐도 치는 족족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부터, 미래는 거의 말마다 드립을 치기 시작했다. 좀 너무 억지다 싶은 대목도 있고, 해서 나는 거북함을 느끼고 있다. 아니, 이 드립이라는 게. 알고 있는 두 사람은 몹시 즐겁고 재미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엔 이해를 못 한다구. 이해를 못 한다기보단 병신 짓으로 보이겠지. 봐, 지금 성빈이랑 리유가 우릴 쳐다보는 눈초리를. ‘몰라 뭐야 쟤네 무서워’ 하는 눈빛이잖아.

나도 재미는 있지만, 과도한 드립은 일반인들에게서 우리를 멀게 한다. 문학작품 배울 때도 그런 거 있잖아. 분명 나는 A라는 시조를 읽고 배우고 있는데, 그 A 시조 안에 뜬금없이 B 한시나 C 고사에 나오는 얘기가 나온다고. 그 시대 문인들에겐 그 B 한시나 C 고사가 필수요소여서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넣었겠지만, 현대인인 우리에겐 고문일 뿐이라구. 두 가지 문학작품을 다 알아야 하잖아, 그럼! 가뜩이나 고어 가득한 고문들인데, 짜증 두 배로 증폭된다고.

성빈이나 리유가 보는 우리도 마찬가지겠지. 그런 건 둘째 치더라도,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은어 같은 말 지껄이며 낄낄대면 뭔가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잖아. 충분히 그러고 있는 것 같지만.


“있잖아, 미래.”

“응?”

“뭐라고 하는 거야, 웅이한테?”

“아, 그거는~ 인터넷에 사이트가 있는데…….”

“이상한 거 애한테 알려주지 마! 리유는 나만의 순수한 리유로 남겨 놔 줘, 제발!”

“에엣! 그럼 저는 순수하지 않은 건가요!”


순수한 리유가 맑은 눈을 하고 미래에게 묻는다. 미래는 빙그레 웃으며 친절히 드립의 기본 소양을 알려주려 한다. 나는 정색하고 소리 지르며 막았다. 애한테 뭘 가르치는 거야. 리유는 백지처럼 하얗고 순수해서, 금방 때가 탈 수 있다구. 리유는 순수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해야해. 그런 기분이 든다. 미래는 나에게 ‘너무해요! 너무해요!’ 하며 토라진 표정을 짓는다. 그것도 정말 토라진 건 아니고 앙탈 부리듯 숫제 장난기 가득하다. 리유는 궁금한 표정으로 ‘뭔데? 뭔데? 알려줘어~’ 하며 나에게 매달린다. 아아, 정말. 미래 한 명 꼈다고 골치가 이렇게나 아파지다니.


“……거 참 시끄럽네. 저들끼리 못 알아들을 말만 쫑알쫑알 떠들어대고.”

“……뭐, 그렇긴 하지. 미안합니다.”

“…….”


희세의 누르는 듯한 거북한 목소리. 나와 미래 쪽을 보고 말하진 않지만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말이다. 나 역시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게, 살짝 비꼬듯 대답했다. 분위기는 다시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나 참, 이러려고 미래에게 말 걸어서 친해지려 한 건 아닌데.

아침에 있었던, 엉덩이 찰싹찰싹 사건(?)으로 인해 희세와 나의 사이는 극도로 냉각되었다. 원래도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전에는 무슨 짓을 하면 저렇게 비꼬듯이 저기압인 분위기로 말하지 않고 틱틱대며 짜증스럽지만 활기차게 말했는데. 게다가 최근엔, 왠지 모르게 좀 더 나를 보고 반가워하고 웃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역시 기분 탓이었나 보다. 지금의 저 쌀쌀한 반응을 보니까.

열심히 뛰어 가서 설명했지만 희세는 전혀 이해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좀 이해시키기 힘들긴 하다. 남자애가 여자애 엉덩이를 때리고 있는데 무슨 변명을 해야 이해가 되겠어. 거기다 그 희세다. 내가 조금만 이상한 눈으로 봐도 변태라고 매도하고, 조금만 여자애를 특별취급 해도 남녀차별이라고 떽떽거리는 희세. 그런 희세 앞에서, 여자애 엉덩이를 때리며 ‘이 음탕한 년아!’ 이런 식으로 말을 해 버렸으니 오죽 하겠어. 그래도, 아무리 설명해도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 희세의 태도에 나도 조금은 부아가 치밀어 올랐었다. 해서 지금은 이렇게 냉전 상태. 잠시 정적이 돼서 무리는 묵묵히 걷는다.


“아까 오빠가 엉덩이 때린 것 때문에 그런 거?”

“……!”

“……에? 엉덩이? 무슨 말이야?”

“아, 그 그게 그러니까, 아우으…….”


잠자코 사태를 지켜보던 미래가 입을 열었다. 물론 그 말의 파장은 굉장히 크다. 리유하고 성빈이까지 듣고 있는데! 희세는 왈칵 얼굴이 붉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성빈이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아아, 당연한건가. ‘오빠’ 와 ‘엉덩이’ 라는 묘한 단어의 조합이니. 아무리 거침없는 성격의 미래라 해도, 이렇게 다른 애들 다 있는 데서 그 얘기를 꺼낼 줄이야. 수치심도 부끄러움도 없는 거냐, 너란 애는! 도리어 내가 다 부끄러워 희세와 마찬가지로 얼굴이 빨개졌다. 성빈이에게 변명하려다가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여 말문이 절로 막힌다. 희세는 직접 보기라도 했지, 이거를 어떻게 설명해야 오해하지 않고 잘 설명하지.


“……아 진짜, 짜증난다고 너!”

“!”


희세는 입을 꾸욱 다물고 대답하지 않고 걷다가 갑자기 화악 몸을 돌려 미래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큰 소리로 말해 깜짝 놀란 미래. 희세는 잔뜩 짜증이 난 표정으로 제자리에 멈춰 서서 미래를 쳐다본다.


“동갑인 애한테 꼬박꼬박 ‘오빠 오빠’ 거리고. 창피하지도 않아? 무슨 기생이야 네가? 여자애가 어떻게 그래?! 엄청 재수 없다구, 그거! 아양 떠는 거? 교태 부리는 거? 그것도, 동갑 변태 새끼한테? 재수 없어. 밥맛이라고, 너!”

“야, 말이 너무 심하잖아!”

“넌 닥쳐, 변태새끼야!”


희세는 결코 성격이 유순하지 않다. 오히려 성깔 면에서는 남성적인 정희보다도 더 뛰어난 여자애다. 여자애라고 상상하기 힘들 만큼 강한 정신력과 자존감을 지닌 아이다. 무엇보다 여자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고, 늘 그런 사상을 나에게 세뇌시키듯 주입하고 있는 여자애다. 그런 희세에게, 서슴지 않고 나에게 ‘오빠’ 라고 하며 존댓말 쓰는 미래는 굉장히 거슬렸겠지. 어쩌면 희세가 가장 싫어하는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자’ 로 보였을지도 몰라. ……그런 식이면 왜 리유한테는 뭐라고 안 하는 거지? 완벽한 예잖아,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자애! 뭐, 리유는 귀여우니까 상관없으려나.

괄괄한 성격인 희세가 돌려 말하거나 조곤조곤 잘 말해줄 리 없다. 너무 적나라하게 직설적으로 미래에게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말한다. 다소 과격한 표현에 옆에서 내가 한 마디 했지만 희세의 격한 감정이 한가득 담긴 말로 단번에 나를 제압한다. 나는 얻어 맞은 개가 되어 깨갱 하고 구석으로 쭈그러 들었다. 싸우는 여자애들, 너무 무서워…….


“거기다 변태새끼한테 엉덩이 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짜 진성 변태 아니야? 학교에서 그러고 싶어?!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이상한 말이나 지껄여대고, 변태새끼랑 이상한 말 하면서 히히덕대고! 재수없어, 더러워!“

“…….”

“……그건 말이 심하지 않냐, 더럽다니.”


미래는 희세의 적나라한 비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나는 희세의 그 말에 조금 기분이 언짢아졌다. 내가 디시를 해서, 그것에 동질감을 느끼거나 공감을 느껴서 그런 게 아니다. 다만, 그런 ‘편견’은 조금 너무하지 않나 싶어서 그렇다. 자세한 일신상의 사정까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까 아침에 들었던 미래의 사정은, 자기 얘기 들어주고 이해해 줄 애가 없어서 스스로 친구 사귀는 걸 포기했다고 하잖아. 그랬던 애가, 유일하게 드립을 이해해 줄만한 사람을 만나서 재밌다고, 좋다고 들떠서 말하는 건데 그걸 보고 ‘더럽다’니. 여자애가 게이 얘기 하고,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섹드립 하는 건 확실히 일반적인 여고생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그걸 마냥 더럽다고, 재수 없다고 배척한다면, 그건 좀 너무하잖아. 그것도 어떻게 보면 희세가 말하는 남녀차별에 한 켠에 해당되지 않아? 여자애는 게이물 보면 안 돼, 여자애는 섹드립 치면 안 돼, 그런 차별, 그런 편견.

하지만 늘 생각은 번지르르하게 하고 말로는 잘 정리를 못하는 나. 요점을 잘 정리해서 말해야 하는데 채 그러기도 전에 희세는 도끼눈이 돼서 나를 노려본다. 말없이 노려보지만 도리어 그게 더 무섭다.


“넌 왜 쟤 편만 들어?!”

“어, 어?”

“내가 더 친하잖아! 내가 더 오래 너랑 놀았잖아! 근데 왜, 이제 막 나타난 저 애 편만 드냐구!”

“아니, 그게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씨!”


터져나온 희세의 말은 왠지 모르게 애처로운 목소리다. 거기다 하는 말도, 자존심 센 희세가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내용이다. 편이라니, 내가 무슨 권력이 있다고 누구 편을 들어주고 그러겠는가. 스스로 중재자라고 자부하는 나인데. 나는 어디까지나 중립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사건을 보는 판관 포청천 같은 의인인데. 하지만 희세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나보다. 희세 답지 않게 어린아이 같은 말로 내 말문을 틀어막곤 잠시 입을 꾹 다문다. 억울한 감정이 가슴에 가득한지 얼굴이 빨개져서 아니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끝내 눈가에 약간 눈물까지 고이는 것 같다. 그러더니 씩씩거리며 홱 돌아 뛰어가 버린다. 으아, 또 도망인 거냐. 뭐만 하면 참 잘도 도망가는 것 같다, 희세는.

정작 말싸움을 하던 미래는 한 마디 대답도 안 했는데. 다만 옆에서 중재하던 나에게 막 퍼붓고 뛰어가 버린다. 평소 같았으면 ‘야, 야!’ 하고 외치며 쫓아 갔겠지만 ‘왜 미래 편만 들어!’ 하는 희세의 일갈에 정신적으로 멍한 상태가 돼서 차마 쫓아가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미래 편만 들었나. 생각해보니까 미래 말만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미래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뭐해요, 오빠! 빨리 쫓아가지 않고!”

“어, 어. 야 나희세!”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데 미래의 청아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뒤에서 떠밀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뛰어가 희세를 쫓았다. 쫓아가면서도 점심은 먹을 생각에 ‘가서 먼저 시키고 있어, 금방 갈게!’ 하고 말했다. 성빈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걸 보고 나는 안심하고 뛰어 희세를 쫓았다. 희세는 벌써 저 멀리에 있다.




“헉…… 헉…….”

“…….”


분명 희세가 보였는데, 골목으로 들어가고 부턴 길이 엇갈렸는지 전혀 보이질 않는다. 골목골목 쏘다니며 애타게 희세를 찾았지만 어째 찾을 수가 없다. 한참을 돌아다니고 나서야 겨우 희세를 찾았다. 어떤 집 담벼락과 전봇대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그런 데는 보통 쓰레기 버리는 데 아닌가.

희세는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털썩 주저앉아서 무릎을 들고 그 무릎에 얼굴을 괴고 앉아 있다. 외모에도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쓰는 희세인지라 치마가 짧은 편이다. 그래봤자 보통 여고생들 치마 길이 정도다. 하지만 저 자세로 앉아 있으면 팬티가 정말 적나라하게 보인다구. 만화에 나오는 강철 치마는 현실에는 없는 것이구나. 무난한 분홍빛이 도는 흰 팬티에 시신경 전체가 반응한다. 아니, 아니지 지금 이 상황에서! 하지만 눈은 어쩔 수 없이 그 쪽으로만 간다. 흰 팬티와 더불어 새하얗고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은 허벅지. 우와, 진짜 변태 같아, 나. 저렇게 앉으면 이렇게 팬티가 다 보이는 걸 인지하고 앉아 있는 걸까? 아니, 지금 우울해서 울고 있는 가련한 여자애를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말.


“……팬티 보지 마.”

“아…… 미안. 진짜 미안.”

“…….”


희세는 무릎에 고개를 괸 그대로 말한다. 우는 것 같지는 않는 목소리지만 굉장한 저기압인 목소리다. 나는 뜨끔 해서 얼른 시선을 땅바닥으로 옮기고 정말 미안해서 말했다. 희세가 저렇게 정중하게 말하면 도리어 더욱 겁이 난다. 평소처럼 차라리 한 대 패고 ‘변태새꺄!’ 하고 욕이라도 한 사발 한다면 속이 후련하겠는데. 이런 기분 나쁜 상태의 여자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


“…….”

“…….”


다시금 말이 없게 됐다. 나는 어색하게 희세 앞에 서 있고, 희세 역시 말없이 앉아만 있다. 답답하다. 어째서 이런 상황만 되면 내가 죄인인 것처럼 쩔쩔매고 내가 잘못한 것처럼 사과해야 하는데. 이전에 리유도 이런 식으로 도망가고 내가 위로해주고 사과해서 풀렸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정작 싸운 건 희세하고 리유인데. 하지만, 뭐 별 수 있겠는가. 여자애가 울거나 기분 울적한 상태인 걸 보는 건 남자에게 있어 고문이다. 내가 지는 쪽으로 들어가야지.


“그렇게 미래년이 좋으면 미래년하고 사귀어. 둘이 내 앞에서 얼쩡대지 말고.”

“……사귀기는, 이제 알게 된 지 이틀 됐는데.”

“……이틀 된 년이 나보다 더 중요해?!”


희세의 가시돋힌 말에 나는 뒷거리를 긁으며 말했다. 이에 희세는 고개를 들고 발끈해서 말한다. 울고 있지는 않다. 다만 머리를 숙이고 있어서 피가 몰려 그런가 희세의 흰 얼굴은 빨갛게 익어 있다. 앙칼진 목소리로 말하니 또 대답할 말이 없어진다. 희세는 빤히 나를 올려다보더니 다시금 고개를 푹 숙인다.


“저리 가.”

“……미안합니다, 괜한 짓 해서. 그…… 내가 변태인 게 맞으니까.”

“됐으니까 가라구!”

“…….”


희세는 고개를 숙인 체 말한다. 자존심을 꾸욱 누르고 사과를 해도 희세는 짜증스런 말투로 말할 뿐이다. 짜증스런 그 말투를 들으니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 아예 들으려는 생각도 없잖아. 기껏 사과하는데,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전혀 없어. 이렇게 내뱉기만 하면 전혀 진전이 되질 않잖아. 나는 설교라도 한바탕 할 모양새로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서서 손은 양 허리에 가져다 댔다. 당당한 자세로 말할 준비를 마쳤다.


“……흣.”

“……창피하니까 가라구…….”

“엣.”


막 말하려고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 희세가 고개를 팍 든다. 그러더니 냅다 새침하게 말하고 다시 고개를 숙인다. 그 의외의 한 마디에 나는 다시 자세가 무너졌다. 방금 전 그건 지금까지의 비협조적인 태도와는 달랐다. 가만히 있으려니 고개를 무릎에 파묻은 체로 희세는 말을 한다.


“늘 잘난 지성인인 것처럼, 뭐라도 되는 듯이 생각하고 행동했는데. 양성평등이네 어쩌네 하면서, 잘난 듯이 설교하고 가르치려 들었는데. 되려 내가 그렇게 어린애처럼 행동하니까. 창피해 죽을 것 같다구. 지금 이러고 있는 것도. 어린 아이 떼 쓰는 것 같아서.”

“…….”


희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다. 결국엔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것일까. 희세는, 정말 자존심이 세니까. 그런 애가 다른 애들 보는 앞에서 어린애처럼 굴었던 게, 그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만큼 싫었던 것일까. 나는 짐짓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땅바닥을 보다 다시금 희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보이는 건 마찬가지로 희고 아름다운 허벅지와 팬티뿐이다. 아 쫌 가리던가! 왜 나한테 뭐라고 하는데! 내 잘못 아니야!


“……팬티 좀 그만 보고! 아 진짜!”

“죄, 죄송합니다아!!”


희세는 고개를 든다. 살짝 우울해 보이는 표정. 그치만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을 대번에 파악하고 따끔하게 소리를 지른다. 나는 움찔 하며 얼른 시선을 전봇대로 돌렸다. 희세는 그제야 다리를 오므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치마 엉덩이를 툭툭 턴다. 뭔가 아쉬운 기분인 건 기분 탓이겠지.


“그래, 나도 모르겠어. 그냥 짜증나. 편이고 뭐고 그렇게 가르는 것도 내가 이해가 안 가지만……”

“……어.”


희세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나는 겨우 다시 희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바로 희세를 쳐다보니 희세는 얼굴을 붉히며 살짝 언짢은 표정이 된다. 이어 말하는 희세는 조금 부끄러워 보인다.


“……그냥 질투하게 되잖아! 왜 나 말고 다른 애랑 친한데? 그것도 이틀 전에 만났다는 애랑!? 나랑 세 달은 넘게 얘기하고 놀지 않았어?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거야? 어?”

“아, 아니야! 나도 얼마든지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도 보고, 얘기도 많이 하고.”

“그, 근데 왜 그런데! 아오, 몰라 나도! 짜증나.”


희세는 잔뜩 얼굴이 빨개져서 말한다. 나 역시 괜히 부끄러워져서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어쩐지, 요즈음 틱틱거리는 빈도보단 살갑게 대하는 빈도가 높아졌는데 그 탓이었나. 기분 탓이 아니었어. 나만 친해졌다고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묘하게 가슴 한켠이 짠한 기분이다. 기분 좋은데, 이거. 희세는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내가 미래랑 친한 것 같아서, 질투나서 그런 거야?”

“그래, 잘났어 너! 짜증나지만 너랑 놀면 재미있는 건 사실이니까!”


희세는 잠시 머뭇거리다 퍼붓듯 말한다. 짜증 한 가득인 말투지만 그 말을 들은 나는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하는 기분이다. 후훗, 내가 그렇게 마성의 남자였다니. 여자애의 질투를 살 정도로 재미있는 남자애라니, 그럼 뭐 문제될 것 없잖아?! 나는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리유나 성빈이는? 걔네랑은 친하게 놀아도 딱히 뭐라고 하지 않았잖아.”

“그, 그 애들은……! 경우가 달라, 걔네는! 걔네는 나랑도 친하잖아!”

“말이 잘 안 통하는데.”

“아 몰라! 하여튼 짜증나, 둘이 자기들끼리만 아는 얘기 하고 히히덕 대면은!”


희세는 이제 막무가내로 짜증을 낸다. 희세 특유의 합리적이고 조리 있는 논리정연한 대답은 온데간데 없다. 아무래도 자기도 자기 마음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 희세가 귀여워 보인다. 나는 조금 괜찮아진 분위기를 보고 ‘일단 애들 찾아 가자. 너무 시간 지체했다.’ 하고 말했다. 희세는 잠자코 ‘알았어.’ 하고 대답하고 순순히 따른다.


“나랑 노는 게 왜 재미 있는데?”

“……그야.”


걸어가며 질문했다. 희세는 조금 아니꼬운 표정으로 나를 힐끔 보더니 이어 말한다.


“드라마 얘기도 할 수 있고. 말이 잘 통하니까. 솔직히 그 드라마, 다른 애들이 본다고 한 번도 못 들어봤으니까. 너 빼곤.”

“그 드라마, 엄청 좋아하지? DVD에 피규어까지 살 정도니까.”

“응! 당당하게 마니아라고 할 수 있어!”


희세는 드라마 얘기가 나오니까 눈이 반짝이며 말한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시즌 1부터 최근 시즌까지 최소 5번 이상씩 봤다는데. 지금은 자막 없이 영어 원문만 봐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긴 하다. 어지간히 그 드라마 좋아하긴 하는구나.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이 구도,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좋아하는 게 다른 애들하곤 잘 안 맞아서 얘기도 잘 못 꺼냈는데, 나를 만나서 말이 통하게 되고, 그래서 그것에 대해 잔뜩 얘기하고 싶어지고. 장르가 드라마냐, 인터넷이냐의 차이만 있지 결국 같은 마음인 거잖아. 그걸 설명하고자 일부러 드라마 얘기 쪽으로 희세를 유도했다.


“그 드라마 욕하고 험담하면 싫어할 거지?”

“미친, 그걸 어떻게 욕해! 50년이 넘은 드라마인데! 기네스북에도 있는 드라마라구! 거기다 그런 건 제하더라도 얼마나 재미있는데! 살아있는 캐릭터에!”

“아아, 흥분하지 말고. 잔뜩 싫어하는구나.”

“싫어하고 자시고! 그걸 깐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존재할 수가 없어!”


이건 좀 중증인데. 좋아함을 넘어서서 광신에 가까운 정도야. 어쨌든 예시는 희세 피부에 와닿게 잘 잡은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미래도 같아. 남들한테 잘 못 말하는 장르를 좋아하고 즐기는데, 그걸 이해해줄 수 있는 나를 만나서 즐거웠던 거야. 그래서 이틀 만에 그렇게 재미있다고, 좋다고 얘기한 거였고. 나도, 아무 관계도 없이 말하는 것보다는 그런 공통의 장르가 있으면 훨씬 얘기하기 편하니까 금방 친해졌고. 너도 그 드라마 얘기하면 지금처럼 잔뜩 흥분하고 밝은 표정 짓고 그러잖아? 눈까지 반짝이면서 좋아서 얘기하잖아.”

“……뭐, 그렇지.”


얘기하면서도 내심 걱정이 됐다. 드라마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어떻게 그딴 거를 드라마랑 같은 선상에 둘 수가 있어?! 제정신이야!’ 하는 말이 돌아올까봐. 그럼 정말 답이 없는데. 다행히도 희세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다, 말이 통할 것 같아. 상대방의 소중한 것이 자기 소중한 것만큼인 걸 깨달았다면 이야기는 쉬워지지. 기회를 봐서 나는 ‘미래한테 사과해. 걔도 나름대로 상처 받았을 테니까.’ 하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립서비스다. 결코 그런 일로 상처 받을 리가 없다. 만난 지 이틀밖에 안 됐지만,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미래는. 희세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말한다.


“그치만! 내가 성빈이랑 리유랑 있을 때 드라마 얘기 하고 그랬어? 너랑 있을때만 했잖아!”

“그건 그렇네.”

“걘 안 그러잖아! 다들 있는데서 너하고 걔만 알아들을 이상한 얘기만 지껄이고. 그런 게 싫다는거야.”

“확실히, 그건 문제가 있지.”


희세의 일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건 나도 인지하고 있는 문제였지. 드립을 치는 건 좋은데, 적당해야지. 너무 과하게 치니까 희세는 물론이요 성빈이나 리유마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었으니까. 확실히, 정상인이 보기에는 이상하겠지.


“……그리고 단 둘이 있는 교실에서 엉덩이 치는 것도.”

“그, 그건! 진짜 그건 내가 한 게 아니라!”

“아 몰라! 핑계 대지 마, 변태 변태 왕변태 새끼야. 진짜. 아무리 부탁이라도,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돼?! 여자애 엉덩이를 치다니!”

“……어휴.”


이야기가 잘 흘러가다 왜 그 쪽으로 가는 건지. 그 쪽에 대해서는 나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기에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걸어가며 ‘그럼 그건 내가 말할게. 애들 있는데선 자제해달라고. 그럼 됐지?’ 하고 말했다. 희세는 ‘……뭐, 맘대로 하셔. 어쨌든 재수 없는 건 마찬가지니까.’ 하고 대답한다. 둘이 걸어 식당으로 향했다. 성빈이에게 이미 문자를 받았다. 가게에 도착했다고.




“……미안.”

“?”


가게에 도착해서, 나와 희세는 성빈이가 마련해놓은 자리에 앉았다. 늘 네 명이면 딱 맞았는데 다섯 명이 돼서 자리가 넓어졌다. 희세는 자리에 앉자마자 안절부절 못하며 쩔쩔매더니 시선을 미래 쪽으로 돌리고 겨우 한 마디 꺼냈다. 미래는 깔깔대며 리유와 얘기하고 있다 고개를 돌리고 희세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희세는 부끄러워서인지 볼을 붉히며 말한다.


“더, 더럽다고 해서 미안. 그, 그치만 재수 없었던 건 사실이니까! 애초에 왜 존댓말을 쓰는 건데. 이상하잖아.”

“야이…….”

“그건, 존댓말 캐릭터라 그래요.”


솔직하지 못한 희세의 말에 나는 옆에서 한 마디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면서는 자기 잘못 인정하고 쿨하게 사과하기로 했으면서. 지금은 이렇게 사과하다 말고 다시금 미래의 흉을 본다. 하지만 미래는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존댓말…… 캐릭터? 그보다 왜 갑자기 나한테까지 존댓말 쓰는데! 기분 나빠!”

“언니한테는 존댓말이 나을 것 같아서요. 언니 같은 느낌 막 나잖아요?”

“히익! 그, 그만 둬! 소름 돋을 것 같애! 어…… 언니라니, 동갑인데!!”

“헤헤헤헤. 언니~”

“그만 하라니까! 진짜! 기분 나쁘다구!!”


내 예상대로 미래는 희세가 한 험담에 별로 상처받지 않았다. 그런 타입이니까. 오히려 넉살 좋게 희세에게 먼저 언니라고 하며 들러붙기까지 한다. 희세는 모처럼만에 굉장히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친다. 하지만 미래는 막무가내다. 아아, 이런. 뭔가 이상한 조합이 탄생한 것 같은데. 성빈이는 희세에게 엉기는 미래와 잔뜩 싫어하는 희세를 보고 입을 가리고 웃는다. 리유는 이 난장판에 끝판왕 차례인지 ‘나도 나도!’ 하면서 희세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참전한다. 덕분에 희세만 잔뜩 곤란해졌지만.

어떻게든 중간에서 날뛰어서 겨우, 미래도 우리 패거리에 안정적으로 들어온 것 같다. 좀 독특하고, 개성적이다 못해 괴상하지만 예의 바르고 붙임성 좋은, 목소리 예쁜 여자애. 아직은 단편적인 면 밖에 모르지만, 확실히 리유 이상으로 괴상한 여자애니까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의외로 희세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희세는 잔뜩 싫어하는 표정이지만.


잘 됐나.


작가의말

분량조절 실패일까요, 하하. 예상보다 쓸데없이 길게 써 버렸네요. 그나저나 감기라도 걸렸나, 목 아프고 어질어질... 후후... 크아아아 흑화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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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7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4.02.15 15:23
    No. 1

    거참 보라고 보여주고서는 화내다닛 쯔쯔 이놈은 고자인가..........아참 고자가아니면 글 진행이 끝나지....ㅎㅎ 저어기 인도쪽 어디 가면 30명의 부인을 둔 아저씨있던데...글루 보내버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5 15:30
    No. 2

    우홋 멋진 동네! 하지만 정말 부인이 30명이라면 그것도 나름대로 지옥이겠네요... 허허. 웅도는 상남자니까, 자기 마음을 불태울 단 한명의 여자애게만 마음을 바칠거에요. 에, 남자는 그런 거 아니었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케이루스
    작성일
    14.02.15 15:26
    No. 3

    역시 츤데레... 질투의 화신!! 희세를 응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5 15:30
    No. 4

    희세 좋지요, 저도 좋아요. 가슴도 크고, 몸매도 좋고, 볼륨강도 풍만하고... 어째 다 몸 얘기지만 딱히 의도하는 건 아닙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rosemary..
    작성일
    14.02.15 15:38
    No. 5

    ..... 쿠쿳:):):):)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5 15:43
    No. 6

    쿠쿠쿠쿠쿳... 하찮은 닝겐들... (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5 15:41
    No. 7

    읽고나니 뭔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한 켠을 채운다. 오오, 뭐지 이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5 15:43
    No. 8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오타쿠인 것입니다. 결론이 이상해보이지만 기분 탓이겠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2.15 16:13
    No. 9

    허니잼ㅋㅋㅋㅋㅋㅋ7일 묵혔다가 볼까...이런건 몰아서 봐야 재밌는데ㅠㅠ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5 16:16
    No. 10

    후홋, 재미있으시다면 저야 좋지요 헤헷 몰아서 보신다면 전 한 화가 완성되면 그 때 보는 걸 추천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dsafsdas..
    작성일
    14.02.15 16:44
    No. 11

    남자변태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여자변태는 최상위 포식자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5 16:57
    No. 12

    희소성의 차이이지 않을까요. 남자는 누구나(...)변태지만, 여자는 변태인 여자가 드무니까요. 물론 여자도 안쪽(?)으로는 변태성이 있지만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찌 인류의 존속이 유지됐겠습니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15 19:30
    No. 13

    그러고보니 저희 반에 "얘들아 뭐 볼까?" 하고 선생님이 물으시자 당당하게 "000 이요!" 라고 구체적인 야동제목을 말한 여자애가 있었습니다. 조금 무서웠음. 찾아보니 장르가 아주 하드코어... 헣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5 19:38
    No. 14

    으헉... 제가 모르는 여자애들도 사실은 다그렇고 그런(?) 존재들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rosemary..
    작성일
    14.02.15 20:38
    No. 15

    그..그런것이군! 하찮은 닝겐들...(응?)! 이게 바로 나와 너희들의 차이다.(꿇으시라능)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15 23:59
    No. 16

    후후, 그렇지요… 응? 헤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4 09:01
    No. 17

    흐흣....이렇게 하나하나 타락하는 것이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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