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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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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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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3화. 전화위복 - 1

DUMMY

“으음─”


느긋한 일요일. 일요일 좋지, 나도 좋아해. 일요일의 나는 언제나 잉여롭다. 정말, 남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어째 저번 주말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그 때는 희세가 불러줬었지. 재미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한가롭다.

어제 리유와 놀았던 것은 벌써 아득히 예전 일 같다. 지금 순간이 너무 심심하기에 그런가. 사실, 어제는 돌아오면서도 두근두근 거렸었는데. ‘헷갈리니까’ 라니, 거의 대놓고 말한 게 아닌가. 눈치 채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너무 내 감정을 많이 드러낸 것 같아. 정웅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너무 감정적으로 나와선 안 돼. 여기는 여고, 내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다. 그래, 정신 차리자, 정웅도!


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심심하기는 한 일요일이다. 희세한테 전화나 해볼까? 아니, 아침이니까 자고 있을 수도 있잖아. 혹은 다른 데 놀러 갈 수도 있고. 꼭 나 만나려고 집에서 대기하고 있는 건 아닐 테니까. 그리고… 뭔가 먼저 전화하면 좀 기분이 그렇잖아. 아, 정말 집에 가고 싶다. 그러고보니까 한달 넘도록 집에 한 번도 안 갔구나. 지금 집에 있었다면, 친구들하고 축구도 할 수 있을 텐데. 혹은 그냥 만나서 어디든 놀러다니며 제 세상인 양 끼룩끼룩 놀았을 것을. 하지만 뭐, 어제 리유랑 노느라 미처 생각을 못 했지만.

사실, 집에 가기 귀찮은 것도 없잖아 있다. 원래는 집에서 옷이나 짐 같은 걸 가져오려 했지만 어머니가 다 택배로 보내버렸다. 드디어 아들의 지청구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셨다나. 어머니, 어머니는 이미 충분히 자유부인이세요. 애초에 그 자유부인질(?) 덕분에 제가 이 고등학교에 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언제 한 번 어머니한테 진지하게 편지를 쓰고 싶군요.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음.”


나는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다. 평소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서, 일요일에도 할 짓 없이 일찍 일어나게 됐다.

일요일은 참 좋다. 점호도 없고, 선생님도 애지간한 일 아니면 다 풀어 놔 주시는 편이다. 그건 뭐, 토요일도 마찬가지지만. 덕분에 금요일 저녁부터 집에 가는 애들도 있고, 기숙사에 남아 자기들끼리 즐거이 떠들며 노는 애들도 있다. 평일에는 나름대로 선생님이 기준을 잡아 빡센 규정대로 하루를 보내지만, 주말만큼은 어느 정도 풀어 주시는 선생님이다. 선생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집에 가시는 것 같다. 저번 달에 한 번, 사감 선생님이 집에 가시고 담임선생님이 계신 적이 있었거든. 물론 담임선생님은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남자친구 만나기로 했는데에~~’ 하며 징징대셨지만.

점호도 뭣도 없지만 나는 일찍 일어나 이렇게 여유를 즐기고 있다. 여유라기보단 잉여 같지만. 봄이 완연한지라 춥지는 않지만 이불 속에서 나오고 싶지는 않다. 느긋하게, 정말 느긋하게 누워 휴대폰을 살폈다. ……8시. 아, 오전이 한참 남았구나.

더 자고 싶은데 잠은 안 온다. 그렇다면 뭐, 누워서 생각이나 하고 있어야지. 이런 아침이니 누구한테 전화하고 놀 수도 없으니. 다들 일요일이면 늦게까지 늦잠 자곤 하잖아?


‘꼬르륵.’


배고프다. 기숙사에 살면서 밥은 꼭 챙겨먹을 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이 학교는 도시락 제도라 밥을 더 못 챙겨먹는 것 같다. 이쯤 되면 학부모들 측에서 연합을 해서 학교에 압박을 가하거나, 아니면 독자적으로 도시락을 시켜 먹게 해준다거나, 급식 체제를 열거나 할 것 같지만 전혀 그러질 않는다. 다들 너무나 관대한 부모님인 건가. 사실, 여자애들은 대게 밥을 알아서 잘 챙겨먹기에 그런 일이 안 생기는 것 같다. 여자애들 중에도 아침 안 먹는 애들은 충분히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삼삼오오 모여 자기들끼리 도시락을 시켜먹든 사먹든 한다. ……나만 빼고. 그렇다. 나는 왕따인 것이다. 크흑…….

아니, 왕따까진 아니고, 사실 존재 자체를 까먹는 거겠지. 학교에서야 좋든 싫든 내 존재를 볼 수밖에 없고, 유일한 남자애니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기에 학교에선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이 기숙사에선… 2평 남짓한 이 작은 공간에 짱박혀 있는 나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거기다 여자애가 먼저 남자애 방 문을 두들기기엔 또 그렇잖아. 가뜩이나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들인데, 뭣 하러 그런 자비를 베풀겠는가. 자칫 잘못했다간 또 이상한 소문에 시달릴 수도 있는데. 아무리 왕따 사건을 해결했다 하더라도, 내가 남자애인 건 어디 안 가니까. 여자애 방에 함부로 들어가기 꺼려지는 것처럼, 여자애들도 마찬가지인 게 아닐까. 게다가, 혼자 멍하니 있는 나에게 밥 먹자고 말을 걸어줄만큼 친한 애는 거의 없다. 성빈이 정도가 유일할까. 아, 성빈이.


성빈이는 굉장히 귀엽지, 나도 좋아해. 갑작스럽게 성빈이 생각을 하는 것은, 요즘 성빈이랑 사이가 소원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분명 학기 초엔 가장 친밀했던 여자애가 성빈이었다. 리유하고 친구가 되기 전 어색하던 때에, 모두가 나를 꺼려하던 때에 성빈이만큼은 유일하게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 옆자리에 앉아 주었다. 그리고 말도 걸어줬고. 정말 따뜻한 햇살 같았는데. 리유 만큼은 아니지만 내 얘기도 잘 들어주고, 성미와 지선이를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그만큼 착한 데다, 생긴 것도 예쁘고 몸매도 무난한 편이기에 나는 성빈이에게 굉장한 호감을 느꼈다.

그랬던 학기 초인데, 지금은 조금 그렇다. 좀 멀어진 것 같은 기분? 확실히 가까운 것 같진 않다. 리유와는 계속 유대감이 계속되 지금은 한 명의 여자애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도 확실히 깨달았고. 그 이전에 서로 굉장히 친하고. 희세하고는 티격태격 늘 싸우는 것 같지만 나름대로 친한 편이 됐고. 서로 친밀하게 독설을 날리거나 언성을 높이며 싸울 정도이다. 악우라고 해도 될까. 하지만 성빈이는, 그냥 학기 초의 그 수준 그대로이다. 그건 성빈이의 성격 탓도 있다고 해야 할까. 딱히 리유처럼 귀여움을 어필하거나, 희세처럼 성희롱 드립을 쳐서 내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도 아니다. 이러니까 꼭 내가 여자애 셋을 데리고 어장관리하는 능력남처럼 보이네. 훗, 정웅도, 제대로 된 상남자의 길을 걷고 있구나! 그렇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걸어다니기만 해도 페로몬을 사방에 뿌려 뭇 여자애들의 관심을 받는 그런 남자! 카사노바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진정한 21C의 신 카사노바인 것이다!

……일 리가 없고. 꿈도 야무지다. 망상도 이 정도면 참 대단하다. 아시아를 일통하겠다고 삽질하던 모 국가의 병맛 정도가 아니면 이 망상력을 따라갈 순 없을 것 같아. 진~짜로 그럴 리가 없잖아! 리유야 어디까지나 ‘마냥 귀엽기만 한 애’에서 ‘조금은 의식하고 조심해야 할 여자애’ 정도로 인식이 바뀌었다는 거지, 아예 ‘하앍하앍 리유쨔응!’ 하는 정도로 인식이 바뀐 건 아니니까! 거기다, 내 인식만 바뀌었을 뿐이지 아직까지도 리유는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볼에 뽀뽀를 할 정도로 이성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희세도 마찬가지로, 나를 남자로 본다기 보단 ‘남자애에게 질 순 없어’ 하는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나를 매도하고 질책하는 것이다. 한때 잠깐, ‘이거 혹시 희세가 나를 남자애로 의식해서 저렇게 새침하게 대하는 게 아닐까!’ 하는 달콤한 상상을 해봤지만 현실은 시궁창, 늘 희세에게 두들겨 맞고 변태로 매도당하는 불쌍한 변태 노예씨만이 있을 뿐이다.

그에 비하면 성빈이는…… 어, 잠깐만. 어떻게 보면 성빈이가 가장 연애 전선에선 청신호인 거 아닌가……?


자고로 그런 말이 있다. 연애에는 서로에 대한 설렘이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서로 볼 것 안 볼 것 다 보고 자란 남매사이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소꿉친구도 그냥 친구일 뿐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현실에서 많은 것이다. 뭐, 2차원의 세계에선 여동생도 누나도 소꿉친구도 모두 주인공 남자애에게 하악하악 대는 경우가 많지만… 난 그 현실을 겪어본 사람이기에, 절대 그렇게 상상하지 않는다. 소꿉친구 여자애는 없지만, 누나라는 거대한 장벽이 워낙 내 여자에 대한 환상을 깨버려서…….

설렘이라면, 셋 중에서 성빈이가 가장 클 것이다. 리유는 워낙 나한테 스스럼 없이 대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허물 없이 편하게 대하기 때문에 환상이라 설렘을 가지기엔 힘들다. 애초에 내 인식도 ‘귀여운 여동생’, 심하면 ‘귀여운 딸’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연애감정을 느끼기엔 너무 귀엽고 앙증맞은 리유다.

희세는, 확실히 보기만 해도 심장이 떨리긴 하는데… 그건 다른 이유다. 내가 얼굴을 붉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희세가 야한 게 나빠! 뭐, 그런 거지. 그것 말고도, 희세 자체가 나한테 워낙 적대적으로 대하는데다 폭력도 많이 쓰고, 뭐만 하면 난감하게 성희롱 드립으로 난처하게 하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성빈이는…… 확실히, 접점이 없다보니 도리어 신비감이 유지돼 더욱 연애대상으로 적합하다.


성빈이는 곧고 결이 좋은 긴 생머리가 매력적이다. 탈색 수준의 인공적인 빛깔의 갈색인 희세의 머리칼과는 다르게, 건강미마저 느껴질 정도로 건전한 검은 빛이 도는 갈색의 머리칼. 그리고 그와 대조되게, 눈이 부시게 흰 피부. 뭐, 피부가 흰 건 셋 중 리유가 압도적이지만 리유는 뭐랄까, 건강이 안 좋은 것처럼 정말 투명하게 피부가 희기 때문에 논외. 차라리 성빈이 쪽이 미관 상으론 훨씬 괜찮다. 야무지고 똑부러질 것 같은 눈, 오똑한 코. 분홍빛 발그레한 입술. 이렇게 하나 하나 떼어 보니 마음속에 그리고 있던 이상형 여고생이 아닌가.


─긴 생머리에 흰 피부,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키. 마찬가지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가슴에,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올 데는 나온 훌륭한 몸매. 거기에 건전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을 갖춘, 그렇다고 너무 고지식하지는 않으면서도 또한 선진 여성의 덕목을 갖춘 그런 여고생.


우와, 말로 나열해보니까 엄청 이기적인 이상형이구나, 나. 나부터가 그렇게 완벽한 남자애가 아닌데. 뭐,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이상’형이니까. 하지만 거짓말 같이, 저 항목의 대부분을 충족시키고 있는 성빈이다.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왜 바로 옆에 있던 이상형을 보지 못하고 멍하니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을까. 성빈이라. 여자친구라.


“……으흠!”


여자친구에 대해 생각하니 괜히 부끄러워져 헛기침을 했다. 내 나이 열 일곱, 한창 이성에 관심이 많을 나이. 그래, 말만 들어도 벌떡벌떡 세울(?) 나이다. 아니, 상스러운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잖아, 다들?!

예전부터 누누이 언급하지만 나는 그리 특출난 변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평범한 대한민국 보통 청소년의 성욕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이 정도면 평균이지, 아암. 그런 면에서 여기는 조금, 위험하다 싶은 곳이다. 여고니까. 아니,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 면에서 위험하단 게 아니라, 여자애들이 많으니까, 그만큼 두근거릴 일이 많다 그런 말이지.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딱히 두근거릴만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왕따 사건 때문에 대판 싸움을 하고, 희세 사건 해결해주면서 또한 이미지가 「변태 씨」로 굳어져 버리고. 리유 사건은 아예 현재진행형으로 중단돼 버렸고. 아,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주위를 살필 겨를이 없었던 거구나. 토닥토닥, 나 고생 많았네. 그럼 이제 여자친구를 만들 때인가! 으핳!


……근데 여자친구 생기면 뭐하지.


음~ 뭐든 하지 않을까. 둘이 집에서 논다던지, 아니면 날 잡아서 유원지에 간다거나, 놀이공원에 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놀던지. ……잠깐만, 그거 다 희세랑 리유랑 했던 거 아니야? 그럼 무슨 차이인데, 여자친구랑 여자사람이랑?

잘 모르겠다. 여자친구는 만들고 싶지만, 막상 만들면 뭘 해야 할지. 뭘 해줘야할지. 잘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할 게 되게 많을 거 아니야.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뜨핳!”


나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누워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뭘 하든 결국 내 침대 안 망상일 뿐이니까. 바뀌는 건 아무거도 없다. 그게 공허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사실 일어난 건 다른 이유에서지만.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여자애에 대한 생각 하니까 갑자기 기분이 묘해져서. 할 짓도 더럽게 없고, 스스로 위로(?)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지극히 당연한 생리현상이니까! 그러니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거야!


그러고 보니 여기는 그런 짓을 하기에 매우 불편한 곳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여고잖아. 주변 시선이 있고, 개인의 공간이 보장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고. 만에 하나라도 들킨다면 그대로 학교 생활 끝이 나겠고. 개인의 공간이야, 지금 내 방이 주어진 상황이니 그건 그것대로 어떻게 넘어간다고 해도, 또 다른 건 심리적 거부감. 아무리 혼자 있다고 해도, 여긴 기본적으로 여고 기숙사. 위에 여자애들이 바로 한 지붕 아래 살아가고 있다고! 점호 하기 전에 시끄럽게 떠들고 발 쿵쾅쿵쾅하고, 이런 게 다 들린다구! 심지어 점호 끝나고 자려고 누웠는데 여자애들이 자기들끼리 조금 큰 소리로 떠들면 그 떠드는 소리까지 웅얼웅얼 들리는데. 뭐, 그런 식으로 하면 집에서도 못하긴 하겠구나.

어쨌든 그런 여러 장벽이 존재하지만 나의 욕구는 그런 모든 것들을 떨쳐내고 고개를 들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여기 와서 한 번도 안 했구나. 그래서 저번에 요망한 희세 꿈을 꾸어서 몽정을 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고. 이건 추악하고 더러운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성스러운 것이다. ……말장난 같지만 진짜 성(性)스러운 행위이긴 하지만. 스스로 더러운 성욕을 빼내어 사회적으로 전혀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인데 그게 어찌 나쁜 짓이란 말인가! 도리어 자기 성욕 주체 못하고 빨빨거리며 거리를 돌아다니는 강간범들보다 훨씬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나은 짓이다. 거창한 말을 하지만 사실 변명이다.


책상을 봤다.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곽형 휴지. 오케이. 준비 완료군. 작은 창문은 단단히 닫고 잠그고, 문 앞으로 성큼 걸어간 나는 문 역시 마찬가지로 잠궜다. 동그랗게 생겨서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잠그는 문고리다. 이것 역시 오케이. 그렇다면, 마지막은……!

이런 행위를 할 때에는, 「시각적 매개물」이 굉장히 중요하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남자는 시각에 반응하고, 여자는 청각에 반응한다고. 그래서 남자는 그렇게 큰 가슴, 큰 엉덩이, 좋은 몸매 이런 것에 집착하는 것이고, 여자들 같은 경우는 달달한 목소리로 ‘고마워, 사랑해’ 해주면 껌뻑 죽는다고 하고. 그렇다. 남자는 시각!

하지만 여긴 우리 집 내 방이 아니다. 컴퓨터도, TV도 없다. 어떤 시각적 매개물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 상태에서, 행위를 이어가기란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후후, 조건이 열악하다고 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변태가 아니지! 「변태 씨」라는 이명이 아까울 정도다! 아, 물론 내가 그 별명을 인정한다는 건 아니다. 난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평균 정도의 변태성을 지닌 평범한 남고생이다.


망상하라!


어째 나와 희세가 즐겨보는 외국 드라마에서 주로 나오는 대사랑 비슷한 말인 것 같은데. 어쨌든, 사람의 머리는 컴퓨터보다 더 좋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인물을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대로 망상할 수 있기에 보통의 영상매체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창의력이 증진되니까! 으하하, 얼마나 긍정적인가! 성욕도 해소하고, 창의력도 증진되고! ……X랄도 유분수다. 그냥 묵묵히 하자. 그리고, 그것만이 끝이 아니다. 스마트한 이 시대, 컴퓨터의 아성을 뛰어 넘으려 하는 첨단 종합 테크놀로지가 내 손 안에 있지 않은가. 스마트폰!! 그렇다. 나에겐 휴대폰이 있다. 데이터는 다 써서 인터넷은 안 되지만, 그 내장 메모리에는…… 흐흐. 전하, 신에게는 아직 열 세편의 야동이 있사옵니다. 어디 볼까.


“앗흥♡”

“이크.”


어휴, 큰일 날 뻔했다. 조심스레 영상을 틀었는데 소리가 꽤나 크게 돼 있어서 얼른 줄였다. 튼튼해 보여도 벽이 꽤나 얇은 편인지라, 소리가 세어나갈 수 있다. 방에 있는데 지나가는 여자애들이 웅성웅성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는 건, 반대로 내 방에서 나는 소리도 충분히 밖에서 들린다는 얘기겠지. 소리를 최대한 줄인 뒤 의자에 앉고 자리를 잡았다. 은밀하게 준비를 마친 나는 음흉한 표정으로 씨익 웃음지었다. 이 때를 노렸어! 아, 이러니까 진짜 변태 같잖아. 어쨌든! 그래, 잡담은 그만 하고 이제는 즐길 때! 흐흐흐…….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알바도 안 하고 하루 1편 올리면서 양이 줄어든 것 같다면 눈의 착각입니다. 기분 탓이겠죠. 딱히 슬럼프에 빠지거나 그런 것도 아닙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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